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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전으로 보는 22/23 아스날 전술의 핵심 키워드 : 비대칭Arsenal/Column 2023. 1. 26. 21:04반응형
(1년 간의 블로그 공백에 관하여는 공지에 올렸으니 참조 바랍니다)
이번 시즌 아스날은 클럽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점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비록 노련한 펩의 맨시티와 시즌 말미까지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목해야 할 핵심은, 승점 쌓기 경쟁과는 별개로 경기력의 측면에서 아스날이 충분히 우승 타이틀을 획득할만한 자격이 있다는 점을, 경기마다 차례로 증명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아르테타의 전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음에도 항상 의구심을 가졌던 이유는 결국 현실성이다. 그의 아이디어와 이상이 현실에서, 아스날 선수들의 발을 통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가?
최근 아스날을 보고 있노라면 아르테타의 현실적 감각이 필자의 예상을 훨씬 상회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구단을 개혁하고 팀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여러 외적 요인들도 그렇지만, 경기 내적 전술에서도 그러하다. 생각보다 이상적인 본인만의 디테일을 고집한다든지, 상대와 상관없이 그저 본인만의 축구를 한다든지, 오로지 능동적인 축구만을 밀어붙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아르테타의 전술은 유연하며, 의외로 타협적이다. 그저 포지셔널의 관점뿐만 아니라, 상대 대응 측면에서도 상대에 따라 압박 방식을 바꾸거나 약점을 철저히 공략하는 등 발군의 리액션형 감독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경기 중에도 유연성을 바탕으로 공략점을 꾸준히 변경한다. 현실적으로 무언가의 구현이 어렵다면 언제나 수정안, 대안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단적으로 아스날이 19R를 치르면서 '똑같이' 이겼다고 느낀 경기가 몇 경기 안 될 정도다. 그만큼 웬만하면 경기마다 승리 포인트, 공략 지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뜻이다.
유독 보란듯이 증명 중인 이번 시즌 아르테타에게 가장 큰 힘은 역시 제수스와 진첸코, 살리바처럼 좋은 퀄리티를 가진 지원군의 합류로 보인다. 다만 이들의 합류가 전술적으로 어떤 이득을 가져왔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로따로 분석하기엔 너무 길고 복잡하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차근차근 다루고 싶다)
따라서 이번 시즌의 반환점을 도는 19R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번쯤 아르테타 아스날의 핵심 키워드를 하나 뽑아서 현출 해보는 식으로 칼럼을 진행하려 한다.
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22/23 아스날의 키워드는 포지셔널 유연성(Positional Flexibility)이며, 그 중에서도 이번 칼럼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사안은 비대칭(Asymmetry)이다. 아르테타는 아스날을 맡은 기간 동안 꾸준히 비대칭을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은 물려받은 선수 구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영역으로 종종 치부하기도 했으나, 올시즌 들어 원하는 자원들이 나름 풍족해졌음에도 여전히 의도적으로 비대칭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은 눈여겨볼만하다.
이하에서는 왜 비대칭을 활용하는가에 대한 근거들과 그에 따른 여러 효과들(종횡 흔들기, 미스매치 등)을 다룬다. 일단 필자 블로그의 지난 칼럼들을 읽었다는 가정 하에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인 바, 혹시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지난 칼럼들을 참조하길 바란다. 지난 시즌 아스날의 전술을 잘 이해하고 있을수록, 올해의 키워드도 더 와닿을 수밖에 없다.
포지셔널 유연성 (Positional Flexibility)
-비대칭(Asymmetry)
1. 기본 틀
지난 시즌 아스날 경기를 자주 봤거나 필자의 칼럼을 봤던 분들이라면 위 대형은 너무나도 익숙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개 국면(phase)에서의 2-3-5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아군 혹은 적군의 1선, 2선, 3선을 위주로 설명할 예정인 바, 위 그림처럼 빨간선으로 구분하여 보는 게 이해상 편의에 도움이 될 듯하다. 빨간선처럼 본다면 전형적인 4-3-3이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지난 시즌 아스날의 포지셔널 게임 개괄 칼럼 참조).
이렇게 위 그림으로만 보면 지난 시즌은 대칭이었던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난 시즌 역시 완벽한 대칭은 아니다. 위 포지셔닝은 대칭처럼 보이지만, 지난 시즌 양 풀백이었던 티어니-토미야스는 분명 역할의 차이가 있었고, 다들 알다시피 이에 따라 좌우 공격 전개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번 시즌 아르테타의 아스날 역시, 공간 분배 및 점유의 이유로 여전히 이와 비슷한 뼈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이는 무엇인가. 이제는 선수별 역할론은 물론이고, 이를 떠나서 아예 포지셔닝 자체, 즉 형태 자체를 의도적으로 비대칭(Asymmetry)적으로 구사하는 경우까지도 훨씬 잦아졌다는 점이다.
왜 비대칭을 굳이 구사하는가? 축구는 결국 액션-리액션의 관계인 바, 상대의 리액션 역시 비대칭이 되는데, 우리는 의도했지만 상대는 의도하지 않은 비대칭을 맞이함으로써 상대에게 선택지를 강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1) 일단 첫번째 의도적 비대칭은 진첸코의 고정(움직이지 않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전개 국면에서 여의치 않을 경우, 공을 뒤로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센터백, 풀백, 미드필더진까지 일사불란하게 후퇴의 포지셔닝을 가져가기 마련인데 유일하게 진첸코만이 이러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아스날의 형태는 포지셔닝 그 자체로도 매우 비대칭적으로 변하는데 이를 통해 꽤나 많은 부수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대 4번을 주목해보자. 수비 또는 압박해야 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난처하다. 마갈량과 진첸코 사이가 너무 벌어져버렸기에 Cover Shadow를 통해 적절히 둘 다 견제하기가 애매해진다.
여기서 선수가 본인 판단 하에 진첸코를 마킹하러 가든, 혹은 대인방어보다는 지역 방어를 유지하는 팀의 기조상 진첸코 쪽에 머물든 간에 4번이 진첸코 쪽에 가까워지면 아래 그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 상대 4번이 진첸코 쪽으로 붙는 경우 (or 지역 방어인 경우)
1. 공을 갖고 있는 살리바가 좌측으로 전개할 시, 마갈량 앞에 그림처럼 앞의 파란색 공간이 열리면서 마갈량이 공을 갖고 전진 드리블할 수 있게 된다.
2.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갈량 쪽을 견제할 1명이 소비된다.
3. 결과적으로 살리바가 우측으로 전개할 시, 우측 노란 공간에서 수적 우위(Numerical Superiority)를 점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화이트가 1번을 끌어들이면, 살리바가 사카로의 전진 Diagonal(대각선) 패스=마름모 패스를 보다 편하게 구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4번이 진첸코가 아니라 마갈량 쪽으로 접근한 경우를 살펴보자.
ⓑ 상대 4번이 마갈량 쪽으로 붙는 경우(or 대인 방어인 경우)
1. 양 골키퍼를 제외한 상황에서 상대 진영에서는 아군의 쓰리톱과 상대의 포백이 대치하므로 3v4의 열세다. 이는 곧 아군 진영에서는 7v6의 우세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적 우위를 어떻게 잘 살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2. 아르테타는 명백한 1명의 우위를 만들기 위해, 나머지 6v6과 1v0을 따로 분리시키며, 이 분리의 과정이 곧 의도적인 비대칭이다. 상대 4번이 마갈량을 마크하면서 아군 진영 노란색 공간은 사실상 mirror 형태로서 6v6이 된다.
3/ 이제 1v0의 노마킹 상태로 윙스페이스로 깊숙히 빠져있는 진첸코에게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실제 경기 장면에서 이것이 구현되는지 아래에서 확인한다.
이쯤 되면, 필자의 환경 조성 칼럼을 상기하는 몇몇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 이미 아르테타는 티어니를 위한 환경조성의 일환으로 비슷한 형태의 아이디어를 구사했다. 아래가 지난 시즌의 형태다.
틀은 거의 엇비슷하지만 아이디어의 차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차이점이 곧 지난 시즌의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시즌에는 외데고르가 공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하프스페이스에서 윙스페이스로 빠져나가야만 했고, 상대 중앙 미드필더 자원(3번)을 피닝 하기 위해 스트라이커(라카)가 지나치게 아래로 내려와야만 했다.
따라서 경기장 우측이 심하게 Overload되는 조건으로 티어니를 위한 공간이 매우 넓게 열리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티어니가 공을 잡고 템포를 푸쉬하며 나아가는 순간에, 라카제트와 외데고르의 포지셔닝이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게 되어 박스 쪽으로 침투해 줄 자원 부족 문제를 야기한다. 쟈카, 라카, 외데고르의 주력이 그다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극복은 더더욱 어려웠다. 요컨대 티어니 환경 조성을 위해 몇몇 선수들의 동선낭비가 굉장히 심했던 것.
반면 이번 시즌에 선보이고 있는, 의도적인 비대칭을 만드는 변환 아이디어는 어떤가. 움짤로만 봐도 선수들의 동선 낭비가 훨씬 덜하다. 게다가 외데고르와 쟈카는 잠깐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 그만이다. 박스 지원 문제도 덜하다.
이렇게 아르테타는 새로운 착상으로 지난 시즌의 난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리스크는 줄이고, 이득은 최대한으로 챙기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추가적으로 지난 시즌 환경 조성의 문제점을 또다른 방식으로 극복한 응용 version을 하나만 더 보고 넘어가자.
[응용 version]
결과적으로 이번 맨유전에서 위 설명에서의 상대 4번은 안토니였고 예상대로 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실 안토니만의 잘못은 아니다. 되려 축구지능이 뛰어난 진첸코가 안토니의 포지셔닝을 시의적절하게 역이용했다고 보는 편이 알맞다)
그러다 보니 경기 내내 진첸코를 굳이 왜 저렇게 프리하게 놓지? 왜 자꾸 놓치지? 라는 의문이 들었던 분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설명이 그러한 의문점들을 해결해주었길 바란다.
한편, 아스날이 이와 같은 포지셔닝 형태만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점은 효과를 증폭시킨다. 이하부터는 또 다른 형태의 비대칭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 본다.
(2) 두 번째 의도적 비대칭은 진첸코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옴으로써 출발한다
이번에는 진첸코가 원래 가야 할 자리로 가지 않는 건 똑같지만, 오히려 중앙으로 좁혀 내려가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기본틀이었던 4-3-3 (또는 2-3-5 base) 형태보다는 후방이 3백처럼 되면서 3-2-5에 가까워진다.
백라인이 3-2가 좋은 점은 일단 아군 진영에서 5v4의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들 간의 diagonal(대각선) 패싱 루트가 많이 생성되어 후방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3-2 rest defense, 즉 쉽게 말해 예를 들어 볼 소유권을 잃어버리고 상대 역습이 전개될 때 2를 구성하는 진첸코나 파티 중 1명만 내려가면 그대로 4백이 형성되므로, 2명이 내려와야 하는 2-3 rest defense보다 좀 더 빠른 수비 라인 복귀가 가능하다.
한편, 중앙에서도 그림의 하얀색 블록처럼 오각형을 만들면서 내부의 삼각형, 마름모 등을 통해 다수의 패싱 루트를 적절히 확보할 수 있다.
위 그림이 또 다른 형태의 비대칭인 이유 중 하나는 진첸코가 상대 4번을 중앙 깊숙이 끌어내리면서 발생한다. 상대 4번은 결국 측면 윙포워드이므로 상대가 역습을 전개할 시 측면에서 포지셔널 우위(Positional Superiority)를 가져갈 수 없다. (반대편의 상대 1번과는 다름)
또한 진첸코가 내려오면서 비게 되는 빨간색 공간을 주목하자. 여길 버리면서 비대칭을 의도했고, 상대도 리액션으로 비대칭이 되었지만, 이 공간은 언제라도 아스날이 다시 점유할 수 있다. 당연히 진첸코가 되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마갈량, 쟈카 또는 마르티넬리가 저 빨간색 공간으로 들어갈 때 상대에게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포지셔널 유연성이 야기하는 매우 중요한 종횡 흔들기 효과가 겸비되는 바, 이해를 돕기 위해 목차를 바꾸고, 그림과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다.
2. 종횡 흔들기 효과
(1) 3-2 비대칭 구조를 활용한 종횡 흔들기
ⓐ 쟈카가 빨간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우
목차만 바꿨을 뿐 위에서 하던 논의의 연장선이다.
1. 우측으로 전개하는 척하다가 살리바가 마갈량에게 공을 전달하여 좌측 전개가 이루어질 경우, 순간적으로 좌측 아군진영에서 3v2의 수적 우위(청록색 공간)가 발생한다.
[예시]
2. 하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상대 2선과 3선 사이의 간격(빨간 화살표), 더 정확히는 종적인 거리 (흔히 between the lines라고 표현)에서 엄청난 비대칭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아스날 기준 좌측 상대의 종적 거리(상대 2선~3선 간격)가 우측 상대의 종적 거리(상대 2선~3선 간격)보다 훨씬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포지셔널 유동성을 통해 상대의 종횡 간격을 흔들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아스날은 쟈카의 움직임 하나로 가장 중요한 좌측 하프 스페이스(노란색 공간)를 활짝 열어버렸다.
3. 그리고 이 중요한 공간으로 진첸코, 은케티아, 마르티넬리가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데, 누가 활용해도 크게 상관은 없으나, 그중에서도 진첸코가 가장 유리하다. 그 이유는 바로 블라인드사이드(Blindside) 때문인데, 그림에서 표현된 회색 공간은 상대 3,4번이 공을 가진 마갈량을 보고 있을 때, 시야에서 놓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따라서 진첸코는 상대 3,4번의 시야가 닿지 않는 등뒤에서 자유롭게 노란 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예시]
ⓑ 마갈량이 빨간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우
1. 애초에 빨간 공간이 인위적으로 비어있었기에 마갈량은 볼을 소유한 채로 전진 드리블을 통해 빨간 공간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때 4번은 마갈량을 마킹하거나 측면 커버 쉐도우를 하게 된다.
2. 이 때는 마갈량이 전진한만큼 쟈카도 전진한다. 상대 3번을 같이 올리면서 또 다른 종적 간격 비대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림처럼 상대 2선~3선의 종적 간격이 또다시 큰 차이를 내게 된다. 이번에는 좌측이 되려 너무 좁아서 좌측 하프스페이스(노란색 공간)가 열리는 케이스다.
3. 이렇게 열린 노란 공간으로 진첸코가 다시 침투할 수 있다.
[예시]
ⓒ 마르티넬리가 빨간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우
[예시]
(2) 선수 개인을 통한 종횡 흔들기
[예시 1 : 움직임]
[예시 2 : 움직임]
[예시 3 : 드리블]
(3) 국면 전환을 통한 종횡 흔들기
아르테타는 10가지 국면(Phase, 국면 관련 글 참조)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감독이다. 드리블되는 선수들의 영입으로 인해 지난 시즌의 약점 중 하나였던 전환(transion) 국면을 보완했으며, 데드볼(ex 세트피스) 국면의 경우 따로 코치를 두기도 한다.
이번 시즌 필자가 아스날의 경기를 보면서 놀랐던 아르테타의 디테일 중 하나는 바로 국면 전환의 활용이다. 언뜻 이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국면 각각을 신경 쓰는 것을 넘어, 이젠 A국면-B국면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 과정을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도 비대칭이 유발되거나 종횡 흔들기가 겸비되는 경우가 많다.
ⓐ 데드볼(세트피스) 국면 -> 마무리 국면 전환 과정
[예시 1]
이렇듯 이번 시즌 들어 아르테타는 데드볼 국면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이외에도, 국면을 의도적으로 전환하면서 그 전환 과정 속에서 유발할 수 있는 비대칭과 이를 활용한 종횡 흔들기, 블라인드사이드 침투 등으로 새로운 방식의 전술적 이득을 적극적으로 취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맨유전에서의 첫 동점골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온 것이다.
위 내용을 이해한 상태로 골장면을 다시 보면, 아스날이 얼마나 의도적으로 뒤로 무르면서 상대 선수들을 종적으로 유인하는 환경을 조성했고, 측면 공간을 창출해 내며, 이를 통해 상대 최종 수비라인을 종적으로 왔다 갔다 하게끔 흔들면서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인지 더 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3. 미스 매치
보통 미스 매치(Mismatch)의 경우에는 농구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에 가깝다. 그러나 아르테타가 직접 밝혔듯이 최근 전술가형 감독들은 농구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에서 축구 전술에 대한 영감을 받고, 축구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에서는 1~5번까지 사이즈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미스 매치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축구에서는 그 정도의 피지컬 차이는 찾기 힘들다. 다만, 축구에서 1v1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결국 측면 공간에서의 윙어v풀백이며, 이미 이에 대해서는 아이솔레이션 혹은 질적 우위(Qualitative Superiority)로 표현되는 기술적 차이를 논하곤 한다.
한편, 기술적 차이 외에도 맞부딪히는 포지션 사이의 관계도 미스 매치의 종류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수비수'보다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미드필더나 공격수'를 상대로 할 때, 아군 공격수의 질적 우위는 높아질 것임이 자명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비대칭의 부수적 효과로서 발현되는 미스 매치는 어떤 형태일까.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원래는 진첸코처럼 마무리 국면(phase)에서 인버티드 풀백처럼 중앙으로 들어와 있어야 할 토미야스가 터치라인 근처로 올라가 있다. 어떻게 보면 사카와의 로테이션으로도 볼 수 있으며, 로테이션 역시 비대칭을 유발하는 건 마찬가지인 바, 이번 칼럼에서는 로테이션보다는 비대칭에 좀 더 주목해 서술하는 것뿐이다.
어쨌든 맨유전에서는 전반이 끝나자마자 화이트가 교체되면서 토미야스가 들어왔는데, 전반적으로 화이트에 토미야스는 위 그림처럼 종적으로 깊게 포지셔닝했다. 아래의 히트맵에서도 어느 정도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결국 우측의 토미야스가 좌측의 진첸코와는 달리 측면 터치라인에 붙어 깊게 올라가는 비대칭 포지셔닝(또는 로테이션)을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루크 쇼는 토미야스에게 끌려 나온다. 토미v쇼의 매치업은 곧 사카v에릭센의 매치업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사카의 매치업이 루크쇼가 아니라 에릭센으로 바뀐 것이다.
상술했듯이 사카가 에릭센을 상대로 1v1을 시도하는 것은 좀 더 확실한 질적 우위를 보장할 수 있다. 실제로 맨유전에서 전반도안 루크 쇼는 사카를 나름 잘 막았기에, 후반 들어 이러한 미스 매치를 유발하는 세팅이 필요하기도 했다.
아르테타가 경기 후 사카에게 "I told you"라고 하는 장면이 찍혔는데, 어쩌면 에릭센과의 미스 매치를 유발하고 자신 있게 1v1 중거리슛을 시도하길 라커룸에서 주문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카(또는 마르티넬리)의 미스 매치를 활용한 공격은 풀백의 수비력이 좋은 강팀과의 경기 또는 상대가 수비적으로 가라앉았을 때 이번 시즌 내내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화이트의 오버래핑이 잦아진 원인 중 하나로도 미스 매치를 꼽을 수 있다. 오버래핑하면서 사카를 막고 있던 풀백을 오버래핑하는 화이트가 뺏어가면서 미스 매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스날 홈에서 토트넘과의 경기 (3:1 승)에서도 제수스의 골장면에서 비슷한 미스매치를 볼 수 있다. 그때는 화이트가 오버래핑하면서 사카의 매치업이 손흥민으로 바뀌었었다. (혹자는 그 장면을 손흥민의 실수로 보았지만 사실 미스 매치를 유발한 아스날이 잘한 것)
4. 종합 예시
앞서 현대 축구에서 비대칭을 왜 사용하는지, 그리고 포지셔닝의 유동성을 통해 비대칭을 유발하면 어떤 효과들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경우의 수를 나눠가면서까지 상세하게 분석해 보았다.
오랜만에 적는 칼럼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필자가 현재 예전만큼 정교하게 칼럼을 작성할만한 시간적, 건강상 여유가 없는 만큼, 기존 칼럼들보다 질이 떨어질까 봐 우려를 하면서 이번 칼럼을 작성한 것도 사실이다.
허나 저번 시즌의 전술적 요소들을 토대로 하면서 22/23 시즌에 변화 혹은 추가된 전술의 핵심적 키워드를 비대칭에서 찾을 수 있는 바, 다소 부족한 칼럼일지라도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현 아르테타 아스날의 색깔을 더 쉽게, 더 깊게 이해하는데 이 칼럼의 존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19년 만의 우승을 노리면서 19R 반환점을 돈 아스날이다. 어찌 보면 아스날이 우승 타이틀 경쟁력을 잃어버린 기간 동안 아스날 팬들의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우승 가능성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조심을 넘어 자조적인 성향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아스날 팬들은 최근을 발판 삼아 이전의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
비록 시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을 필두로, 가장 젊은 스쿼드를 데리고, 현대 축구에서 가장 앞서있는 매력적인 축구 전술을 토대로, 가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아스날을 응원하는 여러분들이 일정 기간 동안 잃어버렸던 자긍심과 자부심을 다시금 되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22/23 시즌 아스날"은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간직될 소중한 시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칼럼에서 다룬 내용들을 종합할만한 한 장면을 통해 칼럼 자체를 각자 스스로 복기하면서 마무리해 보자.
[종합 예시]
(장면 1) 공격에 한 번 실패한 뒤 공을 뒤로 돌리면서 다시 한번 비대칭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아스날이다.
의도를 알기 때문에 곧바로 뒷걸음질하면서 터치라인 근처로 내려가는 진첸코.
경기 내내 워낙 많이 당했기 때문에 안토니도 진첸코를 의식한다.
(장면 2) 비대칭이 완성되었으나 안토니는 마갈량에게 유인되지 않는다. 즉 거의 지역방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진첸코를 계속 의식하고 있기에 안토니 혼자를 마갈량 쪽으로 빼내는 건 힘들고 맨유의 2선 열 자체를 끌어올려 맨유 2선~3선의 종적 간격을 넓힐 필요가 있다.
(장면 3) 마갈량은 안토니를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살리바와 공을 주고받으면서 아예 화면 밖 뒤까지 빠진다.
이미 비대칭 포지셔닝은 완성되었지만, 좀 더 극단적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 파티까지도 엄청 내려오면서 우측을 Overload 시키고 있다.
살리바는 볼을 소유한 채로 전진 드리블을 살짝 치면서 맨유 앞선의 압박을 유도하고 있다.
아스날의 의도대로 맨유 2선~3선의 종적 간격이 상당히 넓게 벌어졌다.
한편, 쟈카는 좌측 공간이 점점 벌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아스날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오히려 우측으로 맥토미니를 유인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장면 4) 넓어진 맨유의 2선~3선 사이 공간으로 은케티아, 마르티넬리, 진첸코 누구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살리바는 이쯤 되면 됐다 싶은지 마갈량에게 볼을 건네고 좌측 전개를 시작한다.
(장면 5) 결국 마르티넬리가 내려오면서 마갈량의 패스를 받고, 넓혀진 좌측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점유했다.
동시에 진첸코는 앞으로 전진하면서 아스날의 공격 폭을 넓히는 한편, 완 비사카를 계속 측면에 붙잡아 놓는다.
한편 이와 동시에 우측 전개를 예상한 외데고르는 마르티넬리가 사카에게 한 번에 패스를 건넬 수 있도록 패스길을 생성하기 위한 대각선 런 움직임을 보인다.
(장면 6) 중간에 쟈카를 거쳐가면서 패스가 한 번에 연결되진 않았지만 외데골의 움직임 덕분에 에릭센과 루크쇼 모두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면서 사카가 공을 건네받아 가속시키면서 1v1 아이솔레이션을 하기에 최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
(장면 7) 사카가 공을 받고 루크쇼와 매치업이 되자 외데고르는 다시 한번 사카를 돕기 위해 굳이 뒤로 돌아가면서까지 오버래핑을 감행한다. 에릭센을 외데고르를 따라 사카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장면 8) 사카 뒤를 외데고르가 스쳐 지나가면서 루크 쇼의 시선을 빼앗는다.
동시에 사카는 횡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자연스럽게 매치업이 루크 쇼에서 에릭센으로 다시금 바뀌게 된다. 마치 동점골 장면처럼 말이다.
에릭센과의 미스 매치를 통해 완전한 질적 우위를 점한 사카는 자신 있게 1v1 돌파 후 슛을 하지만, 에릭센 발에 스치면서 골대를 강타한다.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이번 칼럼의 주제인 비대칭에서 파생되는 여러 전술적 포지셔닝 및 움직임, 효과들의 향연인 셈이다. 서로가 서로의 환경을 조성해 주고, 비대칭을 유발하면서 선수들 각자 본인이 해야 하는 역할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이 피치 위에서 맨유 같은 빅클럽을 상대로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능동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20초의 움짤로 이 모든 과정을 다시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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