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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석] 팀 동료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라Arsenal/Column 2021. 12. 28. 01:08반응형
축구를 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직접 축구를 하다 보면 가장 강조되는 것이 팀플레이다.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에서 팀플레이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동료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며, 강팀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일 것이다.
이번 시즌 뼈대를 나름대로 구축하고, 서서히 살을 입히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에 들어선 아스날에게도 이는 중요한 사항이다. 포지셔널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아르테타의 전술 하에서라면 더욱더 말할 것도 없다. 완성도와 관련하여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선수 간 로테이션, 전술 간 로테이션의 의의 및 취지 역시, 결국은 팀 동료를 더 효과적으로,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함이다.
오늘 펼쳐진 노리치전은 최근 아스날의 경기 중에서도 가장 팀플레이가 돋보였던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늘 비유했던 대로, 시계의 톱니바퀴와도 같은 아스날 선수들이, 단순히 기계적으로 각자의 톱니바퀴가 마구 돌아가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맞닿은 톱니바퀴의 속도를 자동적으로 맞춰 돌아가거나, 더 잘 돌 수 있도록 추가적인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그 시계는 최고의 제품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현실에서는 그런 시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이런 선수들 개개인의 헌신과 희생이 팀을 더욱 빛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완성도를 높여가는 아스날이 밟아야할 필수 단계의 일환으로써, 팀 동료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준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전술적으로 이런 부분이 의외로 큰 가치를 지니는 바,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이런 점들까지 염두하면서 경기를 볼 수 있다면, 보다 더 눈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노리치전에 대한 경기, 내외적인 필자의 사견과 환경maker에 대한 생각, 그 외 선수 평가들은 별개의 리뷰 글로 따로 다루었으니, 순서와 상관없이 두 개의 글을 모두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이하에서는 노리치전에서 아르테타 아스날의 소위 환경maker(리뷰 글에서 사용한 용어이니 설명은 생략)들이 어떤 식으로, 동료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지, 여러 방면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1. 티어니를 위한 환경 조성
현 아스날에서 키어런 티어니는 단순한 풀백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 성향상 직선적이고, 좀 더 공격적으로 특출남을 보이기에, 같은 풀백임에도 팀 내 RB와는 역할이 상당히 다른데, 이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측면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해 기존의 우측 풀백 자원이 전멸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이트가 RB를 소화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당연하게도 RB와 LB의 역할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센터백을 RB로 기용한 아스날은 적어도 후방 빌드업 및 전개 국면까지는 상당히 비대칭적으로 우측에 쏠린 빌드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비대칭은 결국 상대의 비대칭까지 유발시키는 바,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화이트의 장점과 티어니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원래부터 비대칭 235이기도 했지만, 그건 마무리 국면에서의 이야기였고, 보통은 티어니가 앞으로 더 올라가서 미리 자리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쟈카가 가짜 3백을 형성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오는 식의 구도가 많았던 기존 아스날의 방식과는 달리, 오늘 쟈카는 거의 내려오지 않았다. 왜일까? 쟈카가 내려와서 가짜 3백을 구성하는 이유부터 살펴본다면 당연하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 쟈카가 가짜 3백을 구성하는 이유는 전개 국면에서 상대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함이다. 위 그림에서처럼 아스날은 3백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상대를 교란한다. 노란색이 진짜 3백일 때는 RB가 미끼가 되고, 정작 빌드업 패스들은 3백의 양 스토퍼들인 홀딩과 쟈카로부터 나간다. 반면, 파란색이 진짜 3백일 때는 쟈카가 미끼가 되고, 정작 빌드업 패스들은 3백의 양 스토퍼들인 RB와 마갈량으로부터 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RB가 화이트였다. 아스날 후방 라인에서 가장 빌드업을 잘하는 선수를 미끼로 쓸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화이트를 미끼로 쓰고, 쟈카가 대신 내려와 노란색 3백이 구성된다면, 홀딩이 빌드업 패스를 담당하게 된다. 아르테타는 빌드업 패스에 있어, 화이트보다 홀딩을 더 신뢰할 이유가 하등 없다는 건 냉정하지만, 당연한 판단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아스날은 위 그림에서의 노란색 3백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화이트를 빌드업에 최대로 써먹는게 더 중요했다. 이렇게 화이트는 패스를 통한 빌드업에 강점이 있고, 반대로 티어니는 직선적으로 볼을 밀고 나가면서 템포 푸시에 장점이 있는 바, 아스날은 오늘 아래의 패턴을 지독하게도 활용한 것이다.
[ 기본 틀 ]
① 화이트(RB)의 빌드업 능력을 최대한 써먹기 위해, 후방 빌드업은 거의 우측으로 쏠린다.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4-4-2 또는 4-4-1-1의 수비 대형을 구성하는 노리치시티 역시 자연스레 비대칭을 이룰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주목할 노리치 선수들은 2열을 구성하고 있는 4명의 선수들이다. 각각, 보기 편하게 1,2,3,4번으로 번호를 매겼다.
② 상대의 1열이 각각 아스날 센터백과 파티를 담당하는동안, 상대 1번 선수는 화이트를 견제하게 된다. 화이트가 1번을 좀 더 앞쪽으로 끌어내 소비시키면, 노리치시티의 2열은 2,3,4번 3명이 남는다. 이들이 외데고르와 쟈카라는 양 메짤라를 맡아야 하는데, 외데고르는 여기서 일부러 터치라인에 붙도록 내려온다. 2번을 끌고 내려오기 위한 움직임이다.
③ 이러면, 노리치의 3번과 4번도 자연스레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끌려 내려오는데, 여기서 라카제트가 개입한다. 노리치 3번 선수가 쟈카를 마크하지 않고 자신에게 붙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중앙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해 티어니에게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④ 3번 선수가 라카제트를 신경쓰기 때문에, 4번은 쟈카와 티어니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티어니를 선택한다면, 간격 유지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쟈카가 프리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쟈카를 따라 내려오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사실은 아스날이 그렇게 하도록 강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⑤ 이런 환경을 조성해놓은 상태에서, 외데고르가 공을 내려오면서 잡으면, 왼발잡이이기 때문에 터치라인 근처에서 반대편 공간의 시야를 확보한 상태로 패스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외데고르에게는 선택지가 매우 많다. 보통은 티어니가 빈 상태가 많기 때문에 티어니에게 곧바로 반대 전환 패스를 넣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티어니는 본인의 빠른 발과 직선적인 전진 능력을 통해 공을 소유한 채로 빠르게 전개 국면을 마무리 국면으로 전환시키면서 아스날의 템포를 푸쉬한다. 이 국면 전환 속도가 빠를수록, 상대는 수비 대형을 제대로 잡기 어려워진다.
위의 5단계를 통해 아스날은 화이트의 안정적인 후방 패스 빌드업의 장점과, 티어니의 빠른 전진 장점을 모두 활용하면서, 국면 전환 속도를 유연하게 높여 가질 수 있는 카드는 싹 다 가져온 셈이다. 화이트가 급하게 RB로 출장하면서 좌우 밸런스가 살짝 깨지긴 했지만, 대신 되려 극단적이고 심플한 패턴을 사용하면서 '교란'보다는 티어니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실리'를 택한다. 늘 복잡함만을 추구하던 아르테타에게 필자가 약간의 심플함을 섞길 희망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알고 보면, 코로나로 인한 갑작스러운 위기에 나름 현명하게 대처한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는지 움짤들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위는 기본 틀을 밑바탕으로 한 장면들이며, 상대의 압박 수비에 실수가 있다거나 할 때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루트로 발전한다. 애초에 아스날은 능동적으로 판을 깔아놓았기 때문에, 담당하는 선수만 약간씩 달라질뿐이지, 목표는 같다. 따라서 물 흐르듯 유연하게 전개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을 쓰고 나면, 가끔 이런 복잡한 틀을 선수들이 진짜 인지한 상태로 경기장에서 임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확실한 건 풀경기를 보며 선수들의 반응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특히 미드필더들(쟈카, 파티, 외데고르 등)은 본인이 공을 받기 전후로, 본인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파악 및 확인하기 위해 꼭 주위를 둘러본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장면이다. 외데고르의 패스를 받기 전에, 쟈카는 고개를 뒤로 돌려, 티어니의 위치와 함께, 자신에게 붙을 4번 선수의 위치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본인이 공을 받으면 4번에게 압박을 받고, 티어니가 대신 free하게 됨을 인지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데고르에게 공을 받자마자 그대로 리턴하며, 외데고르가 반대 전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직접 보자.
[ 응용 형태 ]
이런 기본 틀을 좀 더 응용하면 또 다른 형태를 만들 수 있다. 티어니가 높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마르티넬리는 좌측 높은 곳에서 상대의 최종열을 고정시키면서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따라서 반대 전환을 할 때, 꼭 티어니를 거쳐서 전진시키지 않고, 마르티넬리에게 곧바로 연결하는 방법 역시 템포 푸쉬의 일환으로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마르티넬리에게 곧바로 연결하기에는 거리도 너무 멀고, 중앙에 상대가 있는 만큼 차단당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티어니를 거치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마르티넬리에게 한 방에 연결할 수 있는 패스길을 누군가 열어준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하는 건 쟈카다.
파티가 공을 잡고 있고, 또 노리치의 푸키(1열)가 파티에 대한 압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다.
1번 선수는 화이트를 마크하고 있었고, 2번은 외데고르와 라카에게 묶여 있다. 라카는 스트라이커이므로, 내려올 땐 상대 CB도 딸려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크게 신경 쓰지 말아 보자.
한편, 4번은 이번에 티어니 쪽에 잘 붙어있다. 그런데 3번은 어디 있을까? 그리고 쟈카도 보이지 않는다.
다음 장면이 위 그림이다. 쟈카의 포지셔닝은 바로 라카제트와 마치 스위칭한 듯 톱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장면인데, 이것이 효과를 발휘한다. 비록 쟈카가 진짜 톱 자리에서 뭔가 생산성을 보여줄 수는 없는 선수지만, 이러한 오프더볼과 포지셔닝만으로도 부수적인 효과는 생기게 되어있다. 최근 쟈카는 온더볼보다 오프더볼로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쟈카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조해줘야하는 주연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조연이 되어 다른 동료들을 살려주는 역할로 변화했다는 필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장면인 셈이다.
쟈카의 이런 포지셔닝으로 인해 상대 2열을 구성해야 하는 선수 중 하나인 3번이 상당히 밑으로 딸려 내려갔다. 뿐만 아니라 상대 CB들이 라카와 사카를 견제하는 동안, 상대 RB 역시 톱 포지셔닝하고 있는 쟈카를 그냥 내버려둘 순 없는 바, 당연히 마르티넬리를 살짝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포지셔닝 하나로 나비효과처럼 번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결과는 어떤가. 파티에서 마르티넬리에게로 한 방에 연결 가능한 패스길이 열렸다. 그토록 강조했던 마름모 패스길이다. 이렇게 길이 열리면, 굳이 티어니를 거쳐서 어렵게 갈 필요가 없다. 파티는 이를 파악하고, 마르티넬리를 향해 단번에 패스를 공급하며, 팀의 템포를 살릴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전개를 펼친다.
이번 경기에서 쟈카가 톱처럼 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냥 이상한 포지셔닝인게 아니라, 라카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로테이션이자, 좌측으로의 패스길을 열면서 마르티넬리를 지원해주는 용도이자 의도였던 것이다.
파티의 이 패스가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아는 상태로, 아래의 움짤과 그 이후의 공격을 확인하자.
물론 이러한 형태의 라카↔쟈카의 스위칭 방식은 양날의 검과 같다. 여기서는 파티의 패스가 정확하게 들어가고, 후방에서 실수가 없었으며, 상대의 유인에 성공했기에 공격 전개에서의 효율이 엄청 올라갔지만, 만약 열거한 조건들 중 하나라도 성립하지 않을 시에는 반대로 쟈카의 빈자리를 역공당하기도 쉬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첨언하자면, 만약 쟈카가 아니라 기동력이 좋고, 공격에서까지 뛰어난 만능 미드필더였다면, 이런 장면에서의 위력이 더 높아질 여지도 있다. 그래서 늘 쟈카의 상위 호환을 원하지만, 쟈카 정도의 똑똑한 지능을 그대로 갖추면서, 기동력+공격력이 추가된 자원은 매우 드물며, 아스날이 구매하기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쟈카는 피지컬적인 한계는 명확하지만, 매우 휼륭한 환경maker이다.
2. 메짤라를 위한 환경 조성
[ 기본 틀 ]
메짤라(쟈카, 외데고르)를 위한 환경 조성의 기본 틀은 위와 같다. 여기서도 라카의 지원이 결정적인 요인인 셈인데, 또 한 번 상대의 2열과 결부된다.
티어니 환경 조성 목차에서의 틀처럼, 항상 비대칭으로 상대의 2열이 망가지게끔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식으로 상대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메짤라를 활용해 전개해야만 하는데, 이 때는 메짤라+라카 3명이 상대 2열의 4명 선수들 사이사이에 포진한다.
이렇게 되면 대인마크가 아닌 지역방어에서는 상당히 수비하기 애매해지는데, 일단 수비수 입장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다가, 간격을 좁히려다 보면 대형이 망가지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에는 아스날이 사이사이마다 포지셔닝을 잘해놓았기 때문에, 원볼란치 파티에게 쉬운 선택지가 3개나 주어진다.
그러나 이런 기본 틀이 이론적으로 보면 정말 쉬워 보이지만, 실제 경기장에서는 결코 녹록지 않은 전술이다. 특히나 이 방식은 톱의 경합능력이 상당해야한다. 순간적으로 따라오는 CB까지 고려한다면, 약 2~3명에게 순식간에 둘러쌓이는 셈이므로, 이를 정확히 리턴하는 것도 능력이다. 오바메양으로는 불가능한 지점을 라카제트가 해내는 것이기도 하고, 그만큼 라카제트는 433에 어울리는 톱임과 동시에 환경maker인 바, 필자는 라카를 쓰려면 애초에 기존 4231이 아닌, 433으로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고 말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433을 쓰기 위한 제로톱은 근본적으로 경합률이 높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그라운드 경합이든, 공중 경합이든 상관없다. 전자라면 라카제트처럼 버티면서 전개해주는 것이고, 후자라면 헤딩으로 넘겨줄 수 있다. 후자가 쉬워보이지만 헤딩의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단점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메짤라 활용은 라카제트라는 또 한 명의 훌륭한 환경 maker가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쟈카의 온더볼 한계를 라카제트가 어느 부분에서는 대신해주는 거나 마찬가지이며, 그대신 쟈카가 높은 위치에서도 훨씬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렇게 환경이 조성되면, 쟈카의 패스 실력은 위력을 발하며, 팀의 템포도 올라간다. 성공적인 메짤라(쟈카) 활용 장면을 보라.
[ 전제 ]
이 쯤되면,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메짤라 활용은 당연하게도 그 전제로 원볼란치 free 작업과 함께 진행된다. 센터백이 올라오면서 원볼란치에 붙은 선수를 잠시나마 떼어 내고, 그 틈을 타 전방 선수들이 리턴을 내주면서 free 상태의 원볼란치에게 연결하는 것이 전제라고도 할 수 있다.
[ 결과 ]
이렇게 원볼란치(파티)에게 free한 공간 및 환경을 조성하거나, 메짤라(쟈카, 외데고르)를 활용하기 위한 환경을 갖추어서 얻는 게 무엇일까? 그만큼 메짤라가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으면, 템포가 빨라지고, 그대로 밀고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대칭 235가 이루어진다.
눈썰미가 좋거나, 필자의 칼럼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오늘 경기에서 유독 대칭 235 형태의 공격이 자주 나왔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이는 메짤라가 자주 활용될수록 당연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렇게 간편하게 쭉 밀고 올라가면 대칭 235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만큼, 역습 저지 라인도 티어니-파티-화이트로 아주 안정적이다.
즉, 빌드업 or 전개 국면에서 대칭 235의 마무리 국면으로 전환되는 속도와 템포가 매우 빠르기에, 공격의 날카로움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
3. 윙포워드를 위한 환경 조성
윙포워드를 도와주는 장면들은 지난 칼럼들에서 워낙 많이 다룬 바 있으므로, 이번 칼럼에서는 몇몇 예시를 통해 간단히만 살펴보겠다. 대신 움짤에 설명을 최대한 자세히 적도록 노력했다.
[ 예시 1 ]
[ 예시 2 ]
[ 예시 3 ]
4. 종합 예시
지금까지 정말 많은 형태의 동료를 위한 환경 조성 case들을 각각 살펴보았다. 이러한 티어니를 위한, 메짤라를 위한, 윙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환경maker들의 활약 덕분에 아스날은 이번 경기를 원정임에도 아주 수월하게 풀어낼 수 있었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이들의 활약에 주목하였다.
솔직히 이런 식의 플레이는 동료를 빛나게끔 해주지만, 그만큼 눈에 아주 띄거나, 일반 축구팬들이 쉽게 행동 하나하나를 캐치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따라서 이번 칼럼을 여기까지 찬찬히 읽었다면, 읽기 전보다는 분명히 시야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편, 오늘 경기에서의 환경maker로 라카, 쟈카, 외데고르를 주목했지만, 사실 아스날 내에서 이들 저리가라할 정도의 환경maker는 로우다. 부상이 있었기에 관리도 필요하고, 라카가 톱선발로 자리잡고 외데고르의 폼이 올라오며, 마르티네리가 매경기 골망을 흔드는 바람에 최근에는 슈퍼 서브로 출장하고 있지만, 이런 똑똑한 플레이들을 하는 자원은 모두 팀에서 소중한 자원이다. 다만, 팀에 환경maker(보조자)들만 너무 과도하게 많아도 좋을 건 없다. 그런 면에서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 3~4명의 환경maker 수는 딱 적절해 보인다. 로우의 경우에는 마르티넬리가 가지는 득점력과 날카로움까지도 함께 가지는 방향성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추후 더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예시 장면을 하나 보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치 복습과도 같은데, 이 장면을 보면서, 기존에는 잘 보이지 않던 환경maker들의 똑똑하고도 헌신적인 플레이들이, 독자들의 눈에 쏙쏙 들어온다면 정말 좋겠다.
장면 1.
노리치의 2열인 1, 2, 3, 4번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포진하고 있다. 환경maker 외데고르는 직접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화이트에게 공이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조율한다.
장면 2.
화이트가 공을 받으니, 상대 1번이 붙는다. 화이트가 종으로 터치라인의 사카에게 전달하자, 외데고르는 본인 마킹 2번을 데리고 일부러 앞으로 뛴다. 그러면서 뒤를 가리키는데, 파티가 free 해지니 그쪽으로 횡패스를 하라는 뜻이다.
라카제트는 어느새, 3번 근처로 와서 본인을 마킹하게끔 만들었고, 쟈카도 4번을 티어니에게 떼어내고 유인하기 위해 중앙으로 들어온다.
장면 3.
사카가 지시대로 파티에게 횡패스로 연결했다. 파티는 상대 1열에서 직접 마킹하는 선수가 금방 붙었기에, 개인 능력으로 턴을 돌면서 탈압박에 성공한다.
이 상황에서, 2,3,4번에 대해 환경 maker들이 각각 붙잡아 두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장면 4.
파티가 탈압박하고 나오려 하자, 라카가 더 밑으로 내려오며 파티와 열을 맞춰준다. 이미 상대 2열의 1,2,3번은 물론이고, 1열까지 모두 아스날 골키퍼 기준 우측으로 과밀화(Overload)된 바, 반대 전환을 하기 위해 횡패스를 받기 위한 무브다.
파티는 재빠르게 라카에게 횡패스를 전달한다.
장면 5.
라카가 공을 받자, 3번과 4번 사이에 있는 쟈카 or 반대 측면에 있는 티어니에게로 패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4번 선수는 티어니 대신 쟈카에게 가는 패스길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대신 열리는 티어니에게 손쉽게 전환 패스가 이어진다. 티어니를 위한 환경 조성이 깔끔하게 돌아간 셈이다.
장면 6.
티어니는 받자마자 마르티넬리를 향해 전진 패스를 제공하고, 쟈카는 마르티넬리의 열을 맞춰주기 위해 올라간다. 윙포워드를 위한 환경 조성이다. 이렇게 열을 맞춰주면 마르티넬리는 쟈카에게 횡으로 패스하면서 원투패스를 할 수도, 또는 그냥 종으로 드리블 돌파할 수도 있는 선택지가 추가된다.
한 번 뚫렸던 상대 2열은 다시금 재정비하며, 열을 구축한다.
장면 7.
여의치 않자 백패스로 마갈량에게까지 다시 되돌아가고, 쟈카와 티어니는 자연스레 위치를 바꾼다. 상대 진영으로 넘어온 바, 가짜 3백을 할 때처럼 쟈카가 측면으로 내려오면서 4번을 유인하지만, 4번은 속지 않는다. 티어니는 이제 올라간 상태다.
장면 8.
그 사이에 마갈량은 홀딩과 패스를 한 번 주고받으며, 본인에게 붙었던 마크를 한 명 손쉽게 따돌린다.
한편, 가짜 3백이 여의치 않자, 쟈카는 빠르게 다시 3번과 4번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뒷걸음질 친다.
그리고 마갈량에게 앞으로 불 들고 전진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본인이 뒷걸음질 치면서 3번이나 4번을 후퇴시킬 테니, 마갈량이 앞으로 오면서 높은 곳에서 패스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쟈카의 뒷걸음질 덕분에 마갈량은 별 방해 없이 앞에 드리블칠 여유공간이 생긴다.
센터백은 전진 패스를 할 때 기본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볼을 보낼수록, 동료와의 거리가 가깝기에 실수가 줄어든다.
장면 9.
마갈량이 앞으로 나오자, 메짤라(쟈카) 활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라카가 다시금 2번과 3번 사이로 내려온다. 물론 이번에는 센터백을 달고 내려왔다. 그 덕에 중앙으로 이동한 마르티넬리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한편, 쟈카는 여전히 3번과 4번 사이에 있는데, 마갈량이 내려온 티어니에게 패스하자, 본인은 3번을 데리고 윙스페이스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취한다.
다들 알다시피, 마름모 패스길을 열기 위한 목적성을 가진 무브다.
장면 10.
쟈카의 움직임 덕에 마름모 패스길이 열리면서 마르티넬리에게 티어니의 패스가 도달한다. 라카가 센터백 하나를 달고 내려왔기에, 마르티넬리가 턴 동작으로 수비를 벗겨내거나, 위에 외데고르와의 연계가 가능했다면, 곧바로 득점 찬스가 가능할만한 장면이었지만, 아쉽게도 마르티넬리가 몸싸움에서 밀리면서 찬스로 이어지는 데는 실패한다.
일련의 환경maker들의 활약을, 움짤로 한눈에 관찰하며 복습해보자. 실제 경기로는 약 50초에 달하는 장면인데, 왜 쟈카, 라카, 외데고르 같은 선수들이 위아래로 엄청나게 왔다 갔다 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들이 있기에 아스날의 팀적인 완성도는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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