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분석] 아르테타 아스날과 펩 맨시티의 명승부Arsenal/Column 2022. 1. 3. 15:27반응형
새해 첫날 펼쳐진, 아스날을 이끄는 아르테타와 맨시티를 이끄는 펩 과르디올라 간의 사제 대결은 정말 명승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어트 앳웰이라는 심판이 12번째 선수로 활약하며 이들 간의 명경기를 얼룩지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경기 후에도 전술보다는 심판에 대한 언급이 더 많게 만들어버렸던 바, 필자는 소위 묻힌 듯한 전술적 대결의 핵심에 더 주목하고자 한다.
따라서 심판, 퇴장 조치, 그 외 PK 판정 및 선수 평가에 대한 사견들은 경기 리뷰 글에 몰아 작성하였고, 굳이 전술에 대한 부분은 이 별개의 칼럼에서만 다루기로 한 것이다.
비록 아르테타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현장에서 직접 코칭하지는 못했지만, 홈에서의 경기인만큼, 별도의 뷰를 제공받으면서 원격으로 에어팟 수석코치(스투이벤버그) 및 코치진들과 의사소통을 했기에 실질적으로는 상당한 입김이 그대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기 전 대비나 훈련 과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펩의 맨시티를 상대로 9연패를 당하고 있었음에도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구너들이 이번 경기에 유독 어느 정도의 희망을 가졌던 건, 일정 상의 체력적 유리함 등의 부차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현 아스날이 드디어 아르테타의 전술에 온전히 적응하고, 멋들어지게 구현해나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정도 아니고 홈이었던 만큼 지더라도 아스날이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 펼쳤던, 본인들만의 축구를 쫄지 않고 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실제로 아스날은 전반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 아마도 맨시티라는 리그 최강팀이자 세계 최상급 팀을 상대로, 아르테타 하에서 본 최상의 경기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러나 후반에 PK를 헌납하고 나서부터는 여러 심판의 영향 및 선수들의 감정적 요인들이 겹쳐지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던 전술 싸움이 다분히 감정적인 경기 양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 다룰 내용은 대부분 PK헌납 이후는 배제한 채, 그 이전의 전술적 싸움에 보다 집중하게 될 것임을 미리 밝힌다.
1. 전술 싸움의 기본 틀과 배경
상세히 들어가기에 앞서, 아르테타 아스날과 펩 맨시티의 전술적 싸움의 배경이 어떤 지에 대해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건 국면과도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일단 펩은 시티뿐만 아니라, 이전의 바르샤, 뮌헨 시절을 고려하더라도 In Possession 국면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다. 즉, 아군이 볼을 소유하고 주도하는 경기를 함으로써 그만큼 상대의 In Possession 국면을 최대한 제거해버리는 셈으로써 키워드는 주도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자연스레 그들의 공격 대부분을 Transition 국면이나 Dead Ball 국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펩시티가 기술적 우위와 우수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볼 자체를 잃어버리는 실수가 줄어들수록 트랜지션이나 세트피스마저 빈도가 줄어들게 되어, 마치 공격만으로도 수비를 동시에 하는 듯한 효과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아르테타는 어떨까. 펩의 제자로 알려진 만큼, 여러 부분이 비슷하지만, 의외로 주도권 자체에 과한 집착을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필자가 이해하는 아르테타의 키워드는 효율이다. 어느 한 가지 국면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In Possession, Out of Possession, Transition, Dead Ball 이렇게 크게 4가지 국면을 모두 골고루 상황에 따라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려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아르테타는 각 국면에 대해 정말 섬세하고, 꼼꼼한 플랜을 가지고 있고, 이를 소화해내고 이해하여 구현할 선수를 구성하고, 전술 색을 입히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펩을 상대하는 아르테타는 시티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오려고 다투기보다는, 자연스럽게도 In Possession을 제외한 나머지 세 국면에서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접근법을 취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데드볼 국면은 통제가 어려운만큼 이 칼럼에서는 제외한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아군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만큼이나 중요한 건, 적군의 효율을 줄이는 방법이다. 펩시티의 In Possession 국면에서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위 그림처럼 상대의 In Possession과 우리의 Out of Possession 국면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얽혀있다. In Possession이 빌드업, 전개, 마무리 국면 3개로 나눠지는 만큼, Out of Possession도 하이 블록, 미드 블록, 로우 블록 국면에서의 프레싱 및 수비 대처 3개로 나뉜다.
결국 In Possession 국면에 강점을 가지는 팀의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방해 및 저지하는 방법은 이러한 3가지 국면 중 어느 곳을 괴롭힐 것인가에 달려있다.
만약 빌드업 국면부터 확실히 방해하고 싶다면, 엄청 라인을 올려 하이 블록에서의 전방 압박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상대가 전개, 마무리 국면까지 도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상당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클롭의 리버풀이 펩시티를 상대로 종종 하는 대로 말이다.
한편, 소위 말하는 텐백은 마무리 국면에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방안이다. 로우 블록에 골키퍼 포함 11명의 선수를 두 줄로 때려박고 공간을 죽여, 상대가 마무리 국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공간을 활용하기 어렵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 혹자는 이를 안티 풋볼이라고 폄하하지만, 분명 전술적 도구의 일환으로써 독자적인 가치는 가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로우 블록에서의 대처는 필히 트랜지션이 매우 뛰어나야만 한다는 조건을 요구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볼을 탈취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너무 낮은 지역에서 뺏었기 때문에 상대 진영까지 트랜지션으로 넘어가 역습을 성공하는 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방에 엄청난 버팀목 공격수(옛날로 따지면 드록바, 최근 PL에서는 안토니오 유형)를 하나 놓고 기점으로 삼거나, 일전에 아르테타가 FA컵 준결승에서 맨시티를 잡았던 것처럼 오바메양 같은 스피드를 겸비한 뛰어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반면, 전개 국면의 효율성을 극히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빌드업을 넘어 상대가 우리 진영으로 넘어오는 경계 부근에서 제대로 대형을 갖춰 막기 시작하는 방법인데, 이런 미드 블록에서의 대처는 상대가 볼을 가지고 있음에도 쓸모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만든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 다른 장점은 하이 블록과는 다르게, 미드 블록에서는 리스크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하이 블록은 압박이나 탈취가 실패할 경우 위험해지는 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전략인 반면, 미드 블록은 상대의 전진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그대로 로우 블록 대형으로 변환하여 상대의 마무리 국면을 막으면 된다. 한결 리스크가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로우 블록에서 탈취하면 트랜지션 역습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길고 오래 걸리는 만큼 트랜지션 효율이 떨어지는 반면, 미드 블록에서 탈취에 성공하면 트랜지션의 효율도 하이 블록에서의 탈취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효율적이다.
따라서 효율을 중시하는 아르테타는 펩시티를 상대로 미드 블록에서의 대처, 즉 펩시티의 전개 국면을 방해하고, 동시에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이면서도, 트랜지션의 효과는 맛볼 수 있는 상당히 적절한 방식을 이번 경기에서 택한 것이다. (물론 미드 블록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지, 미드 블록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하이 블록과 로우 블록에서의 대처도 겸했다.)
이러한 전술 싸움의 기본 틀과 배경을 알고, 이해한 상태로 이하에서 검토할 구체적인 장면들을 보면, 경기가 더욱 재밌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르테타와 펩이 각각의 전략에 맞춰 어떤 식으로 대응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오갔는지 아래 목차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구체적인 공방 과정
당연히 실제 경기는 서순이랄 것 없이, 이리저리 국면을 왔다 갔다 하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지만, 이 칼럼에서는 보다 전술적 싸움에 대한 이해 편의에 중점을 두기 위해, 하이 블록→미드 블록→로우 블록 순으로 아스날의 대처 순서를 잡아두고 서술할 예정이므로, 이에 대한 혼란이 없길 바란다.
(1) 맨시티의 빌드업 VS 아스날의 하이 블록
비록 아스날이 이번 경기에서 라인을 미친 듯이 끌어올려 하이 블록 대처에 집중하여 맨시티의 빌드업 국면을 거세게 몰아세우는걸 1순위 방안으로 들고 온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편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맨시티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팀이 후방 빌드업을 편하게 한다면 전개, 마무리로 넘어가는 추진력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해할 점은, 최근 맨시티 역시 아스날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비대칭적인 빌드업을 가져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칸셀루가 워낙 좋은 선수이기도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LB로 아케가 나오면서 더 도드라지게 되었는데, 따라서 아스날은 대부분의 하이 블록 전방 압박을 맨시티 기준 우측, 아스날 기준 좌측으로 구성하였다.
1. 하이 블록에서의 아스날의 대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애초에 시티의 433 대형과 아스날의 4231 대형 포메이션이 겹치는 각자의 마킹 파트너에서 한 단계씩 도미노처럼 전진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2. 센터백 둘을 담당했던 라카는 디아스가 측면으로 빠지는 대신, 골키퍼 에데르송과 라포르테 둘을 견제한다. 외데고르는 그대로 본인의 마킹인 로드리를 철저히 따라다닌다.
3. 마르티넬리는 원래 RB 칸셀루 담당이지만, 하이 블록에서만큼은 RCB 디아스로 전진 압박하며 마킹 파트너를 바꾼다. 이렇게 마르티넬리가 시티의 측면 패스를 압박 트리거로 인식해 스타트를 끊으면, RCM 베나실을 맡던 쟈카는 한단계 전진해 칸셀루를, LCM덕배를 맡던 파티는 쟈카 대신 베나실을 담당한다.
4. 대신 덕배가 비게 되는데, 사카가 반대편에서 덕배와 아케를 둘을 동시에 견제하는 포지셔닝을 가져간다.
이제 실제 경기에서의 장면을 보자.
① 아르테타 공격
② 펩 방어 및 재공격
이에 대해 펩은 롱패스로 반격한다. 센터백은 물론이며 골키퍼 에데르송은 롱패스 능력이 출중하며, 이런 선수들을 후방에 배치하여 선수 구성을 한 것 자체가 펩이 상대에게 빌드업 국면을 방해받을 시, 이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시티가 이렇게 롱패스를 선택해 템포를 올리는 경우, 아스날이 하이 블록 압박을 위해 전방 선수들이 많이 전진해 있는 만큼, 중앙에서의 기동력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맨시티가 아스날의 하이 블록 압박을 넘어 롱패스를 성공시킨 아래의 두 장면을 보자.
그러나 결국 롱패스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지므로 펩이 중요시 여기는 주도권 및 소유권을 너무 쉽게 잃어버리기도 한다. 통제력이 숏패스만 하지는 않은 것이다. 특히 위에서 살펴본 의도된 롱패스가 아니라, 압박에 의해 강요된 롱패스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2) 맨시티의 전개 VS 아스날의 미드 블록
이 지점이 이번 경기의 분수령이자 메인 전쟁터였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아르테타는 아스날의 트랜지션 국면 전환으로의 효율성과 맨시티 전개 국면 저지의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미드 블록에서의 대처를 아주 꼼꼼히 준비해왔다. 워낙 중요했기에 이 목차에서의 설명은 다소 길어질 수 있음을 유의하라. 그러나 그만큼 재밌으니 꼭 찬찬히 읽길 추천드린다.
한편, 미드 블록에서는 좌측과 우측에서의 대처가 조금 다르다는 점을 먼저 필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오늘 맨시티는 칸셀루가 RB, 아케가 LB로 나온 만큼, 아스날은 당연하게도 맨시티가 아스날 기준 우측으로 전개하게끔 유도했다.
따라서 맨시티가 아스날 기준 좌측으로 전개할 때는, 완전히 대인 방어를 통해 패스길 자체를 막아버려, 맨시티가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하에서 살펴보겠지만, 하이 블록과는 달리 칸셀루를 버리고 디아스를 압박하러 나아가지 않는다)
반면, 맨시티가 아스날 기준 우측으로 전개할 때는 대인 방어보다는 패스 길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프레싱을 전개했다. 이렇게 되면 맨시티는 칸셀루 쪽과는 달리, 아케 쪽에서는 측면으로 전진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아스날이 강요한 루트다. 수비적으로도 화이트, 파티, 토미야스가 버티는 쪽에서 맨시티의 전진 패스가 이루어진다면, 아스날은 볼을 탈취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맨시티의 전개 국면에서의 효율은 극도로 낮아지는 셈이다.
1. 하이 블록에서 미드 블록으로 내려오면서 아스날은 4231에서 442로 포메이션을 변형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유를 포함한 이야기는 아스날 수비 칼럼에 있으니 참조할 수 있다. 한편, 이미 상기 언급한 이유에 따라, 맨시티가 칸셀루 쪽으로의 전진 전개는 어렵기 때문에 위 움짤은 맨시티가 아케 쪽으로 전진 전개 (사실은 강요된 것에 가까움)하는 과정을 담았다.
2. 디아스가 라포르테 쪽으로 넘기면 로드리를 대인 마크하던 외데고르가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주는 선수(라포르테)'에 대한 직접적인 방해를 가한다. 보통은 '주는 선수'는 크게 방해하지 않는 아르테타가 보다 적극적인 미드 블록 프레싱 형태를 취한 것이다. 대신 외데고르는 앞으로 튀어나가면서도 늘 로드리 쪽으로의 패스 길은 커버하면서 나간다. 해외에서는 Cover Shadow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로드리 쪽으로의 패싱은 허용하지 않고, 아케 쪽으로 넘기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3. 볼이 아케에게 넘어가면 사카는 뒤의 덕배를 의식하면서 외데고르와 마찬가지로 Cover Shadow를 이용해 패스 길을 방해함과 동시에 '주는 선수' 아케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다. 덕배는 마치 아스날의 외데고르처럼 측면으로 빠져서 패스를 받길 좋아하는 유형이다.
4. 이렇게 덕배로의 길이 사카에 의해 막히고, 로드리로의 외데고르에게 막히는 바, 아케는 선택지가 많이 제한되는데 여기서부터 경우의 수가 많이 생긴다. 위의 그림은 그 중 스털링을 찾아 전진패스하는 케이스다. 한편, 로드리가 움직이며 외데고르의 Cover Shadow를 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외데고르 대신 쟈카, 파티, 라카제트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받는 선수' 로드리를 따로 견제하게 된다.
5. 스털링이 공을 받으러 내려오면 토미야스가 '받는 선수' 스털링을 괴롭히며, 베나실이 협력하기 위해 내려오면 쟈카까지 같이 내려오고, 파티는 덕배에 붙어있는다. 이런 경우 로드리는 자연스레 라카가 견제하게 된다. 이렇게 아스날 기준 우측에서 토미야스, 파티 같이 피지컬과 수비력이 되는 선수들의 경합이 많아질수록 아스날의 미드 블록 방어 효율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이번에도 실제 경기 장면을 보면서, 아르테타와 펩의 공방을 분석해보자.
① 아르테타 공격
② 펩 방어 및 재공격
이러한 짜임새 있는 미드 블록 대형과 패스길 강요에 대해 펩은 하이 블록으로의 유인을 활용한다. 미드 블록에서는 442의 촘촘한 대형을 유지하고, 외데고르나 사카가 튀어나갈 시 대신 '받는 선수'를 커버해주기에 용이하므로, 아스날을 하이 블록으로 유인하면서 그 간격을 무너뜨리기 위함이다. 따라서 맨시티는 뒤로 슬슬 후퇴하면서 튀어나오는 외데고르나 사카에 대한 아스날의 커버 범위와 간격이 넓어지도록 만든다.
③ 아르테타 방어 및 재공격
이에 아르테타는 선수가 유인당하지 않고 제자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방어한다. 어차피 시티는 빌드업 국면을 넘어 전개 국면으로 넘어가야 마무리 국면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미드 블록에서의 대처를 유지하고 버텨도 문제가 없다.
방어에 성공하면 끝인가? 그렇지 않다. 아르테타는 트랜지션(전환)이라는 재공격 카드가 존재한다. 토미야스나 화이트, 파티가 있는 우측에서의 경합 상황을 이끌어내면 좋은 이유는 단지 수비에서만이 아니다. 결국 이들이 발밑과 패스 능력에서 아스날의 핵심들이므로 트랜지션으로 곧바로 전환하기에도 매우 용이하다. 위에는 쟈카까지 있다.
④ 펩의 재재공격
아스날의 미드 블록 대처가 워낙 좋았기에 펩은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재공격을 들어가는데, 아예 전개 국면을 생략하고 롱패스로 마무리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을 채택할 수 있는 것 또한 후방 자원(CB나 GK)들의 패싱 능력이 좋음을 밑바탕으로 한다.
이렇게 롱패스로 전개 국면을 생략하는 이론적 발상은 좋으나, 실제 경기에서 구현에서 선수들의 롱패스 정확도가 숏패스만큼 일정하진 않다. 따라서 위와 같이 같은 방식임에도 맨시티는 소유권을 잃어버리는 일이 다른 경기들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롱패스 역시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패스가 들어간다면 곧바로 아스날의 트랜지션(전환) 국면으로 변환되는 바, 아스날이 재공격을 감행하기도 편리해졌다. 게다가 보통 맨시티가 롱패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대각선 반대 전환을 이용하므로, 그전에 과밀화(Overloaded)를 전제 작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상태에서 공간이 넓은 반대쪽으로의 롱패스 전환을 시도하다가, 그대로 볼을 잃어버리면, 이번에는 반대로 아스날이 그 넓은 공간을 활용하게 턴을 내주는 셈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⑤ 펩의 재재재공격 - 선수 로테이션 및 유인
이렇게 여러 방식이 먹혀들지 않자, 펩은 재재재공격(즉 3차 공격)을 감행하는데, 여기서부턴 매우 고난도 전술이라 할 수 있으며, 맨시티 정도가 왜 완성도가 높은 강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러나 의외로 필자의 칼럼을 꾸준히 봐온 아스날 팬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는데, 최근 들어 아스날 역시 활용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며, 이에 대해 이미 여러 분석 칼럼에서 다룬 바 있다.
여기서도 핵심은 선수 로테이션 및 유인이다. 먼저 전자부터 보자. 스털링이 왜 오프 더 볼 측면에서 훌륭한 선수인지 아래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그다음 베실바의 유인이다. 현재 맨시티에서 베실바가 에이스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어디에 포지셔닝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측면, 중앙, 후방, 전방 여기저기를 다 들쑤시며 돌아다니는데,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베실바가 중앙에 있을 땐 쟈카, 측면으로 빠지면 마르티넬리가 바톤터치를 이어받으며 마킹 체인지를 함으로써 나름 잘 억제하였다. 그러나 베실바가 횡이 아닌, 종적으로 움직이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⑥ 아르테타의 재재공격
그러나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덕배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스날의 화이트, 토미야스, 파티로 이루어지는 우측 선수들의 컨디션이 워낙 괜찮았다. 따라서 위의 베실바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덕배의 턴오버가 종종 나왔고, 이런 턴오버는 아르테타 아스날의 트랜지션 국면으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위의 베실바가 덕배에게 공을 준 장면이 턴오버로 이어지며, 아스날은 선제골을 기록하게 된다.
아래의 움짤로 확인해보자.
⑦ 펩의 파이널 공격 - 제로톱
계속된 공격이 실패로 이어지자, 펩은 제로톱의 보조까지 꺼내 들게 되는데, 이것 역시 아스날이 최근 라카 톱 변환 이후 433 기반에서 자주 사용하는 형태다. 가장 최근의 환경maker 칼럼에서도 이를 상세히 다루며 라카제트의 역할을 조명한 바 있다.
여기서도 시티의 제수스가 라카제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데, 지난 환경maker 칼럼에서처럼 아스날의 442 중 2열 선수 4명을 각각 1,2,3,4번으로 지정할 때, 제수스는 2,3번 사이로 내려오면서 좌, 우 메짤라를 보조하고 센터백을 유인한다. 직접 아래 움짤로 살펴보자.
더 나아가 LB(아케 : 아스날에서는 티어니)를 올리고, 스털링이 마치 아스날의 마르티넬리처럼 제로톱을 겸하는 역할까지도 이용하는데, 이것 역시 최근 아스날이 자주 활용한 형태다. 얼마나 비슷한지, 그리고 이전의 칼럼들을 통해 자신이 이미 이해하고 있다면, 얼마나 잘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다.
아래의 움짤은 이러한 스털링 제로톱 + 베실바의 유인까지 겸비한 맨시티의 종합 공격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아스날이 어떻게 적절히 방어해냈는지 보자.
(3) 맨시티의 마무리 VS 아스날의 로우 블록
위의 (1), (2) 번에서 검토한 대로,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맨시티가 마무리 국면까지 함부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또 본인들은 로우 블록에서 수비할 상황이 최대한 없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럼에도 맨시티가 워낙 강하고 뛰어난 팀인 만큼, 결국 위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마무리 국면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하였다면, 아스날은 기존의 로우 블록 수비 방식을 고수하며 단단한 포백과 램스데일이라는 골키퍼의 능력을 신뢰하는 형태를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의 공격 로테이션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아스날이 수비 로테이션으로 틀어막는가가 관건이었는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이런 로우 블록에서의 수비 로테이션에서 아스날이 쟈카의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건 위 움짤과 같은 형태다. 티어니가 한 명을 마크하러 튀어나가면, 그 기존 LB 자리를 마갈량이 대신하고, 쟈카는 마갈량이 서 있던 CB 자리로 내려가 커버하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티어니는 다시 복귀하면서 딥 하프스페이스를 커버하며, 이 취약점 딥 하프스페이스는 마르티넬리와 함께 도움 수비를 통해 극복한다.
이 로테이션이 그나마 괜찮은 이유는 쟈카가 CB이기 때문에 맨시티 선수들과 질적으로 일대일 대결을 펼칠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센터백이 더 불안하지 않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로우 블록에서 센터백은 아스날 수비 칼럼에서 말했듯이, 토미야스-화이트와 함께 3백 블록을 형성하기 때문에 일대일보다는 블록의 힘을 빌려 협력 수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중요한 건 제공권 정도겠으나 쟈카는 기본적으로 키나 공중볼이 아주 약하지는 않으므로 괜찮다.
대신 이러면 상대와의 일대일은 유사 LB로 나서는 마갈량이 담당하게 된다. 마갈량은 다들 알다시피 굉장히 단단함을 뽐내는 유형인만큼 상대 윙포워드 or 메짤라와의 경합 및 드리블돌파 저지가 훌륭하다.
그렇다면 아스날이 PK를 헌납해 실점한 로우 블록 장면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다. 수비 로테이션이 위와 같이 이상적인 형태로 되지 않았다. 작은 움짤이라 안 보일 수도 있겠지만, 티어니가 튀어나가자 마갈량이 쟈카에게 손짓하며 커버하라고 지시한다. 여기서 아까처럼 마갈량이 직접 튀어나갔어야 했다 ㅠㅠ 마르티넬리는 칸셀루를 마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커버를 가기에 애매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쟈카가 결국 LB자리를 커버하는 셈이 되었으며, 이는 쟈카의 기동력 단점을 거의 극대화시킨다고 할 정도로 좋지 않은 로테이션 형태가 되어버렸다. 강팀을 상대로는 로테이션이 꼬이더라도 LDM에 기동력이 좋거나 일대일에서 피지컬적으로 열위에 놓이지 않는 선수가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결국 쟈카는 베실바와의 일대일 승부에서 질적 열위를 동반하며 PK를 헌납하였다. 이렇게 지금까지 살펴본 하이 블록, 미드 블록에서의 엄청난 지략 싸움이 로우 블록에서 한 선수의 단점이 동반되는 수비 로테이션 형태를 통해 이토록 아쉽고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잘 싸웠던 만큼 아스날 팬들의 실망감도 컸던 것 같다.
이후 퇴장까지 겹치면서 아르테타 아스날과 펩 맨시티의 전술 대결은 60분을 끝으로 조기 마감되었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칼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독자라면, 그만큼 아스날의 발전을 오롯이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기의 아쉬움이 언젠가 있을 미래 승리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길 바라며, 필자도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머금은 채 이번 칼럼을 마친다.
반응형'Arsenal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유전으로 보는 22/23 아스날 전술의 핵심 키워드 : 비대칭 (61) 2023.01.26 [경기 분석] 팀 동료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라 (32) 2021.12.28 [경기 분석] 아르테타의 433이 작동하는 방식 (32) 2021.12.20 [경기 분석] 완전체에 한 발 더 다가선 아스날 (28) 2021.12.16 [경기 분석] 새로운 틀을 준비한 아르테타 (32)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