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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날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과 근거 : 포지셔널 게임
    Arsenal/Column 2021. 11. 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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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스날 훈련장의 모습

    최근 필자는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공간 이해도를 필수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르테타 감독이 다름 아닌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를 중시하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개된 아스날의 훈련 영상을 보더라도, 위와 같이 기존의 기본 축구장과는 달리, 선으로 여러 공간을 분할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공간들을 세분화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선수들이 특정 공간에서는 특정 역할을 하도록 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훈련은 물론, 실제 경기장에서까지 구현하여 상대적으로 타 팀에 비해 단련된 상태로 우월함을 지니기 위한 방법이다.

    이러한 공간 활용은 현대 축구에서는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펩을 필두로 하여, 전술적 역량이 있다 싶은 다수의 감독들이 포지셔널 플레이를 선호하는 걸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포지셔널 플레이로 대변되는 공간활용에 대해 너무 이론적으로 깊숙이 파고들진 못하더라도, 아르테타가 왜 포지셔널 플레이를 선호하는지, 그 기초적인 활용 방법과 논리적인 구조의 근거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1. 포지셔널 플레이의 기초 - 공간의 주도적 활용


     

    위 그림은 아스날 훈련장의 구획을 따라 그대로 그려본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구획으로써, 이것보다 더 세부적으로 나눈 것도 존재하지만(예를 들어 1번 공간을 또 3분할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이전 칼럼에서 하프 스페이스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을 완료했기에, 적어도 양 쪽 가장 끝 공간인 Wing Space, 그리고 중간의 Half Space, 가운데의 Central Space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칼럼을 진행할 것이다.결국 현대 축구는 공간 활용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적 우위라는 것 역시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적용되는 것이고, 질적 우위 역시 예를 들어 2번 공간에서 우리 팀의 에이스 드리블러vs상대 팀의 수비 구멍이 1대1로 맞붙게 되었을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 전술의 기본 중 기본인 빌드업과 그 외 Overload, 측면 전환, 세컨볼 경합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선수를 배치(포지셔닝)하느냐가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1) 아르테타가 2-3-5를 기본 대형으로 활용하는 이유

    사실 축구를 공간으로 보는데 익숙해진다면, 위의 구획을 보고, 아르테타 아스날의 기본 대형을 떠올릴 수 있다. 아무리 아르테타가 여러 대형을 실험해봤다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뼈대이자 공격 시 기본 구조는 결국 2-3-5 다. (상대나 상황에 따라 3-2-5가 되기도 하지만, 아주 큰 차이는 없음)

    그렇다면 아르테타는 왜 2-3-5를 (공격 시) 자신의 주요 기본 뼈대로 선택했을까?

    아르테타가 2-3-5를 즐겨쓰는 이유

    아스날에 적용된 2-3-5를 앞서 살펴봤던 기존의 구획에 그대로 적용해보자. 어떤가?

    답은 분배에 있다. 편의상 상대팀은 제외했지만, 아스날 선수들 11명의 배치에 주목해보자.

    구획에 따라 나뉘는 12개의 공간 중 12번 공간(상대 페널티 에어리어)을 제외한 모든 11개의 공간을 아스날 11명의 선수가 각각 1개씩 모두 점유하고 있다. 

    즉, 아르테타가 2-3-5를 애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간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말이 된다. 논리적으로 11명의 선수가 12개의 공간 중 11개의 공간을 점유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을까?

    이쯤 되면 포지셔닝(위치 선정)이 왜 현재 아스날에서 가장 중요한 key point 인지 와닿게 된다. 특정 선수가 훈련했던대로의 공간을 점유하지 못한다면, 대형이 쉽게 망가지고, 공간 효율성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key point는 로테이션(rotation)이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결코 한 위치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물론 터치라인 부근의 측면 선수는 전술의 일환으로서 고의적으로 가만히 있어 상대 수비수를 묶어두기도 한다-소위 pinning) 

    따라서 한 선수가 움직인다면, 다른 선수도 이에 반응해 움직여줘야하며, 이러한 유기적인 선수간 공간 전환이 물 흐르듯 이어져야만 한다. 이를테면, 로우가 윙스페이스로 빠진다면, 누노 또는 오바메양이 원래 로우가 있던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채워주는 식으로 말이다. 여기서 누노가 채워 주었다면, 단순히 로우와 누노의 스위칭 형식에 그치겠지만, 오바메양이 채워 주었다면, 오바메양이 점유하던 센트럴 스페이스로 라카가 올라와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라카가 올라가면 가장 아래 윙스페이스에 있던 사카가 그 자리를 대체해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미노 형식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공간 활용이다.

    이하에서는 도미노 형식으로 중첩되는 선수들의 유기적 포지셔닝 전환 속에서 이루어지는 효과들을 살펴보겠다.

     


    2. 유기적 포지셔닝을 통한 부수적 효과


     

    (1) 후방 빌드업 과정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자주 취하는 형태

    위 그림은 최근 아스날 경기를 본 구너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장면일 것 같다. 후방 빌드업을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할 때, 골키퍼 포함 기존 4백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넓게 펼치는 학익진 같은 형태다.

    이렇게 펼치는 첫 번째 이유 역시 공간 활용이다. 위 그림에서 빨갛게 칠해진 공간은 아스날 후방 자원 5명이 완전히 점유하게 되며, 상대가 전방 압박을 실행할지라도, 빨간 공간처럼 너무 깊숙한 부분까지 다 커버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 앞선의 삼비, 파티 등에게 너무나 쉽게 공간을 내주어 공이 전진하는 것을 방해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도와주게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적 우위다. 이것도 공간활용과 연관은 있지만 편의상 분리해 살펴보자. 그림의 검은 네모를 보면, 모두 아스날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골키퍼를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왜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중요한지, 그리고 아르테타가 왜 레노라는 준수한 선방 능력을 갖춘 골키퍼를 넘어, 발밑이 안정적인 추가 골키퍼에 욕심을 냈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위의 다른 검은 네모도 마찬가지다. 측면에서도 언제든지 위에 위치한 로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하프 스페이스에 삼비까지 있기 때문에 그림에서의 상대 윙어 11번 선수는 3명의 선수에 갇히게 되어 마치 훈련 중 론도 상황처럼 장난감이 된다.

    세 번째 이유는 볼의 순환이다. 이렇게 위치를 넓혀 포지셔닝하면 '공은 발보다 빠르다'는 명제 하에 체력적으로 우위에 서며 볼을 돌릴 수 있다. 만약 위의 검은 네모를 지원하기 위해 상대 8번이나 6번 선수가 지원을 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이 기껏 하프스페이스까지 올라오면 아스날은 패스 2~3번으로 누노로부터 반대 토미야스까지 볼을 전환시킬 수 있다. 이렇게 자리에 가만히 서서 볼을 실수 없이 돌리면서 체력을 세이브하고, 좌우를 돌려가면서 상대 선수들의 위치에 따라 공략 위치를 선택(좌,우,중앙)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도권과 선택권을 쥐는 축구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2) 전개 과정

    ① 더블 윙 스페이스 점유

    나일스가 측면으로 빠져 누노와 윙스페이스를 더블로 점유하며 Overloaded 상태 유발

    이번에는 전개 과정에서 아스날이 2-3-5 또는 3-2-5로의 전환하는 시점을 보자.

    필자는 왓포드전 간단 리뷰에서 나일스에 좋은 평가를 내리면서, 그의 포지셔닝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몇몇 아스날 팬들은 나일스의 다른 부분에 비해 위치선정은 아쉬웠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는데, 필자는 이를 의도적인 아르테타의 지시로 보았고, 나일스는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했다고 본다.

    그림에도 일부러 나일스가 윙스페이스로 빠진 상태를 구현하였다. 이런 상황은 흔히 누노와 함께 나일스가 윙스페이스를 둘이 나눠가지면서 Double Width를 가져갔다고 칭해진다. 이렇게 윙스페이스를 굳이 미드필더가 올라가서 더블로 점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는 의도적인 공간 중첩도 있다. Overloaded(과밀집, 과부하) 상태를 유발하는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중첩적으로 윙스페이스를 2명의 선수가 점유하면서 비효율을 띄어, 상대조차도 비효율의 방향을 유도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나일스-누노와 그를 받쳐주는 하프스페이스의 로우를 견제하기 위해 상대팀(현실에서는 왓포드) 4명의 선수는 블락(Block)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면 로우는 8번 또는 4번 선수를 언제든지 유혹할 수 있고, 심지어 로우가 움직인다면, 이와 더불어 센트럴 스페이스에 있는 오바도 위의 하프 스페이스로 유기적 움직임을 이어 가져 가며 3번 선수까지도 유혹할 수 있다. 이런 각종 유인들로 인해 아스날은 물론이고, 상대팀까지 공간의 비효율이 전염되는데 이렇게 형성된 Overloaded(과밀집, 과부하) 형태는 필연적으로 반대 측면 공간에서의 Underload(저밀집, 저부하)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그림에서도 나일스의 의도적 윙스페이스 점유로 인한 부수적 효과로서 빨간 공간 2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와 오른쪽 윙스페이스)가 매우 크게 열린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서는 나일스를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최근 아스날에서 스미스로우가 겸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괜히 맨날 아래 측면으로 빠져서 공 받아주는 게 아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이렇게 비효율을 전염시킨 상태에서 아스날은 여전히 볼을 점유하여 주도권을 가진채로, 3가지 선택권을 손에 쥐게 된다. 왓포드와의 경기를 예시 삼아 ㄱ,ㄴ,ㄷ로 경우의 수를 나눠 보자.

    ㄱ. 1~3번의 짧은 패스로 반대 전환

    로우→토미야스→라카

    실제 아스날의 선택들을 움짤로 직접 볼 수 있다. 이 장면은 나일스가 올라가 누노와 더블로 윙스페이스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로우도 추가적으로 더 내려오고, 삼비까지 로우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 여기서는 누노-나일스가 의도적 중첩1, 삼비-로우가 의도적 중첩2다. 몇 개의 중첩이 이뤄지든 크게 상관은 없다. 결국 반대편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건 같다.

    토미야스의 앞공간을 보라. 고속도로보다 넓게 뚫려있다. 이제 이 넓은 공간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것은 토미야스-라카-사카 우삼각편대의 몫이 된다.

     

    ㄴ. 1번의 롱패스로 반대 공간 빠른 전환 및 활용 

    마갈량→사카(실패)

    비록 마갈량의 롱패스가 실패하긴 했으나, 사카와 라카 쪽의 반대편 하프스페이스&윙스페이스가 얼마나 넓게 벌어져 있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는 스미스로우와 나일스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있는데, 이 정도로 현재 아스날은 선수 간 스위칭이 활발하다. (로우와 누노가 더블 윙스페이스 점유, 나일스가 하프스페이스)

    이 방식은 곧 롱패스 능력을 가진 쟈카가 애용되었던 이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쟈카 역시 왼쪽 윙스페이스로 자주 빠지는 모습을 보였던 걸 기억하는 구너들이 많을 것 같다.(특히 3백 사용하던 시절). 뿐만 아니라 롱패스가 좋은 유형의 LCB 마리, 마갈량을 영입한 이유기도 하다.

     

    ㄷ. 앞 공간이 넓어진 센터백이 자유롭게 전진

    나일스 덕택에 화이트에게 드리블 공간이 생김→드리블 시작하는순간 나일스가 터치라인으로부터 본래 중앙 자리로 슬금슬금 복귀
    화이트의 드리블은 또 다른 밀집을 유도→화이트가 드리블하면서 이번에는 오히려 왼쪽의 스미스로우 앞 하프스페이스가 상대적으로 벌어짐→로우는 그걸 벌써 파악하고 화이트에게 손을 들어 패스를 요청

    벤 화이트가 센터백, 풀백을 겸하면서 전진 드리블에 생각보다 강점이 있다는 소식은 영입 전에는 아스날 팬들이 의아해할 만한 뉴스였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왼쪽 비대칭 overload 전술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사용해온 아스날에게 RCB의 드리블 능력은 의외로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드리블 이후에는 첫 움짤처럼 그대로 오른쪽 활용 방안 찾을 수도 있겠고, 또는 다시 본인의 드리블로 상대를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유인하며 왼쪽 활용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실제 경기에서는 벤 화이트가 드리블을 멈출 구간을 찾지 못하면서 둘러싸인 수비수에 의해 후속 연결을 실패하긴 했으나, 위 움짤에서 목격할 수 있듯, 벤 화이트의 이러한 드리블을 또 다른 밀집을 유도하고, 충분히 그 틈에 상대적으로 벌어진 공간에 적절한 후속 패스만 연결한다면 아주 좋은 공격 전개 루트로써 자주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아스날은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대니 로즈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 의도적인 감독의 지시 하에 ㄱ,ㄴ,ㄷ 경우의 수를 모두 활용하며 오른쪽 공격에 무게를 두었다. 나일스의 포지셔닝을 오히려 리뷰에서 칭찬한 것은 이런 연유에 의한 것이다.

    왓포드 전에서 오른쪽을 집중 공략한 아스날
    아스날의 의도적인 중첩이 드러나는 평균 포지션 (왼쪽에 누노-나일스-로우가 밀집하면서, 오른쪽 라카-사카-토미야스 공간이 많이 났다)

     

    ② 싱글 윙스페이스 점유

    좌우 측면 윙스페이스를 싱글로 점유하여 상대 측면 선수를 같이 pinning(고정)시킨 상태

    다음은 좌우 윙스페이스를 싱글로 각각 1명의 선수가 점유하는 경우의 차례이다.

    앞서 계속 2-3-5를 토대로 이야기를 주로 진행했으나, 다수의 아스날 팬들이 이미 알고 있듯, 3-2-5 역시 현재 아스날에서는 자주 나오는 형태이다. 그러나 이쯤 글을 읽었으면 눈치챘겠지만, 사실 포메이션의 변화라기보다는, 공간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아스날 선수들의 끊임없는 유기적 움직임들이 그러한 형태의 변화를 외관적인 결과로써 드러내 보일 뿐이다. 

    Pinning(고정)이란 핀으로 옷을 고정시키는 행위와 동일하다. 각각 터치라인에 붙어 자신과 함께 상대 측면 자원을 하나 묶어두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의 간격을 강제적으로 넓힐 수가 있다. (상대가 측면으로 벌려주지 않으면, 프리맨 상태가 되는 누노, 사카한테 공을 쉽게 연결하면 된다)

    상대가 아스날의 의도대로 간격을 벌려 포진하게 되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중앙 쪽의 공간이 넉넉하게 생긴다. 뿐만 아니라 상대가 특별히 중앙에 힘을 주는 포메이션을 하지 않는 이상, 검은 네모 박스 안에서 나일스-삼비-로우-라카 4명이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이때 로우나 라카 같은 연결고리 자원들은 최대한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중앙 미드필더들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 또한 후속 동작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넓어지고 수적 우위를 가진 중앙으로 볼을 전개하면, 상대는 pinning(고정) 상태를 풀고, 중앙을 지원하게 된다. 그러면 그 순간, 누노or사카는 프리맨이 되며 측면 공격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싱글 윙스페이스 상황에서 pinning을 하지 않는다면 측면은 너무 쉽게 뚫린다

     

     

    (3) 공격 과정

    완전한 공격 상태에서의 형태

    하프코트를 넘어가 완전히 공격 상태가 되면, 위와 같은 형태를 띠게 된다.

    먼저, 공격진의 숫자는 왜 5명인가? 상대 수비를 기본적인 4백으로 가정했을 때, 맨 앞 1선에서의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5vs4의 구조에서 아스날 선수들은 어디서든지 마음만 먹으면 2대1로 상대를 요리할 수 있는 기초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물론 상대가 3백을 위시한 5백을 구사하더라도, 같은 숫자라면 수비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때에는 로테이션(rotation)을 통해 상대를 끌어내는 미끼 움직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한편, 앞선 이외에 그 뒷 선도 살펴볼 가치가 있는데, 2선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1차 역습 저지선의 역할을 한다. 예전의 벵거나 지금의 펩처럼 경기를 지배하는 형식의 1차적 발상은 상대 진영에서 볼을 다시 탈취하여 지배 시간을 연장시키는데 의의가 있다. 굳이 탈취하지 못하더라도, 라인을 끌어올려 1선을 5명으로 가져간 이상, 역습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적어도 시간 지연 or 의도적인 반칙으로 극복할 필요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2선은 1선의 공격을 뒷받침하는 임무도 가진다. 특히 측면을 뚫을 때는 나일스나 토미야스가 각각 좌삼각편대, 우삼각편대로서 조력하기도 하며, 또는 이른바 측면에서의 컷백 크로스를 뒤늦은 침투나 중거리슛으로 받아먹기에도 용이하다. 게다가 크로스 능력이 좋다면, 1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압박을 덜 받는 위치에서 얼리 크로스 방식으로 공격을 지원할 수도 있다. (왓포드 전의 경우에도 측면 골라인 근처까지 다 뚫고 올리는 크로스보다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서의 얼리 크로스 형태가 더 많았다. 특히 공격적으로 많이 가담하지 않던, 토미야스가 슬슬 이런 방식으로 공격 지원에 가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후방 라인 센터백 2명은 최후 저지 라인이다. 상대의 역습 롱패스를 공중볼로 따내거나, 앞의 2선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최소한 시간 지연은 성공시켜야 한다. 최후방 라인이므로 오프사이도 트랩 활용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공간 분배와 활용을 기초로 하는 아르테타의 포지셔널 플레이는 점차 아스날 선수들에게 익숙해지며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아직 언급한 모든 부수적 효과들을 완벽하게 누릴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점진적인 발전 방향 또는 그들이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 정도는 이제 팬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미래를 위한 리빌딩의 목적은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이기도 하다.

    다만, 그간 많은 부침을 보여준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팬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10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명확한 상대적 강팀을 거의 만나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당장 앞두고 있는 리버풀 원정에서 뭔가 보여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비록 패배하더라도, 나아진 모습이나 방향성의 명확화, 졌잘싸로 대변되는 경기력을 펼친다면 앞으로의 아스날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가능성이 있다. 

    흐름이 나쁘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오바메양이 3골을 사실상 말아먹는 경기는 오바메양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동료들의 멘탈이 터지면서 정말 어이없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패배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일단 왓포드 전에서 이전과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고 끝내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은 다소 생소하면서도 기분 좋은 결과였다. 이 흐름을 이어나가길 바라며, 이번 칼럼을 마무리한다. 추후 칼럼에서는 실제 아스날 선수들이 공간 분배 및 로테이션을 통한 유기적 포지션 전환을 경기 중에 어떻게 구사하는지에 대해 다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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