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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분석] 아르테타의 433이 작동하는 방식
    Arsenal/Column 2021. 12. 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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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이전부터 아르테타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433일 것이라고 줄곧 예상해왔다. 그러나 아스날의 선수단은 지난 몇 년간 433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바메양을 톱으로 쓰는 이상, 실제 아르테타의 아스날에서는 딱히 볼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오바메양의 징계와 더불어, 라카제트 톱의 활용, 그리고 마르티넬리의 성장과 외데고르의 하드워커 기질은 최근의 아스날이 433을 자주 혼용하게 만들고 있으며, 상대의 압박에 대한 탈압박을 비롯해 좋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 또 하나의 경기 분석을 따로 적는 이유는, 일전의 부수적인 혼용 포메이션이자 전술 간 로테이션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변형을 통해 활용하는 식에 가까웠던 433을 이번 경기, 특히 전반에서만큼은 온전히 메인 전술로 사용했을뿐만 아니라, 아르테타가 433을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 좌우 공격을 전개하는지, 그 방법론에 대한 많은 힌트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 분석 칼럼에서는 오직 전반을 위주로, 특히 아르테타가 433을 활용했던 방법론에 집중하여 살펴볼 예정이므로, 리즈전에서 추가적으로 다룰만한 기타 주제(트랜지션 국면에서의 발전, 전방 압박 및 수비, 실점 장면 분석 등)에 대한 간단한 분석과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간단 경기 리뷰글에 따로 나누어 작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리즈 전에 대한 감상평과 여러 잡설들도 리뷰 글에 몰아넣었다.

    워낙 다룰게 많아, 마치 분석 1,2처럼 편의상 글을 나눈 만큼, 2개의 글을 꼭 함께 보길 바란다. 일정이 타이트해서 리뷰나 분석을 꾸준히 하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은데, 계속 매경기마다 글을 2개씩이나 쓰게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최근의 아르테타와 아스날이, 그만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이하에서는 아스날이 전개 및 마무리 국면에서 433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좌, 우 공격 방향으로 분류하여 상세히 검토하겠다.

     


     


    1. 접근 방식 및 목표 설정


    일단 리즈전에서 비엘사 감독은 극단적일 정도의 대인 마크를 가져갔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아르테타가 433을 적극 이용한 것이니 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리즈의 미드필더 2명이 각각 외데고르와 쟈카를 지겹도록 밀착 마크했다는 점이다.

    리즈의 일대일 대응 마크는 아스날의 좌,우 전개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아스날이 우측으로 전개할 때는 그림에서의 1번 선수가 화이트를, 2번 선수가 마갈량을 마크한다. 반면 좌측으로 전개할 때는 2번 선수가 티어니를, 1번 선수는 화이트 대신 마갈량을 마크했다. (물론 1번과 파티 마크하는 선수 간 스위칭이 종종 일어나지만 복잡하므로 생략하고 보자)

     

    한편, 433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에 앞서,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리즈전에서 공략하고자 한 공간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목표 설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왜 그런 접근 방식을 가져갔는지 이해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보기 편하게 위 그림에서 파란색 공간으로 표시해놓은 것처럼, 1,2,3번의 세 공간이 이번 경기 아스날의 주요 목표이다.

    꼭 이번 경기가 아니더라도, 아스날은 위 1번(채널), 2번(포켓), 3번(좌측 윙스페이스) 공간을 많이 창출할수록 좋다. 즉 집중 공략 대상이라는 말이다. (아르테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이 공략해야 할 공간을 잘 공략했다며 칭찬한 바 있다)

    이는 선수 구성 면에서도 말이 된다. 오른쪽의 사카, 외데고르 같은 선수는 좁은 공간에서도 드리블을 통해서든, 또는 패싱을 통해서든 풀어 나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토미야스는 텐백을 부수기 위해 화이트가 올라오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인버티드 풀백으로서 지원 및 보조와 역습 저지선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므로, 오른쪽 윙스페이스는 여러 모로 공간 창출이 필수적이진 않다.

    다만, 1번과 2번 공간은 사카와 외데고르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왼쪽 선수들에게도 필수적이다. 좌측 선수들의 면면을 보자. 마르티넬리 역시 좁은 공간에서 헤매기만 하는 선수는 아닐지언정, 분명 세밀한 드리블보다는 다소 투박한 우당탕탕 형식의 드리블에 가까우며, 스피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앞에 공간을 요하는 유형이다. 위 그림에서 1,3번은 마르티넬리를 위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쟈카는 어떤가. 좁은 공간에서 본인의 단점이 싹 다 드러나는 스타일의 대표주자다. 티어니 역시 다재다능하지만, 결국 공격에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앞 공간이 열렸을 때 치달 후 크로스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스날의 주요 골자인 비대칭 2-3-5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3번 공간이 필수적이다. 우측의 토미야스와는 사뭇 다른 지점이다. 또한 외데고르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끔 톱에서 주로 좌측으로 움직이도록 동선이 조절된 라카제트 역시 마찬가지다. 제로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2번 공간이 나야만 한다. 

    이렇듯, 아스날의 우측의 사카, 외데고르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좌측 선수들은 보통 공간을 필요로 하고, 공간이 창출될수록 본인들의 장점이 발현되기 용이한 선수들로 현재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팀의 주 플레이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외데고르는 왼발잡이다. 1,2,3번의 공간을 창출하기에 전체적으로 상당히 적합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라카 톱 이전의 아스날이 좌측 편대를 Overload(과밀화)시키고 우측 공간을 창출하여 사카에게 아이솔레이션 시키던 방식에 많이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라카톱 이후에는 좀 더 좌우 밸런스가 맞게 되어, 이젠 우측 과밀화 이후 넓어진 좌측 공간 활용 빈도 역시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아스날이 후방 빌드업을 주로 오른쪽으로 하면서, 전개 과정에서 외데고르 쪽을 거쳐, 마무리는 왼쪽의 마르티넬리 부근으로 이동하여 이루어지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말이다.

    이런 면면을 살펴본다면, 아르테타가 결코 본인의 정해진 틀에 선수를 껴맞추기만 하는 감독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된다. 필자도 오랫동안 자신의 틀에 껴맞추기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르테타를 조금씩 다르게 보고 있다. 실제로 아르테타는 선수들이 자신의 틀을 이해하고 따라와 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 틀 안에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선수에 맞춰, 본인의 틀에 변화를 주는 방향이다. 이번 경기 역시 그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 중 하나였던 셈이다.

    톱에는 오바 대신 라카, LW에는 로우 대신 마르티넬리, AM에는 라카 대신 외데고르, LCM에는 삼비 대신 쟈카, LB에는 누노 대신 티어니가 들어오면서 이에 따라 이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좌우 밸런스 조절은 물론, 공간 창출까지도 따로 염두하는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선수 구성에 따른 아스날의 공간 창출 목표를, 리즈의 대인 마크를 뚫고 실제 경기에서 433을 이용해 어떻게 실현해냈는지, 이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2. 구체적인 방법론


     

    (1) 기본 틀

    아스날이 왼발잡이 플레이메이커 외데고르를 가장 효율성 있게 적극 활용하면서, 이와 동시에 목표로 설정했던 1번(채널), 2번(포켓), 3번(좌측 윙스페이스)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써 아르테타는 위와 같은 기본 틀을 사용하였다.

    이는 리즈가 수비에 있어 극단적일 정도의 대인마크 방식을 이어나감에 따라, 되려 역이용한거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그나마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수비하던 리즈의 1번이나 2번 선수를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 방안이기도 하다.

    핵심은 하프 스페이스에서의 외데고르(메짤라)의 전진 & 화이트(센터백)의 전진이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살펴보자.

     

    ① 하프 스페이스

    일단 하프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양 옆 공간에서 동료들이 피닝 해줌에 따라 가장 편하게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움짤을 보더라도 사카와 토미야스가 상대 LB와 LW를 각각 고정시키고 있으며, 센트럴 스페이스에서는 파티가 한 명을 일부러 중앙으로 더 잡아당기며 고정시킨다. 

    이는 하프 스페이스의 본질과도 닿아 있다. 반쪽을 아예 사용하기 힘든 윙스페이스와는 달리 양 옆 공간이 모두 활용 가능하고, 똑같이 양 옆 공간이 열리더라도 센트럴 스페이스에 비해 효율성이 좋다는 것이다. 움짤에서 확인할 수 있듯, 외데고르는 양 옆으로 넓은 공간 사용이 가능하며, 특히 시야적으로도 선수가 대각선을 바라볼 수 있어 선택지가 많아진다. 움짤에서도 외데고르에게 무려 4개의 선택지가 생기며, 모두 아스날이 목표로 하던 1,2,3번 공간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② 외데고르(메짤라)의 전진

    433에서 메짤라는 가장 중요한 위치이며, 특히 외데고르는 현재 최근 아스날 전술에서 플레이메이커이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대쪽의 쟈카와는 달리, 좀 더 기동력과 온더볼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 외데고르는 스스로 움직임을 통해 공을 받기 위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수다. (이는 로우와도 비슷하다)

    외데고르는 일부러 전진(아스날 기준으로는 뒷걸음질 치는 것)한다. 거의 사카가 서 있는 아스날의 최종열(4열)에 가깝게 말이다. 본인이 대인 마킹을 당하고 있으므로, 상대 투볼란치도 따라오며, 상대는 마치 5백처럼 된다.

    이는 상대 미드필더~포백 라인을 생성시키기 위한 목적성을 가진 무브인데, 중간에서 가장 걸리적거리는 상대의 DM을 아예 포백 라인으로 밀어 넣는 셈이다. 따라서 이 작업은 반드시 화이트의 전진과 엮여 일어난다.

    지난 경기에서 라카-쟈카-티어니가 마치 실타래처럼 묶인 듯, 서로의 동선이 이어진다고 했는데, 이번 경기에서의 외데고르-화이트도 비슷하게 이해하면 좋다.

     

    ③ 화이트(센터백)의 전진

    외데고르가 상대의 DM을 포백라인까지 후퇴시킴과 동시에, 화이트는 본인이 공을 몰고 전진하면서 상대의 AM을 본인에게 끌어당긴다. 이러면 리즈 기준으로 DM은 뒤로, AM은 앞으로 펼쳐지는 상황이 되는데, 따라서 아스날은 리즈의 미드필더~포백 사이의 포켓 공간이 강제적으로 벌어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런 방식은 센터백의 발밑이 안정적이라는 전제 하에 펼쳐질 수 있다. 전진하면서 패스 타이밍을 못 보거나, 상대 미드필더를 유인하는 게 아니라 뺏기기까지 한다면, 오히려 치명적인 역습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는 이번 경기에서 이런 역할을 실수 없이 기가 막히게 해내는데, 또 다른 방식으로 본인의 이적료 값을 충분히 해준 셈이다.

     

    ④ 결과

    결과적으로 상대 DM이 후퇴하고, AM(혹은 CF)이 전진하면서 리즈의 열과 열 사이 공간은 매우 넓어지며, 이 순간 외데고르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전진하던걸 멈추고, 이 공간 활용을 위해 순간적으로 내려온다. 바로 이 타이밍에 화이트의 전진 패스가 적절히 들어가야 한다.

    외데고르가 능동적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만큼, 대인마크를 하던 DM은 수동적으로 대응하기에 반드시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외데고르는 움짤처럼 최소 4개의 선택지를 가지며, 이는 아스날이 목표로 하는 공간들이다.

     

     

    이를 실제 경기 장면을 통해, 진짜로 이렇게 구현되는지 확인해보자.

    마갈량이 좌측 전개를 시도하다가 화이트에게 넘겨주는 장면이다. 좌측 전개를 할 때는 티어니가 마킹당하고, 파티를 대인 마크하던 선수가 스위칭해서 마갈량을 견제한다. 이제 화이트에게 넘어가면 마갈량을 견제하던 선수는 다시 파티를 대인 마크하러 돌아가고, 파티 옆에 서있어 주던 선수가 화이트를 압박하러 나올 것이다.

    이미 말했던 대로 윙스페이스의 사카와 토미야스는 각각 리즈 선수를 하나씩 피닝하고 있다.

    외데고르가 지금 위치에서는 공을 받기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밑으로 내려와 받지만, 낮은 곳에서 받는 만큼 위협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외데고르는 오히려 본인을 대인 마크하는 DM을 데리고 더 위로 올라간다.

    이와 동시에 화이트는 상대의 압박이 올 걸 예상하면서도, 이를 역이용하기 위해 더 전진한다. 외데고르만 올라간다면, 화이트가 외데고르에게 패스를 주더라도, 거리가 멀어져 중간에 끊기거나 정확도가 떨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화이트는 외데고르와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올라가는 것이다.

    캡처 사진에서는 안 나오지만, 아래 움짤에서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때 파티도 좀 더 중앙 쪽으로 움직이면서, 이들이 활용할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순간적으로 동료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셋 이상이 의도성을 가진 움직임으로 상대를 유인한 다는 건, 그만큼 현재의 아스날이 아르테타의 전술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외데고르가 상대 DM을 포백라인까지 후퇴시키고, 화이트는 상대 AM을 본인을 압박하도록 끌어올림에 따라, 유독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는 리즈의 열과 열(미드필더~포백 사이의 공간 ; 포켓) 간격이 매우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활용 가능한 하프 스페이스가 열리고 나면, 외데고르는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순간적으로 내려가면서 공을 받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화이트는 정확한 전진 패스를 넣어줘야 한다.

     

    외데고르가 받으니 다시 다시 DM은 올라오며 달라붙지만, 수동적으로 움직인만큼, 외데고르는 충분히 볼을 가지고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한편 외데고르가 받으면서 라카제트 or 사카가 활용할 수 있는 1,2번 공간이 열림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간 이해도가 꽤 좋은 편인 라카제트는 곧바로 2번 공간을 위해 내려오는 움직임을 취하고, 상대 센터백은 이에 유인당한다. (물론 움짤로 보면 알겠지만, 잠깐 유인당했다가 다시 내려온다)

    뿐만 아니라 아까 기본 틀에 대한 이론 움짤에서도 살펴보았듯, 1,2,3번 공간이 거의 동시에 열리는 바, 화면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티어니도 본인 앞에 열린 3번 공간을 위해 튀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면에서 아예 잡히지 않았지만 마르티넬리도 본인의 1번 공간을 점유하러 움직이고 있었을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외데고르는 좀 더 볼을 끌다가 결국 마르티넬리에게 패스를 하는데, 패스하는 순간을 보면, 마르티넬리 쪽의 1번 공간(채널)도 열려있음을 알 수 있다. (추론이 맞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라카가 잠깐이나마 센터백을 유인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3번 공간 역시 열려 있다.

     

    마르티넬리는 1번 공간을 활용하려 했지만, 센터백이 금방 커버하면서 여의치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3번 공간은 열려있는 바, 마르티넬리는 비어있는 티어니에게 패스를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스날은 외데고르와 화이트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해서, 그들이 목표로 설정했던 1,2,3번 공간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경기에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일련의 과정을 움짤로 한눈에 살펴보자.

    (1) 순간적으로 외데, 화이트, 파티가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넓히는 움직임 (2) 외데고르가 능동적으로 내려오며 받아주고, 화이트는 적절한 타이밍에 전진패스 (3) 2번 공간이 열리자 라카제트가 움직이며 센터백 유인 (4) 동시에 1번 공간이 열리고 마르티넬리를 포착한 외데고르의 패스 (5) 리즈 센터백의 반응이 빨라 여의치 않자 대신 열린 3번 공간의 티어니에게 패스하는 마르티넬리 (6) 패스 주고 미끼움직임(더미런)으로 티어니에게 추가 공간 창출해주는 마르티넬리 (7) 티어니의 약발(오른발) 슈팅 마무리

     

     

    (2) 응용 형태

     

    상기 살펴본 기본 틀을 기반으로 하여, 실제 경기에서는 여러 응용 형태가 발현되었다. 이론과는 달리 당연하게도 실제 경기에서는 상황에 맞춰야 하고, 그 순간마다의 선수들의 판단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럼에도 아래에서 살펴볼 응용 형태들의 기저에는 선수들 간의 약속된 기본 틀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밑바탕 하에서 움직이는 것과, 밑바탕 없이 온전히 개개인의 판단능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일 것이다.

     

    [ 응용 1 : 외데고르 미끼질에 이은 사카의 횡적 2번 공간 활용 ]

    꼭 외데고르가 공을 받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위 움짤은 응용 형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경기 중 상황에 따른 변화로도 볼 수 있다. 역시나 화이트가 공을 잡은 상태인데, 왼쪽에서 공을 뺏은 직후의 모습이라, 화이트 앞 공간이 평소보다도 더 벌어져있다. 따라서 외데 고르는 뒷걸음질치고, 화이트는 전진하는데, 열과 열 사이 공간이 딱히 벌어지지 않는다. 화이트는 너무 프리하고, 외데고르는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화이트는 외데고르 대신 사카를 선택하는데, 사카에게 공을 주는 순간, 외데고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윙스페이스로 미끼 움직임을 수행한다. 그러면서 사카에게 손으로 횡적으로 내려가라는 손짓을 한다. 이는 외데고르가 미끼 움직임을 하면서 2번 공간이 열린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사카는 반대발잡이 윙어로서 이렇게 2번 공간이 열릴 때, 횡적으로 내려오면서 크로스 or 슈팅 or 쓰루 패스가 모두 가능하므로 가장 위협적이 된다. 이번에도 사카가 내려오자, 센터백 중 하나가 이끌리면서 중앙의 마르티넬리에게 1번 공간이 잠깐이나마 창출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사카가 슈팅을 선택했고, 사실 이 슈팅도 잘 날렸으나, 몸을 날린 리즈 선수의 뒤통수에 맞아 버렸다.

     

     

    [ 응용 2 : 토미야스 미끼질에 이은 외데고르의 2번 공간 활용 ]

    이번에는 토미야스의 미끼 움직임을 더 적극 활용한 장면이다. 기본 틀 이론에서 외데고르, 화이트, 파티의 움직임을 짚은 반면, 토미야스의 경우에는 그냥 피닝하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그쳤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토미야스 또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 창출을 위해 뒷걸음질 치며 상대를 유인하는 역할을 당연하게도 자주 수행했다.

    여기서도 쟈카가 우측으로 전환하자, 토미야스는 곧바로 뒷걸음질 치며 상대 LW를 끌어들이면서 피닝한다. 덕분에 화이트는 외데고르만이 아니라, 사카에게로의 마름모 패스 루트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카가 받는 순간, 외데고르는 또 능동적으로 자신을 마킹하는 상대 DM보다 반박자 빠르게 턴해 올라가면서 리턴을 받는다. 이런 방식을 통해 또 한 번, 아스날이 목표로 했던 1,2번 공간이 열리게 된다.

    마무리는 선수들의 몫이다. 이 장면에서는 외데고르가 접고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또 한 번 블록 당했다.

     

     

    [ 응용 3 : 외데고르와 사카의 스위칭 ]

    사카가 훌륭한 선수인 이유는 외데고르의 역할도 어느 정도 소화 가능함에 있다. 따라서 아스날은 자연스레 사카와 외데고르의 스위칭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위 움짤이 그러한 응용 형태다.

    화이트가 공을 받자, 전진하기 편하게끔 토미야스와 파티는 각자 뒷걸음질 치며 벌려주고, 화이트가 올라오는 동안 사카와 외데고르가 스위칭하면서 마킹에 혼란을 일으킨다. 화이트의 전진 패스를 편하게 받은 사카 역시 왼발잡이이므로, 아스날이 목표로 하는 1,2,3번 공간에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보다 프리한 쟈카에게 넘겨주는 선택을 한다.

    이미 1,3번 공간이 크게 난 상황에서, 쟈카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정확한 왼발 종패스가 들어간다. 티어니는 이미 공간 활용을 위해 올라온 상태이므로, 직접 마무리까지 시도한다.

    생각건대, 이 장면은 433 활용법이기도 함과 동시에, 아스날이 비대칭 235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술 간 로테이션을 이루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데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응용 4 : 빠른 템포의 역습 ]

    이번에는 아스날이 좀 더 깊숙한 우리 진영에서부터 비슷한 루트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깊숙한 만큼, 템포는 빨라지고, 역습에 가까운 공격 형태로 변모한다.

    특히 이는 리즈의 전방 압박에서 스위칭이 일어나는 틈을 노린 것이기도 한데, 움짤에서 확인 가능하듯, 마갈량이 화이트에게 패스하면 파티를 담당하던 선수가 화이트를, 그리고 마갈량을 담당하던 선수가 파티에게 붙게 된다.

    깊숙한 곳이기에 외데고르는 화이트와의 거리를 너무 벌리기보다는 되려 내려와서 받아주는데, 이때 마갈량으로부터 파티를 마크하러 넘어오는 선수가 도착하기 전까지, 파티는 일정 수준의 자유로움을 얻는다. 움짤이 작아서 안 보일지 모르지만, 파티는 패스를 넣어주기 직전에, 뒤를 한 번 돌아보면서 자신의 대인 마킹 선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잠깐 자유로워진 틈을 타서 파티는 쓰루패스가 가능하고, 사카는 이를 위해 뒷공간으로 침투한다. 비록 패스의 세기가 다소 약해 끊기긴 했지만, 상당히 훌륭한 공격 과정 중 하나다.

     

     

    [ 응용 5 : 골키퍼 램스데일을 이용한 템포 푸쉬 ]

    아스날이 여러 공격 루트와 템포 조절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단연코 안정된 후방 자원들 때문이다. 그리고 후방 자원 중에는 램스데일이라는 빌드업이 가능한 사기적인 골키퍼의 존재감 역시 크게 작용한다.

    램스데일이 정확한 패스로 빠르게 토미야스에게 건네는 것만으로도 여러 부수적 효과가 발생한다. 일단 토미야스를 대인 마크하던 선수가 볼보다 느리기 때문에, 토미야스에게도 순간적인 자유가 생긴다. 게다가 혹시 모를 세컨볼 싸움을 지원하기 위해, 외데고르를 대인마크하던 DM도 공근처로 유인된다. 이를 통해 외데고르 역시 자유로워진다.

    사카는 수비를 단 상태로 뒷공간 침투를 감행하며, 순간적으로 free가 된 외데고르는 토미야스의 패스를 받아, 곧바로 쓰루패스를 찔러주게 된다. 그리고 다들 잘 알다시피, 이 장면은 사카의 3번째 득점 장면으로 이어진다.(물론 우당탕탕 하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램스데일이 롱킥 패스로 템포를 푸쉬하는 바람에, 리즈의 대인 마킹에 틈이 생겼고, 그 틈을 우측 편대가 깔끔히 이용한 장면이라 평할 수 있겠다.

     

     

    (3) 좌측에서의 활용법

     

    지금까지는 외데고르(메짤라)를 중심으로 하는 우측에서의 활용법을 주로 살펴보았지만, 433의 경우에는 대칭의 일환으로, 쟈카라는 또 다른 메짤라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 쟈카의 경우에는 외데고르보다 기동력이 많이 떨어지므로, 우측과는 달리, 보조가 필요한데, 이를 보조해주는 것이 라카제트와 티어니다. 

    즉, 좌측에서 라카-쟈카-티어니는 실타래처럼 엮인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게 편하다는 필자의 주장이 여기에서도 유효한 셈이다.

    따라서 좌측에서도 비슷하지만 라카제트가 대신 내려와 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진을 보자. 마갈량이 전진하고, 티어니가 토미야스처럼 피닝을 해줌과 동시에, 쟈카는 본인의 마킹 DM을 데리고 포백라인 근처까지 뒷걸음질치며 전진한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우측과 거의 똑같다.

    그러나 쟈카는 외데고르처럼 넓혀놓은 공간을 다시 기동력을 발휘해 본인 스스로 온더볼로 처리하는 유형은 아니다. 따라서 온더볼로 처리해줄 수 있는 라카제트가 대신 그림과 같이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다만, 좌측에서의 전개에서는 마르티넬리의 미숙함이 살짝씩 보이기도 했는데, 쟈카가 공간을 넓혀주고, 라카가 내려오면서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렸다면, 마르티넬리는 이를 통해 벌어지는 공간으로의 침투를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아래와 같은 장면이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우측과 마찬가지로 마갈량이 전진하고, 티어니는 피닝하며, 쟈카는 뒷걸음질 치면서 공간을 넓힌다. 쟈카를 보조하기 위해 라카가 내려온다는 게 차이다. 어쨌든 라카가 내려오면서 상대 CB는 딸려 오고, 쟈카가 공간을 측면 방향으로 넓히면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가 매우 넓게 열린다. 

    즉 쟈카가 공을 받은 순간, 아스날이 목표로 하던 1,2번 공간이 열렸으므로, 마르티넬리는 같이 윙스페이스로 빠질게 아니라, 넓게 열린 1번 or 2번 공간으로 침투해 적극 활용했어야 한다.

    여기서 쟈카가 똑똑한 선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건, 뒷걸음질 치는 방향이다. 본인이 공을 왼발로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하프 스페이스를 넓혀줘야 하므로 종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라, 대각선 방향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본인이 정발로 한 번에 결을 따라 지체 없이 패스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은 셈이다. 상당히 똑똑한 움직임이었으나, 마르티넬리의 미숙함이 좋은 찬스를 무산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마르티넬리는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는 어린 선수라는 걸 느끼게 된다)

     

    여기서도 비슷한 실수다. 이번에는 위의 응용 5번에서 다뤘듯, 램스데일이 토미야스가 아닌 반대 방향의 티어니에게 템포 푸쉬하며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를 전달한 장면이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티어니를 마킹하는 선수가 뒤늦게 달려오게 되므로, 그 시간동안 티어니는 자유로워진다.

    티어니가 전진하는 동안,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엄청 넓은 공간이 펼쳐있을 뿐만 아니라, 아스날이 의도하던 1,2번 공간이 모두 열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르티넬리가 터치라인 근처에 포지셔닝하면서, 상대 풀백~센터백 사이의 채널을 넓혀놓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티어니가 올라옴과 동시에, 그 포지셔닝에서의 피닝을 버리고, 반대편에 사카가 했듯이 공간 침투가 필요했던 장면이다. 허나 여기서도 마르티넬리는 약간의 미숙함을 보였고, 티어니는 넓게 펼쳐지 공간에도 불구하고, 딱히 줄 데가 없어 라카제트에게 넘기게 된다. (물론 라카제트도 2번 공간 상에 위치하므로 좋은 위치긴 하다)

     

     

    그럼 올바르게 시도된 장면을 한 번 살펴보자.

    이번에는 램스데일이 아니라 마갈량이 템포 푸쉬하면서 좋은 패스를 넣어주었다. 화이트에서 마갈량, 티어니에게로 전환이 빠르게 일어난 탓에, 티어니 마킹 선수가 티어니를 완전히 놓치게 된다.

    따라서 자유로워진 티어니를 압박하기 위해 마르티넬리를 담당하던 리즈 선수가 튀어나오게 되며, 이는 곧 1,3번 공간이 매우 넓게 열렸다는 증거다. 그 열린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쟈카를 마킹하는 선수가 뒤늦게 커버하러 달려가는데, 이러면 또 순차적으로 쟈카가 free해짐으로 아스날을 여러 모로 좋은 공격인 것이다.

    한편, 티어니는 애초부터 자신에게 마르티넬리 담당 선수가 붙은 것을 확인한 순간, 마르티넬리 쪽으로의 쓰루 패스를 염두한 듯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약발(오른발)로 패스가 나가야 하는 바람에, 다소 부정확한 패스가 되며 공격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허나 매우 좋은, 올바른 시도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티어니는 필자가 이미 예상했던 대로 누노처럼 약발 사용 빈도가 늘고,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빈도가 예전에 비해 최근 엄청 늘어났다)

     

     


     

     

    지금까지, 아스날이 리즈의 대인마크를 433이라는 대형을 가지고 어떻게 파훼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스날이 목표로 삼은 특정 공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즈 전의 패스 맵을 보면 또 한 번, 지금까지의 내용들과 맞아떨어진다는 게 검증된다. 대형은 지난 경기와는 또 다르게, 433에 매우 가깝다. 물론 아스날은 기존의 비대칭 235를 번갈아가며 혼용하는 바, 늘 티어니가 토미야스에 비해 좀 더 평균 위치가 높고, 쟈카는 외데고르에 비해 좀 더 평균위치가 낮은 건 당연한 현상이다.

    한편, 마갈량과 화이트는 서로 엄청 주고받으면서, 좌우 전개 방향을 선택하고, 반면 토미야스와 티어니는 대부분의 피닝과 미끼 역할을 담당하니, 센터백으로부터 받은 패스가 전무한 수준이다. 화이트가 토미야스가 싫어 패스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전술적 이유에서 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토미야스가 최근 인터뷰에서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대신 우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화이트→외데고르로 이어지는 진한 전진 패스가 눈에 띈다. 리즈전 아스날의 기본 틀이 되었던 패스 루트다.

     

    이처럼 아르테타는 본인의 틀에 선수를 껴맞추기만 한다는 비판을 넘어서, 리즈전에서만큼은 자신이 보유한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선수에 맞춰 본인의 틀을 변형할 줄도 안다는 걸 어느 정도 증명해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리즈가 부상자가 워낙 많았던 것도 감안을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복한 고민이지만, 리뷰 글에서 언급했듯이, 로우와의 공존법을 찾는 것 역시 당장의 숙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홈에서의 기세와 별도로, 원정에서 시원한 다득점 승리를 따낸 의미를 굳이 훼손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득실에서도 그렇고, 2선에서 유망주 판타스틱 4가 돌아가면서 공격포인트 맛을 봤다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다. 

    이번 433 메짤라 활용을 통해, 전술 간 로테이션이 가능한 또 하나의 전술이 추가되었다. 이제 아스날은 비대칭 235, 대칭 235, 325, 433 등 여러 전술을 한 경기 안에서, 동일한 선수들을 가지고도 자유자재로 변환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리그의 코로나 감염 정도가 심해지는 가운데, 아스날이 이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팀이 3연승을 거두며 신나는 게 당연하지만서도, 리그 일정과 더불어, 선수들의 건강이 심히 우려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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