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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아스날의 GOOD & BAD 비교분석
    Arsenal/Column 2021. 11. 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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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2021년 11월 4일에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최근 아스날의 리그 경기(아스톤 빌라, 레스터시티 전)를 보면서 눈에 띄었던 점들이 몇 개 있어서 현재 아르테타호의 GOOD (좋은 점) & BAD (아쉬운 점)을 비교분석하게 되었다.

    이번 칼럼은 현 아스날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그냥 주관적으로 '감상'하면서 느낀 점들, 또는 인상 깊어 칼럼으로 작성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다소 병렬적으로 열거한 글에 가깝다.

    따라서 이하에서 검토된 7가지의 파트들은 현 아르테타나 아스날에 대한 옹호, 비판의 근거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이번 시즌 아스날 경기를 볼 때, 조금이나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만한 요소로 사용되길 바라며, 그렇게 된다면 이 글을 쓴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될 듯싶다.

    이러한 기대를 품고 본격적인 칼럼을 시작해보려 한다.


     


    1. GOOD : 전방 압박의 체계화


     

    아르테타는 감독 경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부임 초기부터 자신의 축구철학이 꽤나 견고하게 이미 구축되어 있던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아르테타가 아스날을 맡은 뒤, 가장 먼저 구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후방 빌드업의 안정화''2-3-5 포메이션의 베이스 구축' 등등..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전방 압박의 체계화'이다.

    이것을 구축하는데 걸린 시간은 별론, 최근 아스날의 전방 압박 시스템은 인상적이다. 이는 산체스가 빨빨 뛰어당기며 동료들에게 손짓하거나 답답한 제스쳐를 보였던 예전의 아스날, 즉 개인 단위로 판단에 따라, 활동량에 따라 알아서 압박하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위의 그림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일단 상대가 볼을 잡고 후방빌드업을 하려 할 때, 아스날 선수들의 위치 선정부터가 중요하다. 검은 네모는 아스날 선수들이 각각 압박해야 할 아스톤 빌라 선수들을 매칭 해놓은 것이다.

    아스톤 빌라가 오른쪽으로 빌드업하는 상황이기에 스미스로우는 열심히 뛰어가 전방 압박할 태세이며, 반대쪽의 사카는 터치라인이 아닌 중앙 부근까지 들어와 그쪽에 있는 선수 둘 사이에서 간을 보며 서 있는 상태다.

    상당히 매칭이 잘 구성되어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특히 빌라의 중앙 빌드업루트(6번, 7번) 선수들을 각각 라카제트와 로콩가가 밀착마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빌라로 하여금, 측면으로의 빌드업을 강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면으로의 빌드업 공간을 스미스로우가 잘 방해해 여의치 않자, 답답함을 느낀 빌라의 6번이 공을 받아주러 내려가게 되고, 그쪽으로 패스가 가게 된다. 라카가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중앙 빌드업 시도는 아스톤 빌라의 입장에서는 꽤나 위험한 패스다. 6번을 마크하던 라카제트는 당연히 놓치지 않고, 선수를 따라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패스를 저지하거나, 상대가 공을 받더라도 몸을 돌려 앞을 쳐다보기에 불편한 상태로 만들거나, 또는 다음 패스루트 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라카제트의 임무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 상황에서 라카는 태클을 통해 공을 탈취할뻔하지만, 아쉽게 성공하지는 못 한다.

    가까스로 볼 소유권을 잃지 않은 아스톤 빌라는 무리한 중앙 빌드업 시도보다는 측면 빌드업으로 눈길을 돌린다.

    아까 스미스로우도 중앙 라카제트 쪽으로 도움 압박을 오면서 측면으로의 공간이 열렸기에, 오른쪽 빌드업을 시도하게 된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 로콩가, 라카 모두 여전히 적절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로 크게 전환하지 않는 이상 거의 유일한 빌드업 통로는 측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전방압박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검은 박스처럼 공을 받는 아스톤빌라 선수 주위(빨간 박스)로 다른 아스날 선수가 빠르게 도움 압박을 와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는 누노(LB)가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오면서 전방압박에 가담했다. 이에 따라 빨간 박스도 나머지 검은 박스들처럼 짝을 이루게 되어, 아스톤 빌라는 더 이상 공을 돌릴 곳이 마땅치 않게 되었다.

    이러한 전방압박이 '시스템'적으로 체계화되어있다는 것을 증명할만한 점이 바로 마갈량(LCB)의 위치다. 누노가 앞으로 나가면서 빈 공간이 생겼고, 그 틈을 아스톤 빌라 선수가 노렸기 때문에 누노가 나간 순간 마갈량이 그 위치를 자연스레 커버하면서 또 하나의 검은 박스(짝)를 이루었다.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하는 시스템적 대응이다.

    이런 선수들의 일련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시스템의 증거인 셈이다. 위에서 말했듯 아스톤 빌라의 패스길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누노와 함께 영리한 스미스 로우가 협동 압박을 하고, 쉽게 볼을 탈취하며 전방 압박에 성공한다.

    움짤을 통해 성공 과정을 확인해보자.

    라카 1차 탈취시도 실패 - 누노 압박 가담 후 탈취 성공 / 마갈량 커버

    이번에는 반대쪽을 살펴보자. 개인의 판단에 따른 들쭉날쭉한 압박이 아니라 '시스템'이기 때문에 반대쪽에서도 똑같이 작용해야한다. 과연 그런지 직접 확인해보자.

    아스톤 빌라가 왼쪽으로 빌드업을 진행하려 한다. 반대쪽의 스미스로우가 그랬듯 사카는 최대한 방해하고자 전방으로 뛸 것이다. 라카의 경우에는 여전히 중앙 빌드업 루트의 선수를 마킹하고 있으며, 후방에서는 로콩가와 파티가 각각 검은 네모(짝)을 이루는 위치를 잘 점하고 있다

    파티에게 마킹당하던 선수가 순간적으로 밑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을 취한다. 당연히 파티는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아직 토미야스는 전방압박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상태는 아니다.

    파티가 잘 마킹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발늦게 따라만 간다면, 그저 방해에만 그칠 뿐이다. 결국 방해를 넘어 볼을 탈취하는 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단계가 필요하며, 그것은 예측이다.

    우리는 아스톤 빌라의 다음 볼흐름이 어디로 향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강제할만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모두 짝을 이뤄 마킹당하고 있는데, 좌측 터치라인에 붙어있는 빨간 박스의 3번 선수만이 여유로운 상태임은 누구나 캐치할 수 있다.

    시스템상 볼흐름이 예측되었기에 아스날 선수들은 한 발 빨리 움직일 수 있다.

    토미야스(RB)는 이전 상황에서 누노가 그랬듯, 전방 압박에 가담하면서 3번 선수로 향하는 패스를 커트한다. 이러한 예측 인터셉트 플레이는 선수 본인의 축구 지능보다는 '시스템'의 결과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더 인상적인 것은 아까 마갈량의 케이스처럼, 토미야스가 도움 압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전방으로 뛰쳐나갔을 때, 아스날 후방 선수들의 대응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아르테타가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일 때는 양쪽 풀백 중 하나가 깊게 전방 압박에 가담하기 때문에, 그 빈공간의 발생으로 인해 롱패스 역습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므로, 반드시 후방 4백 중 나머지 3명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여기서 화이트는 오른쪽으로 내려와 토미야스가 마크하던 선수를 커버하려 자연스레 내려가고, 마갈량과 누노도 각각 적절한 위치에서 3백과 같은 형태로 짝(검은 박스)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움짤로 보면, 후방 선수들의 움직임까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측 커트하는 토미야스, 그 공간 커버하는 화이트

    이처럼 전방압박이 체계화되면 단순히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공을 뺏고의 문제를 넘어 상대의 볼 흐름을 예측하기에 편리해진다는 장점이 생긴다.

    위의 경우에서 토미야스가 볼을 예측 컷트한 것이 팀으로써의 성과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다른 케이스를 살펴보자.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볼을 전개하려하는 아스톤 빌라의 모습이다. 오바메양은 최후방 선수를, 라카제트와 로콩가는 또 중앙 빌드업루트를 밀착마크하고 있으며, 사카와 파티까지 짝을 이루며 매우 좋은 압박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아스톤 빌라는 어쩔 수 없는 전방으로의 중장거리 패스를 시도할 수 밖에 없으며, 이 또한 예측 가능해지기 때문에 아스날을 한 발 앞서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

    이번에는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응용 버전이라 해도 좋다. 스미스로우의 적절한 압박과 위치 선정은 로콩가로 하여금 더 이상 7번 선수를 마킹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로우의 좋은 위치선정과 방해 동작이 그만큼 한쪽 패싱 루트를 완전히 차단하고, 상대로 하여금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장거리 전진 패스를 강요한 셈이다. (실제로 아스톤 빌라의 20번 선수는 손을 들어 전방 패스를 요구한다)

    이를 파악한 로콩가는 그다음 아스톤 빌라의 볼 흐름이 흰색 화살표 방향임을 예측하고, 더 이상 마킹의 필요가 없는 7번을 놔둔 채로 볼을 인터셉트하기 위해 미리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토미야스처럼 슬라이딩 예측 태클을 하며 공의 루트를 정확히 차단한다. 물론 실제 경기에서는 태클 후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볼의 소유권을 완전히 탈취하지는 못 했다.

    그러나 이미 예측 인터셉트는 시도만으로도 전방압박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매우 좋은 장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예측 태클이 아스날의 전방 압박 시스템을 통해 꾸준히 생성된다면, 앞으로의 아스날에게도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다. 

    스미스로우의 좋은 압박과 로콩가의 예측 인터셉트 시도

     


    2. GOOD : 좌우 밸런스 조정 (하프 스페이스 활용-라카제트 활용)


     

    아르테타의 기본 235 활용방식, 빨간 공간이 하프스페이스

    기본적으로 아르테타는 부임 초기부터 235를 자신의 메인이자 기본 전술로 써왔다. 이에 대한 칼럼은 아르테타 부임 초기에 몇 개 작성하기도 하였다.

     

    2021.11.06 - [아스날/칼럼] - 아스날 감독 데뷔전 분석 : 아르테타의 주 전술은 2-3-5?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 데뷔전 분석 : 아르테타의 주 전술은 2-3-5?

    ※ 본 칼럼은 2020년 6월 17일에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아르테타의 감독 데뷔전의 결과는 비록 무승부가 되었지만, 결과가 아닌 내용과 그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정말 알찬 경기를 준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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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06 - [아스날/칼럼] - 아스날 전술 분석 : 전술적 기본 뼈대와 보강의 필요성

     

    아스날 전술 분석 : 전술적 기본 뼈대와 보강의 필요성

    ※본 칼럼은 2020년 8월 5일에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FA컵 결승전을 분석한 칼럼 2편을 작성한 후, 원래는 조금 텀을 두고 3편을 작성하려 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일정 변경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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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데, 아르테타는 위의 그림에서 좌측의 LB-LW의 조합은 쉽게 찾은 반면, AM-RW의 조합은 최근까지도 쉬이 적절한 조합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르테타 부임 후 AM-RW 조합은 외질-페페, 외질-넬슨, 윌록-페페, 외데고르-사카, 외데고르-페페 등등 정말 수많은 시도를 거쳤으나, 언제나 하프 스페이스(위 그림에서 빨간 공간) 활용이 고질적인 이슈였다.

    1년 반 전에 쓴 칼럼에서 지적한 것이 최근까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당시 제기했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깊숙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이 벌어져도 침투하지 않는 외질

    외질은 너무나도 특출난 선수였지만,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직선적으로 깊게 침투하며 활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위 그림과 움짤에서 보여주듯, RW는 고립되기 일쑤였고, 깊은 하프 스페이스 미활용은 상대팀이 아스날 공격을 수비하기에 너무 쉬워지도록 했다. 

    외질은 대신 페널티박스 근처에서의 하프스페이스를 즐겨 썼는데, 이는 페페와의 공존 가부를 방해하는 요소기도 하였다. 페페 역시 왼발잡이로서 비슷한 공간을 활용함에 따라 동선이 겹쳐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뛰어난 선수였음에도 하프 스페이스 공략을 주무기로 생각하는 아르테타에게는 풀기 어려운 난제와도 같았다.

    매우 웃픈 것은 외질의 대체자 격으로 데려온 외데고르 역시 비슷한 이슈를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정적으로 아래까지 내려와 패스 흐름에 기여해주고, 볼 순환 역할을 해준다는 장점 역시 외질과 비슷하지만, 왼발잡이로서 오른쪽 깊숙한 하프 스페이스 침투에는 제약이 있어 RW와 시너지가 많이 발휘되지는 못한다는 단점도 닮았다.
    (다만 외질과 달리 외데고르는 훌륭한 수준의 전방 압박 성실성을 가지고 있다) 

    깊숙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이 벌어져도 침투하지 않는 외데고르

    가장 최근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라카가 교체되어 나간 이후로 외데고르-사카 조합의 문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1년 반 전에 제작했던 위의 외질-넬슨 조합 움짤과 데자뷰 수준으로 비슷한데, 이는 외질과 외데고르가 공통적으로 깊숙한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침투해 즐겨 활용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이 고립된 사카는 백패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왼발-왼발의 주발 겹침 및 동선 비효율의 문제는 외질-페페 조합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라카제트는 어떨까?

    많은 매체에서 라카제트 기용 후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442가 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공격 진행 시에는 투톱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라카가 기존 외데고르의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보는 편이 더 옳다고 생각된다. 즉 사실상 현재 라카제트는 AM에 가깝다. 

    그리고 라카제트는 기존의 외데고르의 역할을 상당히 잘 수행할 뿐만 아니라, 외데고르가 지적받는 부분까지도 본인의 장점을 살려 추가적인 플러스(+)요소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위 그림처럼 일반적으로 아르테타가 공격에 힘을 주면서 진행해 나갈 때 즐겨쓰는 235에서 공격에 속하는 5명은 사실상 좌 2명(누노, 로우) / 우 2명(라카, 사카) / 중앙 1명 (오바)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누노 대신 티어니, 라카 대신 외데고르여도 마찬가지다.

    중앙인 오바메양은 상황에 따라 좌측, 우측을 함께 활용해 침투하며, 주요 골자는 양 쪽의 삼각편대로부터 구성된다. 이 구성을 보더라도 442보다는 235에 훨씬 가깝고, 라카제트가 사실상 AM으로서 외데고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한눈에 파악 가능하다.  

    좌 삼각편대는 누노, 로우를 로콩가가 보조하며, 우 삼각편대는 라카, 사카를 토미야스가 보좌하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과연 좌우 삼각편대가 각각 양쪽에서 어떤 식으로 공격을 전개하는지 살펴보자.

     

    (1) 좌 삼각편대

    로우-누노-로콩가로 결성되는 좌 삼각편대

    기본적으로 누노는 터치라인에 붙은 채로 상대 측면 수비수가 최대한 벌려지도록 위치하며, 로우의 경우에는 다재다능한 만능으로서 삼각편대의 중심이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로콩가의 미끼 움직임이다. 어린 나이의 유망주임에도 불구하고, 로콩가가 아르테타 하에서 왜 매 경기를 거치며 점점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현재 위치로는 상대 수비들이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어 하프스페이스에 빈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볼은 스미스로우와 누노가 주고받지만, 오버래핑 움직임은 로콩가가 가져간다. 누노로부터 전방에서 볼을 이어받을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 선수 2명(검은 원)은 로콩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스미스로우와 누노가 좁은 공간에서 볼을 주고받는 동안, 위 그림과 같이 로콩가의 미끼 움직임에 이끌려 아스톤빌라 7번과 4번 선수 2명이 모두 터치라인 쪽으로 유인되었다.  

    이는 곧 아스톤빌라의 수비진형 간격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 아스날의 명실상부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영리한 스미스로우는 결코 그런 찬스를 놓치지 않을 만한 선수다.

    로콩가의 오프더볼 움직임에 완전히 속아 수비대열을 유지하지 못한 2명과 상대 중앙 수비수의 사이로 위 그림처럼 흰색 표시의 넓은 하프 스페이스 빈 공간이 발생했다. 로우는 누노와 공을 주고받다가, 이 공간이 생겨나자마자 드리블로 전진하며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해나간다. 

    움짤로 확인해보자

    로콩가의 미끼 움직임, 누노와의 패스 후 벌어진 공간으로 침투하는 로우

     

    (2) 우 삼각편대

    라카, 사카, 토미야스로 결성되는 우삼각편대

    외데고르 대신 최근 선발로 기용되는 라카, 그리고 토미야스와의 우 삼각편대를 보자. 이번에는 사카가 터치라인 쪽으로 움직이면서 상대의 수비수를 유인하고자 한다.

    토미야스가 공을 갖고 있는동안 사카가 미끼 움직임을 통해 상대 측면 수비수를 유인하면서, 상대 측면수비수~중앙수비수 사이의 하프 스페이스가 또 한 번 활짝 열렸다.  아무래도 외데고르보다는 이런 공간 침투 및 슈팅 결정력에 자신 있고, 주발도 오른발인 라카제트는 지체 없이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간다.   

    그리고 그런 라카제트의 침투 움직임을 본 아스톤빌라의 측면 수비수는 자신이 사카에게 속아 공간을 열어준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허겁지겁 다시 라카제트를 마크하기 위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토미야스가 파티에게 백패스하는동안 침투 움직임을 가져간 라카제트에게 다시 아스톤빌라 수비수가 붙었다. 이렇게 잠깐의 틈이 벌어졌던 하프 스페이스 공간은 다시 닫혔기에 아스톤 빌라 수비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프스페이스 급한 불을 껐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급부로 터치라인 근처의 사카가 프리한 공간을 얻었다. 결국, 라카와 사카 이 2명이 서로가 서로의 미끼가 되어주는 방식이다. 수비수는 어딜 택하더라도 도움수비가 없는 한, 공간을 열어주게 된다.

    파티는 놓치지 않고 사카에게 정확한 패스를 찔러주며, 라카제트의 하프스페이스 침투를 의식한 아스톤 빌라의 수비수는 폭이 좁아진 상태로 사카에게 프리 크로스의 기회를 헌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스톤빌라와의 경기를 보면서 라카-사카 조합을 통해 아르테타 감독이 왼쪽에 비해 그렇게나 고생하던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활용법을 드디어 제대로 찾아냈다고 느꼈다.  

    물론 다소 이른 생각일 수 있고, 라카-사카 조합 역시 꾸준함과 일관성을 충분히 더 보여줘야 하겠지만, 일단 단기적으로는 이를 통해 비로소 좌측 편향적인 공격으로써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공격에서의 좌우 밸런스를 좀 더 확실히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움짤로 일련의 작업과정을 직접 보자.

    사카,라카가 번갈아 미끼움직임을 하면서 프리크로스 찬스를 얻는다

    위의 라카-사카 조합은 오른발, 왼발로서 주발 조합도 좋을뿐더러, 라카제트가 충분히 크로스는 물론 슈팅 능력까지 위협적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난제를 제시한다.

    깊은 하프스페이스에서 정교한 패스가 가능한 라카-사카 조합

    레스터 전에서도 라카-사카 조합은 꽤 위협적인 시너지 효과를 계속 창출해냈다. 페페든 사카든 상대 골대 근처만 가면, 항상 고립된 상태로 반대편을 향한 얼리 크로스만 남발하던 시절과는 다른 공격 루트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라카-사카 조합에 쏠린 수비 덕택에 잡은 찬스를 골로 연결하는 로우

    이렇게 라카-사카 조합이 상대 수비수들에게 난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상대 측면 수비수는 도움 수비가 절실하게 된다. 따라서 상대 수비수들을 한 쪽으로 쏠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반대쪽이나 주변 아스날 동료들이 상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위 레스터 전에서의 스미스로우의 쐐기골이 딱 그런 유형이다. 결국 수비 교란을 일으켜 무질서한 상태를 만들면, 빈틈이 나오기 마련이고, 앞으로의 아스날은 좌우 삼각편대가 하프 스페이스를 주로 공략하면서 이런 이득을 꾸준히 보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외데고르의 활용성이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라카가 팀에서 궂은일을 여러 개 도맡아 하고, 몸싸움이나 압박 면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기에 결코 풀타임을 완전히 소화하는데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데고르는 라카가 할 수 없고 본인만이 가진 장점을 어필하고, 라카에 비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라카와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외데고르가 좀 더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 전방으로의 침투 적극성이다. 아무래도 스타일상 오버래핑하는 선수들에게 자신이 직접 패스 찔러주는 축구를 선호하다 보니, 위와 같은 역습 상황에서도 동료로부터 쓰루패스를 받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가기보다는, 어정쩡한 위치에서 패스를 뿌려줄 생각이 앞서 보인다.  

    위에서도 외데고르는 충분히 앞으로 달려 적어도 미끼 역할을 하거나,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음에도, 1선보다는 2선, 3선에 위치해 공을 받을 생각으로 속도를 늦추다 보니, 상대 수비가 역습인데도 불구하고, 수비하기 편하게끔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이 장면은 마지막에 패스미스를 범한 스미스로우의 잘못도 크지만,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던 외데고르의 존재가 스미스로우의 다음 플레이 판단에 오히려 차질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누노, 페페가 외데고르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음에도 전속력으로 오버래핑해 외데고르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면 그 차이가 많이 체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3. GOOD : 세트피스 전술


     

    세트피스 전술에서의 약진이 돋보이는 최근의 아스날이다. 특히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19/20시즌만해도 세트피스 실점률이 리그 최다(46%)였던 아스날은, 20/21시즌에는 세트피스 실점률이 리그 최소(21%)로 줄어들었다. (참고 : https://twitter.com/Orbinho/status/1418975789186523136

    그리고 이 기세를 이번 21-22 시즌에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 : https://twitter.com/Orbinho/status/1446049409662337027 )

    공격에서의 약진은 더 눈에 띄는데, 일단 최근 3경기 모두 세트피스 득점에 성공했으며, 아스톤 빌라 전과 레스터 시티 전 모두 득점 이외에도 상당히 좋은 세트피스 공격 전술 장면을 여러 개 창출해냈다.

    사카→파티 (골대)
    스미스로우→파티 (골)
    사카-마갈량 (골)

    이렇게 키 크고 제공권 있는 선수들 (파티, 마갈량, 토미야스, 화이트 등)을 보유하고, 또 그 선수들에게 정확히 질 좋은 세트피스 킥을 공급할 수 있는 키커(로우, 사카, 외데고르 등)의 성장이 원동력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위 움짤들처럼 제공권 있는 선수를 직접 노리는 것이 아니라, 옆,뒷공간을 돌아나가는 선수(오바메양 등)를 향한 변칙적인 세트피스 전술도 최근에는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세트피스 코치로부터 팀적으로 연습된 전술로서 앞으로도 아스날의 위협적인 공격 루트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4. GOOD : 아르테타의 요구에 응답할만한 후방과 연결고리의 출현


     

     

    이는 전 칼럼의 제목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이번에 새로 영입된 영입생들 중 아르테타 전술에 잘 맞는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괜찮은 경우가 많고, 적응속도도 타선수들에 비해 꽤 빠른 편이다. 또 기존에 있던 아스날 선수들 중에서도 비로소 아르테타의 전술에 잘 녹아들며 높은 이해도를 갖추게 된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눈에 띄기도 한다.

    물론 이전에 비해 아르테타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의미일뿐, 그 이상의 확정적 효과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훈갑을 한 명씩을 뽑자면, 후방에서는 램스데일, 연결고리 역할에서는 스미스로우를 뽑을 것이다. 이 둘은 활약상도 매우 좋고, 아르테타의 전술에 꼭 맞는 맞춤형 선수처럼 부합하는 부분이 많아서, 시간이 난다면, 따로 좀 더 선수 분석에 초점을 맞춘 별개의 칼럼을 추후에 작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이번 칼럼에서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 넘어가겠다. (이미 많은 구너들이 저 두 선수가 최근 아스날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많이 체감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5. BAD : 전방 압박의 한계


     

    이제는 GOOD(좋은 점)에 이어 BAD(아쉬운 점)을 꼽아보려 한다.
     
    전방 압박의 체계화는 GOOD(좋은 점)으로도 뽑혔지만, 이러한 전방 압박이 무한정의 장점만을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 클롭 감독 역시 무리할 정도로 게겐프레싱을 강하게 구사하던 스타일에서 오히려 적절한 조화를 취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서 더 좋은 결과를 냈던 것처럼, 전방 압박은 한계 역시 보유하고 있다.

    (1) 일단 체력적인 문제가 크다. 선수들의 체력은 정해져있으므로,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할수록 경기 후반이 위험해진다. 아르테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에 전방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움을 느낀다.

    결국 체력을 조절해주는 감독의 능력은 선수 교체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데 이유는 아래와 같다.

    전방 압박 가담력이 상당히 좋아진 최근의 오바메양.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아스날의 전방압박 시스템이 체계화되면서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오바메양이다.  

    전성기 시절에는 중요한 순간에 빠른 스피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자신에게 공이 없는동안에는 불필요한 러닝을 자제하며, 스프린트 폭발력을 위한 체력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흐름에 부합하면서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전방 압박 가담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실제로 골키퍼를 상대로 빠른 주력으로 압박에 성공해 쉬운 골을 넣은 경우도 더러 있다.  

    최근에는

    더한데, 이제는 골키퍼를 넘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볼줄기를 가장 먼저 방해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상대팀이 빌드업을 왼쪽으로 할지, 오른쪽으로 할지 결정케 하는 것이 오바메양에게 달려있을 정도로 좌우로 많은 활동량, 압박을 가져가야만 한다.  

    오바메양의 이러한 헌신적인 스타일로의 변화는 아르테타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따로 지적해 칭찬한 적이 있다. (참고 : https://twitter.com/Arsenal/status/1452636715747840014 )

    문제는 오바메양의 교체 여부에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오바메양은 이전보다 많은 체력을 소비하면서 경기 후반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예전보다 점점 더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오바메양의 이번시즌 골기록

    골기록으로도 알 수 있듯, 올 시즌 들어 오바메양은 70분이 넘어 득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메양은 최근 리그 7경기 중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90분 풀타임으로 뛰고 있다.

    오바메양의 최근 리그 출전 기록

    물론 이번 시즌 아스날은 유럽대항전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조금 더 체력적인 여유가 있다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응 타당해보이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리그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아르테타는 경기 중 영향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계속 풀타임으로 데려가는 것이 상당한 손해일 수도 있다. 경기 말미에 위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칼같이 교체해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아스날과 아르테타에게는 너무나도 결정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팀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라카제트의 경우에는 아르테타가 체력에 따라 이른 시간에도 잘 교체해주는 것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항변은 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 자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마르티넬리, 유사시 페페까지도 오바메양의 대체재로 쓸 수 있으며 두 선수는 모두 오바메양에 크게 꿀리지 않을만큼 좋은 스피드와 직선적인 돌파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며 충분히 교체 투입 시 역습에 활력을 부여할 수 있는 자원이다. 

     

    (2) 이것은 비단 오바메양 개인에만 결부된 문제는 아니다. 경기 운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최근은 물론이고, 꾸준히 전,후반의 경기력에 괴리가 있었던 적이 상당히 많다. 희한하게 경기 전반 20분가량은 지배하는 듯하다가, 또 나머지 20분가량은 몰리기 일쑤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양상 역시 전방압박 세기 및 수비라인, 팀의 태도를 결정하는 아르테타의 결정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제 대략적으로 아르테타가 전방 압박을 강하게 구사하는 시점을 정리해보자면, 일반적으로 전반전(20분까지가 가장 강함), 그리고 스코어상 뒤지거나 동점일 상황이다. (대체적으로 구너들이 아스날 경기력이 좋다고 느끼는 시간대와 일맥상통한다)  

    즉, 반대로 일반적으로 후반전에는 전방압박의전방 압박의 강도가 약해지며, 특히 스코어가 앞선 상황에서는 기계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전방 압박의 세기를 낮추어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많다는 뜻이다. 이럴 때면, 상대의 볼소유가 너무 쉬워지면서 마치 내내 아스날이 수세에 몰리는 듯한 경기 양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아르테타에게 경기 운영 방식 ≒ 전방압박 방식에 다름없어 보인다. 적극적 운영 시에는 전방 압박을 과도하게 운용하며, 소극적 운영 시에는 전방 압박을 과도하게 제거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카테고리의 연결을 조금 타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스코어를 앞서고 있더라도, 굳이 기계적으로 전방압박을 버리고, 라인을 내려 촘촘한 수비 형식의 소극적 운영으로 '꼭' 변화할 필요는 없다.  

    벵거 감독의 경우, 여러 특징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스코어와 상관없이 경기 주도권을 쥔 상태로 경기를 운영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말년을 제외하고는, 이기고 있던 경기를 꽤나 편하게 가져온 경우가 많았는데, 오히려 스코어의 우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 점유를 포기하고 수비 일변도로 전환하기는커녕, 볼을 더 점유해서 상대의 기회를 박탈하고 그 상태로 스코어 굳히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는 이러한 굳히기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레스터시티처럼 뒷공간 활용이 좋고, 바디 같은 존재가 있을 때는 아르테타 식의 극단적인 수비 전환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2:0의 클린 시트를 가져오기도 했고, 원정에서 중요한 3점도 따냈다.  

    그러나 아르테타 감독의 경우에는 상대팀의 특성이나 전력 여부에 상관없이, 스코어 상황이나 경기 흐름에 따라 너무 기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것이 개인적인 우려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상대에 따른 대응으로서의 경기 운영보다는 본인이 구축해놓은 매뉴얼식 상황별 운영법에 따라 운영하는 느낌이랄까..  

    전술도 본인이 구축한 확고한 시스템에 선수를 맞춰넣는 느낌이었는데, 경기 운영방식도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아르테타 아스날의 부활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전에 아르테타의 감독직이 위태로울 수도 있고 말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경기 운영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더 유연한 방식으로 발전해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경기 중 전방압박의 강도나 세기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6. BAD : 아직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 보이는 수비 호흡


     

    누노(티어니)-마갈량-화이트-토미야스로 이루어지는 포백은 분명히 후방 빌드업이나 각각의 선수 장단점을 조합하는 측면에서는 꽤나 적절한 조합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아스날의 경기에서 이 포백이 수비적으로 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비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활약 중인 마갈량은 논외로 치더라도, 화이트-토미야스의 우측, 그리고 그 앞에 있는 파티와의 수비적인 호흡 및 콜플레이에 있어 아직은 미흡한 부분을 꽤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상기 언급한 바대로, 강도 높은 전방 압박 시 유의할 점은 앞으로 튀어나가는 풀백을 어떻게 커버하느냐에 달려있다.  

    상대팀 입장에서 왼쪽으로 빌드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토미야스는 다시 한 번 전방 압박 가담을 위해 전진 중이며, 아스날은 그 후에 상대팀 패스를 건네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선수 2명(검은 원)을 집중적으로 마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상대 2명의 선수 중 1명은 측면의 빈공간 (원래 토미야스가 마크하던 위치)으로 달리고, 나머지 1명은 공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온다. 이때 파티는 내려오는 선수는 보지 못하고, 그대로 측면으로 빠지는 선수를 따라가고 있다.   

    여기서 화이트는 콜을 해줘야한다. 측면 뒷공간으로 빠지는 선수는 자신이 커버할 테니 파티에게 '네 뒤에 있는 선수를 마크하라고' 지시하거나, 또는 자신이 공 받으러 내려가는 선수를 따라 전진할 것이니, 더 넓어질 뒷공간으로 빠지는 선수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콜플레이 미흡 or 비슷한 수비 상황 발생 시 전술적 대응에 대한 미숙함이 있다보니 화이트는 내려가는 선수에게 유인되어 너무 앞으로 나가게 되었고, 파티는 뒤에 화이트가 없는 줄 모르고 너무 안일하게 마크하게 되었다.  

    따라서 아스날의 뒷공간은 토미야스의 전방압박 가담 + 화이트의 무리한 전방 압박 + 파티의 상황인지 실패로 완벽히 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흡한 콜플레이로 인한 위기

    움짤로 보면 뒤에 화이트가 있는 줄 알고 뒷걸음질치며 마크하다가 당황해서 뒤늦게 추격하는 파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이트는 콜플레이의 부재도 문제지만, 너무 먼 거리에서 방해 시도를 위한 무리한 압박을 가하다가 뒷공간을 완전히 열어주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히도 램스데일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위의 리플레이 장면에서 잡혔듯, 파티는 즉시 화이트에게 가서 불만을 토로한다. 영상 입모양으로 짐작하건대 "Call me first please"라고 한 것 같은데, 파티 역시 화이트의 콜플레이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그냥 움직이지 말고, 최소한 움직이기 전에 자신에게 말하고 움직이라는 말이다.

    비슷한 장면이 같은 경기에서 또 이어지는데, 이번에도 토미야스-파티-화이트간 수비 위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부분에 리플레이 장면 때문에 풀경기에서도 정확한 앞장면을 알 수는 없으나, 이번에도 비슷한 콜플레이의 부재 또는 서로 간의 위치 인지 문제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서도 토미야스는 어중간한 위치에 위치하고 있고, 화이트는 오른쪽 선수를 마크하다가 뒤에 침투하는 선수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파티는 또다시 뒤늦게 커버하려다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하프스페이스 공략이 key라고 말했던 만큼, 수비에서도 그 공간을 공략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토미야스, 화이트, 파티는 한 경기에서 비슷한 문제로 말미암아 가장 중요한 뒷공간 들을 내주는 동일한 실수를 범하였다.

    재밌는 점은 이 실수 역시 램스데일의 선방으로 겨우 만회되었다는 것이다 (갓스데일 ㄷㄷ)

    그리고 실수 직후 램스데일 앞에서 파티가 또 한 번 화이트를 불러 동일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 경기의 백미 중 하나이다.

    이런 수비호흡의 문제는 아스톤빌라 전에 이은 레스터 전에서도 또 발생한다. 여기서도 토미야스-파티-화이트 3명의 우측 수비에서의 실수이다.
    (물론 왼쪽에서의 실수도 종종 있지만,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 중인 마갈량에 비해 우측이 실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에 대표적인 예시로서 모두 우측에서의 예시를 들고 왔다)  

    여기서도 토미야스는 터치라인 근처의 2명은 사카에게 맡기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와 위치할 필요가 있었다.

    RCB 화이트와 RB 토미야스의 거리가 한 눈에 보아도 너무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연히, 여기서의 토미야스 역시 앞서 살펴본 아스날의 하프 스페이스 공략 방법과 비슷하게 상대의 미끼 움직임에 낚여 벌려진 것이다)

    그리고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레스터시티가 이러한 찬스를 놓칠 일은 적다. 공을 가운데로 돌리는척하다가 곧바로 빈 하프 스페이스로 패스를 찔러준다.

    뒤늦게 화이트, 파티, 토미야스가 빈 공간을 인지하고 뒤쫓아가지만, 역부족이다. 움짤로 부족한 수비 호흡 장면을 되돌려보자.

    미흡한 수비 위치선정으로 인한 위험한 슈팅 허용

     


    7. BAD : 경기 중 너무 잦은 포메이션 변화 - 일관성에 악영향


     

    아르테타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상황별 포메이션 변화를 자주 활용해왔다.  

    이에 따라 안 그래도 감독의 철학에 선수를 맞추는 식이어서 까다로운 선수 선별이 이루어진 점, 시즌마다 새로운 영입생이 추가된 점, 적응을 위해 선발과 후보의 경기 소화 시간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경기력 기복도 잦아진 점 등이 잦은 포메이션 변화와 맞물려 추가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 베이스로 일컬어지는 아르테타의 235 전형조차도 결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포메이션은 아니다.  

    최근 아스날 역시 토미야스가 사실상 인버티드 풀백처럼 쓰여 미들3을 이루고, 누노가 공격 5의 일부로 활발히 오버래핑하면서 만드는 구성이다. 여기서 경기 중 부드럽게, 유기적으로 선수의 위치 변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르테타 감독이 원하고자 하는 235 전술의 장점을 절대 살릴 수 없게 된다.

    심지어 반대로 토미야스가 올라가는 상황이 되면, 누노가 대신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로콩가-파티오 함께 미들 3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경기 중에 아무 탈 없이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수비 시에는 포메이션이 달라진다. 아르테타 감독은 전방 압박을 실패하거나, 상대가 중앙선을 넘는 시점부터는 아스날의 포메이션을 442 형태로 변환한다.  

    여기서의 442 형태는 매우 좁고 일정한 간격을 가지는데, 위 그림처럼 4백에서 좌우 풀백이 터치라인과 매우 큰 폭(흰색 화살표)을 가진 채로 경기장 중앙 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측면으로의 공격 전개는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중앙을 내주지 않고, LM, RM의 도움 수비로 최대한 좌우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아스날 선수들이 간격 유지만 잘한다면 매우 빡빡한 중앙을 직접 공략하기는 어렵고, 결국 얼리 크로스나 측면을 통한 중앙으로의 볼 배급은 꽤나 공중볼 처리 능력이 준수한 램스데일, 마갈량, 토미야스, 파티 등을 통해 견뎌내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포백만큼이나 LW, RW의 수비 가담 능력이 아주 중요한데, 이 분야에서 현재 아스날 최고봉은 단연코 스미스로우다. 개인적으로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전술 이해도와 실행력이 특출난 선수인데, 그만큼 언제 수비를 가담하고, 언제 내려와 볼을 전개하고, 언제 드리블 돌파가 필요하고, 어떻게 크로스 해야 하는지 등의 판단을 적재적소에 한다.

    특히, 235 공격 진형에서 442 수비 진형으로 변할 때, 스미스로우의 자연스러운 수비 전환을 보면 감탄스러울 정도다.

    측면 도움 수비를 하는 로우의 적극성

    사실 위에서 다뤘던 수비 호흡에 대한 파트에서 왼쪽보다 오른쪽 수비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스미스로우의 존재다. 누노나 티어니의 수비력이 월등해서라기보다는 스미스로우의 도움수비가 지능적이고, 훨씬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위 움짤에서도 로콩가나 누노가 움직이는 거리의 5~10배 이상을 스미스로우가 대신 뛰어 틀어막는 걸 볼 수 있다.

    442 형태에서의 길목 차단 수비

    442로의 전환 효과는 위 움짤에서 잘 나타난다. 촘촘하고 좁은 간격을 뚫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대팀은 결국 측면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측면 전환을 효율적으로 방해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LW,RW다.  
    그 중 스미스로우는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지능을 가졌고, 위 움짤에서도 자세히 보면 스미스로우가 힐끗 상대 2번 선수의 침투 움직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수비 위치를 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상대 수비수가 너무 안일하게 패스를 건넨 것도 있으나, 설사 패스가 성공했다 해도 스미스로우의 위치상 크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기는 애초에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그 외에도 또 다른 활용 포메이션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244인데, 이것은 스코어를 앞서거나 경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나갈 때, 한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이루어지는 포메이션이다.   

    기본 베이스 235는 한쪽의 풀백을 공격 수급으로 오버래핑시키기에 역습에도 취약하고,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공격 숫자를 1명 줄이는 셈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포메이션에서의 공격 전개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직 이 포메이션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는 뜻)

    이 정도만 해도 변태적인데, 244를 쓸 때는 심지어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를 스위칭되기도 한다.
    (이 경기에서는 로콩가와 스미스로우, 로콩가와 타바레스) 물론 풀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감독의 지시로 인한 의도적인 스위칭이라기보다는 유연한 공간 활용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온 흐름적 스위칭에 가깝다.

    여하튼, 위의 첫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직선적인 드리블 돌파 능력이 있는 로콩가가 LW에 위치하고 있다. 스위칭한 스미스로우는 중앙에 머문다. 물론 스미스로우와 로콩가가 모두 다재다능하기에 가능한 영역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244로 변환하면서 공격 작업이 5명일 때보다 답답해질 때, 수미 로콩가를 마치 공미처럼 좀 더 올려 쓰면서 새로운 형식의 235를 만드는 장면이다. 여기서 3은 누노, 파티, 토미야스가 되며, 5는 로우, 오바, 라카, 사카, 로콩가가 된다.

    특히 조심스러운 운영에서는 풀백을 올리기보다 미드필더 올리기를 선호하는 아르테타 감독이 교체 카드로 나일스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나일스 역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더라도 측면까지 스위칭 오버래핑이 가능하며, 직선적인 돌파에 유용한 주력도 갖고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간략하게 포메이션 변화들을 쭉 살펴보더라도, 단번에 선수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른 포메이션 변화는 감독으로서는 좋은 재능이자, 전술적 무기일 수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반대로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특히 전술이나 포메이션 변화의 적응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고, 이를 통해 경기력의 일관성을 해치는 문제를 야기한다.

    사실 이러한 잦은 포메이션 변화를 BAD(아쉬운 점)로 꼽은 이유는 지금까지의 아르테타 아스날 기간에 대한 총체적인 의미로서의 BAD(아쉬운 점)에 가깝다. 오히려 최근 아스날은 이런 점에서는 선수들이 꽤나 잘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아직 미숙한 점도 여전히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룰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전술과 포메이션 변화에 선수들이 잘 적응했을 경우, 좀 더 폭발력 있는 시너지와 경기력의 상승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과연 아스날이 이러한 이론적 가능성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데 성공하고, 그와 더불어 최근 몇 시즌 간 잃어버렸던 경기력의 일관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아스날 경기를 볼 구너들에게는 하나의 재밌는 기대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위 7가지 요소들을 선수 개개인과 연결 지어 그 활약상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까지도 염두에 두면서 칼럼 작성을 시작하였지만, 쓰다 보니 너무 양이 많아져 그런 선수 개인에 대한 부분들은 차후에 기회가 되면 다룰 수 있도록 미뤄놔야 할 것 같다.  

    아르테타호 아스날 기간이 시작된 이래로 구너들은 여러 번 롤러코스터 같은 심정을 반복해왔다. 몇 연패 이후 몇 경기 연속 무패를 반복하는 것은 이제 아르테타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최근 아스날은 좋은 흐름을 타고 있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시즌 극초반 예상 밖의 코로나 감염 및 부상으로 인한 전력 감소가 초반 아스날의 부진에 대한 위안 삼을만한 요소라는 것이다.

    비록 이번에도 쟈카의 장기 부상이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풀전력에 가까운 스쿼드를 보유한 만큼 아르테타가 롤러코스터의 순환고리를 끊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상기 언급한 7가지의 GOOD & BAD가 각각 구너들의 앞으로의 축구 경기 시청 및 팬질의 흥미 요인 중 하나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는 바, 부디 이 칼럼을 읽는 분들이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있게 읽어주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공식전 7승 2무로 좋은 반등을 이룬 아스날의 무패행진이 꼭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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