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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타의 요구에 응답할만한 후방과 연결고리 조합 출현Arsenal/Column 2021. 11. 6. 18:57반응형
※본 칼럼은 2021년 9월 28일에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아스날은 아르테타의 부임 이전부터 여러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후방 빌드업은 벵거 말년 시절부터 꾸준히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정확히는 후방 빌드업을 선수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해내는 카솔라 정도의 선수를 아스날이 더 이상 보유하지 못하면서부터 시작된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 문제는 현대 축구의 흐름상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전방 압박으로서 커트해내는 전략이 거의 모든 PL팀들에게 보편화되면서, 더욱 약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아스날팬들은 벵거 이후 에메리나 아르테타 감독에게 꾸준히 시스템적인 후방 빌드업의 구축을 원해왔다. 그러나 에메리 감독은 측면 일변도의 빌드업을 통한 역습 중심의 축구를 구현했으며, 아르테타 감독은 부임 초기 포텐셜을 보여주긴 했으나, 자신의 이상적인 빌드업 이론을 현실적으로 아스날 선수들이 구체화, 현실화하는데 애를 먹어왔다.
펩의 제자로 알려졌으며 전술적인 면에서 어느정도 자신만의 확고한 이론을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르테타는 확실히 초보 감독답게 지난 아스날에서의 2시즌동안 유연한 대처에서 미흡함을 보여왔다. 선수에 맞춰 전술을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전술 틀에 맞춰 선수를 모색하는 쪽에 가까운 그의 방식 때문에, 아무리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아스날 팬들이 아르테타에게 기존에 기대하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이 소비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기력의 기복과 함께 수많은 비판여론 속에서도 아르테타 감독은 꾸준히 자신의 후방 빌드업 이론을 고집했고, 선수에 맞춰 자신의 이론을 재정립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론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후방 자원들을 구매하는데 혈안이었다. 이는 클럽으로서도, 감독으로서도 꽤나 큰 도박수였다고 생각되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스날은 아르테타 감독의 중요한 행방의 기로라는 북런던 더비에서 그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회수가능성을 엿보았다.
이 칼럼에서는 아스날의 최근 수많은 문제점과 경기 외적인 다른 요인들은 모두 차치하고, 경기 내적으로, 더욱 좁혀 말하자면 아르테타의 전술, 더더욱 좁혀 말하자면 아르테타의 후방 빌드업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아르테타가 지향하는 후방 빌드업
펩의 제자답게 아르테타는 후방 자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패싱 및 빌드업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스킬이나 정확도의 문제뿐만 아니라, 패스 길을 보고, 주변 동료들과 유기적인 위치 이동을 끊임없이 가져가면서 적절한 패싱 타이밍까지 판단해야하는 높은 수준의 축구 지능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이제껏 기존 아스날의 선수들은 이러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한 적이 많지는 않았다. 부응하더라도 그것이 일관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경기력의 기복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아르테타가 지향하는 후방 빌드업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펩의 그것과 닮아있는데,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공은 선수의 발보다 빠르다"는 명제에 기초하고 있다.
(1) 마름모 패스일반적으로 패스에 있어 삼각형이 중요한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삼각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삼각형은 3명의 선수가 공을 주고 받는데 있어 편안하고 편리하지만, 패스 길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가 전방 압박을 통해 커트하기에 용이하다.
일반적으로 현대 축구에서는 3명의 선수가 삼각형을 구성할 때 웬만하면, 상대 선수들도 3명을 투자하여 3:3으로 수적 열세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선수 개인의 탈압박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이상, 시스템적으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명을 추가시켜 삼각형 2개를 합친 모양=즉 마름모 형태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순간적으로 4:3의 수적 우위를 점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상대가 따라가기 힘든 패스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마름모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패스는 상대팀이 좌우 아군을 막고 있을 때, 그 둘 사이의 공간으로 빠르게 집어넣는 패스로서 정확도와 과감함이 요구된다. 대신 상대가 예측하기 좀 더 어려우며, 심지어 예측하더라도 공이 선수들의 발보다 빠르기 때문에 패스가 정확하게만 들어간다면 탈압박을 할 수 있는 순간의 틈을 만들어줄 수 있다.
게다가 횡패스가 아닌 종패스이기 때문에 템포를 UP시키는 효과가 있다.(2) 연결고리의 후속 역할
마름모를 가로지르는 좋은 패스를 넣어주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전혀 아니다. 이제 문제는 패스를 받은 선수의 역할이다. 보통 이 선수들은 내려오면서 공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순간적으로 잠깐의 틈을 얻게 된다.
측면과는 달리 보통 마름모 패스를 받는 선수들은 잠깐일지언정 좌우, 앞뒤 어디로든 패스를 건넬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금방 추가 압박이 붙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패스를 예상하면서 주위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가 원터치 패스로 넣어주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탈압박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선수의 개인능력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합도 중요하다.
이론 상으로는 간단해보이지만, 결코 현실화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선수들 간의 마름모 형태를 잡는 훈련으로 선수간 호흡이 올라와야 하고, 또 위 그림들처럼 기본적인 형태만이 아니라, 경기 중간에 흐트러진 간격 속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마름모 형태를 선수 4명이 능동적으로 창출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패스를 주는 선수의 능력, 뿐만 아니라 패스를 받는 선수의 능력 모두 중요하다.
이하에서는 아스날VS토트넘의 경기에서 아스날 후방 자원들이 어떻게 (1)번의 마름모 패스를 공급하고, 그 패스를 받는 아스날의 연결고리 자원들이 어떻게 (2)번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보자.
2. 구현되는 형태
(1) 기본 형태
가장 먼저, 동료의 위치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거나, 본인이 패스길을 자신있게 열 수 없을 정도로 상대의 수비가 밀집된 경우에는 크게 무리하지 않고 후방으로 돌리거나 횡패스를 한다.
사진에서는 가브리엘이 화이트에게 볼을 주는 모습인데, 이에 따라 전방압박을 수행하는 3명의 토트넘 선수들이 화이트를 향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이렇게 되면, 가브리엘에게 쏠렸던 상대의 압박을 분배시킬 수 있고, 다시 이전보다 좀 더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가브리엘은 손을 들며 화이트에게 다시 패스를 건네줄 것을 요구한다.
가브리엘이 패스를 다시 받은 시점에서 살펴보면, 가브리엘을 직접 압박하는 선수, 그리고 그와 삼각형을 이루는 티어니와 쟈카를 각각 압박하는 선수가 있어 상대는 총 3명이 조여 오고 있다.
가브리엘, 티어니, 쟈카도 3명이기 때문에 4:3을 만들려면 마름모 위치를 공을 받아주러 오는 아스날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필요하다.여기에서는 오바메양이 내려오며 가브리엘, 티어니, 쟈카와 함께 마름모 형태를 완성시키며 4:3의 구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가브리엘은 토트넘 전방 압박 자원들의 사이로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공이 발보다 빠르기 때문에 토트넘 선수들은 저 좁은 공간 사이로 전진 패스가 이뤄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이후 공을 받은 연결고리 역할의 오바메양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오바메양은 좋은 퍼스트터치를 가져가지 못하면서 곧바로 오바메양 뒤에서 쫓아오는 토트넘 수비진들의 추가 압박을 벗겨내지 못했다. 아래 움짤로 확인해보자.(2) 응용 형태 1
이번에는 화이트, 가브리엘, 쟈카, 파티가 마름모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토트넘의 전방 압박 3명의 선수들과 대치 중이므로 4:3의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화이트는 쟈카 쪽으로 마름모를 가로지르는 패스를 토트넘 선수들 사이로 정확하게 할 것이다.역시 이 다음은 연결고리인 쟈카가 중요하다. 탈압박을 위한 잠깐의 틈을 얻은 쟈카는 이미 화이트가 자신에게 패스를 주기 전부터 이를 예상하고,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 놓아야 한다.
놀랍게도 쟈카는 이 상황에서 패스를 받기 전에 스미스로우의 위치를 파악하고 패스를 받자마자 원터치로 로우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뒤늦게 쟈카에게 추가 압박을 가하는 2명의 토트넘 선수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빌드업을 통한 탈압박'을 성공한다.
이 과정을 움짤로 다시 확인해보자.화이트의 마름모패스(1)와 쟈카의 연결고리역할(2)로 탈압박에 성공한 아스날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역습을 전개하기에 너무나 편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곧 유효슈팅을 기록한 좋은 찬스로 이어지게 되었다.(3) 응용 형태 2
이번에는 화이트, 파티, 토미야스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역시나 토트넘의 전방 압박 인원도 3명으로서 3:3이다.
4:3이 되기 위해 마름모 위치의 빈자리를 아스날 동료가 재빠르게 채워줘야한다.
동료가 보이는 순간 화이트는 약속된 플레이처럼 빠르게 마름모 위치의 선수에게 공을 패스할 것이다.마름모 위치를 채우로 내려온 선수는 사카였다. 화이트는 상대의 전방 압박 선수들 간의 틈이 좁다고 판단했는지 이번에는 공을 조금 띄워서 패스한다.
이런 패스는 땅볼패스보다 커트 위험이 적긴 하겠지만, 대신에 패싱 부정확도가 늘어날 위험이 있다.그러나 화이트의 패스는 정확하게 사카의 발밑에 들어갔고, 사카는 이미 패스를 받기 전부터 동료 외데고르의 위치를 파악한 뒤, 연결고리 역할로서 또다시 원터치 패스를 내준다.
작은 틈을 사카가 원터치패스로 잘 활용하며 토트넘의 압박을 풀어내버렸기 때문에, 이후에 또 좋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움짤로 확인해보자.충분히 연습되고 예상된 플레이기 때문에 사카는 작은 틈을 당황하지 않고 원터치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추가적으로 사카에게 압박을 들어오던 토트넘 선수를 사카-외데고르가 함께 2대1패스로 손쉽게 뚫어내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4) 응용 형태 3
깊숙한 후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선을 넘은 이후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서는 쟈카, 로우, 파티, 외데고르가 마름모 형태를 이루고 있다.
위의 화이트와 마찬가지로 쟈카는 좀 더 안정적으로 전달하고자 패스를 띄웠고, 이미 패스를 예측한 외데고르는 공을 받기 전 오바메양의 위치를 파악한 뒤 또다시 원터치 패스로 후속 역할을 수행해 탈압박을 마무리한다.사실 쟈카의 이 패스는 토트넘 입장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데고르는 좀 더 넉넉한 틈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외데고르는 원터치 패스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으나, 아무래도 약속된 플레이의 일환이었는지 몰라도 다소 기계적으로 원터치 패스를 선택했다.
물론 오바메양이 볼을 잘 지켜내면서 슈팅장면으로 이어졌으므로 결과 역시 나쁘지 않았다.(5) 응용형태 4
마름모를 좀 더 넓게 그려볼 수도 있다. 가브리엘, 티어니, 쟈카, 오바메양이 마름모를 이루고 있고, 역시 토트넘 선수들은 3명이 각각 가브리엘, 티어니, 쟈카를 마크 중이다.
다소 거리가 멀지만, 가브리엘은 과감하고 자신있게 오바메양을 향한 마름모 패스를 날린다.
오바메양은 여기서 연결고리 역할로서 원터치패스 같은 것을 하지 않고, 그대로 결을 살려 돌파하는데 이를 움짤로 확인하자.어차피 오바메양이 최전방 라인이었기 때문에 내려오면서 받고, 근처에 있던 로우에게 패스를 건넬 수도 있었겠지만, 오바메양은 가브리엘 패스의 세기와 방향을 이용해 그대로 몸을 돌려 치고 나가는 것을 택했다.
따라서 정확히는 가브리엘이 쓰루패스를 했다기보다는 오바메양이 가브리엘의 패스를 쓰루패스로 만든 것에 가깝다.(6) 위험한 형태
마름모 형태와 패스, 탈압박 방식을 이론이 아닌 현실로 재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 장면에서는 램스데일, 가브리엘, 화이트, 쟈카가 마름모를 이루고 있는데, 마름모 패스를 받는 연결고리 역할의 쟈카 근처에 이미 토트넘 선수가 매우 가깝게 자리 잡은 상태이며, 뿐만 아니라 쟈카로의 마름모 패스를 미리 예측해 커트하기 위해 달려 나오는 상황이다.
램스데일은 현재 레노보다 전체적으로 더 좋은 발밑과 패스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아르테타의 신임을 받고 있으나, 이 장면에서만큼은 기존의 레노가 종종 범했던 실수와 같은 실수를 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쟈카가 멈칫한 것으로 보아 양 선수간의 호흡 문제이기 때문의 일방적 실수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물론 이 장면은 쟈카가 가까스로 파울(?)급 플레이를 통해 볼을 지켜내고, 이후에 빠른 템포 UP과 오바메양의 훌륭한 원터치 패스로 인해 오히려 골을 기록하여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장면을 통해 마름모 빌드업 방식은상대 선수의 위치를 파악하지 않거나, 순간의 판단 미스, 또는 동료들 간의 미숙한 호흡으로 인해 한순간에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는 만큼 많은 연습과 선수들의 능력이 요구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비록 북런던더비에서 시원한 승을 기록하기는 하였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은 시즌 극초반을 제외하고, 풀전력에 가까운 라인업을 기용한 이후로는 어떻게든 승리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에 대한 결과 역시 아직 재단하기는 섣부르지만, 좋은 냄새가 나고 것만 같다. 레노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지면서도, 단점을 보완한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램스데일이나, 최근 아스날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밥형 유형의 풀백 토미야스 같은 선수들의 개인적 능력도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선수 개개인의 개인 능력은 별론, 아르테타가 구현하고자 고집했던 이론적 플레이를 드디어 현실적으로 구현할만한 후방 자원(가브리엘, 화이트, 파티, 쟈카 등)과 연결고리 자원(외데고르, 로우, 사카, 쟈카, 파티 등) 및 이들의 조합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었다는 것이야말로 팀적으로 좋은 징조일 것이다.
앞으로의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위와 같은 구현능력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자신의 전술적 이론을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팬들에게 실망스러움을 안겨줌과 더불어 기존 예상을 초과하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된 아르테타. 어느 정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얻었을 때, 과연 펩처럼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향후 아스날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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