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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석] 새로운 틀을 준비한 아르테타Arsenal/Column 2021. 12. 12. 23:09반응형
필자는 지난 2경기를 통해 아르테타가 플랜 A만큼 정교한 플랜 B를 단기간에 만들어낼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 경기는 그러한 필자의 의심을 싹 날려줄 만큼 의미가 있었던 경기이기에 따로 경기 분석 칼럼을 써보려 한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 대한 전체적인 틀이나,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 등을 다룬 간단 경기 리뷰 글을 먼저 보고 오시길 추천한다. 지난 번에도 말했듯, 선수 평가와 경기 분석을 함께 한다면, 높은 이해도와 더불어 아르테타의 의도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도 더 잘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축구 보는 관점을 키워나가는데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번 사우스햄튼전에서의 아스날의 핵심 과제는 다른 무엇보다도 오바메양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는가 여부였다. 그 활용방안에 있어 다소 쓸데없을 정도로 복잡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맨유, 에버튼전을 연달아 놓쳐버린 아르테타이기에 우려도 그만큼 컸던게 사실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오바메양이 맡던 중앙 고정형 역할을 라카제트에게 그대로 이식하거나, 또는 아예 라카제트를 중심으로 포메이션 자체를 433기반의 다른 변형 235를 사용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경기에서 아르테타가 선택한 방안은 후자였고, 단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완성도와 더불어, 선수들로 하여금 피치 위에서 실현시킬 수 있도록 세밀하고도 꼼꼼한 코칭을 보여줬다.
이번 경기를 필자가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3:0 대승이라는 스코어나 승리 여부 때문이 아니라, 필자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 곳에서 다루었던 아스날 칼럼 대부분의 주제 (e.g. 포지셔널 플레이, 레드존, 역습 1.5열, 국면별 포메이션 변환, 로테이션 등등)가 이 경기에서 모두 잘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상기 언급한 주제들이 발현된 장면과 더불어, 필자가 우려하고 지적했던 몇몇 선수들 간의 동선 정리와 효율성에 대해 아르테타가 어떤 변화를 꾀했고, 어떤 피드백을 가져갔는지에 대해 상세히 검토할 예정이다.
1. 새로운 틀의 구성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몇몇은 눈치 챘을지 모르지만, 오늘 아르테타 아스날의 형태는 기존의 235와는 분명히 다르다.
이미 여러 칼럼에서 언급했듯, 기존의 비대칭 235는 아래와 같다.
티어니(누노)가 높게 오버래핑하면서, LW는 하프 스페이스로, CF는 센트럴 스페이스를 점유하고, AM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치우치며, RW가 터치라인을 점유하는 방식. 대신 AM의 뒤는 RB 토미야스가 인버티드 풀백으로 지원한다.
이것은 예전 칼럼에서 설명했듯, 기본 뼈대를 433이 아닌 4231로 두면서 아르테타가 현재의 아스날 선수단 입맛에 맞게끔, 양념반 후라이드반 형태로 비대칭 변형시킨 형태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원래 235는 기본 뼈대를 433으로 했을 때, 보다 대칭적인 구조를 이루며 좀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위에서 비유한 양념과 후라이드가 각각 아래와 같은 그림인 셈이다.
필자가 뉴캐슬 전에서도 경기 분석 칼럼을 따로 썼던 건, 그 당시 경기가 아스날이 기존의 반반 235에서, 위 그림의 우측 235 형태(리버풀에 가까운)를 섞어 적극 활용했던 연유였다. 그래서 뉴캐슬전 토미야스는 좌측 누노 못지않게 엄청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줬었고, 이를 더 장려하면서도 안정감을 부여하고, 동시에 전술적 프리맨을 생성할 수 있게끔 RCB화이트가 높게 전진하는 방식을 선보였었다.
반면, 오늘 경기는 좌측 대칭 235형태(맨시티에 가까운)를 새로운 틀로 삼았는데, 오바메양이 사라진 상황에서, 라카제트는 이제 명백한 톱이라기보다는 9.5번에 가까운 선수이기에, 제로톱 느낌을 내야 하는데, 이 포메이션을 선택한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물론 우측 235를 또 한번 이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건 뉴캐슬 전처럼 특수한 가패(가두고 패는) 상황에서 화이트가 올라와 전술적 프리맨을 생성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며, 아스날의 선수 구성상 기본 뼈대로 삼기에는 리스크가 큰 전술이다. 필자가 지난 에버튼전 리뷰 글에서도 밝혔듯이, 애초에 토미야스를 데려온 것은 인버티드 풀백을 염두한 영입이므로, 이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적절하다. 어린 선수인만큼 발전의 여지는 있지만, 무리하게 공격 롤을 부여하는 것은 선수의 성장은 물론, 팀의 기본 틀을 망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법이다.
게다가 티어니는 부상 복귀한 첫 경기에서 체력적 문제는 물론, 최상의 폼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고, 과도한 마르티넬리와 라카제트의 스위칭 때문에, 좌측 편대가 완전 죽는 현상이 일어났기에 이를 타파하기 위한 조치로도 적절했다. 차라리 온더볼이 나름 괜찮은 마르티넬리로 하여금 더 측면에서 볼을 소유할 시간을 주고, 측면으로 넓게 포지셔닝하여 상대 포백 간격을 강제로 넓힌 다음, 사카와 더불어 최전방에서 포백 라인을 함께 밀어내도록 변경한 것이다. 대신 티어니를 토미야스와 마찬가지로 무리하지 않게끔, 인버티드 풀백으로 자주 내리기도 하면서, 체력 부담도 덜고, 상황에 따라 오버래핑 각을 볼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변화를 꾀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적으로 선수단 구성은 물론, 현재 아스날 몇몇 선수 개인의 컨디션 문제까지 고려한, 아르테타의 아주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1) 후방 빌드업 국면 : 4-3-3
[Key Point : 토미야스와 외데고르의 유기적인 움직임]
후방 빌드업 국면부터 차근차근 직접 경기 장면을 통해 확인해보자.
위 장면들처럼 오늘 아스날은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역삼각형 3미들을 자주 구성했다. 주로 외데고르가 내려오고, 쟈카는 약간 올라간 형태였는데, 항상 외데고르가 역삼각형 꼭지점을 채워준 것은 아니다. 토미야스와 돌아가면서 유기적으로 해결했는데 이는 기존 아스날이 하던 틀이 있으므로, 약간 우측으로 치우친 삼각형의 느낌을 이어나가면서 선수들이 적응하기 편리하도록, 아스날 선수단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이므로, 상당히 칭찬하고픈 부분이다.
실제로 토미야스가 워낙 빌드업에서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다가, 마갈량보다 화이트의 발밑 능력이 다소 우위에 있고, 쟈카보다는 외데고르가 좀 더 기동력이 좋기 때문에, 후방 빌드업의 방향 자체가 다소 오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성이며, 이에 맞게 토미야스와 외데고르는 서로의 동선을 파악하며 유기적으로 잘 움직인 것이다.
토미야스와 외데고르가 번갈아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 이는 화이트에게도 선택지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토미야스를 마크하는 상대 선수로 하여금 토미야스를 마크할지, 외데고르를 마크할지 고민하게끔 강요했다. 전체적인 틀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실제 경기에서 이것이 제대로 구현된 장면이 바로 선제골 장면이다.
아르테타가 빌드업에 강점이 있는 우측의 화이트, 토미야스, 외데고르를 이번 경기에서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후방 빌드업 국면 자체의 기본이 433에 가까워지게 됨으로써, 당연히 이에 이어지는 전개 국면도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또 다른 장면으로 살펴보자.
(2) 전개 국면 : 2-1-4-3
이번에는 앞서 살펴본 방식으로 빌드업 국면에서 전개 국면으로 전환될 때의 과정을 보자.
433에 가까웠던 빌드업 국면과는 달리, 전개 국면에 들어서면, 양 풀백이 바깥에 자리 잡고, 역삼각형이 중원에 들어서면서 2-1-4-3에 가까운 포지셔닝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전개 국면에서 상대에게 여러 선택지를 강요하는 효과를 발휘하는데, 일단은 메짤라 역할에 익숙지 않은 쟈카를 보조하는데 효과적이다. 티어니와 토미야스는 혹시 있을 중원 싸움에 대비해 바깥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라카까지도 일시적으로 내려와 중원 싸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상대는 중원을 항상 염두하게 된다.
반면 다른 선택지도 강요하게 된다. 그만큼 먼 곳에서 좌우로 넓게 퍼져, 터치라인 근처를 꼼짝않고 지키고 있는 마르티넬리와 사카는 각각 상대 포백라인이 올라와 중원 싸움에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라인 자체를 피닝하는 효과를 가지며, 실제로 중원 싸움이 이루어졌을 경우, 쟈카나 외데고르의 롱쓰루패스를 활용해 한 번에 측면을 언제든지 열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상대는 측면의 이들을 견제함과 동시에, 중원을 염두해야하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Key Point 1 : 토미-외데고르 동선 분배]
설사 토미야스가 외데고르르 대신해 역삼각형을 형성하면서 빌드업을 마쳤다 하더라도, 전개 국면에 이르러서는 외데고르와 토미야스의 동선이 상당히 깔끔히 정리되는데, 이 또한 지난 최근 2경기에서의 엉망진창이었던 둘의 호흡을 세심하게 피드백한 아르테타의 결과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Key Point 2 : 메짤라 쟈카를 도와주는 라카, 티어니]
한편, 쟈카 같은 경우에는 선수 평가글에서도 언급했듯, 이런 식으로 올라가서 받을수록 본인의 단점이 드러난다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경기 초반에는 본인의 역할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소튼의 압박에 고생하기도 했는데, 이를 도와주기 위해 왼쪽에서는 티어니와 라카제트가 힘을 써줬다.
그중에서도 특히 라카제트는 본인의 등지는 플레이, 볼 키핑 같은 미드필더스러운 장점을 이런 필요한 상황에서만 발휘하면서 에버튼전과는 다르게 적정선을 유지했다.
[Key Point 3 : 좌우 넓게 포지셔닝하는 마르티넬리와 사카]
좌우에 1on1 능력이 어느 정도 되고, 볼키핑 및 드리블 능력이 되는 선수들이 터치라인 근처로 넓게 벌려 포지셔닝하고 있음에 따라, 아스날이 전개 과정에 있어 템포를 빠르게 올리기에 용이하다. 특히 압박이 많이 들어올 경우, 롱패스로 한 번에 중원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된다. 이럴 경우 티어니는 이전처럼 무리해서 전진하기보다는, 마르티넬리의 뒤를 받쳐주며 반대 전환을 위한 연결고리로서 쟈카와 함께 보조 역할을 한다.
물론 여차하면 1on1 상태에서 드리블 돌파로 균열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 수비는 마르티넬리나 사카에 따라 자동으로 뒤로 밀려나게 되어있고, 이는 라카제트가 굳이 오바메양처럼 중앙 고정형으로 직접 몸을 부딪히며 밀어내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격이다.
(3) 마무리 국면 : 2-3-5
상대를 수동적이게 만드는만큼, 아스날은 능동적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마무리 국면을 어떤 형태로 가져갈지 아스날에게 온전한 선택권이 생긴다는 뜻이다. 만약 티어니가 쟈카를 보좌하면서 중앙으로 들어오지 않고, 쭉 위로 오버래핑한다면? 그럼 마르티넬리가 중앙으로 들어오고, 외데고르는 올라가며, 토미야스가 인버티드 풀백으로 중원에 가담하는 형식의 기존 2-3-5형태 공격을 스무스하게 이어나가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아스날의 새로운 틀이 단순히 새롭기만 한게 아니다. 포지셔널 플레이의 또 하나의 장점은 기존 전술과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랜B가 자연스럽게 익숙한 플랜A로 이어지는 구간도 생기기 때문에, 선수들이 포지셔널 플레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만 한다면, 플랜B를 구현하는 데에도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일반 전술들처럼 단순히 플랜A, 플랜B로 나뉘고 서로 교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플랜A↔B를 경기 중에 피치 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기에 우리 팀은 그만큼의 선택지를, 상대팀은 그만큼의 부담을 얻을 수밖에 없다. 즉, 기존 비대칭 235를 쓰든, 새로운 틀의 235를 쓰든, 정해진 것 없이 상황에 따라, 동료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므로 상대는 전개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Key Point 1 : 라카 좌우 분배 능력 발휘]
라카가 오바에 비해 슈팅 타이밍이 느리고, 상대 센터백 둘을 붙잡아 놓거나 밀어내는 중앙고정형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는 못할지라도, 훨씬 퍼스트 터치가 좋고, 좌우 분배에 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는 오늘 경기에서도 자주 발휘되었는데, 특히 마르티넬리와 쓸데없는 스위칭을 자주 가져가지 않으면서, 적어도 상대 센터백이 신경쓸 정도의 적정 거리는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징검다리 역할을 잘해준 것이 백미였다. 아마 아르테타도 이런 활약에 매우 흡족했을 거라 생각한다.
CF가 중앙에서 이렇게 좌우 분배에 기여해준다면, 아스날은 반대 전환을 함에 있어 또 하나의 루트를 가지게 되는 셈이고, 이러한 루트는 불필요하게 긴 U자 루트 사용빈도를 낮출뿐만 아니라, 템포도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상대 수비를 횡으로 흔드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Key Point 2 : 라카제트와 외데고르의 동선 정리]
에버튼전에서 상당한 문제가 되었던 라카-외데고르의 동선 겹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둘 다 너무 밑으로 내려와서 문제점이 많았던 지난 경기와는 다르게, 이번 경기에서는 둘 중 하나가 내려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나머지 한 명은 높은 포지셔닝을 유지하도록 지시된 것 같다.
위 움짤은 라카제트가 내려간 상황이며, 이에 반응해 평소 외데고르답지 않게 높은 위치로의 침투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장면이다. 외데고르가 잡자마자 라카제트는 다시 올라가고, 둘의 동선이 정리가 되면서 여러 모로 큰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좋은 공격 루트까지 생성하였다. (외데고르에 의해 딸려온 상대 센터백이 순간적으로 라카제트를 놓치는 효과)
이렇듯, 오늘 아스날은 In Possession 국면에서 빌드업(1단계)→전개(2단계)→마무리(3단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틀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익숙한 235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적용하였다. 이것을 1경기의 시행착오만에 이정도 퀄리티로 해낸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이쯤 되면 에버튼전을 아르테타가 엄청나게 돌려보면서, 이를 악물고 복습을 통한 피드백을 지난 며칠간 선수들에게 때려 박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래의 1~3단계를 아우르는 스무스한 장면을 본다면, 필자뿐만 아니라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거다. 개인적으로 경기를 감상하면서 매우 놀랐던 부분이다. 새로운 틀을 적용했음에도 선수들의 적응력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틀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틀로 변화하는 과정까지 모두 매끄럽다.
2. 새로운 틀이 제공하는 효과 및 좋은 장면들
(1) 쟈카가 메짤라 역할을 겸하면서 생기는 부수적 효과들
[Key Point 1 : 원 볼란치 파티에게 주어지는 공간 확대]
이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움짤로 보면 금방 느낌이 온다. 사실 쟈카가 저렇게까지 측면 높은 위치로 올라가 실제 무언가를 공급해주기에는 선수 스타일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마치 가짜 움직임처럼 더미 역할을 해주고, 좌측 터치라인에 넓게 포지셔닝하고 있는 마르티넬리를 보조하는 용도로서 저런 적극적인 하프 스페이스 점유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상대적으로 센트럴 스페이스의 파티의 주변 공간이 매우 여유로워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것은 단순히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아스날의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파티의 여러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긍정적이다.
[Key Point 2 : LW를 담당하는 상대 수비수 유인]
비슷한 효과로 LW를 도와줄 수도 있다. 결국 메짤라 역할이라는 것은 중앙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넓게 활용하며, 전진을 통해 종횡으로 상대를 교란하기 쉬움에 따라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했다. 쟈카는 메짤라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 역할을 성실히 있는 힘껏 수행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류의 부가적인 효과들을 팀 동료들이 누릴 수 있다.
움짤에서처럼 가브리엘을 마크해야하는 상대 LB를, 쟈카가 침투 움직임으로 더미 역할을 하면서 시선을 끌고 유인하자, 마르티넬리에게 슈팅 찬스가 나게 된다.
이것이 기존의 비대칭 235와는 조금 다른 점이다. 기존 비대칭 235는 LW가 엄청 오버래핑해서 올라오는 LB와 노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런 새로운 틀의 대칭 235에서는 LW가 LCM과 노는 경우가 많아지는 법이다. 따라서 사실 메짤라 역할에 더 기막힌 선수가 있을수록, 이 효과는 증폭될 수 있는 것이다.
[Key Point 3 : U자 빌드업 빈도 감소]
쟈카가 전방 5의 일원으로 들어가게 되는 대칭 235 형태에서는 그만큼 U자 빌드업 빈도가 현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쟈카가 아주 높이 올라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인버티드 풀백 2명+파티보다는 높게 위치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상대 수비 역시 자연스럽게 밀린다. 이러면 키포인트 1번처럼 파티에게 여유 공간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좌우 전환 시 뒤에 있는 센터백들을 활용할 필요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레드존 칼럼에서 말했듯이, 상당히 빠른 좌우 전환은 물론이고, 마치 맨시티의 로드리처럼 파티의 폼이 회복될 경우, 좋은 침투 패스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Key Point 4 : 전방 압박에서의 기여]
전방 압박에서도 메짤라가 2명인만큼 공미 1명일 때보다 더 적극적인 전방 압박이 가능하다. 물론 전방 압박에 실패했을 때, 쟈카의 기동력이 떨어지므로 수비 복귀가 너무 느려서 하이리스크이긴 하지만, 압박이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높은 위치까지 무리 없이 전방 압박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보통 라카-외데고르 조합으로 나오게 되면, 오바-라카 조합과는 반대로 라카제트가 오히려 받는 선수를 괴롭히는 대인 수비형 전방 압박을 구사하고, 외데고르가 오바 역할을 대신하여 챌린지형으로 상대 수비를 직접 압박하면서 등 뒤에 있는 패싱 루트를 차단하는 형태로 압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외데고르가 오바메양만큼 스피드가 빠르지 않기에 실질적으로 아주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었는데다가, 기존 비대칭 235에서는 현재 위 그림에서 쟈카가 마크하는 선수를 반대쪽 윙포워드가 마크해야 하므로,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 레드존 점유
경기를 지배하고, 지배하는 경기를 펼치는동안 단순 애무 축구가 아니라 효율적인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일전에 레드존 칼럼에서 다뤘던대로, 레드존을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경기에서는 새로운 틀로 바뀐 효과의 일환으로서 레드존 점유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실제 경기 장면을 살펴보자.
티어니가 토미처럼 인버티드 풀백처럼 뒤로 빠져 3미들을 구성하는 대신, 쟈카와 외데고르 2명의 메짤라가 3톱과 결부되어 5명의 공격진을 구성하는 대칭 235의 특성상, 레드존 점유가 기존의 비대칭 235보다 수월하다.
위 그림 2개 모두 기존 비대칭 235보다는 새로운 틀의 대칭 235에서 발현된 장면이다. 메짤라 2명이 레드존을 점유하기 쉽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전보다 5명을 뒤에서 받쳐주는 3미들 역할조차도 평소보다 많이 올라와 레드존 점유를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전에도 파티가 쟈카랑 함께 짝을 지을 때, 레드존 점유율이 올라간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오늘의 경우에는 특별히 쟈카가 메짤라 역할까지 겸하면서, 파티에게 공간이 많이 났고, 파티가 후방에만 머무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파티가 올라가면, 양 옆의 인버티드 풀백도 함께 올라가기 마련이다. 즉, 파티가 최근 폼이 안 좋긴 하지만, 어차피 폼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식으로 맨시티의 로드리 역할을 파티가 비슷하게 소화할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3) 로테이션
다양한 로테이션이 경기 중에 나왔지만, 그중 하나의 우측 편대 로테이션을 보자. 이 로테이션을 보면, 지난번 칼럼에서 로테이션을 설명했을 당시의 라카-사카-토미야스와 더불어 외데고르-사카-토미야스의 우측 편대 조합도 점점 그 호흡이 좋아지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삼각형이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지는 주황색으로, 각 선수별 움직임은 빨간색으로 표시하였다.
일단 첫 그림에서는 토미야스가 사카에게 공을 주고 곧바로 빨간 방향으로 언더래핑하는 장면이다.
이로써 수비를 깊숙이 내리게끔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공간은 나지 않았다. 로테이션을 거듭 시도해야할 것이다.
대신 수비가 깊숙히 내려진 틈을 타서, 후방에서 파티가 이 우측 편대의 로테이션 시도들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빠져 저 셋을 받쳐준다.
사카가 보조자 파티에게 백패스 하는 동안 외데고르는 다시 한번 로테이션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윙스페이스로 나가는 움직임이다.
이 역시도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끌긴 했지만, 명확한 공간을 창출해내지는 못했다. 주황색 삼각형이 또 한 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여의치 않자, 사카는 파티에게 다시 공을 백패스하며, 한 번 더 기회를 노린다.
외데고르는 다시금 뒤로 돌아 빠지고, 반대로 사카는 외데고르가 있던 자리로 침투하며 로테이션을 돌린다.
주황색 삼각형의 모양이 다시 한번 바뀌었다.
보조자 파티가 볼을 잡고 있는 동안 로테이션이 이루어졌고, 이번에는 사카 뒤의 공간이 열림을 확인할 수 있다.
일련의 과정을 움짤로 한눈에 확인해보자.
(4) 역습 저지 및 재공격
이 역시 레드존을 점유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효과 중에 하나로서 많이 강조한 바 있다. 오늘처럼 티어니, 파티, 토미야스가 구성하는 3미들은 역습 저지 열을 생성하기에 수비적으로도 매우 적절하다. (둘은 풀백에, 한 명은 수미이니)
거기에 쟈카까지 가세가 된다면, 역습 1.5열을 구성할 필요도 없이, 완전히 경기를 지배하기에 상당히 좋은 구성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쟈카의 경우, 위 움짤처럼 볼을 탈취한 후 높은 곳에서 무리한 공격을 재감행할 필요 없이, 깊숙이 내려와서 화이트-쟈카-마갈량이라는 롱패스 좋은 세 선수의 특정 구간 3v2가 가능하다. 상대는 또다시 전방 압박을 하든가, 또는 이 롱패스 좋은 3명의 가짜 3백 중 누구에게라도 롱패스로부터 비롯되는 재공격을 헌납할 수밖에 없다.
실제 경기에서도 움짤로 확인할 수 있듯, 마갈량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아주 편한 자세에서 롱패스로 재공격을 부드럽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5) 수비 시 발생되는 취약점 딥 하프 스페이스 점유
뿐만 아니라 가장 최근 칼럼으로써 아스날 수비의 취약점, 특히 딥 하프스페이스 부분을 다뤘던 글에서 지적했던 점유 및 커버 문제에서도 오늘 경기만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위 두 장면 모두 중앙에서 3명이 좁히면서 3백 블록을 형성하고, 그 위를 파티가 보좌하는 형식으로 페널티 에어리어를 보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더 좋은 것은 사카, 외데고르, 라카 같은 공격 자원들이 모두 제 때 수비에 가담하여, 각각 좌우 하프 스페이스와 센트럴 스페이스를 한 명씩 점유해주고 있다는 부분이다. (2번째 그림)
그리고 3백 블록을 형성하면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취약점인 딥 하프스페이스 역시 공백 상태가 아니라, 티어니 or 쟈카가 확실하게 점유 및 커버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초반 20분간 여러 원인으로 인해 경기력이 밀렸음에도, 아주 위험한 실점 장면은 피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한 아르테타의 피드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쟈카의 수비 포지셔닝이 상대적으로 삼비에 비해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
(비록 오늘 쟈카가 여러 실수를 범한 것도 사실이지만, 필자가 선수 평가 글에서 쟈카나 파티를 굳이 까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쟈카는 장기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수미로서의 수비 포지셔닝, 빌드업 시 기존 가짜 3백 지원, 새로운 메짤라 역할로서의 측면 오버래핑 및 더미 역할, 전방 압박 등등 할 일이 너무나 많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쟈카가 아니라 더 좋은 선수였다면, 군데군데 실수 없이 완벽하게 이 롤들을 소화하며 팀에 더 큰 도움을 주었겠지만, 이 정도의 만능 미드필더를 구하는 것은 겨울, 여름을 지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르테타가 맨유전, 에버튼전 2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기간에 가져왔지만, 정말 세심하고도 철두철미한 통제력이 갖춰진 433 기반의 대칭 235를 준비했다는 점에 대해 큰 칭찬을 하고 싶다.
이번에 아르테타가 고안한 2번째 예비 시계도 얼마나 잘 계획되었고, 실제 피치 위에서도 잘 구현되었는지는 위 통계자료들을 보고서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첫째 자료인 whoscored의 평균 선수 위치를 통해, 중앙의 쟈카-파티-외데고르 역삼각형을 중심으로 하여, 전형적인 433 기반의 새로운 틀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경기의 전술적 우수함이 입증되는 2번째 자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번 에버튼전에서 중앙 비율이 20% 근처로 최하위권이었던 아스날은, 라카제트를 드디어 제로톱 형식으로 제대로 쓰고, 마르티넬리와의 어설픈 스위칭을 꼭 필요할 때만 수행하도록 통제하면서, 여러 동선들을 교정한 끝에, 26%의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오바메양의 골 결정력 부족 및 여러 능력치 하락, 그리고 동료 로우에게 짐을 떠넘기는 과부하 전략, 이어지는 라카-마르티넬리의 환장의 펄스 나인-펄스 윙어 조합이라는 일련의 복잡하고도 과도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몇 경기의 승점 획득을 날려버린 아르테타지만, 생각보다 단기간에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들고 왔으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적응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징조다.
특히 더 고무적인 건, 올 시즌 아스날이 홈에서만큼은 맨시티와 더불어 리그 선두급이라는 점이다. 보통 강팀들의 원정에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듯이, 아스날도 강팀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홈에서의 무서운 기세로 상대를 경기 시작 전부터 쫄고, 움츠려들게끔 만들 필요가 있다. 적어도 홈에서 확실한 강세를 이어나가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분명 희소식이다.
또한 당장의 웨스트햄전 역시 아스날 홈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 기록과 기세를 계속 이어나가야만 한다. 오늘 경기 초반 20분도 그랬지만, 워낙 어린 팀인만큼,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축구는 전술이 다가 아니다. 기싸움과 분위기는 결국 득점으로 해결되거나, 베테랑이 이끌어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메양의 일정 약속 어김으로 인한 훈련 불참은 너무나도 실망적이다. 오바메양이 항명을 하거나, 이 일을 토대로 앞으로 아스날에서 다시는 보지 못할 정도로 영영 바이바이가 될 것 같진 않지만, 여하튼 겨울과 여름 이적시장에서 오바메양의 대체자를 찾는 데 있어 촉매제 역할이 될 것 같고, 이전까지는 고려하지 않던 그의 판매에 대한 생각도 보드진들이 재고할 만큼 질 나쁜 해프닝이었던 건 자명해 보인다.
다음 경기에서도 혹시 오바메양이 스쿼드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오늘처럼 나머지 어린 선수단이 그 공백에 여의치 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승리를 거머쥐며, 다시금 챔스권에 대한 도전의 불씨를 되살리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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