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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날 수비에 대한 이해 및 취약점 분석
    Arsenal/Column 2021. 12. 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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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즌 영입생이 합류한 이후, 아스날의 수비력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골키퍼와 포백 중 무려 절반 이상이 여름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임을 고려한다면, 호흡이나 적응이 시간 대비 좋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보여주는 형태의 수비가 있는 반면, 유독 취약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아스날의 거의 모든 실점과 실점 위기 장면이 그 취약한 부분으로부터 파생되었다. 대부분의 구너들도 인지하고 있고, 특히 맨유전을 통해 더 확실히 드러났듯, 좌우 하프 스페이스에 대한 대비의 미숙함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왜 아르테타가 컴팩트한 442 형태를 수비에서 구축하는지,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인지, 더 낮은 블록에서는 어떤 형태로 변환되는지, 왜 실전에서 취약점 및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 주로 살펴볼 예정이다.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아스날이 되려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 되려 높은 지역(High Block)에서의 수비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스날이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 점유율을 가져오면서 지배식의 경기를 할 때, 즉 공격적으로 임할 때 수비도 잘 된다는 걸 뜻한다. 물론 역습 저지 1.5열의 구성이나, 수비진의 선수 구성 자체가 위로 올라왔을 때 좀 더 장점을 발휘하기 쉽기 때문(화이트, 누노 모두 이런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중요한건 볼을 소유하고 공격적으로 임하면서 수비가 동시에 안정감을 찾게 된다는 점이며, 아스날은 본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약한 중간 지역(Mid Block)과 낮은 지역(Low Block) 수비보다는, 의도적으로 앞으로의 경기에 있어서도, 최대한 높은 지역 수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곧 국면(Phase)과도 연결되는데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크게 분류했을 때 (1)볼 소유권 있을 시, (2)볼 소유권 없을 시, (3)공수 전환 시, (4)데드볼 국면으로 나뉜다.

    (국면이나 기타 용어 등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이전 링크 글들을 참조하길 바란다)

    이 글에서 주로 다룰 부분은 (2)번 국면이며, 그중에서도 높은 지역(High Block)이 아닌 중간 지역(Mid Block)~낮은 지역(Low Block)에서의 취약점을 주로 다룰 것이다.

    즉, 사실상 아스날이 수비 위치를 어느 정도 제대로 잡았음에도, 그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점이라고 봐도 좋다. 아예 수비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 트랜지션 국면에서의 수비(e.g. 에버튼 실점 장면들)와는 구별되니 혼동하지 말자. 

     



    1. 컴팩트 4-4-2 수비 대형의 의의 및 효과


     

    먼저, 아르테타가 왜 볼 소유권을 잃은 국면(out of possession)에서는 4백 형태를 선호하는지부터 살펴보자. 이건 반대로 볼 소유권을 확보한 국면(in possession)에서는 왜 4백보다 3백 형태(e.g. 3-2-5)를 적극 활용하는지와 함께 이해하면 더 좋다. 3백과 4백 형태가 각자의 국면에서 가지는 장점들이 있기 때문인데, 간단히 알아보겠다.

    볼 소유 국면 (In Possession Phase) 중 특히 빌드업이나 전개 과정에서는, 3백 형태가 가지는 장점이 많다.

    첫 번째 그림처럼, 전개 국면에서는 좌우 측면의 위치한 센터백(스토퍼)들의 패스 길이 상당히 다양하게 열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포지션에 빌드업 능력이 좋은 선수를 보유할 경우, 롱패스까지 곁들인다면, 거의 피치 위의 모든 동료들에게 패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가진다. 게다가 거의 모든 패스 루트가 종이나 횡이 아닌, 대각선 방향이므로 매우 효율적이다. 아르테타가 유독 이 포지션에서 발밑 능력을 꼼꼼히 살펴보는 이유다.

    (실제로 3백이 아닐 때도 쟈카가 일부러 아래로 내려와서 마치 3백처럼 위치하는 연유도 같다. 쟈카의 빌드업 능력을 활용하기 위함이며, 덧붙이자면 쟈카는 턴동작이 느리고 둔해서 등지고 공을 받을 때 약점이 있으므로, 그보다는 몸과 시야가 열린 채로 압박이 덜한 공간에서 공을 받도록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쟈카에게는 저 포지셔닝이 좋은 것. 아르테타가 아스날 오자마자 1순위로 쟈카의 포지셔닝을 저런 식으로 변화시키며 선수의 단점이 가려지고 장점이 발휘되도록 기여했다.)

    두 번째 그림의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3백의 중앙센터백(리베로)가 앞으로 올라오면서 링커 역할을 하면, 좌, 중, 우 모두 아주 안정적인 마름모가 4개나 생성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기적인 후방 빌드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상황을 자주 이끌어낼 수 있다. 아르테타가 3백을 사용했을 땐 저 자리에 루이즈가 올라갔었고, 4백을 사용했을 땐 수미 중 하나가 내려오면서(쟈캬 or 파티) 위와 비슷한 형태를 일부러 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볼을 소유하지 않는 국면(Out of Posseion Phase)에서는 3백 형태단점을 가지는데, 그만큼 좌우 센터백(스토퍼)에게 부하가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특히 상대팀의 에이스격 윙어와 1v1 상황이 많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웬만한 만능 센터백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상, 스피드라든지 테크닉적인 측면에서 질적 열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리 앞으로 나가 끊는 방법도 있지만, 그만큼 뒷공간에 대한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서는 3-2-5보다 차라리 하나를 중앙으로 더 올려서 2-3-5를 만들고, 역습 저지 1.5열을 구성하는 방안을 아르테타가 선호하는 셈이다. 마무리 국면에서의 볼 소유권 상실은 곧 동시에 높은 지역(High Block)에서의 수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볼을 소유하지 않는 국면(Out of Posseion Phase)에서 4백 형태, 그중에서도 컴팩트한 4-4-2의 형태를 아르테타가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빌드업과 전개 과정에서 3백이 장점을 가졌듯이, 소유권을 잃은 상황에서 중간 지역(Mid Block)과 낮은 지역(Low Block)을 커버할 때는 4-4-2가 나름의 장점과 그에 따른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위 그림과 같이 442를 구성할 때 매우 컴팩트한 경향성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3열로 구성되며, 행은 4행인데 양옆, 앞뒤로 매우 좁은 형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윙스페이스는 거의 열어두는 것처럼 된다. 높은 지역(High Block) 프레싱과 마찬가지로, 상대 빌드업의 방향을 측면으로 강요하고, 패스길을 최대한 고립시키기 위함이 기본적인 이유다. 

    일반적으로는 중앙을 쉽게 이용하고, 볼이 중앙으로 많이 돌수록 빠른 반대 전환 및 공격 위협성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철저히 상대의 전개 과정에서 미리 자리를 컴팩트하게 잡아 능동적으로 중앙을 단단히 막는 대신 윙스페이스를 열어줌으로써, 전개 방향을 측면으로 유도하고, 그에 따라 상대 공격의 다양성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즉, 상대의 무기(선택지)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걸 측면의 중요성을 무시해서 공간을 내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측면이 만만해서 유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공격 방향 자체를 예측 범위 내에 두고 한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점, 그리고 터치라인 근처에 몰아넣을수록 상대의 선택지 중 절반이 날아가는 셈이므로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접근 방식에서는 아르테타가 일정 부분은 시메오네와도 닮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시메오네야말로 컴팩트 442를 통해 측면 공격을 강제하고 수적 우위를 이용해 수비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컴팩트 442 형태가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1) 공간 축소 및 협력 수비

    그림에서 보다시피, 열과 열 사이의 공간(포켓; between the lines)은 물론이고, 행과 행 사이의 공간도 매우 좁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특정 공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상대가 아스날 선수들 사이사이의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덜 획득하도록 하고, 당연히 수비 효율로까지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이의 거리가 짧은 바, 순간적인 과밀화(Overload)를 이용해서 협력 수비 및 게겐 프레싱을 통한 볼 탈취가 가능하고, 아래에서 따로 언급할 수비 시 로테이션(Rotation)에서도 간격이 좁을수록 유기성이 올라간다. 보다 빠르게 대체 포지셔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을 이런 식으로 좁은 간격 대형으로 유지하면, 상대는 중앙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게 되고, 그럴수록 패스길이 긴 U자 루트를 지니게 된다. (중앙을 거치기 힘들수록 자연스럽게 U자가 형성된다고 이전 칼럼에서 다룬 바 있다) 따라서 상대 선수들은 직접 측면 윙스페이스 쪽으로 긴 거리를 뛰면서 공격을 전개해야 하므로 체력 소진까지 일어나게 된다.

     

     

    (2) 2열의 간격 조절을 통한 중앙 진입 패스 차단

    위와 같이 2열이 조금 더 중앙으로 좁혀 서면서, 포백 사이사이의 공간인 채널(Channel)을 향한 중앙 지역에서부터의 진입 패스(Entry Pass)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에 용이하다. 열과 열 사이의 포켓은 물론, 행과 행 사이의 채널까지 막아버리기 때문에 결국 남는 선택지는 윙스페이스 전개뿐이다.

    만약 상대가 무리해서 중앙 진입을 시도한다면, 순식간에 폭을 좁혀 위의 (1)번에서 언급한 대로 공간을 축소시키고 협력 수비를 동원한다. 만약 윙스페이스 쪽으로 돌려 전개한다면 원하는 대로 공격 패턴을 최대한 단순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것이다.

     

     

    (3) 행 로테이션만으로도 효율성 있게 대응 가능

    상대가 결국 좌우 윙스페이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거나, 또는 좌우 반대 전환을 통해 수비진을 횡적으로 흔드려 할 때, 단순히 행을 공간 분배에 맞게 조정 배치함에 따라 효율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전까지는 1행, 4행이 각각 하프 스페이스 / 2,3행이 한꺼번에 센트럴 스페이스에 위치했지만, 상대가 좌우 윙스페이스를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그에 맞춰 행만 바꿔주면 된다.

    이를테면, 위 그림은 상대가 맨 위 윙스페이스, 즉, 아군 골키퍼 기준으로는 좌측 윙스페이스를 활용할 때의 모습이다. 4행이 윙스페이스로 빠지면, 3행이 원래 4행이 점유하던 하프 스페이스로, 2행은 그대로 센트럴 스페이스를 점유하되 약간만 위로 올라가면 그만이다. 1행은 움직일 필요도 없다. 이런 식으로 행이 맞춰져 있는 상태에서 행 전체가 나란히 움직이면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직적으로도 동료의 움직임을 보며 맞춰가기 쉬우며, 간격 유지 등 여러 모로 수월하다.

    실제 경기에서의 장면을 살펴보자.

    이번에는 상대 공격 방향이 아까 이론 예시와는 반대로 우리 진영 골키퍼 기준 우측이다. 그럼 행대로 내려오면 그만이다. 간격이나 행 전환이 깔끔하게 잘 이루어졌다는 걸 캡처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 측면 행을 전진시키면서 압박 및 대각선 패스 차단

    상대가 아군 기준 좌측 윙스페이스로 공격을 전개하려 한다면, 위 그림처럼 기존의 4행을 앞으로 끌어올려 중간 지역(Mid Block)에서의 압박을 함과 동시에, 상대가 측면에서 아스날 선수들의 열과 열 사이의 공간으로 대각선 패스 진입 패스를 하는 루트 자체를 끊어낼 수 있다. 

    대신 풀백까지 압박하러 뛰어나오기에 LCB와 터치라인 사이의 채널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튀어나온 4행의 선수 두 명이 패스 루트를 방해하고 막아주는 형식으로 대처한다.

    즉 순간적으로 1열이 줄어드는 대신, 3열에 하나가 추가되면서 상대가 중앙을 거치지 못하도록 또 한 번 압박을 가하고, 이와 더불어 윙스페이스로의 전개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결코 녹록지 않게 방해하는 것이다. 

    (1) 방향 전환하자 바로 튀어나오는 4행 2명 (2) 누노는 상대를 압박하고, 로우는 대각선 진입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포지셔닝을 가져간다 (3) 뒤로 돌리자 또 한 번 그에 맞게 중앙 진입 패싱 루트를 차단하는 포지셔닝으로 옮겨가는 로우 (4) 정말 똑똑한 로우의 포지셔닝 덕분에 패스는 로우의 발에 맞아 차단되고 수비에 성공한다

     

     


    2. 더 낮은 지역(Low Block)에서의 변환


     

    4-4-2 대형은 포지셔널 게임과 공간 분배의 측면에서 봐도 효율적인데, 그 이유를 살펴보자.

    결국 경기장이 가로로 5행으로 나뉘기 때문에,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가장 효율적인 분배를 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당연히 위 그림처럼 2명씩 5행을 꽉 채우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두 줄 수비, 두 줄 버스를 세운다는 표현도 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축구는 이론적인 이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현실성을 가미하여 수정할 필요가 있기 마련이다.

    첫째, 축구는 현실적으로 Overload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좌측에 몰린다면, 우리 팀도 좌측에 몰려야만 한다.

    둘째, 수비할 때마다 10명이 모두 위와 같은 형태로 참여하긴 어렵다. 보통 공격수를 포함해 2명 정도는 역습 대비를 하거나, 수비 가담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셋째, 공격할 땐 경기장 공간을 넓게 쓰고, 수비할 땐 좁게 쓰는 게 좋기 때문에 5행을 모두 다 쓸 필요가 없다.

    이러한 요소들을 가미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상대 공격 방향에 맞게끔 반대쪽 행을 하나 없애버리면 상대가 수적 우위를 위해 Overload를 발생시키더라도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한 2명씩 5행이던 걸, 4행으로 줄이려면 결국 2행에는 3명씩 들어가게 된다. 즉, 4행에 각각 2명, 3명, 3명, 2명으로 들어가는데 그게 곧 4-4-2 형태의 모습과 완전히 같다.

    이처럼, 컴팩트 4-4-2는 공간 분배의 측면에서도 이론과 현실을 버무렸을 때, 가장 효율적인 대응 중 하나인 셈이다.

    다만, 이것은 보통 중간 지역(Mid Block)을 기준으로 할 시의 대형이고, 더 낮은 지역(Low Blcok)까지 내려가게 되면 어떨까? 이제는 윙,하프,센트럴 스페이스뿐만 아니라 우리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공간까지 점유해야만 한다.

    위 그림에서 그대로 선수들이 내려온다고 상상해보자.

     

    아까 그림에서 그대로 쭉 뒤로 선수들을 내려보면, 위 그림처럼 된다. 물론 위 그림은 페널티박스까지 내려온 선수들 중 좌,우의 선수들을 좀 더 중앙 쪽으로 좁혀서 마치 3백처럼 하나의 블락(파란색)을 형성시킨 것이다.

    실제로 아스날은 중간 지역(Mid Block)에서 낮은 지역(Low Block)으로 넘어가는 국면에서 이런 변환을 가져간다. 직접 확인해보자.

    어떤가. 442가 그대로 뒤로 쭉 내려온 상태에서 페널티박스 안 선수들은 간격을 좁히고(화살표 방향), 블록을 형성한다.

    포지셔닝이 위 이론 설명 그림과 거의 똑같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현실 경기에서는, 아까 이론 설명 그림처럼, 포지셔닝이 딱딱 열 맞춰 정돈된 상태로 구성되긴 힘들다. 실시간으로 그때그때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마갈량이 윙스페이스로 지원을 나간 대신, 누노가 마갈량을 대체해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와 3백 블록(토미야스-화이트-누노)을 이루고 있으며, 사카는 조금 늦게 수비에 가담하느라 원래 있어야 할 포지셔닝보다 좀 더 위에 있다. 이건 라카도 마찬가지고, 오바메양도 마찬가지다. (오바메양은 더 위에 있어서 이 화면에서 안 잡혔다)

    그러나 기본 골자는 명백히 일치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썩 괜찮게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변형은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엄청 유기적인 로테이션과, 선수들의 빠른 판단 및 기동력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전술이다.

    그래서 되려 이런 변형 과정에서 아스날은 본인들의 취약점을 드러내는데, 이하에서 살펴볼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중간 지역→낮은 지역으로의 포지셔닝 변환 과정에서 일어나거나, 또는 빠릿빠릿한 로테이션의 부재, 선수 개인의 기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일어난다.

     

     


    3. 취약점 및 문제점 발생


     

    (1) 변형 과정에서의 빈 공간 발생에 대한 대처

    2번 목차에서 살펴본 대로 변형이 생기면,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부근에서 3명이 마치 3백처럼 블록을 형성하여 중앙에서의 단단함은 구축할 수 있는 반면, 위 그림에서의 회색 지역처럼 Deep Half Space가 비게 되는 현상도 필수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이렇게 발생하는 빈공간에 대한 대처가 매우 중요해지는데, 이것이 현실에서 꽤나 어렵다. 상황마다 ①누가 커버하는 것이 나을지도 다르고, 누가 커버하러 갔을 때, ②기존 자리를 옆의 동료가 로테이션을 통해 빨리 커버해줄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능동적으로 이러한 포지셔닝을 계획하더라도, ③상대가 아스날의 형태 변형 과정에서 템포를 빠르게 잡아 약점을 공략한다면, 그것에 대한 대처까지 필요해진다.

     

    맨유전에서의 첫 실점 장면을 보자.

    언뜻 보기엔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는 수비 대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화이트와 누노가 좁혀 들어오면서 페널티에어리어 중앙 쪽에 3백이 형성되고, 엘네니는 아크서클 쪽에, 로우도 미리 센트럴 스페이스까지 들어와 있다.

    파티와 외데고르는 하프스페이스를, 그리고 토미야스와 마르티넬리는 윙스페이스를 맡는다. 분배도 좋다.

    이렇게 분배가 좋으면 각종 특정 공간에서 모두 수적 우위까지 점할 수 있다. 실제로 그림에 표시했듯이, 어느 특정 공간에서든 아스날이 다 수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유일한 문제점이 노란 부분 공간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처 미흡 하나만으로도 실점이 발생한 것이다.

    화이트가 더 중앙으로 들어와 3백 블록을 형성하자 노란 공간은 더 커진다.

    맨유는 노란 공간을 활용할 선수가 프레드 1명인 반면, 아스날은 노란 공간을 커버할만한 선수가 4명이나 된다. 그러나 누가 커버할지에 대한 아무런 콜플레이가 없으며, 콜플레이가 없는 이상 개개인의 판단과 기동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파티는 뒤 시야가 없고, 화이트는 점점 더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므로, 외데고르가 프레드를 끝까지 달라붙어 마크하거나, 시야가 확보되어 프레드의 침투를 직접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엘네니가 마크하는 것이 베스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외데고르는 프레드를 끝까지 쫓지 않았고, 엘네니는 프레드의 침투에 대한 반응이 너무나 느렸다. 그리고 기동력조차 떨어져서 반응한 이후에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일단 일어나면, 귀신 같이 오프더볼을 이용해 박스 안에서 좋은 위치를 점하는 것이 호날두라는 선수의 최대 장점이므로, 당연히 실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애초에 이런 상황 자체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움짤로 일련의 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1) 3백 블럭을 형성하기 위해 뒷걸음질치는 화이트. 누노도 같이 간격을 좁힘을 확인할 수 있다 (2) 딥 하프스페이스에 빈 공간 발생 (3) 파티, 외데고르, 엘네니 등 아무도 그 공간에 대해 신경쓰지 않음 (4) 반응과 기동력이 느린 엘네니의 뒤늦은 대처 (5) 호날두에게 실점

    그러니까 비유를 들자면 이런 거다. 흔히 어린 나이에 보던 로봇 만화영화(애니메이션)를 떠올려보면, 주인공 로봇이 변신하는 동안 왜 악당이 공격을 안 하지?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변신하는동안 때려잡으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현재 아스날의 상황이 마치 이 주인공 로봇 같은 것이다. 이런 변형(변신) 과정에서 취약점이 드러나는데, 상대팀은 애니메이션 악당처럼 그 순간을 절대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간을 적극 이용해 먹는다. 그게 축구고, 실전인 셈이다. 따라서 아스날은 위와 같은 변형 과정에서의 대처를 더 확실히 연습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낮은 지역(Low Block)→중간 지역(Mid Block)으로의 변환(변신) 과정을 보자. 

    레스터가 측면으로 왔다가 여의치 않자 다시 뒤로 돌리면서 중앙 전환하려는 참이다. 화이트는 이미 좁혀 들어와서 페널티 에어리어 3백 블록을 형성해놓은 상황인데, 볼이 뒤로 갔으므로 낮은 지역(Low Block) 수비 형태 → 중간 지역(Mid Block) 수비 형태로 다시 변환해야 한다. 따라서 화이트는 본인이 좁혀 들어왔던 만큼 다시 넓혀야 하는 것이다.

    이건 이미 변신했다가 다시 변신을 푸는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도 애니메이션처럼 악당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누노가 재빨리 다시 넓힌 것처럼, 화이트도 최대한 재빨리 다시 넓혔어야 한다.

    그러나 화이트가 다시 넓히는 걸 지체하는 순간, 이 지체된 변신 과정의 틈을 바로 레스터시티가 노리는 것이다.

    움짤로 일련의 과정을 한눈에 파악해보자.

    (1) 레스터가 중앙으로 돌리는순간 재빨리 3백 블록 형태를 풀고 다시 간격을 넓혀야 원위치로 와야한다 (2) 누노는 금방 넓힌 반면, 화이트는 넓히지 않음 (3) 다시 넓히지 않는다면 그만큼 딥 하프스페이스에 취약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 (4) 이 틈을 놓치지 않는 레스터시티의 위협적인 공격

     

    이런 장면들이 누누이 말했던 수비 대형을 횡으로 흔든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장면인 셈이다. 중앙을 거치는 척하니까 수비수들이 좌우로 흔들리고, 이런 횡적인 교란이 틈을 만들어낸다는 것.

    단순히 화이트의 개인 실수로도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레스터 입장에서는 이 교란을 유도하고, 그 순간적인 틈을 빠른 템포로 잘 공략한 것으로써 칭찬받을만한 좋은 공격이다.

     

     

    (2) 로테이션 대처

    ①중간 지역(Mid Block)

    먼저 중간 지역(Mid Block)에서 로테이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부터 보자. 이건 공격 때 이미 설명한 것과 거의 비슷하다. 동료가 기존의 행을 이탈해 다른 행의 공간으로 도와주러 가면, 그 기존 자리를 옆의 동료가 대신 채워주는걸 도미노처럼 반복하는 것이다.

    위 그림을 예시로 설명해보겠다. 3번 선수가 협력 수비를 하거나,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윙스페이스로 빠진다면, 원래 센트럴 스페이스를 점유하던 2번 선수가 3번의 빈자리를 채워주러 하프스페이스로 이동한다. 그러면 2번이 점유하던 하프스페이스가 비게 되고, 그걸 옆의 5번이 가운데로 넘어오며 채워주는 것이다.

    물론 3번이 윙스페이스로 갔을 때, 5번이 아닌 6번이 대신 내려와 기존 3번의 자리를 대체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로테이션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6번이나 4번 선수들은 포워드 자원이기 때문에 수비 가담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4번이나 6번 같은 선수들이 수비 가담을 자주 해줄수록 아스날의 수비가 한결 편해지는 것이고, 아르테타도 그런 선수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외질이 왜 선발에서 제외되었는지 설명해주기도 하며, 아르테타가 외데고르 영입에 찬성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도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외데고르는 수비 가담이 꽤 좋은 편)

    실제 구현되는 경기 장면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리버풀전 장면을 하나 가져왔다.

    삼비가 윙스페이스 지원을 위해 빠지자, 파티가 그 자리를 대신해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가고, 사카는 또 파티를 대신해 센트럴 스페이스까지 도미노처럼 올라온다.

    이런 식으로 본인이 어디를 채워줘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로테이션을 해주면, 단단한 수비 대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파티는 이런 면에서 중간 지역(Mid Block) 로테이션에 꽤 강점을 가진다. 실제로 시메오네 하에서 442 플랫 전형으로 중간지역 수비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동료가 협력수비로 빠질 때, 그 빈자리를 적재적소에 잘 채워주는 포지셔닝을 한다. 그래서 아스날은 오른쪽보다는 왼쪽 수비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안정감을 가진다. 특히 중간 지역(Mid Block)에서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르테타가 '수비 시 공간 이해도'에 대해 파티를 신뢰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반면 상대가 반대 방향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는 삼비의 포지셔닝 단점이 도드라진다.

    이번에는 상대가 반대 공격 방향을 가지므로, 3번 파티가 윙스페이스를 도와주러 빠진다. 그러면 아까처럼 주변의 2번 선수(삼비)라든가, 4번 선수(라카제트)가 파티의 기존 자리를 대체해줘야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아까 파티가 했던 것만큼 스무스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파티가 윙스페이스를 도우로 빠져줄 때, 그 커버에 있어 삼비와 라카제트 같은 주변 선수들의 로테이션이 더디고, 느린 탓에, 상대에게 허점을 내주기 일쑤다.

    이런 문제 때문이더라도 파티의 짝도 상당한 능력이 요구된다. 공격적인 면을 차치하더라도, 수비 시 이러한 대체 포지셔닝을 똑똑하게 잘 가져가고, 조금 느리더라도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기동력이 빨라야 한다. (쟈카도 이런 면에서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파티 짝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도 수비 가담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로우가 공미였을 때 아스날 수비가 더 좋았을 수밖에 없다. 로우는 이런 공간 이해도가 매우 좋으며, 헌신적이라 수비 가담도 매우 훌륭하다)

    파티 대신 화이트가 윙스페이스로 빠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화이트가 빠지면, 기존 화이트의 자리를 파티가 내려와 대체한다. 여기까지는 잘 이루어지는데, 기존 파티의 자리를 대체해야 할 2번(삼비) or 4번(라카)의 후속 무브가 느리거나 없는 경우가 잦다. 

    이런 식으로 삼비나 라카가 빠른 로테이션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본인이 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스날의 우측 수비를 담당하는 화이트, 파티, 토미야사, 사카에게 짐을 얹어주는 꼴이다. 로테이션은 동료의 부담을 같이 덜어주는데 목적이 있다. 이에 대한 아르테타 감독의 빠른 피드백이 필요해 보인다.

     

    ② 낮은 지역(Low Block)

     

    낮은 지역에서도 로테이션 방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3백 블록을 구성해야 하는 센터백 중 하나(그림에서 1번 선수)가 다른 공간 지원을 위해 빠진다면, 센트럴 스페이스를 담당하던 수미 2번(파티)이 센터백 자리를 대신 메꿔준다. 이것 역시 2번 선수의 수비 능력이 좋아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사실 3번이 대신 대체해줄 수도 있겠지만, 아스날 기준으로 보면 3번은 삼비나 쟈카라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어쨌든 2번(파티)이 대신 3백 블록을 구성해주러 내려가면, 그 자리는 5번(사카)이 대신 채워주게 된다. 실제 경기 장면으로도 확인해보자.

    위 이론처럼 그대로 로테이션이 잘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장면에서 아스날이 그래도 나름의 로테이션을 잘 돌리고 있기에, 트랜지션처럼 갑작스러운 역습에 수비 대형이 갖추어지지 않은 국면 또는 세트피스 실점이 아닌 이상 나름 괜찮은 수비를 하는 것이다. 애초에 트랜지션 국면이나 세트피스 실점은 아무리 수비를 잘하는 팀이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순간적인 틈은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스날은 이렇게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구축하면서, (1)번에서 언급한 변환 과정에서의 빈 공간 발생에 대한 대처 미흡 같은 취약점을 중점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먹힐 때 워낙 대량 실점을 하는 것은 멘탈리티와도 연결이 있다. 그런 점도 고칠 필요가 있어 보임)

     

    한편, 이런 로테이션 기반 수비는 파티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로테이션을 믿는답시고 아스날 좌측 자원들이 윙스페이스 지원을 자주 나가기 때문이다.

    누노는 말할 것도 없고, 삼비도 과다하게 윙스페이스 지원을 많이 나간다. 심지어는 마갈량까지 종종 나가버리니 파티는 커버할 곳이 너무 많아진다. 게다가 좌측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스트라이커(오바메양)이 위치하는 곳이기 때문에, 오바메양에게 낮은 지역 수비 커버까지는 바라기가 힘들다. 즉, 파티 혼자서 모든 짐을 메고, 여러 군데 땜빵을 다 메꿔야 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장면을 움짤로 보면서, 파티의 수비 과부하를 느껴보자. (관리가 필요하며 빠른 폼회복이 시급하다)

    (1) 윙스페이스로 빠지는 삼비 (2) 그걸 커버하러 움직여주는 파티 (3) 삼비는 아무것도 못하고 측면 뚫리자, 이번에는 마갈량이 윙스페이스로 빠짐 (4) 3백 블록 형성해줄 센터백이 사라졌으므로 이것마저 파티가 커버 (5) 겨우겨우 커버 성공해내는 파티

     

     

     

    (3) 포지셔닝 실수

     

    [예시 1]

    이제 이 칼럼을 꼼꼼히 읽었다면, 이런 장면에서 누가 포지셔닝 실수를 한 것인지 확실히 잡아낼 수 있다.

    토미야스와 마르티넬리는 당연히 윙스페이스에서 2v2를 하고 있고, 이들은 시야가 없기 때문에 뒤통수 뒤로 누가 침투하는지까지 볼 수는 없다. 물론 이들이 산초의 패스를 끊어냈다면야 정말 좋았겠지만, 끊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을 묻기에는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외데고르는 본인이 담당해야 할 하프 스페이스에 서 있었다. 잘못이라면 조금 느리게 반응하면서 무리한 태클을 시도한 것.

    엘네니도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조금 더 내려와 있었는데, 이것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니다.

    그 외에 파란색으로 표시한 3백 블록을 보자. 화이트-마갈량-누노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게 이루어져 있지만 간격이 좋지 않다. 뭔가 찌부된 모양새인데, 이것은 역시 파티의 잘못된 포지셔닝의 영향이다. 

    결국 이 장면은 외데고르의 태클도 태클이지만, 파티의 포지셔닝 실수가 결정적이었던 장면이다. 파티는 외데고르와 같은 행에 위치하며 딥 하프스페이스를 점유했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화이트-마갈량-누노로 이루어지는 3백 블록이 찌부되지 않은 채로, 지금의 파티 자리까지 늘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파티는 순간적인 착각인지, 아니면 하프 스페이스에 외데고르 한 명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판단한 건지, 또는 최근 위에서 살펴본 과도한 수비 과부하에 따른 체력적 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명백한 착각 혹은 실수로, 마치 본인이 3백 블록을 구성하는 일원인 것마냥 잘못 포지셔닝하였다.

    위 그림의 마갈량 포지셔닝이 정확한 포지셔닝이다. 3백 형태의 블록이 형성되어 있다면, 그곳은 놔두고, 딥 하프스페이스 공간을 점유해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도 외데고르가 있지만, 마갈량은 3백 블록 쪽으로 빠져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딥 하프스페이스를 점유하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방향은 반대지만, 이것이 파티가 해줬어야 하는 포지셔닝이다.

     

     

    [예시 2]

    꼭 포백+3선의 포지셔닝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일전에 레드존 칼럼에서 언급했듯, 존 14로 일컬어지는 구역 부근은 루즈볼을 잡기에 매우 유리한 자리이므로(실제로 로우도 이 자리에서 골을 많이 넣어왔다), 윙이나 공격형 미드필더 같은 선수들이 제 때 수비 가담하여 이런 선수들을 방해하고 저지해줄 필요가 있다.

    위 그림은 아까 3백 블록 형성 예시를 든 장면인데, 3백 블록도 잘 형성되었고, 공간 분배도 잘 되어있지만, 결국 실점 위기로 이어지는데, 왜 그런지 움짤로 살펴보자.

    (1) 라카제트와 동일선상에서 티아고가 출발하지만, 라카제트의 수비속도는 매우 느리다 (2) 깊게 수비하면서 3백 블록은 물론, 파티까지 페널티 에어리어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파티의 자리를 커버해줄 선수가 필요하며, 사카와 라카가 그 역할을 해야만 한다 (3) 사카와 라카 모두 수비가담을 게을리하면서 티아고에게 단독 찬스가 나게 되고, 램스데일의 선방으로 마무리된다 (4) 후방만 수비를 잘해서 되는게 아니라, 전방 자원들의 적극적인 가담도 중요하다

     

     

    [예시 3]

    이제, 또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며 마무리하려 한다.

    이번에는 포지셔닝 실수 중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로테이션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결부된, 종합적인 장면이므로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잘 따라오면서 칼럼을 읽고 이해하였다면, 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누가, 어떻게 잘못한 것인지를 설명을 통해 충분히 확인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보는 관점이 익숙해지면, 앞으로의 모든 아스날 경기에서도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설명 없이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이브로 볼 때 이런 것들이 자동적으로 눈에 보인다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놓쳤던 장면까지도 하나하나 세세하게 음미할 수 있다. 다만, 많이 알수록 아스날의 허점도 많이 보일 것이며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아는 게 늘어나는 만큼, 스트레스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것!

    (물론 잘 구현한 장면을 보면, 그 대신 그만큼의 희열을 더 느낄 수도 있다 ㅎㅎ)

    파티가 중간 지역(Mid Block) 높은 곳에서 압박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조금 뒤늦게 내려온다.

    442에서 2열에 위치해야 하지만 늦게 내려오느라 완전히 맞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사이 혹시 리버풀이 본인 뒤에 있는 조타로 종패스를 할까 봐 미리 티아고의 패싱 루트를 견제하면서 본인의 위치로 복귀하는 모습이다.

    각 행별로 로테이션을 마쳤다.

    반대편의 스미스로우와 누노는 윙스페이스를 비워둔 채로 내려와 하프 스페이스에 포지셔닝했다. 반면, 사카는 윙스페이스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압박하고 늦게 내려온 파티를 도와줌과 동시에, 리버풀의 공격 전개를 측면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2열의 간격(폭)을 횡적으로 좁힌다. 컴팩트 442의 효과 중 하나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파티는 여전히 조타로의 패싱 루트를 견제하고 있는 데다가, 사카가 폭까지 좁혔기 때문에 티아고는 중앙으로의 전개는 무리수다. 사카가 사실상 일부러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치미카스 쪽으로 전개가 강요된 셈이다.

    예상대로 치미카스 쪽으로 공이 흐르고, 마네는 윙스페이스 지원을 위해 침투한다. 사카는 다시금 윙스페이스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네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화이트가 윙스페이스로 빠진다. 로테이션이 필요해진다.

    파티가 압박하느라 좀 높은 위치에 있었기에, 삼비가 화이트를 대체해줘야만 할 것이다.

    삼비가 화이트 포지셔닝을 대체하는 동안, 파티는 다행히 본인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삼비가 비워둔 기존 자리는 스미스로우가 센트럴 스페이스로 대신 들어오면서 점유한 상태다.

    이렇게 로테이션으로 공간 분배 및 포지셔닝이 완료되니, 특정 공간들에서의 수적 우위 역시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3 vs 2라고 해서 무조건 뚫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약 윙스페이스가 돌파된다면, 다른 아스날 선수들은 빠르게 낮은 지역(Low Block) 수비 형태로 변환해야만 한다.

    우려한 대로 윙스페이스에서 3vs2의 상황은 만들었지만, 어찌어찌하다가 뚫려버렸다.

    삼비는 현재 화이트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으므로, 마갈량, 누노와 함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뒤로 물러나며 간격을 좁혀 3백 블록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파티는 그렇게 3백 블록이 구성되면서 그 변형(변신) 과정에서, 취약점처럼 드러나는 노란색 빈 공간을 커버하며 조타를 마킹해야 한다.

    동시에 센트럴 스페이스에 있는 로우는 위의 아놀드 침투를 마크해줘야 되고, 라카제트는 챔벌레인을 끝까지 마크해줘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3백 블록이 구성되지 않는다. 삼비가 화이트의 역할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보통은 파티가 대체한다) 미드 블록에서는 대략 포지셔닝을 하면서 견제했지만, 낮은 지역(Low Block)까지 내려와서는, 본인이 3백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잘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파티는 본인이 마크해야 할 조타를 잘 마크하면서, 조타가 딥 하프 스페이스를 잘 활용하지 못하도록 힘썼다.

    뒤늦게 3백 블록이 형성되지 않을걸 파악한 파티가, 본인이 직접 삼비를 대신해 3백 블록을 형성하려 뒤늦게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는다. 삼비는 이때까지도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완전한 포지셔닝 실수다.

    마갈량이 몸을 날리고, 뒤늦게 3백 블록을 대신 형성한 파티가 방해하고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살라는 단독 찬스를 잡고 슛을 날리지만 램스데일의 선방이 실점을 막았다. 이 와중에 삼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다. 

    한편, 만약 볼이 흘러 루즈볼 상황이 되었더라도 위험할 수 있었다. 후방은 로우vs아놀드, 챔보로 2 vs 1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챔벌레인을 끝까지 마크해줬어야 하는 라카제트가 수비 가담을 끝까지 하지는 않았다. 

     

    즉, 컴팩트 442 형태에서 측면으로의 전개를 강제하고, 순간적인 윙스페이스 수적 우위로 볼을 탈취하고자 하는 전략은 좋았고, 또 화이트의 빈자리를 삼비가 잘 채워 로테이션하는 데까지는 성공적인 수비였으나,

    윙스페이스에서 3vs2 상황이 뚫리고, 삼비가 화이트의 역할을 끝까지 이어 3백 블록 구성을 해야 했음에도, 그것을 하지 않으며 포지셔닝 실수를 일으킨 것 하나 때문에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램스데일의 기막힌 선방이 없었다면 사실상 1실점을 한 거나 마찬가지인 그림이었다.

    이만큼 여러 가지를 잘 수행하더라도, 하나에서 삐긋하면 곧바로 실점 위기다. (특히 뛰어난 팀을 상대로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수비가 정말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새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움짤로 일련의 과정을 한 번에 복습해보자.

    (1) 압박 실패하고 돌아오면서 패싱 루트 견제하는 파티 (2) 사카의 간격 좁히기를 통한 중앙 견제 및 측면 전개 유도 (3) 화이트의 수적 우위를 위한 윙스페이스 지원 (4) 이에 대응한 삼비의 화이트 대체하는 로테이션 움직임 (5) 로우 블록으로 전환되면서 3백 블록 형성 역할까지는 실패한 삼비 (6) 챔벌레인 놓치는 라카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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