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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Red Zone : 위험지역)을 활용하라Arsenal/Column 2021. 11. 24. 10:54반응형
굳이 리버풀 전에서의 대패 때문이 아니라, 저번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벌써 약 1/3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아스날 팬들에게 여전히 가장 많은 실망스러움을 주며 동시에 영입 필요성을 논의하게 만드는 포지션은 크게 2가지다. 스트라이커와 3선. 스트라이커야 오바메양의 에이징커브와 더불어 맞물린 현상이라 하지만, 3선의 경우에는 왜 계속 답답함을 보여주는 걸까. 특히 3선에는 큰 액수의 바이아웃을 지불하면서까지 야심 차게 데려온 토마스 파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티는 저번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도 아직 이적료에 걸맞는, 구너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아스날은 2-3-5라는 기본 베이스를 가지고 공격하는데 왜 마무리 국면에서 여전히 답답한 걸까. 뿐만 아니라 왜 아스날은 U자형 빌드업이 많이 나오는 걸까.
이러한 여러 의문들은 당연하게도 많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고 얽혀 작용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틀에서의 공통적인 원인은 레드존(Red Zone : 위험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파티나 3선에 대한 다른 몇 가지 개별적인 문제들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잡담에서 간단히 다루기로 하고, 이번 칼럼에서는 아스날의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레드존 활용 의의와 효과 및 활용 부족에 따른 결과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이 큰 틀에서의 문제점을 정확히 꼬집어야 스트라이커와 더불어 아스날이 미래에 큰돈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3선 자리에 대한 예측이나 영입 방향성도 보다 더 명확하게 잡히지 않을까 한다.
1. 레드존 활용의 의의 및 효과
레드 존의 의의 자체는 매우 쉽다. 축구를 어느 정도 봤다면, 누구나 알법한, 소위 위험 지역과 같은 말이다. 이 구역이 중요한 이유 역시 그만큼 간단하다. 당연하게도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의 좌우 deep 하프 스페이스 및 센트럴 스페이스이니 이 공간에서는 슛, 패스, 얼리 크로스 등 모든 선택지 하나하나가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좀 더 포지셔널 게임, 그중에서도 행과 열을 기반으로 설명해보자면, 결국 저번 칼럼에서 강조했듯 3열의 중요성과도 결부된다. 위 그림은 볼을 소유할 때의 세 국면 중 2단계인 전개 국면이라 할 수 있고, 여기서는 저번에 설명했듯, 상대 미드필더~포백 라인 사이의 공간(포켓이라 불러도 무방)을 연결고리 선수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전개에 있어서 팀의 공격 루트 다양성 및 템포와 관건이 되므로 3열이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레드존 역시 이와 결을 같이 하지만, 전개 국면(2단계)보다는 마무리 국면(3단계)에서 강조된다. 아래 그림을 보자.
마무리 국면(3단계)에 이르면, 보통은 상대의 포백라인이 깊숙하게 빠지기 때문에, 아스날의 공격라인(5명)이 아까의 2단계 전개 과정처럼 W모양을 이루기보다는 자연스레 일자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즉 마무리 국면으로 갈수록 3열이 사라지기 쉽다는 뜻이다. 따라서 레드존을 활용한다는 것은 이 형태에서도 3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면 저번 칼럼을 본 사람은 금방 무언가 떠오를 것이다. 저번 칼럼에서 역습을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 후방 5명이 인위적으로 1.5열을 만드는 방식. 맞다. 이것이 공격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셈이다. 5명 중 아무나(특히 중앙의 3명)은 언제든지 없던 3열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렇게 아스날 1선 공격진들이 3열과 4열을 왔다 갔다 한다면, 상대 수비를 종, 횡 양 쪽 모두의 측면에서 흔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여기서의 종적, 횡적의 개념은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의 기준이다. 행과 열은 경기장을 '가로'로 보았을 때 기준이므로 혼동하지 말 것)
이 중에 종적인 측면의 교란은 최근의 아스날이 나름 잘 이용하는 편이다. 예컨대 위 그림에서 오바메양이 내려온다면 당연히 상대 센터백 중 하나가 딸려 내려오고, 라카제트 같은 선수들이 그 공간을 침투할 수 있게 되는 루트인데, 이건 최근 아스날 경기에서 그래도 나름 자주 본 기억이 있는 장면일 것이다.
더 익숙할 법한 장면은 최근 로우의 움직임이다. 로우가 왜 이번 시즌 득점력이 상승했는가? 그에 대한 해답은 레드존 활용에 있다. 그중에서도 로우는 특히 아크서클 주위를 자주 서성이는데 이건 필자로 하여금 맨시티의 KDB나 실바를 떠올리게 한다. 즉, 아스날의 5명 공격진 중에서 가장 3열을 자주, 잘 생성하고, 레드존을 이용할 줄 아는 선수다.
문제는 로우 같은 선수가 레드존을 사용하지 못할 때다.(이를테면 측면으로 넓게 벌려있는 경우) 이 경우에 로우를 대신해 레드존을 점유하는 선수가 마땅히 없다. 라카제트는 전개과정에서는 3열에 자주 서지만, 마무리 국면에서는 오바메양과 함께 페널티박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역할이고, 오바메양이 중앙에서 내려와 받아준다면 좋겠지만, 터치도 불안하고, 상대 센터백과 비벼주길 못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처에서 아스날의 최근 문제점이 대부분 야기된다.
2. 레드존 활용 부족의 문제점
사실 레드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종적인 측면의 교란보다 더 핵심인 것은 횡적인 교란(쉽게 말하면 좌우 교란)이다. 종적인 교란은 한 번의 결정적인 틈을 어쩌다 만들어낸다면, 횡적인 교란은 상대의 틈이 없는 상태에서 아스날이 볼을 좌우로 계속 전환하면서 그 틈을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며,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무서운 무기인 셈이다. 쉽게 말하자면 종적 교란은 일회용에 가깝고, 횡적 교란은 지속적이다.
횡적인 교란이 더 잘 통하는 이유는 Overload와도 관련이 있다. 한쪽 측면이 과밀화되어 공간이 없을 때, 반대쪽 공간은 필연적으로 열리는데, 반대 전환을 잘하면, 그 공간으로 공이 가는 속도를 사람이 쫓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는 명제가 또 한 번 이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강팀으로서 상대적 약팀을 잡아낼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끊임없이 반코트 게임을 지속하면서 상대 수비를 횡으로 흔들고,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기회를 포착해낼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유지해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맨시티의 1선에 해당하는 5명이 자리를 깊게 잡았고, 왼쪽 공격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당연히 반대 방향으로 전환을 하면서 다시금 상대 수비진을 횡적으로 흔듦과 동시에 실수를 유도해내고 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핵심은 무엇일까? 전환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하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빨간색 동그라미의 선수들(1선이 아닌 자원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와 레드존에 진입 및 점유하는 것이 관건임을 알 수 있다.
뒤로 돌리면서 2열, 1열까지 차근차근 내려갈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게 내려가는 U자 형태의 전환은 "공이 사람보다 빠르다"는 명제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그런 U자 루트 대신, 레드존에 후방 선수들이 전진해 진입해주면서 그 선수들 중 일부가 3열을 새롭게 만들고, 이 3열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빠른 전환을 통한 횡적 교란을 극대화시키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즉, 아까는 1선 5명 중 누군가가 내려오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누군가가 후방에서 올라와 레드존을 채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여기서 레드존 중앙으로 진입해주는 선수는 바로 맨시티의 로드리(수미)다.
그럼 아스날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왜 횡으로 흔들기에는 약한가. 이유는 빠른 반대 전환과 횡적 교란을 위해서는 아까와는 달리 위 그림의 형태가 더 자주 나와야 하는데, 아스날의 3선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횡적 교란은 앞서 다룬 것처럼 1선의 선수들이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후방의 선수들 중 일부가 올라와 3열을 생성하고, 레드존을 점유하면서 만족되는 경우가 많은데, 올라오질 않는 것이다. 이와 달리 펩시티는 현재의 아스날에 비해 이런 점에서 매우 잘 훈련되어 있고, 치밀한 구조를 구성한다.
아스날의 후방 미드필더 자원들이 얼마나 레드 존 점유 및 활용빈도가 떨어지는지 캡처 화면을 통해 직접 비교해보자.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토마스 파티다. 삼비의 경우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고, 토미야스의 경우 인버티드 풀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지만, 토마스 파티의 경우에는 이미 아스날에 올 때부터 큰 바이아웃을 지르며 스타 대접을 받았던 선수다. 그만큼 기대치도 큰 것이 당연하며, 기준도 엄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 걸쳐 1년의 적응 기간이 지났음에도,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공격 면에서 이런 공간 이해도 부족을 보여준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단순히 상대 수비를 종, 횡적으로 흔들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파티를 위시한 2열 역할의 선수들이, 레드존 진입은커녕 너무 후방에 머물면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그 외에도 상당히 많다. 이하에서 하나씩 검토해보겠다.
(1) U자 빌드업
일단 U자 빌드업이 대표적이다. 위 그림처럼 1선이 구성하는 최전방 4열과 2열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3열 없음) 중앙 센트럴 스페이스의 선수를 거쳐가기가 어려워진다. 센트럴 스페이스의 선수는 완전히 상대 3명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오바메양이 대신 내려와 3열을 만들어주면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스트라이커가 상대 센터백의 방해를 등딱으로 견뎌낼 정도의 몸싸움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스날은 롱패스가 아닌 한, 안정적으로 볼을 전환하려면 흰색의 U자 루트를 거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횡적 교란 효과는 전혀 없고, U자로 돌아오는 동안 상대가 준비를 다 하기 때문에 반대 전환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위치를 좀만 조정해보자. 센트럴 스페이스의 삼비가 전진한 위치에서 포지셔닝했음을 가정해본 편집본이다. 상대 수비도 삼비 견제를 위해 뒤로 밀리면서 파티와 누노 사이를 가로지르는 빨간 전환 루트가 생기게 된다. 굳이 레드존까지 진입하지 않더라도, 이런 식의 흰색 U자 루트보다 어떻게든 빠르게 전환하는 루트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포지셔닝들이 습관화되고, 패턴화 되어 쌓여가면서 더 깊은 위치에서는 레드존 점유 및 활용까지 이어질 수 있다.
(2) 상대 역습 허용
그다음은 수비로 연결되는 문제점이다. 이번에도 1선의 5명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고군분투 중이고, 여전히 레드존을 점유하고 있는 선수는 아크서클 근처의 스미스 로우뿐이다. 파티는 역시나 저 뒤에서 가만히 서 있는데, 레드존 쪽으로 전진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가 라카제트의 공을 뺏고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 있어, 허허벌판 레드존을 지나는 동안 여유 시간이 생긴다. 움짤로 살펴보자.
파티는 저 위치에서 역습이 전개될 때까지 거의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데, 역습조차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이러면 저런 소극적인 포지셔닝을 하는 의미가 전혀 없는 셈이다. 어차피 토미야스가 뒤에서 막아줄 거라면, 파티는 스스로 더 전진해서 레드존을 점유하는게 답이다. 그러면 공격 지원도 될뿐더러, 사카와 함께 빨리 협력 프레싱이 가능해지면서 역습 저지도 훨씬 용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소극적인 포지셔닝을 통해 공격 지원도 안 되고, 역습 저지도 안 되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유발할 필요가 있을까.
(3) 공격력 저조
여기서도 파티의 소극적인 포지셔닝 때문에 1선의 5명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아무리 5명이 행이 겹치지 않게 잘 퍼져 있더라도, 밑에서 받쳐주는 열이 없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며, 이와 동시에 수적으로도 한참 열세에 빠지게 된다. (상대는 골키퍼 제외 무려 8명)
이 장면에서는 그나마 사카가 내려와서 3열을 억지로 만들면서 라카가 벌어진 틈을 이용해 빨간 루트의 패스를 시도한다. 그러나 너무 멀기 때문에 성공시키기가 당연히 어렵다. 파티는 여전히 깊숙한 위치에서 관망 중이다.
여기서 만약 파티가 전진된 포지셔닝으로 사카의 레드존 위치를 대신 점하고 있고, 사카가 본래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면, 라카의 패스를 중간에 사카가 받으면서 그 주변의 벌어진 공간을 한껏 활용해 득점 기회까지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레드존을 비워놓는 아스날 3선 역할의 포지셔닝이 너무나 아쉽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움짤로 보면 그 간격이 더 크게 체감된다. 그나마 반대쪽의 삼비는 늦게나마(공격 실패한 이후라도) 레드존에 천천히 진입하는 포지셔닝을 보여주지만, 파티의 경우에는 정말 깊숙한 곳에 짱박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거의 카메라 화면에 잡힐랑말랑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1선 5명에게 공격을 다 맡겨버리는 방식은 저조한 공격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토마스 파티가 이런 식의 점유 및 지배를 이상향으로 하는 축구에 익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시메오네의 AT마드리드는 분명히 다른 성향과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곳에서 오래 축구하며 성장해온 파티는 1선이 공격하는 도중에 지원을 나가 레드존을 점유하기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위치에서 상대의 역습을 대비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형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파티의 짝도 감안해야 한다. 쟈카가 부상당한 상황에서, 특히 삼비는 전진성은 돋보이나 수비력에서는 큰 의문부호가 있는 선수다. 따라서 그런 선수와 짝을 이룬다면, 삼비의 턴오버 혹은 공격에 서툰 토미야스의 턴오버를 더 많이 신경 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레드존 진입은커녕 매우 안전한 후방 위치를 고수하는 것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짝꿍이 파티의 수비 부담을 심리적으로 가중시키고 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파티는 딱 한 번 쟈카와 나온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는 훨씬 공격적인 포지셔닝과 함께 레드존 진입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훨씬 어리고, 경험 적고, 이번 시즌에야 합류해서 몇 경기 치르지도 않은 삼비나 토미야스를 핑계로 삼거나, 이들보다도 오히려 공격 포지셔닝을 못 잡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솔직히 납득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모든 위의 예시 그림들은 2열 자원 전원이 레드존 진입을 하지 않는 최악의 장면들로 선별한 것이지만, 경기 중 삼비나 토미야스는 되려 파티보다 더 올라와 레드 존에 진입하는 케이스도 꽤 있었다. (파티가 시즌 초 부상 등으로 인해 폼 하락이 있을 수밖에 없던 건 맞지만, 포지셔닝 문제는 폼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이다)
여하튼 필자는 이런 모습과 공격 포지셔닝에서의 약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왓포드 전 리뷰글에서 파티의 공격에서의 공간 이해도 부족에 대해 잠깐 언급했던 것이다. 그 글에서 오히려 나일스가 나오면서 공격에서의 공간 활용이 되려 더 나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왓포드전 몇몇 장면들을 통해 잠깐 확인해보자.
이런 레드존의 활용 빈도를 본다면, 왜 아스날이 왓포드 전에서 사실상 3골을 날린 오바메양의 X맨급 활약에도 불구하고, 왓포드를 상대로 올 시즌 들어 가장 반코트에 가까운 지배적 경기를 할 수 있었는지 답을 알게 된다.
물론 파티가 없어서, 파티의 결장 덕분에, 대신 나온 저 2열의 3명이 레드존을 갑자기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파티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긴 했지만, 없는게 더 나을 정도의 구멍은 절대 아니다. 오해는 없길... 개인 능력으로는 여전히 아스날 3선 중 제일 낫다는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왓포드 전에 앞서 레드존 부근의 포지셔닝에 대한 아르테타 감독의 지시와 피드백이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 경기에서부터 저번 칼럼에서 지적한 역습 시의 1.5열 생성을 비롯해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발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아스날은 아르테타로부터 포지셔널 플레이에 대한 큰 틀에 겨우 적응한 상태이며, 점점 디테일을 하나씩 늘려가는 과정에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실제로 움짤에서 레드존 점유한 3명의 2열 아래에서 화이트가 공격 실패에 대비한 1.5열 생성을 위해 앞으로 슬금슬금 나오는 것까지 체크할 수 있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보다 더 주목할 것은 이런 문제점을 아르테타 및 아스날 선수들도 파악하고, 경기들을 통해 하나둘씩 보완해나가는 중이라는데 있다. 리버풀 전에서는 거의 레드존을 활용할만한 기회가 오지 않았기에, 파티 역시 쟈카 없이도 레드존 점유 빈도를 늘려나갈지 여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으나, 그에 앞서 삼비, 나일스, 토미야스 같은 어린 선수들이 여러 가지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 매경기 발전해나가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그리고 그런 발전 과정을 목격하고 있노라면, 뭔가 함께 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조금 뿌듯하다. 아무래도 리빌딩 팀을 응원하는 게 이런 재미구나라는 느낌도 든다. 그런 면에서 03-04 시즌부터 늘 챔스권 급의 팀을 봐왔던 필자로서 최근의 몇 년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정도로 리그 내에서 가장 어린 팀인 아스날을 보는 것도 처음인 듯하다.
굳이 레드존에 대해 다룬 이유는 아스날이 결국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유럽대항전 진출에 성공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리버풀 같은 강팀을 잡는 것보다도 상대적 약팀인 선수들을 실수나 이변 없이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승점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약팀을 상대로 최대한 많은 득점을 넣어 현재의 암울한 득실차를 회생시킬 필요도 있다. 이런 방향성에서 레드존의 활용 여부는 아스날의 행보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유추할 수 있는 점은 겨울이 되었든, 여름이 되었든, 스트라이커와 더불어 큰돈을 투자할 수 있는 3선 영입에 대한 유형이다. 파티를 팔지 않는 한, 어떤 유형이 그의 짝으로 적합할까. 3선에 대한 영입 방향성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필자의 사견은 다음과 같다.
(1) 파티가 수비 또는 빌드업에 대한 부담 없이, 완전히 마음 놓고 레드존으로 전진 점유할 수 있을 만큼 완성된 수비력과 기동력, 빌드업 능력을 모두 갖춘 스타일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경우에는 영입 선수를 원볼란치로 놓고, 파티를 역삼각형 2미들 중 하나로 올려 박투박스럽게 사용할 수도 있음. 아르테타의 최종 목적지가 433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
(2) 파티가 지금처럼 소극적 포지션을 유지하더라도, 대신 앞에 서서 홀로 레드존을 점유하고 털어먹을 수 있을 만큼의 기량을 가진 공격적으로 완성된 미드필더 (중거리슛 능력도 필요)
어쨌든, 레드존이라는 지역의 활용만으로도 이토록 많은 문제점과, 이토록 다양하게 파생되는 부가적인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알아보았다. 이 칼럼을 통해 앞으로 아스날이 레드존을 얼마나 잘 활용해서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 좀 더 지배적인, 보기 편한 경기를 펼쳐갈 수 있는지, U자 빌드업의 빈도가 줄어드는지, 레드존을 통한 횡적 흔들기와 빠른 반대 전환 효과를 정말로 보는지, 2열의 레드존 지원을 통해 공격력의 답답함이 더 나아지는지, 또는 스미스 로우를 아크 서클 부근에서 찾는 재미 등등 경기 중 눈여겨 볼거리가 한층 풍부해졌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리그에서 가장 어린 팀이 유럽의 강자 리버풀을 상대로 대패함에 따라 분위기의 하락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부디 베테랑 선수들과 아르테타 감독이 이를 잘 추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신적으로도 대패의 후유증을 겪기보다는, 오히려 추진력을 얻기 위한 좋은 경험의 일환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더불어 다가오는 뉴캐슬 전에서는 레드존을 더 적극 활용해, 파티도 그동안의 소극적 포지셔닝을 비롯한 부진을 벗어내고, 팀적으로도 리버풀 전에서의 대패를 완벽 회복할 수 있을만한 좋은 경기력을 뽐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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