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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단 경기 리뷰 (vs 왓포드)
    Arsenal/Talk 2021. 11. 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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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저 총평을 하자면, 아스날의 왓포드 전은 꽤 좋은 경기였습니다. 파티의 부상으로 인해 3선 미드필더 뎁스에서 쟈카-파티라는 1순위 라인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죠. 나일스에 대한 칭찬은 아래에서 따로 하겠지만, 사실 나일스↔파티의 1대 1 개인 교환으로서 나일스가 파티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잘 메꿨다는 평가는 사실 적절치 않습니다. 팀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팀의 완성도입니다. 적어도 더 이상 주전 1명이 빠졌다고 해서 그만큼의 공백을 그대로 체감하는 수준의 허접한 팀 완성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는 쟈카-파티라는 1순위 조합 대신 나일스-삼비라는 2순위 조합으로도 팀플레이의 일환으로서 두 주전 선수의 구멍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는 왔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당연히 당장의 리버풀 전이라든가, 가까운 미래의 맨유 전 같은 빅경기에서는 오늘 경기보다는 주전 두 명의 공백이 더 느껴질 겁니다.

     

    2.

    파티의 부상과 나일스에 대해 좀 더 첨언하자면, 일단 파티는 개인의 능력으로서 현재 아스날의 3선 자원 중 가장 포백을 든든하게 보좌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갖춘 선수임에 자명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파티에게 아쉬운 점은 '공간 이해도'입니다. 수비 쪽은 괜찮습니다만 특히 공격 쪽에서요. 의외로 이 부분에서 파티가 발전을 빠르게 이뤄내고 있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파티라는 선수를 영입했을 때, 구너들이 기대하던 기대치에 비해서는 꽤나 아쉬운 수준이죠. 특히 이것은 수비보다도 공격에서 도드라지게 발현됩니다. 자세한 점은 아스날 선수들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다룰 예정인 추후 칼럼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나일스는 다른 것보다도 의외로 '공간 이해도'가 평균 이상입니다.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아르테타 하에서는 나일스가 어느 포지션을 소화하든 '이 포지션도 가능하긴 하네?'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치명적으로 안일한 패스를 한다든지, 적극성의 부족 같은 뚜렷한 문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공간 이해도 능력을 바탕으로 한 다재다능함은 그를 쏠쏠히 로테 정도의 자원으로 써먹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오늘 경기로 한정하자면 나일스는 자신만의 그러한 장점을 영리하게 뽐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존에 스미스로우가 하던 역할 + 로콩가가 하던 역할 + 누노가 하던 역할을 각각 적절히 버무려 소화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이것은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장단점 모두 나일스의 활약이 위의 세 선수의 활약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장점은 나일스가 그들의 역할을 조금씩 거들어주면서 그만큼 동료들이 짐을 덜어내는 느낌이었다는 것, 단점은 오히려 그것이 동선 겹침이나 경기 중 역할 혼선으로 이어진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저는 장점을 좀 더 쳐주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단점은 결국 왓포드 수비의 혼선을 야기하기도 했거든요.

    한편, 풀경기를 보다보면 나일스가 종종 빌드업 시 이상한 위치에 멀찌감치 포지셔닝하거나, LCM에 맞지 않는 위치에 있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것은 나일스의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에 가깝고, 아르테타의 명확한 의도에 의한 지시였다고 봅니다. 이 또한 나중에 공간 배분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생기면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오늘 아르테타는 의도적으로 왓포드의 오른쪽을 중점적으로 공략했고, 그 공략 방법의 일환으로 나일스가 그러한 포지셔닝을 가져간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Overload 비대칭 전략의 일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일스는 고질적인 문제(종종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안일한 패스, 적극성 부족 등)를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따라서 나일스를 주전으로 끌어올려 쓰기에는 부담감이 있고, 특히 당장의 리버풀 전에 있어서도 염려를 야기합니다. 다만, 왓포드 전으로 한정하자면 나일스는 꽤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3.

    이번 경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 중 또다른 하나는 '분배'의 측면입니다. 이를테면 아스날이 손쉽게 승리를 거둔 아스톤 빌라 전이나 토트넘 전 같은 경우에도, 스코어는 별론, 경기 중 선수들의 공간 및 역할 분배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보였습니다. 저도 리뷰를 최근에 거의 하지 않다 보니, 따로 지적한 적은 없습니다만, 실제로 수비부터 공격까지 미완성의 느낌이 풀풀 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왓포드 전은 분배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발전된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격을 구성하는 5명 (누노, 로우, 오바, 라카, 사카) 의 분배도 적절했고, 수비를 구성하는 포백도 경기를 거듭해 나아가면서 분배에 대한 호흡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4.

    아르테타 감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왓포드 전에 대한 준비와 전술적 컨셉이 좋았습니다. 왓포드의 왼쪽 수비를 담당하는 대니 로즈의 수비력 부족을 공략하기 위해, 팀 공격의 상당 부분을 의도적으로 오른쪽에 할애했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은 듯한 오른쪽 삼각편대 (라카-사카-토미야스)의 호흡도 더 유기적으로 좋아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기를 지배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른 시간의 선제골이 인정되었거나, PK가 성공했다면, 또 다른 형식의 후반전 운용을 보여줬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경기에서는 전후반 전체적으로 벵거식 운영방식과 유사한 스타일을 취했습니다. 물론 왓포드가 과도한 전방 압박을 삼가고 내려앉은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볼 점유를 우월하게 가져가고,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1차, 2차 역습 저지선을 구축해 그 점유를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은 구너들에게 익숙한 느낌이었을 겁니다. 소위 말하는 보기에는 좀 더 편한 축구죠. 지배하는 느낌이 드니까요. 물론 그것이 애무 축구로 발현되어 골이 언제 들어가나 하면서 조마조마하게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상대적 약팀 상대로 답답하게 운영한다는 불만은 적어지게 됩니다.

    좋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기계적인 운영이 있습니다. 특히 교체 면에서 그렇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특히 오바메양이 더 부진하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전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부진의 여부를 떠나 오바메양이 후반에 예전 같은 날렵함을 유지하기 힘든 모양새이므로, 마르티넬리나 페페 같은 교체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오바메양은 풀타임을 뛰었죠.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가 하면, 아르테타가 오바메양을 특별히 애정 해서가 아니라, 그의 교체 우선순위에 너무 기계적인 기준이 적용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왜 오바메양보다 라카, 로우, 사카가 교체 선순위인가. 그것은 저 세 선수가 오바메양에 비해 '공간 이해도'가 좋고, 그만큼 더 다양한 롤을 부여받고, 공간을 창출할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스코어 리드 또는 수비적 운영으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상대는 상대적으로 알아서 올라오고, 이제 공간을 '창출'하거나 어렵게 '생성'해낼 필요가 없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 선수의 역할이 더 이상 덜 필요해진다는 뜻입니다. 수비 단단히 하다가 걷어내고, 널찍이 벌어진 공간으로 알아서 선수들이 역습 때 활용하면 됩니다.

    즉, 저 세 선수 같은 유형이 아르테타 축구의 기본 전술의 핵심 롤을 맡고 있고, 그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 셋의 역할을 외데고르라는 하나로 축소 통합시키고, 나머지가 외데고르의 패스를 찾아 알아서 공간 활용하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충분히 일리 있는 아르테타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현재 아스날이 지금까지 시즌을 치르면서 그런 교체와 운영을 이어나간 이후, 기대했던 만큼의 역습에 의한 시원한 '쐐기골'이나 '추가골'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러한 의도대로의 결과물이 안 나오는 것이고, 저는 주관적으로 그것이 오바메양의 날카로움 상실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5.

    마지막으로 오늘 X맨 취급을 받는 오바메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경기 간단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소위 3골을 말아먹었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진 않습니다. 진기명기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하게 골을 날려먹은 건 맞습니다만, 유독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그런 것들이 경기 중 쌓이고 쌓여 부담으로 변질되고, 극복하지 못하면서 엉망진창인 경기를 보낼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걱정되는 것은 오늘의 퍼포먼스 자체라기보다는, 오바가 에이징커브 과정에 따라 유독 떨어지는 '터치' 능력입니다.

    바디를 보면서 오바메양에게도 기대를 걸었던 것은 결국 골냄새 맡는 본능의 선천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바메양은 나이가 들면서 가장 먼저 뚜렷하게 하락한 능력치가 바로 터치 부분입니다. 애초에 터치가 S급인 선수는 아니었기에 구너들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터치 미스들은 오바메양의 공격적인 날카로움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사실 아르테타가 오바메양의 헌신성이나 공간 이해도가 완벽하지 않음에도 부임 이후 줄곧 오바를 신뢰했던 이유는 결국 그가 보유한 스쿼드에서 오바메양만큼의 날카로운 방점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라카제트를 스트라이커로서 밀어낼 수 있었던 것도 라카에 비해 오바의 '원터치 마무리' 능력이 좋았기 때문이죠.

    지금의 오바메양은 아르테타의 말대로 이전보다 자기희생을 많이 가져가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긴 하나, 그 방점의 날카로움이 '터치'능력의 하락으로 말미암아 너무나도 무뎌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팀 단위 스포츠에서, 특히 아르테타식 공간 활용 축구(포지셔널 플레이)에서는 터치 실수 하나가 아주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단순히 스피드가 떨어지거나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것보다도 더 크리티컬 합니다. 즉, 차라리 팀 완성도가 낮아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던 초기 아르테타 시절보다도 어느정도 완성도를 갖춰가는 지금의 아스날에 더 악독한 독처럼 작용한다는 뜻이죠.

    괜히 아스날이 시즌 중임에도 벌써 스트라이커 루머들이 뜨는 게 아닐 겁니다. 라카의 계약 만료로 인한 대체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바의 대체까지 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라카 역할은 어찌어찌 외데고르가 비슷하게 해낼 수 있다 하더라도, 방점 역할이 없어지면 아무리 공간 분배를 잘하고, 효율적인 팀 전술을 구현하더라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축구라는 스포츠는 '골'이라는 결과가 있어야 하니까요. 꼭 두산 블라호비치가 아니더라도 오바메양을 대체할 젊은 선수는 이제 필수적이 된 듯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새롭게 터치 부분에 있어서의 오바의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1월 이적시장에서 아스날 보드진의 영입 움직임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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