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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날 우측 편대에 대한 이야기
    Arsenal/Talk 2021. 11. 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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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하게 잡담할만한 주제로서 이번에는 현 아스날의 우측 편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굳이 잡담으로 우측 편대에 대한 제 사견을 적는 이유는 우측 편대의 변화과정이 의외로 과거 아르테타의 초기 전술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전술적 변화와 롤러코스터식 성적의 역사를 관통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영입까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로 인한 질문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 주셔도 환영입니다.)

     

    1.

    일단 왜 아르테타가 우측 편대에 대해 많은 고민을 시작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봅시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오바메양의 존재'를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아르테타는 아스날 부임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오바메양을 LW로 기용했고, 벵거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오바메양의 플레이 특성에 기인합니다. (참고로 에메리는 다른 활용법을 가져갔습니다. 빠른 템포로 측면을 강제로나마 뚫은 이후, 양쪽으로부터 오바메양이 받아먹기식)

    오바메양은 기본적으로 채널(수비수와 수비수 사이)을 애용하는 선수입니다. 톱으로 나서더라도 중앙에서 머무르며 덩치 큰 센터백 2명을 상대로 몸 비비며 자리싸움하길 싫어하며, 대신 채널이 자주 발생되는 상대 풀백~중앙수비수 사이로 포지셔닝 자체를 가져가죠. 일반적으로 빈 공간이니 여기선 몸싸움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른발잡이로서 득점에 용이한 만큼 특히 '왼쪽 채널'을 선호하죠. 비슷한 예로는 다들 아시다시피 앙리가 있습니다. 물론 앙리의 클라스에는 못 미치지만, 오바메양도 자신의 월등한 스피드와 1명 정도는 제치고 파포스트로 슛을 욱여넣을 수 있는 정도의 스킬 및 골 결정력을 갖췄던 시절에는 이런 플레이가 큰 무기가 되었습니다.

    아르테타가 아스날에 부임한 초기에도 오바메양은 그런 스킬과 활용성을 여전히 보유한 상태였고, 팀 내에서 압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최고 득점원이었기 때문에 공격진에서 오바메양을 가능한 한 최대로 활용하려 합니다. 그래서 톱 대신 LW로 쓰며, 왼쪽 채널을 아예 오바메양에게 쥐어준 것입니다. 왜 오바를 LW로 쓰며 낭비하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당시에는 환경적으로 이게 알맞았다고 생각합니다. (1)오바메양이 지금의 로우처럼 활동량이 엄청나며, 공간 이해도가 뛰어나지 않았고, (2)팀 자체도 지금 같은 팀단위 유기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가며 지공하기엔 완성도가 너무 부족한 상태였으며, (3)이렇게 팀의 공간 창출능력이 부족하니 애초에 빈공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 오바를 강제로 위치시켜 놓는 편이 나았고, (4) 당시 최악의 수비력을 연일 갱신하고 있던 아스날이었기에 3백을 기초로 일단 수비의 기틀을 잡을 필요마저 있었다는 겁니다. 이러한 4가지의 환경은 '역습형', 즉 다이렉트한 방식으로 오바메양을 지원하여 그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3백 전술 형식이 자리 잡는데 일조했습니다. 물론 여러 희생이 필요했습니다. 오바메양은 이전보다 수비 가담을 더 해야 했고(실제로 잘 수행), 나일스 같은 선수는 왼쪽 윙백으로 나오며 희한한 형태로 메짤라식 미끼 움직임을 반복해야 했고, 티어니는 본인의 원래 위치보다는 센터백에 자리 잡아야 했으며, 라카는 중앙에서 더 희생적으로 비벼주고 내려오는데 집중하게 됐습니다. (참고 칼럼) 결론적으로는 타선수들이 희생한 만큼 당시의 오바메양은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며 FA컵 우승에 기여하게 되죠.

     

    2.

    문제는 오바메양이 에이징커브 또는 상대의 파훼법으로 인해 왼쪽 채널에서 본연의 강점을 잃어버린 이후입니다. 이때부터 아스날은 오른쪽, 즉 우측 편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때부터 오바가 왼쪽에 위치하면서 팀에 기여하는 것은 상대를 왼쪽으로 유인, 밀집시키는 것 정도로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밀집은 유발되니, 오른쪽에 공간은 나요. 그러나 문제는 활용이죠. 골치 아파지는 게 AM을 쓰면서 오른쪽을 적극 지원해주려 하지만, 선수의 조합에서도 만족스러움을 찾지 못합니다. 외질은 전방 압박과 깊숙한 오른쪽에서는 활용이 어려웠고, 페페는 템포를 너무 늦추며 수비 가담이 부족했고, 윌리안은 예상외의 적응력 부족 및 실력 저하, 넬슨은 상대 수비수와의 1대 1에서 질적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을 지원해줄만한 또 다른 포지션 RB 역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구너들이 잘 알다시피, 이와 맞물려 아스날은 상당한 침체기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오바메양의 부진이 이 시즌에는 유독 심하기도 했죠) 어쨌든 결국 사카를 오른쪽으로 돌리게 되고, 로우가 등장하며, 외데고르까지 임대해오면서 슬슬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후반기에는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합니다.

     

    3.

    그렇게 이번 시즌이 찾아왔고, 외데고르를 완전영입하면서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지는 우측 편대의 완성도가 이대로 높아지나 기대를 모으지만, (극초반 3경기는 차치하고) 어느 지점에서 또 잠시 제동이 걸립니다.

    하나는 일단 오바메양이 톱으로 정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자주 열리게 되는 오른쪽 딥(deep)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 문제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라카제트와 외데고르를 비교하며 이전 칼럼에서 다룬 바가 있으니,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토미야스' 관련인데요. 토미야스는 애초에 아르테타의 픽으로서 본인이 실행하고자 하는 전술에 부합하는 선수로서 오자마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새로운 포백의 일원으로서 좋은 안정감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공격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였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직접 본인 입으로 말했듯이, 아르테타가 자신에게 원하는 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그냥 열심히 뛰며 자신이 잘하는 제공권과 수비적 포지셔닝으로만 일관했죠.

    그러다 보니 (1) 우측 편대 토미야스-외데고르-RW가 보여줘야 할 유기적인 흐름과 호흡이 이상적이지 않고, (2)이와 더불어 중앙 미드필더와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특히 '간격'에 있어서요.

    (1)번의 경우, 토미야스는 너무 내려가 공격 지원이 부족하니,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면 토미야스↔외데고르,RW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 파이널 써드 이상에서는 우 삼각편대 중 둘만이 공격을 만들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이건 central 공간을 담당하는 미드필더(파티)에게도 커버 부담을 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2)번의 경우에는, 특정 시점부터는 거의 중앙 미드필더처럼 활동해야 하는 인버티드 풀백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포지셔닝을 끌어올리지 않으니 중앙 미드필더 2명과의 열 간격을 맞추지 못해 공격, 수비 양 측면에서 모두 순간적인 빈틈이 발생하기 쉽고, 동시에 RCB 벤화이트와의 공간 겹침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문제를 인지한 아르테타 감독은 일정 중간에 몇몇 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파티 원볼란치를 시도하고, 외데고르 대신 로우를 오른쪽으로 기용해본 시도들 역시 이런 맥락 중 하나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외데고르보다는 라카제트가 주전으로 중용됩니다. 

     

    4.

    라카제트가 중용됨과 동시에 우측 편대에 걸렸던 제동이 어느 정도 풀리게 되죠. 상대 진영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라카제트는 오바메양과 함께 그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활동하게 되고, 토미야스가 남는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자연스레 전진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어린 선수인만큼 토미야스 본인의 개인적 발전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스킬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적극적인 공격적인 포지셔닝과 마인드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요. 어쩌면 이적 후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역할에 대한 전술 이해도가 높아진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러한 변화들이 기존의 '간격' 문제를 해결하면서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팀의 박스 내 패스 지분에서 우측 편대가 무려 80%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왓포드 전 통계 지표에서도 이런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스날의 공격에서 우측 편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죠. 물론 위에 예로 든 왓포드 전의 통계는 아르테타가 의도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 아스날의 우측 편대를 워낙 집중적으로 사용한 경기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경기 하나를 이제는 완전히 우측 중심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아르테타 아스날의 우측 편대의 발전과 완성도가 나름 궤도에 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5.

    그렇다면 일련의 우측 편대의 발전 역사가 아스날의 '미래 영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도 논의를 확장해볼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오바와 라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공격수가 좋을지 상세한 타겟 설정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팀적인 구성에 있어 우선순위로 고려해볼 볼만한 스타일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우측 편대 조합에 장기적인 고민을 안겨줬던 '채널 침투 선호형' 공격수는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중앙에서 상대 센터백들과 몸싸움을 즐기고, 등딱을 즐기는 포워드가 낫습니다. 로우가 버티는 기존의 준수한 좌측 편대와 함께, 새롭게 영향력을 높여가는 우측 편대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양 쪽을 모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스타일이 이상적일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스타일은 상대 중앙 수비수를 더 잘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도 유리합니다. 채널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공격수는 없으니, 채널을 사용하더라도 오바메양처럼 편식하지 않고, 양 쪽을 좀 더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게 더 좋겠죠.

    그러고 나면, 그다음 목표도 좀 더 명확해집니다. 1선에서의 편향이 사라져, 좌측 편대도 좀 더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 좌측 편대의 업그레이드도 생각해볼 수 있을테죠. 로우-티어니(누노)로 대변되는 좋은 조합이 있는 만큼, 삼각편대의 방점을 찍어줄 강력한 LCM(쟈카, 로콩가보다 업그레이드)이 필요할 겁니다.

    우측의 경우 라카제트의 이탈로 인한 우측 편대의 질적 하락을 걱정하시는 구너들이 꽤 많은데, 저는 일단 상기 언급한 '중앙 고정형' 스트라이커의 영입을 더 우선순위로 판단하고 있기에, 남들보다 우려를 그나마 덜 하는 입장입니다. 일단, 위에서 언급한대로 밸런스를 맞춰줄 스트라이커가 보강된다면, 라카제트 대신 외데고르를 기용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문제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라카가 외데보다 오른쪽 딥 하프스페이스를 잘 활용하긴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오바메양이 상대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더 많아 더 자주 열리는 공간이기 때문이므로, 중앙 고정형 공격수가 온다면 외데고르의 이런 약점도 충분히 가려짐) 물론, 오바메양 대체자격 스트라이커 영입 없이+오바메양은 그대로 남고+라카제트만 0원으로 나가는 상황이 된다면, 조금 껄끄러울 순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건 최악의 상황이니까요. 뿐만 아니라 외데고르가 스스로 라카에 비해 부족한 점을 스텝업 할 가능성도 있는 법이고요. (비록 한 경기지만, 왓포드전에서 취소된 골장면을 보면 외데고르도 개선 의지가 있어 보입니다)

    여하튼, 이를 바탕으로 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이 어떤 선수를 노리고, 실제로 어떤 선수를 영입 or 임대할 지 지켜보는 것도 참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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