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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나단 데이비드 간단 관찰기
    Arsenal/Talk 2022. 1. 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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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월 이적시장이 시작된 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아스날의 영입 루머들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방출이 없다면야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예상하긴 했었습니다만, 의외로 방출 링크는 꽤 활발하기에 더욱 의아한데요. 이미 나일스는 온스테인발 소식으로 로마로의 임대행이 완료되는 분위기고(영구 이적 옵션은 없음), 그 외에도 발로건의 미들스브러 임대 소식을 비롯해 은케티아, 엘네니, 챔버스, 오바메양까지도 겨울에 나갈 수 있다는 루머에 엮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영입 쪽으로는 크리스 휘틀리나 찰스 왓츠 같은 기자들에게서 그나마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선수들이 몇몇 있긴 한데요. 그 중 하나가 오늘 간단히 다뤄볼 조나단 데이비드입니다. 아마 아스날 팬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포지션이 톱과 3 선일 텐데, 그중에서도 특히 톱 포지션으로는 두산 블라호비치, 도미닉 칼버트-르윈, 알렉산더 이삭 등이 주로 언급되는 후보군인만큼, 시간이 난다면 이들도 이번 글처럼 아주 간단하게 살펴볼 기회가 추후에 있을 듯싶습니다. (장담은 못합니다 ㅎㅎ 물론 링크가 진해진다면 다룰 가능성은 더 높아질 듯)

    일단 글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당부드릴 점은, 최근에 워낙 바쁜지라 해외 축구 중에서도 아스날 경기를 제외한 타팀들의 경기는 그닥 많이 챙겨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이번에 다룰 조나단 데이비드의 경우에도, 기존에 릴 경기를 차근차근 챙겨보지 않았던 바, 릴의 구체적인 전술과 이와 연계되는 선수의 전술 수행력에 대한 인지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간단 관찰 후기를 쓰는 이유도 아스날과 리버풀의 리그컵 1차전이 코로나로 인해 연기된 김에 잠시 풀경기로 2경기 살펴본 정도이니, 이러한 사실들을 감안하여 봐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2.

    원래 선수들을 관찰할 때, 개인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아르테타가 현재 아스날에서 구사하는 전술과 최대한 결부시켜 바라봄과 동시에, 독자 분들에게도 선수에 대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아무래도 국면별로 선수를 검토하는 방식이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만큼 제 블로그에서 많이 다루기도 했고요.

    따라서 이번 조나단 데이비드의 관찰 후기 역시 선수의 특성을 단순 개별적으로 열거하기보다는, 이를 아르테타가 중요시하는 국면별로 나누어, 선수의 특성이 그 국면에서 장점으로 발현되거나, 혹은 약점으로 연결되는 그 이음새를 중점으로 하여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1) 빌드업 & 전개 국면

     

    현재 아르테타 아스날의 빌드업, 전개 국면에서 중요하게 여길 점은 여러 가지를 뽑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대표적으로 볼 도는 과정에 선수가 참여할 수 있는가,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동료를 지원할 수 있는가 입니다.

     

    빌드업 & 전개 국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는 조나단 데이비드의 특성 :

    계속 후술하면서도 반복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조나단 데이비드는 전통적인 공격수라기보다는 현대형 공격수에 가깝습니다. 즉, 이 선수의 최대 강점은 공간 활용이라는 생각이고요. 누구에게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팀이 필요로 하는 공간이 어디인지, 후방에서 공이 전개될 때 내가 어디에 포지셔닝해야 팀에게 도움이 될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마인드를 가진 선수라고 봅니다. 이것이 당연히 빌드업 및 전개 국면에서도 장점으로 발현이 되겠죠.

    조나단 데이비드(이하에서는 JD로 부르겠습니다)가 빌드업 및 전개 국면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자주 활용하는 기본 포지셔닝은 역시나 between the lines인데요. 유독 릴에서 이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로는 JD가 독보적이며, 현재 릴 전술상 JD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릴 자체가 이 국면에서 아주 섬세하게 상대의 탈압박을 뚫어내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형태보다는, 상당히 직선적이고 템포가 빠른 볼 운반을 즐겨 쓰는데요. 즉, JD가 이렇게 상대 1~2열 사이에서 좌우,상하(종횡)으로 넓게 뛰어다니면서 수비수 및 미드필더들을 유인하고, 대신 투톱 중 하나인 일마즈와 다른 윙포워드들이 상대 1열을 뒤로 밀어내면서 언제든 라인 침투를 꾀하는 형태입니다.

    이미 비슷한 역할을 아스날에서는 외데고르와 라카제트가 담당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라카제트의 대체자가 된다면 이 부분에서만큼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릴에서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능숙함을 기대할 수 있겠죠. 또한 만약 JD 유형의 선수가 온다면, LW는 마르티넬리 주전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언급한 대로 JD나 라카가 내려올 때, 상대 1열을 컨트롤해줄 선수가 필요하니까요. (로우는 상대 포백을 밀어내기보다는 포켓을 직접 이용하는 스타일이죠) 보통 릴에서는 투톱 파트너인 일마즈가 이 역할을 해주고 있고요.

    단순히 포지셔닝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를 실제 경기로 잠깐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으로 내려올 때 효과

     

    횡으로 내려올 때 효과

     

    (1) between the lines에 포지셔닝하던 JD가 종적으로 내려온다 (2) 상대 미드필더 2명이 유인된다 (3) 상대적으로 FREE해진 미드필더가 공을 잡고 여유있게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4) 이미 상대 1열을 밀어내는 릴 선수가 3명(투톱 중 하나+윙어 둘)이나 있고 롱패스로 역습

     

    물론 이런 식으로 포켓을 주 무대로 하여 종횡으로 넓게 뛰면서 상대를 이리저리 유인하고, 동료들을 위한 공간을 창출하며 팀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이런 식의 링커 역할만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JD의 포텐셜 또한 링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습니다. 이 선수는 기본적으로 공간이 열리면 꼭 링커 역할뿐만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할 줄 아는 선수예요. 워낙 본인이 릴이라는 팀에 있어 링커 역할을 중책으로 맡고 있어서 그렇지, 동료 중에 뛰어난 링커가 옆에 존재한다면, 그만큼 다른 일도 곧잘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라카제트가 링커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주는 대신, 나이와 체력을 문제로 하여 침투에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는 반면, JD는 이를 동시에 수행할만한 체력과 젊음, 그리고 이해도를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전개 국면에서 아래와 같은 장면도 곧잘 보여준다는 뜻이죠.

    (1) 볼이 우측으로 전개될 모양이니까 순간적으로 포켓으로 내려오는 무브. 순간적으로 상대 LB가 딸려온다 (2) 동료가 자기보다 앞서 볼을 받고, 같은 투톱 중 하나인 일마즈가 상대 CB를 끌고 측면으로 빠지자, 그 틈을 이용해 침투 (3) 이렇게 내려와서 받아야할 때와 침투해야할 때를 잘 구분하는 편 

     

    따라서 이런 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2가지 방식(공간을 직접 찾아들어가기 + 받으러 내려오면서 창출해주기)이 모두 가능한 툴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혹시라도 아스날로 이적했을 때 강점으로 발현될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의 아스날은 오바 톱에서 라카 톱으로 변환된 이래로, 전개 국면에서 종적으로 템포를 푸시하는 다이렉트 패스 빈도가 상당히 줄어들은 편입니다. 대신 전개 국면에서 상대 교란을 통해 외데고르→티어니로의 횡적 반대 전환이 자주 활용되죠. 이것도 좋지만, 오바 톱 시절처럼 때로는 상대 최종열을 단번에 노리는 루트도 추가된다면 공격의 다양성 측면에서 위력이 배가 될 수 있겠습니다.

     

    빌드업 & 전개 국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는 조나단 데이비드의 특성 :

    풀경기 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이 선수는 아주 명확히 포지셔널 우위(Positional Superiority)를 기반으로 플레이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대형 공격수에 가깝다고 표현한 것이고요.

    다만, 문제는 공격수가 수비수를 끌고 다니거나, 일대일로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여러 우위가 있겠고, 당연하게도 그 우위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좋을 텐데, JD의 경우에는 포지셔널 우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우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려한 볼 컨트롤 테크닉으로 우위를 점하지도, 피지컬로 찍어 누르지도, 또는 드리블로 돌파하면서 휘젓지도 못합니다. 이런 질적 우위의 다양성 부족은 아무리 JD가 포지셔널 우위를 바탕으로 팀의 볼 도는 과정에 잘 참여하더라도,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라카제트와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런 측면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 경기 장면을 통해 잠깐 살펴볼게요.

    아주 대표적인 장면 하나만 가져와봤는데, 이게 제가 생각하는 JD의 미흡한 부분입니다. 위 움짤을 보면 일단 포지셔널 우위를 적극적으로 잘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1선에 상대 포백과 함께 있으면서도, 팀의 볼 전개 방향이 어떻게 되는가를 늘 살피고, 이를 파악해서 전개하기 편하도록 동료를 도와주러 간단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파악하고, 한 발 앞서 미리 포지셔닝하기 때문에, 포지셔널 우위를 가져가고, 그런 상태에서 볼을 받는다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다음 행동을 가져갈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동료가 조금 늦게 주거나, 타이밍이 어긋나서, 또는 상대 수비 역시 예측을 잘하고 따라와 포지셔널 우위가 발생하지 않을 때에 발생합니다. 위의 경우에는 동료가 조금 늦게 주어 JD가 가졌던 포지셔널 우위가 그새 사라졌죠. 이렇게 되면 전적으로 수비수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다른 종류의 질적 우위가 있느냐 여부로 이어집니다. 이미 예를 들었듯이, 기술적이든 피지컬적이든 그 상황을 버텨내고 최소한 볼을 키핑 할 수 있어야한단 것이죠.

    라카제트가 최근 아스날에서 잘 수행해주는 것도 이런 부분입니다. 전개 방향을 파악하고, 필요할 때 미리 움직여 포지셔널 우위를 가지는 것까진 JD랑 비슷한데, 라카제트는 포지셔널 우위가 발현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볼을 키핑할 수 있을 정도의 등지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요. 또는 발기술로 이를 극복하기도 하고요. 

    마무리 국면이 아닌 빌드업 및 전개 국면에서는 공격수가 이렇게 환경maker 역할을 하러 내려올 때, 앞을 보기보다는 등진 상황에서 볼을 받는 경우가 더 잦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필수적입니다. JD는 아직 그런 부분이 많이 미흡하고, 위 움짤처럼 잘 움직여놓고도 허무하게 볼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라카제트도 아스날에 처음 왔을 때보다, 현재 월등하게 관련 능력이 발전한 만큼, 리그 적응과 발전의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될 여지는 있겠습니다.

    한편, 볼 키핑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등딱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겠지만 프리미어리그는 템포가 빠르고 거친 바, 이를 역이용하는 피파울 유도 역시 좋은 스킬이 될 수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피파울 유도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는 통계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파울은 라카보다도 더 좋을 정도. 다만 볼키핑과 관련된 디스포제션과 배드터치의 부분에서는 발전이 필요 (뭐 지금도 아주 나쁜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만)

     

     

    (2) 전개 & 마무리 국면

     

    아무래도 In Possession의 세 국면들을 무 자르듯이 칼 같이 분류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마무리 국면 역시 전개 국면과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개, 마무리에 있어 현 아르테타 아스날에서 중요시되는 건 상대 수비를 어떻게 교란하고, 어떻게 흔들어서 빈 공간을 창출하는가, 또는 그 빈 공간을 직접 활용하는가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보기 전에도, 이미 앞서 살펴본 대로, 포지셔널 우위를 비롯해 공간 이해도를 주 장점으로 삼는 JD의 경우, 이 국면에서도 꽤나 괜찮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그래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전개 & 마무리 국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는 조나단 데이비드의 특성 :

     

    풀경기를 보지 않고 하이라이트나 들리는 이야기에 의해 JD에 대해 쉬이 고정관념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이 선수는 1열에서 상대 포백 밀어내기를 하지 않고, 제로톱처럼 밑으로 내려오기만 한다' 라는 점인데요. 제가 간단히 살펴본 바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여전히 순간순간 종적으로 내려와 포켓을 미리 점유하거나, 또는 측면에서 잘 풀리지 않을 때 도와주러 횡적으로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긴 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한 순간에는 중앙 고정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실제 경기 장면으로 볼게요. 

    이 선수는 거의 모든 능력치가 공간 이해도와 포지셔널 우위를 가져가는 것에 몰빵 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납니다. (이건 양날의 검입니다. 좋게 보면 공간 활용 몰빵이고, 안 좋게 보면 다른 능력치들이 워낙 빈약하다는 뜻) 따라서 상대 1열(포백 라인)을 밀어줘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알고 있죠.

    앞서 살펴본 빌드업 국면에서 자주 내려오는 것과는 달리, 전개에서 마무리로 넘어가는 과정 중 측면 윙어가 내려와 볼을 받거나, 또는 지공으로 넘어가면서 442에서 풀백이 오버래핑하며 윙어를 도와주는 상황이 되면, JD는 더 이상 내려오는 걸 멈추고 포백을 밀어내는 중앙 고정형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본인의 역할이 변화되는 타이밍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아는 편이고, 경기 중에서 그걸 바로 파악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인데, 꽤 능숙하게 해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줘야 아군이 측면을 (그림에서는 오른쪽) 공략할 때 CB가 함부로 도와주지 못하면서, CB~FB 사이의 하프스페이스 또는 윙스페이스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거거든요.

    따라서 위 그림과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CB는 JD가 계속 미니까 뒤로 밀려나는데, 측면은 아군이 내려가면서 상대 풀백을 끌어내기 때문에 풀백이 올라오게 되죠. 그러면 포백끼리 서로 높이의 차이가 생기면서 빈 공간이 창출됩니다. 릴이 지공을 할 때는 이런 패턴이 주를 이루고요. 썩 괜찮은 팀이라는 생각이 든 이유는 JD가 이런 중앙고정형 역할을 할 때면, 투톱 파트너인 일마즈가 늘 다른 역할을 수행해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투톱 간의 역할 분배가 괜찮다는 이야기죠. 여기서도 JD가 높이를 제공해주는 동안, 그림처럼 일마즈는 내려와 측면 전개를 돕고 있습니다. 

    똑똑하다는 생각이 든 건 이런 장면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 선수는 피지컬적으로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현재로서는 스피드예요. 그러니 본인의 무기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자연스레 가져가는데요. 중앙에서 단순히 고정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아군이 많이 내려와서 측면이 비는 경우가 생기면, 이를 직접 침투 및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 CB와 CB 사이 포지셔닝이 아니라, 상대 풀백과 CB 사이의 포지셔닝으로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죠. 이런 사소해 보이는 포지셔닝 조정을 할 줄 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돋보였습니다. 

    따라서 전개 국면이 넘어가서부터는 의외로 JD가 볼을 자주 터치하지 않기 때문에 대충 보면 별로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소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공간적인 움직임을 꾸준히 가져간다는 걸 알 수 있고, 이미 지적한 대로 이 선수는 온더볼 상황에서 질적 우위를 가져갈 만한 요소가 스피드, 양발 이외에는 딱히 없기 때문에, 이런 오프 더 볼 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중앙 고정형의 전술적 이득은 마무리 국면에서의 크로스 상황에서 주로 발현됩니다. 이런 점은 또 라카보다는 오바메양이나 은케티아와의 유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오바 톱이 빠진 이후로 제가 자주 지적했던 점이 바로 크로스 과정에서 컷백을 노리는 유형이 너무 많고 겹친다는 것이었죠. 실제로 자주 내려오는 라카는 물론이고, 외데고르, 사카, 마르티넬리, 로우 모두 최종열과 경합하며 잘라먹기를 하기보다는, 컷백을 선호하는 유형들이고, 팀 내 이런 선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컵대회에서 은케티아가 해트트릭 할 때, 그중 2번째 골을 칭찬하기도 했던 것이고요.

    즉 크로스 상황에서는 '잘라먹기'와 '컷백'을 노리는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열을 나누어야 더 위협적이 됩니다. 제가 본 2경기에서 JD는 잘라먹기 역할을 해줄 줄 아는 것으로 보였어요. 따라서 혹시 은케티아나 오바메양이 나가더라도, 그 크로스 받아먹기의 공백을 나름 채워줄 수 있을만한 선수라는 느낌입니다.

    (1) 중앙 고정 덕분에 측면이 많이 열린다 (2) 열린 측면에 이은 크로스 공격을 할 때, JD의 경우에는 상대의 최종 열을 따라 '잘라먹기'역할을 노리는 경우가 꽤 있다 (3) 이래야 뒤에 컷백을 노리는 선수들과 열이 나뉘면서 크로스의 위협이 늘어날 수 있다
    (1) 일마즈보다 더 아래에서 출발하지만 더 깊게 침투해주는 JD (2) 이런 식으로 최종 열을 밀어내주면, 컷백 선수가 슈팅하는 공간도 넓게 난다 (3) 게다가 등지고 상대 CB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스크린처럼 막아주면서 일마즈가 쉽게 득점

     

     

    물론 또 하나 전개 및 마무리 국면에서 이 선수가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템포'입니다. 줄곧 이 선수는 다른 무엇보다도 포지셔닝으로 이득 보는 유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템포 UP은 로우처럼 공간 이해도가 좋은 선수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수적인 효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리 공격 전개 방향과 동료의 위치를 파악해 놓고 나서 포지셔닝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보다 반박자 앞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아주 기술적으로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선수들을 보고 있자면 의외로 상대를 잘 제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죠. 상대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상대가 수비함에 있어 수동적으로 반응하게끔 강제해놓았기 때문에, 포지셔널 우위에서 비롯된 강점으로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 JD의 경우에도 제가 보기엔 이런 측면이 있었고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장면들입니다.

    (1) 전개 과정에서 연결고리를 하기 위해 미리 포지셔닝 (2) 상대와 동료의 위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능동적으로 대처가능한 바, 좁은 공간이지만 스무스하게 원터치로 센스있는 연결이 가능 (3) 이런 포지셔널 우위를 바탕으로 할 경우 팀의 템포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1) 또 한 번 between the lines로 포지셔널 우위 (2) 뒤돌아 있는게 아니라 앞을 볼 여유까지 생기면 양발의 강점을 이용해 수비를 속이는 편 (3) 대신 포백을 밀어내주는 선수들이 위에 있다는걸 알기 때문에 템포는 또 당연히 빨라진다

     

    한편 제가 본 2개의 풀경기에서 아주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하이라이트를 볼 때 마무리 측면에서 양발 사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듯합니다. 제가 본 풀경기에서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수비수와 1대1 상황에 맞닥뜨릴 때, 다른 무엇보다도 양발에 의한 fake나 방향 틀기를 자주 사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양발 마무리는 확실히 손흥민 선수의 경우처럼, 득점에 있어서는 주효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양발 선수 특유의 fake

     

     

     

    전개 & 마무리 국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는 조나단 데이비드의 특성 :

     

    그러나 위와 같은 템포 UP기질은 장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단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로우와 다른 점은 로우는 템포를 올리고 싶을 땐 올리고, 내리고 싶을 땐 내리는 게 가능하다면, 이 선수는 좀 더 강제적으로 올리는 감이 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기술이 버텨주는 시간이 짧거든요. 볼 키핑 시간을 지속적으로 길게 못 가져가니 결을 살리고 포지셔널 우위를 살리는 템포 UP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적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약점은 패스들이 너무 '종적'이라는 거예요.

    즉 꽤 내려와서 플레이하는 유형 치고는 '좌우 분배'를 잘하는 편은 절대 아닙니다. 볼을 키핑해야 좌우 반대 전환을 할 여유도 생기는 건데, 그런 버티기가 잘 안 되니, 특히 상대 진영으로 갈수록 패스가 종적으로 한정지어지게 됩니다. 횡으로 벌려주는 패스는 제가 본 2경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이런 부분은 라카가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건 JD가 양발이라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기도 했고요.

    물론 이 역시 등진 상태에서의 플레이 미숙과 연결됩니다. 위와 같이 등을 질 때 상대가 발을 내밀 틈을 주지 않게끔 잘 틀어막질 못하기 때문에, 버티기가 잘 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게 되었다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반대 전환이 이루어졌겠죠. 즉 '좌우 분배'의 전제 자체가 미숙한 겁니다.

    따라서 등진 플레이의 미숙 + 공중볼 약점으로 인해 마무리 국면에서 공중볼을 통한 공격 루트는 활용하기가 어려워지는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투톱이 아니라, 원톱이라면 더 심할 테죠. 볼이 공중에 떴다면 웬만하면 소유권을 뺏겼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스날에 오더라도, 좋은 크로스 능력을 가진 티어니 같은 선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또다시 줄어드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슈팅에 있어서도 양발을 활용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슈팅력이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대부분의 슈팅을 발등에 얹는 느낌보다는 패스할 때처럼 밀어 차 넣는 경향이 있는 바, 슈팅 range가 넓지 않고요. 가끔 가다 발등에 얹어 차는 슛들은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는 모습이고, 잘 차더라도 구석이 아닌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슈팅력과 범위에 있어서는 리옹 시절부터 거의 완성형 수준이었던 라카제트와 상당히 다른 점입니다. 물론 라카제트처럼 슛하는데 지체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확하게 차고자 할 때는 잔발이 약간 있긴 합니다.

    박스 바깥에서는 슛이 딱히 기대가 안 될 정도로 약하고, 부정확한 편

     

     

    (3) 하이 블록, 미드 블록 프레싱 국면

     

    현재 아스날 체제에서 톱에게 부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압박입니다. 특히 톱이 온전히 본인의 영향력을 볼 소유권 없이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높은 지역(High Block)과 중간 지역(Mid Block)이고요. 오바메양의 경우 스피드를 활용해 괜찮은 압박을 보여줬었고, 라카제트도 지금 스피드는 느리지만 외데고르와 짝을 이루어 성실하게 전방 압박을 수행하고 있는 편이죠.

    JD의 경우에는 제가 본 풀경기 2경기에서는 압박 툴에 있어서도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단순히 그냥 열심히 뛰는 압박이 아니라 Cover Shadow를 이용하는 영리한 장면도 있었고, 저지나 방해를 넘어 직접 몸을 부딪히고 경합하며 수비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몸을 부딪히길 꺼려하지 않는데, 공격할 때는 다소 몸끼리 부딪히기보다는 최대한 공간만을 깔끔하게 이용하는 편이라는 점에서 비교가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비할 때만큼이라도 몸을 어느 정도 쓴다는 건 이 선수가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몸싸움 자체를 아예 못하고 기피하는 성향은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압박이나 수비 가담의 경우에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움짤 장면을 보는 게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의외로 프레싱을 가할 때는 몸을 자주 부딪히는 시도를 하는 편
    여기선 cover shadow를 이용해 패스길을 차단
    미드블록 수비 가담하는 모습
    하이 블록에서 패스길 막고 곧바로 2대1 패스 시도
    하이 블록에서 몸싸움 경합을 통해 볼 소유권 탈취

     

     

    (4) 트랜지션 국면

     

    사실 릴이라는 팀 자체가 템포가 좀 빠른 공격을 자주 하다 보니, 트랜지션 국면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난 건 없었습니다. 특히 JD의 템포와 관련된 장점과, In Possession 국면들에서의 장점은 위에서 상세하게 설명했으니까요.

    다만 트랜지션의 경우에는 앞에 공간이 보다 넓게 뚫려있는 경우가 많은 바, JD의 포지셔널 우위에서 비롯되는 오프 더 볼 능력이나, 양발을 사용해 fake를 주는 드리블이 조금 더 잘 먹히는 경향성은 보였습니다. 

    (1) 볼 탈취 후 전환 국면에서 앞 공간이 넓게 벌려있을 때, JD의 스피드와 양발은 큰 무기가 된다 (2) In Possession 국면에서 자주 하지 못하는 '좌우 분배'도 여기서는 가능해지는 이유 역시 같다. 트랜지션에서는 상대 선수들이 앞으로 뛰쳐나오는게 아니라, 본인 포지셔닝으로 복귀하기 위해 뒤로 달리기 때문에 JD가 볼을 키핑하면서 좌우분배할 수 있는 틈이 나온다
    (1) 여기서는 JD의 오프더볼 능숙함을 엿볼 수 있다 (2) 트랜지션 국면에서 상대 풀백을 감고 돌아나오면서 빈공간으로 찾아드는 영리한 움직임

    위와 같이 전체적으로 트랜지션 국면에서는 JD라는 선수가 가진 본연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공격 과정에서 몸을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가장 자신 있는 스피드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도 하고, 드리블의 경우에도 좁은 지역에서 가속도 없는 드리블보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그 관성을 이용해 양발 fake를 주고 살짝 방향을 꺾는 드리블이 더 잘 먹힙니다.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이야, 당연히 더 넓게 벌어져있는 트랜지션에서 좋은 오프더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고요.

     

     

    3.

    결론적으로 제가 본 풀경기에서 느낀 조나단 데이비드라는 선수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야적으로, 아군이 공을 가졌을 때, 주위를 자주 돌아보면서 본인이 포지셔닝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를 상시 파악한다

    (2) 공간을 찾아 내려와야 할 때와, 공간을 찾아 오히려 올라가 침투해야 할 때의 구분을 꽤 잘 아는 편이며,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하는 편이다

    (3) 양발인만큼 박스 안에서 주발 의존도가 적고, 덕분에 슈팅력이 좋지 않음에도 슈팅 효율은 올라간다. 다만 슈팅 범위와 스킬이 썩 좋지 않으며, 의외로 양발을 박스 근처에서만 활발하게 사용하는 편으로써, 아래 지역에서는 웬만하면 주발인 오른발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패스도 왼발로 하기보다는 오른발 아웃프런트가 자주 목격된다. 그리고 트랜지션처럼 넓게 벌어져서 본인의 키핑이 수월한 상황이 아닌 이상, 양발을 통한 좌우 분배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4) 수비에서는 몸을 쓰는 반면, 공격에서는 몸을 거의 쓰지 않는다. 중앙 고정으로 양 CB사이에 설 때도, 비비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틈을 노리는 편에 가깝다. 따라서 키핑과 공중볼 같은 문제에서 큰 약점이 있다

    (5) 기본적으로 between the lines 포지셔닝을 좋아하지만, 라인을 밀어내야 할 땐 밀어내면서 중앙 고정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중앙 고정 역할을 수행할 때는 좌, 우가 뚫리고 크로스가 올라올 때, 최종 열로 올라가면서 잘라먹기를 하거나 컷백 선수들을 위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6) 전체적으로 경기 양상을 살펴볼 때,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깝다. 즉 라카제트 같은 환경maker에 가깝다는 뜻. 그러나 라카제트보다 공격 복귀 속도가 빠르고, 크로스 상황에서 잘라먹기, 받아먹기에 더 능숙하며, 양 발 슈팅의 장점을 기반으로 한 골대 근처에서의 효율성 증가로 인해 의외로 골 수 자체는 능력에 비해 높게 나올 수 있다.

    (7) 라인을 밀어낼 줄 알고, 하이 블록 프레싱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아스날처럼 지배하는 경기를 할 때, 그 지배력을 유지하기에 좋을 것이다. 뒤에서 화이트 같은 선수가 역습 1.5열로 인터셉트하면서, 전방에서는 압박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배는 하는 대신, 방점을 찍어줄 공격수로서의 개인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아스날 2선들의 폭발력이 잠잠해질 경우에는 답답한 경기가 될 수 있다

    (8) 원톱 수행력은 미지수다. 키핑이나 공중볼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꼭 원톱에 부적합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투톱스럽게 역할을 분배해줄 선수를 곁에 둘 때 더 시너지가 발휘되는 스타일임에는 틀림없다. 아스날이 전반기에 오바 톱을 썼을 때, 라카가 외데고르 역할로 AM이자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는데, 그 역할에 아주 잘 부합하는 유형이다. 애초에 마인드 자체가 득점에 집착한다기보다는 주변 동료를 생각하며 뛰는 편에 가깝다

    (9) 만약 아스날에 영입된다는 가정 하에, 기존의 라카 톱 체제를 유지하기에 꽤나 적합하다. 그만큼 공간 이해도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하며 헌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포지셔널 게임을 하는 팀에 현대적으로 잘 어울릴만한 유형이다. 다만 원톱에서의 한계가 있거나 적응이 힘들다면, 변화를 꾀해야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르티넬리를 옆에 붙여주는 방식이 가장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10) 시계처럼 돌아가는 포지셔널 게임에서 하나의 부속품으로는 훌륭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하나로서 움직이는 팀 자체의 유기성은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스날 자체는 프리미어리그 특성에는 다소 안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 티어니의 크로스 같은 건 활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톱의 공중볼 및 키핑이 약해지면서 공이 공중에 자주 떠다니는 리그 특성상 세컨볼 싸움에서 열위를 보이며, 약팀임에도 피지컬이 좋거나, 심판이 경기를 거칠게 운영해 나아갈 때 지금보다도 더 힘들어질 소지가 충분하다. 즉 아스날의 현 약점을 보완하는 영입이 되기보다는, 현 장점을 유지 및 강화하는 영입인 셈이다

     

    p.s. 짧게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분량 조절을 좀 해야할 듯 합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어지는 (2)편에서는 아마도 블라호비치나 기마랑이스를 다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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