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 경기 리뷰 (vs 맨시티)Arsenal/Talk 2022. 1. 2. 15:52반응형
※ 경기 분석 칼럼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평소보다 다소 늦게 업로드될 듯합니다. 따라서 경기 리뷰글을 일단 먼저 업로드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아마 경기를 라이브로 본 거의 모든 구너들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정도로 아쉽고, 분한 경기를 펼친 아스날입니다. 차라리 맥없이 졌다면 되려 아쉽지도 않고, 당연히 여기며 북런던 더비에 집중하고자 했을 텐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합니다.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적어도 지지 않을 수 있었는데 여러 요인이 작용하며 경기가 망쳐지는 걸 보니 전반 이후 잠시나마 가졌던 욕심이 반대급부로 엄청난 아쉬움으로 전환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날은 정말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최근 맨시티라는 현 세계 최고급 팀을 상대로, 이렇게 능동적으로 잘 제어한 팀은 최근 몇 년을 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단언컨대 어제 아스날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 팀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팀이 되었다는 건 아스날의 엄청난 발전 속도와 현 위치를 어느 정도 체감하게 만들었으며, 꼭 이번 시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경기력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적어도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이 틀렸다고 느낄 여지는 없지 않을까 싶고요. 남은 건 이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추진력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몇몇 보완 정도로 보입니다.
양 팀 모두 로드리, 토미야스라는 전력을 숨겼을 정도로 진심 모드였는데, 그 와중에 아르테타의 부재가 개인적으로는 뼈아프게 느껴졌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최근 아스날의 기세는 물론, 전술적으로 변화된,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을 인물이기에,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아스날의 좋은 대처를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아르테타도 딱 맨시티를 제어하기 용이한 맞춤형 압박 전술을 가지고 나오면서 상당한 전략가의 면모를 뽐낸 만큼, 이런 훌륭한 전술을 넘어 아르테타가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의 감정을 제어하고, 분위기를 유지하며, 심판 판정에 선수들 대신 항의 및 어필하는 역할을 기존대로 담당할 수 있었더라면, 경기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는 생각이고요.
비록 분투 후 패배했지만, 모든 걸 다 바쳤다는 게 플레이에서 드러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준 선수단에게는 그래도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감독 없이, 홈에서 맨시티라는 팀을 상대로 이 정도의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홈팬들에게 증명한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자격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쟈카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이 필요한 바, 이하에서 별개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보통 맨유전이나 에버튼전처럼 패배한 경기에서는 제가 딱히 분석글을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었습니다만, 어제 경기는 졌음에도 불구하고, 분석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바, 경기 분석 칼럼을 별도로 작성하겠습니다. 너무 분패한 나머지, 아스날의 훌륭한 퍼포먼스가 소위 말해 약간 묻혔다는 느낌도 받기 때문에, 좀 더 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전술적인 부분은 경기 분석 칼럼에서 상세히 다루겠고, 리뷰 글에서는 전술적 부분을 제외한, 특히 이번 명승부를 망친 몇몇 요소들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짚고, 그 외 선수 개인 평가를 첨가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이번 경기는 정말 명승부였습니다. 이건 제가 아스날 팬이어서가 아니라, 타 팀 팬분들도 아스날이 충분히 잘 싸웠으나 불운이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아스날이 잘했고, 해외에서의 실제 평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명승부를 망친 요인들이 몇몇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당연히 심판입니다. 스튜어트 앳웰은 잘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2020년부터 쭉 아스날과 관련하여 안 좋은 견련성을 꾸준히 갖고 있던 심판입니다.
이미 2020년에도 스튜어트 앳웰 심판이 아스날 경기를 맡은 경기에서, 아스날의 승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기록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아스날을 연관 짓지 않더라도 이미 심판의 실력적인 면에서도 의구심이 많은 심판입니다. 이미 몇 년 전에 수차례 판정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프리미어리그 심판직에서 강등되었던 전적도 있죠.
개인적으로도 이번 경기에 정말 많은 불만이 있습니다만, 제가 심판이 아닌 이상, 아무리 비판해도 이에 대한 근거나 합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경기 직후에 올라온 전직 심판 키스 해켓(Keith Hackett)의 칼럼을 부분 발췌 번역해보겠습니다.
앳웰은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PK 실점 이후 감정적으로 좌절하는 걸 볼 수 있었고, 그를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심판이라는 직업의 역할 중 하나는 '예방'이다. 나는 언제나 심판이 해야 할 일은 피치 위에 22명의 선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라 말해왔다. 만약 앳웰이 가브리엘의 이러한 심정적인 좌절감을 인지했다면, 그는 첫 번째 옐로 카드를 주는 장면에서 다른 방식을 채택했어야 한다. 바로 카드를 꺼내는 게 아니라 아스날의 주장을 부르고, 그들의 과열을 낮추면서 경기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그랬다면 가브리엘은 그 후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은 무모한 도전 따위는 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을 수 있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심판의 임무 중 하나다. 이건 내가 폴 개스코인이라는 선수를 심판하던 때와 비슷하다. 때때로 자제력을 잃는 선수들이 나타날 때면, 사적으로 불러 격려하든지, 또는 아까 말했듯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팀의 주장을 부르고, 선수들을 진정시켜라. 이게 상황을 주도할 줄 아는 심판의 역량이다.
그러나 난 이번 경기에서 그런 류의 역량을 전혀 보지 못했다. 내가 목격한 건 경기 또는 선수들과 조화되지 않고 완전히 분리된, 동떨어진 심판이었다. 축구 경기라는 건 마치 난로 위의 주전자와 같다. 부글부글 끊기 시작하면, 그건 곧 경기의 온도를 뜻하며, 흥미롭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이 넘쳐흐르면 안 된다. 그러면 통제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마치 오늘 스튜어트 앳웰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모두 피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왜냐고? 아스날 선수들이 좌절했던 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PK나 퇴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 이전에 이미 에데르송의 외데고르에 대한 경기 초반 반칙으로 PK를 얻었어야 했다. 그건 명백한 파울이었다. 에데르송은 외데고르의 발에 접촉했고, 앳웰은 PK를 선언해야 했다. 난 그가 PK를 선언하지 않았을 때 엄청 놀랐고, VAR을 통해 검토되지 않은 것에 더더욱 놀랐다.
VAR과 심판 사이의 관계는 확실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만약 앳웰이 그 첫 장면에서의 콜을 올바르게 불었다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위 칼럼 내용에서도 전직 심판이 지적하는 대로, 앳웰은 이번 경기 운영을 정말 못했습니다. 콜의 일관성 부족은 물론이고, 그 외 선수 관리의 측면에서도 매우 감정적이었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특히 마갈량의 경고, 또는 라카제트가 로드리에게 파울 당한 장면에서 사카에게 뜬근없는 경고가 나가는 장면들은, 그저 본인의 심판이라는 권위에 대항하지 말라는 권위주의적 태도에 기인한 감정적 결과물이었다고 봅니다.
본인도 본인의 콜에 대한 일관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콕 집어 항의하는 선수들에게 스스로 짜증이 솟구치고, 그걸 제어하지 못하고 카드로 내보이는 거죠. 콜에 대해 자신이 잘하고 있다면 그만큼 여유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항의에 굳이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는 법입니다. 대신 위에 칼럼에서 전직 심판이 언급한 대로, 주장을 불러 선수단을 진정시키게 하고, 약간의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선수들을 진정시켰겠죠. 그런 여유가 없고, 심판의 권위만을 이용해 카드로 입막음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본인의 실력 미달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또한 칼럼의 지적 내용에서 가장 공감하는 점은, 이번 경기에서 심판이 경기 및 선수들과 전혀 조화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심판이 굳이 원격으로 VAR실에 앉아서 리플레이 돌려보면서 반칙을 체크하지 않고, 피치 위에서 직접 선수들과 뛰어 당기고, 살을 부딪히고, 가까이서 그들의 말과 반응을 들으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축구 외적으로 과다한 과열 분위기를 미리 방지하고, 예방함으로써 선수들을 보호하고, 경기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죠. 에버튼전에서의 심판은 선호 보호 측면에서 꽝이었다면, 맨시티전 스튜어트 앳웰은 후자의 측면에서 꽝이었습니다.
(글 작성 후 찾아보니 에버튼전에서의 VAR심판도 스튜어트 앳웰이었다는 소리도 있네요. 사실이라면 허허...)
그 외 판정의 일관성 면에서도 부족했습니다. 쟈카 건을 VAR을 통해 번복시켰다면, 그 전의 외데고르 건 역시 최소한 VAR로 심판이 직접 똑같이 확인했어야 합니다. 무리한 역습 저지로 인해 아스날 선수들이 카드를 받은 만큼, 로드리에 대한 라카의 파울 역시 카드가 나왔어야 합니다. 항의하는 사카에게 줄게 아니라요.
개인적으로 아스날 팬을 오래 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심판에 대해서는 신물 날 정도로 많이 비판해왔습니다만, 대략 20년이 되어감에도 나아지는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이건 피해의식이 아니라, 오래된 PL 올드팬일수록 아스날에 대한 심판들의 대처가 상당히 별로라는 건 누구나 느낄만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심판 판정에 피해를 보는 팀으로 아스날이 매년 최상위권에 위치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아르센 벵거라는 외국인 감독이, 외국인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팀을 데리고 리그 무패 우승을 기록하면서 영국 심판들에게 찍혔다는 소리가 당시에도 왕왕 들려올 정도였으니까요. 비록 루머지만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오심은 돌고 돈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다만, 아스날의 49경기 무패 행진도 결국 심판의 장난질로 마감되었고, 당시 레예스의 향수병은 시기적으로도 그 부근의 거친 태클과 경기 환경에 영향을 받았으며, 대표적인 아스날 hater로 유명했던 마이크 라일리는 현재 PL 심판위원장인 데다가, 수년간 끊이지 않는 아스날 경기들의 판정 시비 사안들로 미루어볼 때, 과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의심을 지울 순 없네요.
어쨌든 아스날 팬으로서는 이러한 명승부를 심판의 영향으로 방해 받은 것 자체에 화가 날 수밖에 없으며, 꼭 아스날이 아니더라도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끊임없이 심판 문제가 불거지는 건 리그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겠습니다.
3.
다음은 그라닛 쟈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부상 복귀 이후 몇 경기 동안 쟈카의 전술적 변화를 짚어 왔습니다만, 저는 줄곧 쟈카의 이러한 개인적 성향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실제로 리즈전, 노리치전 리뷰 글들에서 제가 적었던 쟈카 관련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보겠습니다.
[ 리즈전 리뷰 글 中 ]
오랜만에 3선에 대해서도 평가해보자면, 쟈카는 전반에 매우 좋았으나, 후반에 특유의 쓸데없는 플레이를 보이면서 카드를 수집했습니다. 아르테타가 쟈카라는 선수를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이용해먹음에도 불구하고, 아스날 팬으로서 마음 한 켠에는 불안감이 늘 남아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인데요. 전술적 용도는 별론,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이어져오는 본인 특유의 경기 중 흥분과 그에 따른 카드 수집은 상당히 큰 문제점입니다. 아무리 전술적 용도가 풍부할지라도, 줄곧 말했듯이 아르테타의 전술은 매우 예민하고 민감합니다. 부품 하나가 퇴장 같은 이유로 빠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리즈전의 경우에는 이미 전반전에 3:0으로 크게 리드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상대와의 신경전이나 시간을 지체하는 등의 쓸데없는 행동으로 경고를 수집할 이유는 하등 없었습니다. 이런 단점들은 아무리 아르테타가 쟈카를 전술적으로 잘 이용한다 하더라도, 이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에 치명적인 바, 앞으로 주의가 필요하고 선수도 확실히 인지해야만 합니다.
[ 노리치전 리뷰 글 中 ]
쟈카의 경우에는 쓸데없는 걸로 카드를 받는 경향도 분명 있는 게 사실이지만, 너무 심판들이 쟈카에게는 카드를 쉽게 내드는 경향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괜히 거친 반칙을 하고도 아무 조치를 받지 않는 선수들에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쟈카를 대입하여 쟈카였으면 퇴장이었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니지요. 제 생각에도 몇몇 해외 선수 및 특정 선수에 대한 심판들의 지나친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쟈카는 다소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보다 똑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의 같은 것도, 앞장서서 나서기보다는, 웬만하면 조절할 필요가 있겠죠. 네이션스컵 기간에 안 그래도 얇아질 3선 뎁스에서 쟈카의 경고 누적에 대한 관리 역시 필요할 테니까요.
쟈카는 우려대로 빅경기에서 또다시 안 좋은 쪽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러한 문제는 쟈카가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 꾸준히 반복되고 있는 문제인 만큼, 더 이상 선수에게 개선의 여지가 딱히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쟈카는 최근 인터뷰에서 본인의 경기 내에서의 과한 열정과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팬들에게 이해를 촉구하기도 했는데, 이로써 스스로 그러한 플레이 스타일을 변화한다든가, 좀 더 자제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위에 인용글에서도 적었듯, 아르테타가 선보이고 있는 예민하고도 민감한 축구에는 더더욱 치명적입니다. 현재 아르테타의 축구는 팀이 완전 하나 되어 움직여야 됩니다. 개개인의 행동이 튀는 건, 뭘로 보나 팀에 악영향인 셈이죠. 이것이 결코 '열정'으로 포장되어선 안 됩니다. 다른 선수들은 열정이 부족해 퇴장이나 경고를 덜 받는 건가요?
게다가 쟈카는 지난 여러 전술 칼럼들에서 다뤘던 대로, 지금 아르테타로부터 상당한 전술적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단점을 잘 가려주는 감독을 만났다는 말입니다. 쟈카가 아스날에 남은 이유로 아르테타를 뽑았던데, 당연한 겁니다. 자신이 가진 단점을 이만큼 잘 가려주고, 본인이 뛰기 좋게끔 이토록 세밀하게 조정해주는 감독은 어디서든 찾기 어려우니까요.
물론 최근 경기에서, 쟈카도 이러한 수혜에 힘입고, 또 본인을 더 이상 주연으로 내세우지 않고, 알아서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며 환경을 조성해주는 '조연' 역할을 받아들이면서 플레이 스타일을 어느 정도 바꾸고, 조연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은 인정할만합니다. 저 또한 이 부분은 칭찬한 바 있고요.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쟈카가 본래 잘하던 것을 극대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전술적으로 쟈카가 가진 단점을 이 정도로까지 커버해줬다면, 쟈카는 추가적인 본인의 전술 외적인 단점 정도는 스스로 커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감독에게 자신의 모든 단점을 싹 다 가려달라고 할 셈인가요?
뿐만 아니라 쟈카는 이제 2022년이 되면서 30살에 접어든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아스날에 처음 이적할 때야, 젊은 선수이니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젠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 데다가, 되려 쉽게 흥분하는 어린 선수들을 자제시켜야 할 나이와 경험, 짬이 되었다는 뜻이죠. 그런 측면에서 맨시티전 쟈카와 라카제트는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팀이 홈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다가, PK를 내주고 좌절과 동시에 흥분하는 것이 당연할진대, 그 과정에서 같이 흥분하고 개인 행동하는 쟈카와 달리, 라카제트만큼은 주장 완장의 무게와 베테랑의 본분을 잊지 않은 채 선수들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테면 위와 같은 장면입니다. PK를 헌납하고 마갈량이 퇴장당한 이후, 쟈카가 흥분했는지 갑작스레 엄청난 개인 압박을 실행하는데요. 이런 걸 '열정'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전혀 없습니다. 늘 말했듯이, 팀 단위의 조직적인 압박이 아니라, 이런 준비되지 않은, 개인의 압박은 현대 축구에는 전혀 통하지 않고요.
특히 맨시티처럼 훌륭하게 조직된 팀은 상대 중에 이런 선수가 있을수록 오히려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위의 움짤을 보더라도 맨시티 선수들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쟈카가 더 많이 뛰어다니도록 유유히 볼을 적절히 돌리며 개인 압박을 뚫어내지요. 그리고 이런 개인 압박이 실패했을 때, 리스크는 더 큽니다. 쟈카가 쓸데없이 앞으로 튀어나가 있으니, 뚫기만 하면 중앙은 허허벌판인 겁니다.
한 가지 추가적으로 지적할 점은, 오늘 경기에서 쟈카의 PK 헌납과 그 반칙이 과연 정당한 PK 판정이었는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쟈카의 '경기 활약 자체'가 좋지 못했다는 겁니다. 즉, 전술적으로도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이고요. 이건 단지 쟈카가 패배에 기여해서 감정적으로 지적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이런 강팀을 상대하는 빅매치에서는 쟈카의 단점인 '기동력'이 전술적으로도 상당히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번 맨시티전은 아스날이 워낙 높은 지역(High block)과 중간 지역(Mid block)에서 압박을 잘하며 시티의 공격 루트를 봉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맨시티의 롱볼이나 트랜지션이 강요되었습니다. 위 장면도 에데르송의 롱볼을 이용한 장면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쟈카의 기동력 문제가 유독 크게 도드라집니다.
티어니가 베실바를 압박할 때, 기동력이 좋은 선수였다면 수비 선택지가 훨씬 많아집니다. 직접 베실바를 협력 압박하면서 도움 수비를 갈 수도 있겠고, 또는 티어니가 튀어나오느라 빈 공간을 티어니 대신 커버하러 들어갈 수도 있죠. 그런데 쟈카는 기동력의 한계로 후자는 아예 불가능하고, 심지어 전자도 어설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중간지역에서의 저지 및 수비가 실패한 이후에 수비를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트랜지션 국면처럼 템포가 빨라진 상황에서, 티어니와 쟈카가 동시에 복귀하는데도 그 속도 차이가 많이 나는 걸 확인할 수 있죠. 강팀을 상대하는 빅매치에서는 이런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위의 두 장면들도 쟈카의 기동력 단점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장면들입니다. 강팀을 상대로 하는 경기에서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볼이 흐르면서 그 볼에 대한 경합이 중요해질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 기동력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게다가 쟈카는 그러한 자신의 단점을 이상한 시도로 무마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첫 장면에서의 스털링에 대한 무리한 뒤늦은 백태클 시도, 두 번째 장면에서의 의도적인 손 사용에서 그런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동력과 결부되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이 바로 쟈카의 위치입니다. 수비 포지셔닝 상, 현재 아스날에서 LDM(LCM)은 낮은 지역 수비 시에 위와 같은 포지셔닝을 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 아스날 수비 칼럼에서 설명했던 대로, 상대가 램스데일 기준 좌측 공격을 진행할 때는 토미야스-화이트-마갈량(홀딩)이 3백 블록을 구성하고, 그 앞을 RDM 파티가 보좌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센터 쪽으로 좁게 모일 때 생성되는 딥 하프 스페이스 취약점을 LDM 쟈카가 필수적으로 커버하게 되는데, 이럴 때 티어니나 마르티넬리의 협력 수비 없이, 가끔 상대 메짤라 or 윙포워드와 어쩔 수 없이 일대일 방어를 해야 하는 장면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위 그림의 경우에도 결국 쟈카는 덕배를 일대일로 마크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죠. 따라서 쟈카의 기동력 문제가 강팀을 상대로는 더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강팀은 일대일 질적 우위를 가질만한 메짤라 or 윙포워드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PK 헌납 장면도 이와 같은 결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쟈카는 수비력과 기동력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수비 포지셔닝은 잡을 줄 안다는 겁니다. 수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삼비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이 턱없이 부족하고, 엘네니는 쟈카처럼 포지셔닝은 잡으나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하며, 나일스는 유독 상대 진영보다 아군 진영에서의 포지셔닝에서는 단점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스쿼드의 한계를 영입으로 극복하거나, 또는 딥 하프 스페이스 담당을 전술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상기 문제점들을 감안할 때, 이러한 강팀과의 빅매치 특성상, 쟈카를 굳이 이런 류의 중요 경기에서 꾸준히 선발로 기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물론 현 아스날의 스쿼드에서 쟈카를 밀어낼만한 좋은 자원이 없다는데에 동의하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나일스 같은 기동력을 갖춘 선수가 빅매치에는 차라리 더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왜 자꾸 아르테타가 중요 경기에서 엘네니, 쟈카 같은 기동력 느린 자원을 3선의 선발로 기용하는지,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데요.
토레이라가 의외로 아스날에서 약팀을 상대로는 고전했지만, 강팀 상대 경기에서는 꽤 빛이 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워낙 왜소해서 리그 특성상 그에 따른 단점도 많았지만, 적어도 이런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빅매치에서 빨빨거리며 뛰어다니는 기동력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기여한 바도 많았었죠.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쟈카는 이제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만 기용하며, 강팀 상대의 빅매치에서는 기동력 좋은 다른 선수를 기용하거나, 이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만한 추가 영입이 겨울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도 쟈카는 더 이상 주연이 아니라, 환경maker 역할의 조연입니다. 물론 쟈카가 약팀을 상대로 아스날의 통제력이 높은 경기들에서는, 이러한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쟈카가 여러 모로 기여하기 때문에, 짝꿍 찾아 헤매던 파티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일리 있는 말입니다.
다만, 적어도 강팀을 상대로 아스날의 통제력이 비교적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경기들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선수가 바뀌지 않는다면(아스날 온 이래로 꾸준히 이래 왔기에 변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입니다),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모색해야만 하겠습니다. 아스날의 미래에 있어 가장 좋은 방안은 결국 쟈카를 밀어낼만한 자원이 영입되는 것이고, 그게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쟈카를 강팀 상대 경기에서는 벤치에 앉히는 감독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4.
전술 분석은 경기 분석 칼럼에서 따로 할 테니, 선수 개인 평가로 넘어가겠습니다.
라카제트는 늘 하던 대로 새로운 틀에서의 톱 역할에 제대로 정착하면서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오늘 아르테타가 맨시티를 제어하는 방법론으로써 가져온 방 안에서 라카제트의 성실한 압박은 필수적인 요소였는데, 그 역할을 잘해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기 언급한 대로, 쟈카와는 달리 베테랑과 주장의 품격을 보여주며 동료들을 진정시킬 땐 진정시키고, 심판에게 어필할 땐 어필하는 적절한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라카제트가 스트라이커로서의 골 결정력이 점점 떨어지고, 주급도 높은 편이며, 나이 때문에 2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어려운 만큼, 아스날과의 이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최근의 모습들로 미루어보아 그 이별이 적어도 배드 엔딩으로 기억되진 않을 듯싶습니다. 자유계약으로 떠나더라도 아스날 팬들에게 박수받으면서 나가길 바랍니다.
마르티넬리의 경우에는, 오늘 잘했지만 동시에 매우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플레이 측면에서 압박, 수비 가담 등 여러 모로 열심히 해주었지만, 좋은 찬스를 너무 많이 날렸죠? 위에서 언급한 심판 및 쟈카, 마갈량과 더불어, 다른 측면에서 경기 양상을 뒤바꿀 수 있는 선수였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수비수가 매번 잘하다가 한 번 실수하면 욕먹는 반면, 공격수의 경우에는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놓치더라도 한 번 골 넣으면 평가가 세탁되기도 합니다. 결국 마르티넬리는 오늘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맞이했음에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바, 공격수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장면에서는 좀 더 주변 동료들을 의식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드리블할 때 헤드업 빈도가 적다 보니, 시야적인 문제가 종종 드러나는데요. 이 장면에서는 사카는 맨시티의 최종열로, 외데고르와 라카제트는 열과 열 사이로 침투하면서, 상당히 침투 분배가 잘 된 만큼, 마르티넬리가 이 분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아스날의 공격력은 더 무서워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왼발 슈팅 정확도에 대한 발전 역시 필수적입니다. 로우의 득점력이 늘고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 역시 약발 사용빈도와 정확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사카도 마찬가지죠. 마르티넬리 역시 이들 못지않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 약발 슈팅 정확도에서의 큰 발전이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아무리 약발이고, 심판이 시야를 방해했다지만, 첫 장면 같은 찬스는 넣어줘야 합니다...)
다만 위의 첫 장면처럼 잘 찼는데도 아쉽게 빗나간 경우가 있었고, 아래 장면처럼 마르티넬리가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을만한 장면도 스스로 만들어낸 만큼, 마르티넬리 자체의 기여도가 이번 맨시티전에서 떨어졌다고까지 볼 순 없을 겁니다. 이번 경기를 촉매제로 삼아, 더 갈고닦았으면 좋겠고, 또 개인적으로는 이제 슬슬 로우와의 경쟁을 심리적으로도 좀 더 촉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마르티넬리와 로우의 성향으로 봤을 때, 이런 선의의 경쟁이 둘에게 좋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사카는 점점 더 완전체가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맨시티전에서도 여전히 아이솔레이션으로 수비를 한 명 이상 벗겨낼 수 있는 본인만의 유니크함을 뽐냈으며, 중요한 선제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카의 슈팅 능력 자체가 월등히 좋아졌다기보다는, 최근 반복해서 말해왔듯, 사카가 직접 골을 노릴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조성된 것이 더 결정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환경 속에서 사카가 보란 듯이 날뛰고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로우가 미친 활약을 하며, 사카가 다소 저평가당하는 시기에도, 사카의 유니크함을 바탕으로 그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었는데, 이제는 더더욱 핵심이 되면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까지 온 듯한 느낌입니다. 다만 조금 우려스러운 건 득점하고 나서 셀레브레이션으로 관중과의 소통입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코로나로 인해 언제든 결장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국에 굳이 불필요한 접촉을 사서 늘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 점만 좀 자제하면 나무랄 데 없는 게 현재의 사카입니다.
외데고르 역시 12월에 이어 1월 첫 경기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습니다. 라카제트와 더불어 앞선에서의 중요한 압박 역할을 꾸준히 잘해줬고, 로드리라는 맨시티의 척추 자원을 잘 커버하면서 아스날이 맨시티를 상대로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기여한 일등 공신입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본인을 비롯한 아스날의 경기력 자체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것처럼 당당한 태도를 보였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며, 좋은 자신감으로 보여요. 아스날이 이번 경기를 패배했음에도 미래가 밝은 이유는 외데고르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의 발전이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다는 것인데요. 불과 한두달 전에 외데고르 특유의 문제점으로 제가 뽑았던 여러 이슈들이 대부분 나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정말 맨시티의 베실바나 다비드 실바처럼 '아스날의 외데고르'라는 핵심 기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쟈카의 경우에는 위에서 따로 언급한 만큼, 생략하겠습니다.
파티는 오늘 아스날 이적 후 손꼽힐만한 훌륭한 경기를 펼쳤는데, 몇 달에 걸쳐 겨우 겨우 컨디션을 끌어올렸더니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됩니다. 참으로 시기적 아다리가 잘 안 풀린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부디 국대에서 현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로 아스날에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쟈카를 많이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쟈카처럼 옆에서 뭔가 여러모로 해줄 만한 선수를 짝으로 둘 때 파티가 심리적 부담감을 덜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어느 정도는 수비력을 갖춘 선수와 짝을 이뤄야 파티의 적극성이 부활하고, 원볼란치임에도 부담 없이 경합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노리치전 리뷰 글에서 언급한 대로, 파티가 살아났는지는 illusion passing이라 불리는 fake동작을 비롯해 여러 fake 시도 유무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는 데요. 맨시티전에서 이런 파티 특유의 fake동작이 많이 나왔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fake들은 포지셔널 플레이 기반으로 433을 운용할 때, 6번 선수에게 필수적인 능력이자 자질입니다. 아르테타가 파티를 6번으로 고려하고 데려왔다는 게 점점 드러날 뿐만 아니라, 파티의 이런 fake능력이 아르테타를 사로잡았다는 걸, 파티의 폼이 점점 좋아지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셈이죠.
6번 역할의 홀딩이 수비력과 더불어 이런 fake로 상대의 포지셔닝을 교란하고, 빌드업에서도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향후 아스날이 4231과 433을 혼용함에 있어, 433의 비중을 늘린다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쟈카 같은 선수의 빌드업 부담이 적어지고, 팀에서 쟈카가 중심이 아니라 조연으로 변화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므로 향후 파티의 짝이자, 쟈카의 대체자를 데려올 땐, 4231에서의 투볼란치 수비가 가능함과 동시에, 쟈카보다는 훨씬 나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선수가 좋아 보입니다. 몇몇 구너분들의 바람대로, 로우가 왼쪽 메짤라를 장기적으로 맡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 이건 이전에 말했듯이 제공권 되는 스트라이커 영입 등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하는 만큼, 좀 더 실험이 필요합니다.
5.
수비진과 골키퍼는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50분 이후부터는 대략 경기의 반 이상을 10명이서 뛰었기 때문에 수비진의 전체적인 투지를 높게 평가하고 싶고요.
토미야스의 경우는 특히 근육 부상 예방 차원에서의 결장에서 시작해, 코로나 양성 판정까지 받았던 만큼,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게다가 맨시티에서 가장 막기 까다로운 스털링을 일대일로 도맡아 전담하는 임무였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환상적인 모습이었죠. 보면 볼수록 여러 방면에서 만능입니다. 수비력과 제공권은 물론이고, 적절한 양발 빌드업, 의외로 괜찮은 기동력, 투지, 똑똑한 전술 수행력, 필요할 때 오버래핑 및 언더래핑 활용까지... 개인적으로는 아스날의 판타스틱 4로 불리는 2선 유망주들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젊은 나이를 바탕으로, 아르테타 하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선수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화이트의 경우에는 무난한 활약을 펼쳤으나, 전반 같은 경기의 유형이 그의 스타일에 딱 부합하는 만큼, 아무래도 전반에 더 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꼭 맨시티전이 아니더라도, 아르테타는 비슷한 전략을 통해 아스날이 낮은 지역(Low Block)까지 깊숙이 내려와 수비해야만 하는 빈도를 의도적으로 줄일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화이트는 더 빛나니까요. 또한 주도권 쥐는 축구를 하는 맨시티를 상대로 하는 만큼 볼을 점유하거나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이트-토미야스 간의 효율적인 빌드업은 그 와중에도 상당히 좋았다고 볼 수 있고, 이들의 유기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빌드업 루트가 파티로 하여금 더 활약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마갈량이스는 위에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겁니다. 스투이벤버그의 인터뷰대로 첫 옐로카드가 별 것 아닌 과정에서 나왔다면 더욱 그렇겠고, 두 번째 경고 장면 역시, 에데르송이라는 훌륭한 골키퍼를 보유한 팀을 상대로 한다면 종종 나올법한 실수이긴 합니다. 실제로 램스데일도 레스터 시티전에서 비슷한 킥 정확도로 오바메양에게 떠먹여 줄 때, 에반스가 사실상 퇴장이나 다름없는 반칙을 한 적이 있었죠. 순간적으로 좋은 골킥으로 인해 공격수와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지고, 킥 정확도가 좋아 공격수가 리액션으로 수비를 속이기 쉬운 상황이 마련되면 종종 마음이 급해지는 수비수들이 범하는 미스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마갈량이 PK 헌납 이후부터는 분명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따라 미스까지 이어졌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제력에 대해서는 다시금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반기에 워낙 잘해준 선수여서 그만큼 비판도 적겠지만, 그럴수록 본인의 사소한 잘못에 스스로 더 엄격해져야만 할 겁니다. 다행히도 경기 후 트윗을 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는 듯한 내용을 업로드한 것 같은데요. 이번 실수를 경험으로 삼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티어니는 토미야스와 더불어 상대 윙어를 아주 잘 제어한 편입니다. 또한 기동력이 부족한 쟈카와 왼쪽 수비를 담당했기에 보다 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PK 헌납 장면을 제외하면, 그전까지는 마르티넬리의 적절한 가담과 티어니의 좋은 위치 선정과 효율적인 수비를 통해 그러한 어려움 역시 꽤나 잘 극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팀과의 매치에서는 약팀 상대로 하는 것처럼 쟈카를 무리하게 높이 올려 쓰는데 리스크가 큰 바, 원래대로 티어니가 기존 비대칭 235의 형태로 높이 올라가 크로스를 공급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런 장면에서도 특유의 일대일 치달 후 크로스를 막힘없이 제공한 편이며, 향후 아스날에 좀 더 제공권 장악력이 좋은 공격수가 앞으로 영입된다면 이런 티어니의 장점을 더 잘 살려 받아먹을 수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램스데일에 대한 상세한 평가는 생략하겠습니다.
6.
결론적으로 너무나도 아쉽고, 분하며, 원통한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며, 놀라운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퇴장 전까지 후자가 강렬했던 만큼, 경기가 끝난 이후 전자의 후유증이 컸던 것입니다. 글의 서두에도 적었듯이,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합니다. 차라리 대패를 당했다면, 되려 자연재해 취급하면서 아직 맨시티급은 아니다, 남은 경기 이기면 된다!라고 위안을 했을 텐데, 워낙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니 욕심도 많아진 셈이지요.
비단 이번 경기뿐만이 아니라 이번 시즌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2년 연속 8위를 기록한 마당에, 이번 시즌에 갑작스레 챔스 복귀를 이룰 것이라 예상한 구너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죠. 많은 돈을 쓴 건 사실이지만, 영입 당시에는 돈을 잘못 썼다는 비판 여론이 더 많기도 했고요.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영입 자원들은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성공적인 영입이었고, 팀 조직력은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혔으며, 그저 유망주 소년가장으로만 여기던 로우 등 어린 선수들은 NEW 판타스틱 4로 불리면서 클럽의 핵심으로 폭풍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전혀 방향성이 안 보인다던 아르테타 감독은, 이제는 최근 몇 년간 리그를 호령하다시피 한 맨시티를 상대로도 아스날의 방향성을 뚜렷이 제시했습니다. 이제는 아스날 팬이 아니라, 타 팀 팬들도 현재의 아스날의 방향성이 어떤지 알 수 있을 정도에 도달했죠.
이전 같으면 자연재해급으로 여기며 대패에도 순응할 팬덤을, 경기 직후 하루 종일 심판을 욕하며, 국내 구너들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분하게 만든 것 역시 발전된 경기력과 구단의 밝은 미래를 엿보았음에 기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자체를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스날 선수들에게 팬들이 열정을 요구했듯, 이제는 반대로 아스날 선수들이 팬들의 마음속 열정의 불꽃을 다시 피어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 자기 위안이 아니라, 그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스날은 틀림없이 발전 중입니다.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인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팬들이 단합하여 발전 중인 아스날을 적극 지지할 필요가 있겠고, 선수들은 그에 부응하려 노력할 겁니다. 설사 챔스 진출 기대치에 걸맞지 않은 시즌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러한 클럽의 발전 방향성이 유지됨과 동시에, 이번 시즌이 최근 몇 년간 다소간 멀어졌던 팬덤과 아스날 선수들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시즌으로 작용한다면,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청사진의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모두들 경기 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반응형'Arsenal > Tal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나단 데이비드 간단 관찰기 (23) 2022.01.07 파티 맨시티전 하이라이트 (데이터주의) (15) 2022.01.05 최근 라카 톱 하이라이트 (데이터주의) (18) 2021.12.31 간단 경기 리뷰 (vs 노리치 시티) (33) 2021.12.28 통계로 보는 램스데일의 능력 (13) 202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