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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 블라호비치 간단 관찰기
    Arsenal/Talk 2022. 1. 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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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스날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한 온스테인발 소식이 떴었는데요. 많이들 보셨을 테니, 굳이 기사의 내용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기사의 전체적인 뉘앙스를 보고 있자니, 확실히 아스날이 톱이나 3선의 겨울 영입 보강에 대해 고려를 하고 있으며, 적어도 1월 이적시장에서 돈을 쓰는 걸 주저하지는 않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두산 블라호비치라는 선수가 혹시 1월에 떠난다는 가정 하에서는, 아스날이 그래도 자본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의미이죠. 그 대안 역시 르윈이나 이삭이라고 밝힌 만큼, 이제는 아스날에게 돈보다는 팀 보강이 우선순위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이는 크뢴케 가의 투자 덕일 수도 있겠고, 동시에 여름에 많은 돈을 지출한 만큼, 그에 걸맞은 좋은 효율과 리턴 값을 보여준 아르테타 및 에두에 대한 구단 측의 신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공교롭게도 조나단 데이비드라는 선수에 대한 관찰기를 쓰고 난 직후, 온스테인의 기사가 떠서 시간을 내 블라호비치의 풀경기를 몇 경기 보고, 관찰기를 쓰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 두 선수는 거의 완전한 반대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요. 그래서 이번 블라호비치 글과 함께 조나단 데이비드 관찰기 글을 비교해서 본다면, 독자분들도 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듯 하며, 그 스타일의 차이도 더 와닿을 것이므로, 두 글을 모두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떤 부분이 반대되는지, 어느 스타일이 아스날에 더 필요할지 등등 두 선수에 대한 비교를 통해 생각해볼 점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이 나오게 될만한 주제입니다. 실제로 이번 글에서 조나단 데이비드의 이름이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비교 건덕지가 많습니다.

    어쨌든 이번 블라호비치 역시 아스날 리그컵 경기가 미뤄진 틈을 타, 조나단 데이비드와 마찬가지로 풀경기 2~3경기를 보고 쓴, 말그대로의 순수 '관찰기'에 가까운 바, 마찬가지로 피오렌티나라는 팀 자체의 구체적 전술과 이와 연계되는 선수의 전술 수행력에 대한 인지는 다소 떨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들을 감안하여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이번 관찰기 역시 아르테타가 현 아스날에서 구사하는 국면별 전술과 최대한 결부시켜 바라보기 위해 선수에 대한 검토 역시 국면별로 분류하여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개별적인 특성들이 국면과 연결되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또는 해당 국면에서 선수가 유독 가질 수 있는 장, 단점으로 무엇이 있는지 등을 중점으로 하여 기술해 보겠습니다.

     

    (1) 빌드업 국면

     

    현재 아르테타 아스날의 빌드업 및 국면에서 중요하게 여길 점은 여러 가지를 뽑을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대표적으로 볼 도는 과정에 선수가 참여할 수 있는가,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동료를 지원할 수 있는가 입니다.

    조나단 데이비드가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볼 도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것과는 달리, 두산 블라호비치의 경우에는 그 횟수가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보다 딱딱하게 국면 별로 효용성이 명확히 나뉘어있는 바, 저번 글처럼 전개 국면을 묶어 검토하지 않고, 따로 살펴보겠습니다.



    빌드업 국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는 두산 블라호비치의 특성 :

     

    이전 조나단 데이비드 관찰기와 비교하면 재밌을 거라고 한 이유가 초장부터 드러나는데요. 당시 조나단 데이비드는 현대형 공격수에 훨씬 가깝다는 표현을 했는데, 두산 블라호비치는 그 반대입니다. 현대형 공격수보다는 아주 전통적인 공격수에 가까운 유형이라는 생각이고요. 그만큼 이 선수는 팀이 잘 돌아가게끔 하는 톱니바퀴로써 부속품 중 하나로 작용하는 조연보다는, 그 부속품들이 본인을 제대로 뒷받침해줄 때 쌩쌩 돌아갈만한 주연에 적합합니다. 물론 이런 주연은 팀에 있어서는 약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아스날에서의 오바메양의 경우가 그랬죠)

    어쨌든 이런 전통적 공격수의 유형은 기본적으로 현대 축구의 빌드업 및 전개 국면에서 그다지 효용성이 없거나, 그 쓰임새가 적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요.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며, 블라호비치도 마찬가지예요. 즉, 풀경기를 보지 않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의외로 빌드업에 대한 기여가 있는 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라카제트나 앞서 관찰했던 JD처럼 차근차근 수적 우위, 포지셔널 우위 등을 통해 팀의 빌드업을 도와준다는 개념과는 궤를 달리 하는 건 맞지만요.

    대신 이런 식의 피지컬이 되는 선수가 전방에 존재한다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루트를 추가할 수 있게 되는데 블라호비치가 기여하는 방식도 빌드업의 세밀함과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보다는, 루트의 다양성 추가 및 템포, 탈압박의 측면에서 의의를 가집니다. 어쩌면 아르테타는 현재 전자보다는 후자의 보완을 꾀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온스테인발 소식으로 언급되는 블라호비치, 칼버트-르윈, 이삭 3명의 공통점이 좋은 신체조건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죠.

    조나단 데이비드가 아군 진영에서도 상대 2열과 1열 사이의 between the lines를 주 선호 포지셔닝 공간으로 삼았던 반면, 두산 블라호비치는 이와 반대로 완전히 아군의 depth(height로 불러도 무방)를 제공하기 위해 상대 포백 라인을 밀어내는 포지셔닝을 가져갑니다. 따라서 풀경기를 보다 보면, 피오렌티나 진영에서는 블라호비치가 안 보이는 경우도 많아요.

    다만, 이는 램스데일 통계 글에서 잠깐 다뤘듯이, 골키퍼를 통한 빌드업과 연관성이 깊어집니다. 즉, 오바 톱 시절에 오바메양이 depth(또는 높이=height)를 확보했듯이, 블라호비치가 그런 스트레치가 가능한 유형인 바, 위 그림처럼 램스데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 포켓 공간이 넓어진다는 뜻이죠. 최근에는 라카 톱 체제로 변환하면서, 마르티넬리를 높이 확보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마르티넬리는 측면 자원이다 보니, 센터 포워드(CF)가 상대 센터백(CB)을 물러서게 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피오렌티나의 풀경기를 살펴보더라도, 골키퍼를 포함한 최후방 자원들의 롱패스가 위 그림처럼 상대 전방 압박 열과 최후방 열 사이의 포켓 공간으로 떨어지며, 이 공에 대해 블라호비치가 경합하거나 연계하는 장면이 상당히 자주 나옵니다. 실제 경기 장면을 좀 볼까요?

    (1) 상대가 전방 압박을 하려하면 최후방 자원들이 유인해서 포켓을 넓힌 후, 블라호비치에게 한 번에 연결해주는 방식이 꽤 자주 쓰인다 (2) 블라호비치 말고도 2명이나 포켓 공간에 좌우로 대기하고 있음을 확인 가능하다
    (1) 유벤투스가 전방 압박 강도를 꽤나 올린 장면 (2) 넓게 벌어진 포켓에는 이미 또 2명 정도의 동료가 대기하고 있다 (3) 블라호비치는 등지고 버티는 능력을 빌드업에서 최대한 활용

    위 두 움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피오렌티나는 이미 상대의 전방 압박에 대해 포켓 공간에 몇 명을 배치해 놓고, 대신 기점을 블라호비치로 잡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버티는 경합 능력이 팀 내에서 가장 좋고, 등을 진 상황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니까요.

    여기서 블라호비치의 선택들을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포켓이 이미 동료가 배치되어 있는 만큼, 등진 상태에서 빠르게 동료들에게 리턴을 주는 방법이 베스트입니다. 첫 번째 움짤이 그렇죠. 빠른 리턴이 될수록 템포는 빨라지고, 또 블라호비치를 따라 상대 CB가 올라올 수밖에 없으므로, 그다음 플레이를 펼쳐감에 있어 유리합니다.

    그러나 두 번째 장면처럼 블라호비치가 직접 좀 더 오래 키핑 하면서 반대 전환(피오렌티나 기준 우→좌)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것도 괜찮은 선택이죠.

    다만, 이런 전환이 블라호비치에게서는 특정 상황에서만 나온다는 한계를 동시에 가지는데, 풀경기를 2~3경기 본 상황에서 평가하자면, 선수가 볼을 받는 위치 및 주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선수는 조나단 데이비드와는 또 완전 반대로, 극심한 짝발이거든요. 웬만한 터치, 패스, 슈팅이 모두 왼발로 이루어지죠. 따라서 피오렌티나 기준 우측에서 볼을 잡으면 키핑 하면서, 반대를 바라보고 왼발로 반대 전환하기에 용이한 반면, 피오렌티나 기준 좌측에서 볼을 잡으면 그런 반대 전환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피오렌티나 기준 좌측에서 볼을 잡으면 반대 전환을 하지 못하고, 다음 장면들처럼, 일반적으로 파울 유도 및 시간끌기용으로만 활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피오렌티나 기준 좌측 빌드업 과정에서 내려와 받아주는 블라호비치
    피오렌티나 좌측 빌드업 롱패스를 받아 키핑하는 블라호비치

    이것은 짝발에 따른 블라호비치의 한계로도 분류할 수 있겠고 이에 일응 동의하지만, 저는 의외로 이것이 단점으로만 작용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키핑 이후에 그 이상의 추가적인 생산적인 무언가가 동반된다면야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런 선수는 애초에 전 세계에 몇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블라호비치를 빌드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목적과 의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요. 결국 블라호비치를 빌드업에서 이용하는 경우는 대부분의 목적이 '상대로부터의 탈압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탈압박을 '볼 소유권을 지키면서'하는 것이 주된 쟁점인 것이죠. 

    위 장면들을 쭉 보시면 느끼실 수 있겠지만, 블라호비치가 키핑 하는동안 상대 선수들은 자신의 본 포지셔닝으로 복귀하는데 바쁩니다. 블라호비치가 경합 및 키핑하는 동안에 협력수비로 달려들긴 애매하거든요. 이미 전방 압박이나 측면 과밀화로 인해 수비 대형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 대부분이므로, 상대 선수들은 블라호비치의 키핑 방해는 온전히 CB에게 맡겨둔 채로, 수비 대형을 구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방해를 덜 받는 상황에서 블라호비치가 최소한 키핑을 해내거나 피반칙을 유도한다면, '상대로부터 탈압박' & '볼 소유권 지키기'라는 2가지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미 성취한 것이므로 피오렌티나 입장에서 결코 기분 나쁠 일이 없습니다. 특히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상대의 압박이 더 거센 경우도 많은 바, 이를 차근차근 뚫어내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되려 이런 블라호비치 류의 피지컬 및 키핑을 이용하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겠죠. 게다가 램스데일의 훌륭한 킥 능력까지 합쳐진다면 시너지는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한편, 포켓 공간이 넓게 벌어지지 않을 때는 블라호비치가 좁은 공간에서 더 거센 경합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중앙 스트라이커의 질적 우위가 중요합니다. 조나단 데이비드의 경우에는 포지셔널 우위를 제외하면, 다른 질적 우위(eg. 기술적, 피지컬적 우위)는 전혀 없다시피 했던 반면, 블라호비치의 경우에는 오히려 포지셔널 우위는 딱히 활용하지 못하는 유형이지만, 본인의 피지컬을 비롯한 질적 우위(피지컬이든, 기술이든 아주 특별나게 부족하다고 꼬집을만한 부분은 없었음)은 적극 활용하여 우위를 가져가고자 노력하는 유형입니다. 아래는 몇 가지 예시입니다.

    포켓이 좁은 상황에서는 1대2의 경합 상황도 벌어지기 마련. 헤딩으로 극복하는 블라호비치
    (1) 이것도 포켓이 좁은 상황. 필연적으로 경합이 더 어려워진다 (2) 가슴 트래핑 후 다소 투박하지만 어지어찌 키핑하면서 턴을 돌고, 전진 드리블 및 파울 유도까지 해내는 장면

     

     

    빌드업 국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는 두산 블라호비치의 특성 :

     

    물론 제가 본 풀경기에서 공교롭게도 좁은 포켓 공간에서도 머리나 온몸을 이용하여 이를 극복하는 예시가 위처럼 몇 개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반적으로 볼 때, 포켓이 좁아지면, 경합이 거세지고, 이런 상황에서는 블라호비치의 위력이 훨씬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인만큼 한계도 분명 있어 보였고, 본인의 우월한 피지컬을 적극 이용하려 '노력'하는 유형이지만, 실질적으로 본인의 몸을 100% 다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성장이 필요해 보였고요.

    좁은 포켓에서 상대의 압박을 받으면 터치 실수가 많아지는 유형

    특히 터치 부분에서 실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본 풀경기들에서 유독 도드라졌을 수도 있기에, 완전히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은 장면이 경합 과정 또는 상대로부터 압박을 받는 포지셔닝이 될 때마다 종종 나왔고요. 또 등지면서 가만히 버티는 상황보다는,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볼을 받을 때, 본인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터치 미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약발 터치 미숙

    이건 단지 포켓 공간이 좁아서 경합이 거세지고, 압박을 받는 과정이어서가 아니라, 위와 같이 넓은 포켓일 때도 해당되는 문제점이었습니다. 특히 '약발'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가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나마 넓은 포켓에서의 터치 미스는 위 움짤처럼 대기하고 있던 동료들의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치명적이진 않지만, 추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네요.

    혹시 우연히 제가 본 풀경기에서만 그런 문제점이 드러났나 해서 통계를 살펴보았습니다만, 통계적으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드 터치 평균 3.9회에 턴오버 2.1회면 꽤 높은 수치고요. 물론 경합을 경기 내내 자주 가져가는 유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습니다만, 적어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온몸을 쓰더라도 아주 섬세하게 쓰고 터치가 좋은 유형은 결코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오히려 투박한 편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경합을 통한 피파울 평균 횟수 역시 많다는 점이겠습니다.

    이러한 단점은 지금까지 빌드업 및 전개 국면에서 아르테타가 노린다고 설명했던 '효율과 다양성 루트의 추가' 측면에서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바, 다소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효율이 올라가고, 실패한다면 효율이 곤두박질친다는 측면에서 꽤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빌드업에 활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선수 역시도 비슷한 느낌을 갖습니다.

     

     

    (2) 전개 국면

     

    전개 국면에서는 사실 블라호비치가 직접 볼을 단 상황에서 보여주는 게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전통적인 공격수의 특징이기도 하죠. 그러나 이런 선수를 현대적으로도 좀 더 잘 써먹기 위한 방식이 줄곧 연구된 만큼, 그런 부분에 주목해서 본다면 활용가치는 분명 보이는 선수입니다. 일단 볼이 좌, 중, 우로 전개되는 방향에 따라 나누어 볼 텐데요. 이것 역시 조나단 데이비드가 전개 방향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던 것과는 반대로, 블라호비치는 짝발로 인해 공의 전개 방향이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과 선택지에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입니다.

    일단 피오렌티나 기준 좌측 전개를 볼게요.

    좌측 전개에서 이 선수는 중앙 고정을 하기보다는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 포지셔닝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게 우측 전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측 하프 스페이스에서는 별로 할 게 없는 반면,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는 본인이 결을 살려 종적으로 침투하기 좋고, 침투에 성공한 이후에도 주발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크로스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중앙에서는 상대 CB 둘에 샌드위치 당하면서 꾸준히 견제를 받지만, 이렇게 하프 스페이스로 빠지면 위 그림처럼 한 명의 CB(그림에서는 데 리흐트)는 센트럴 스페이스 점유를 유지해야 하므로, 견제가 덜 빡빡해지는 셈입니다. 

    한편, 블라호비치의 포지셔닝을 이용해 대략 크게 2가지의 전개가 가능한데요. 

    특히 좌측 전개의 템포가 빠르다면, 좌측 하프 스페이스로의 직접 침투 빈도가 상승합니다. 그만큼 상대 골키퍼~포백 사이의 뒷공간이 워낙 넓으니, 블라호비치의 스피드를 비롯한 피지컬적 우위를 살리기에 용이한 상황이니까요. 이 부분은 조나단 데이비드와 비슷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스피드가 있는 선수라면 당연한 루트입니다. 즉, 좌측 전개 한정으로는 유형으로 따지자면, 중앙고정형이 아닌 채널 침투형이라고 할 수 있겠고, 아스날에서는 오바메양도 그랬고요. 따라서 이런 템포 빠른 침투에서는 종적으로 롱패스를 날려줄 만한 자원이 필요하고, 티어니나 쟈카가 이런 상황에서는 제 몫을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템포가 느린 상황에서는 웬만하면 2번째 선택지인, 좌→우로의 반대 전환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건 블라호비치가 좌측 하프 스페이스로 좀 더 치우쳐 빠져 있는 만큼, 상대 포백 라인 또한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고, 꽤 효율이 좋기 때문에 어느 팀을 가더라도 좋은 전개 방식이 되겠습니다. 다만, 지공에서는 아스날에서 좌→우 반대 전환을 크게 해 줄 만한 선수가 쟈카밖에 없으며, 쟈카조차도 왼발잡이이므로, 오른발잡이 중앙 미드필더의 필요성이 점쳐진다고도 예상할 수 있겠죠. (물론 이런 부분들은 블라호비치의 영입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여하튼 움짤로 보면 더 확실히 이해가 될 겁니다.

    (1) 좌측 하프 스페이스로 빠지면서 포백 불균형을 유도하는 블라호비치 (2) 오른발잡이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크게 전환하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에 용이한 전개 루트다

     

     

    다음은 중앙 전개인데요. 보통 중앙으로 쭉 전개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는 좌, 우를 간 보면서 어느 쪽을 공략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겠죠. 아스날은 최근에 특히 이런 상황을 자주 모색하는 편이고, 그런 상황에서 라카제트가 양 메짤라를 도와주러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물론 블라호비치도 종종 중앙 전개 시에는 잠깐씩 종적으로 내려오는 경향이 있긴 했습니다만, 라카제트처럼 아주 안정적인 리턴을 보여주지는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고, 뿐만 아니라 애초에 이렇게 내려오기보다는 중앙을 고정하는 경우가 평균적으로 더 많았습니다. 애초에 라카제트나 JD처럼 between the lines 포지셔닝을 애용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블라호비치가 포텐셜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위와 같이 내려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이는 장면도 가끔은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전혀 없는 것과는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고요. 다만,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이런 장면들을 보고 연계가 출중한 스타일로 착각하기에는, 개인적으로는 빈도가 너무 적기에, 현재로서는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아래로 내려와서 키핑하고, 턴돌면서 앞 바라보며 쓰루패스 시도까지. 이런 장면은 아주 가끔

     

    그러므로 보다 일반적으로 전개 국면에서 블라호비치가 많이 취하는 중앙 고정 역할을 좀 더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건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올 시즌 오바메양을 써먹은 것과 유사한 점이 많거든요. 온스테인의 보도에 따른 후보군이 왜 죄다 피지컬적으로 상대 CB를 괴롭혀줄 만한 선수들만 있는가?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전개 국면에서의 아래와 같은 효과들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라호비치(또는 르윈) 같은 부류가 중앙 고정형으로 쓰일 경우, 전개 국면에서 포지셔닝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줄곧 강조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상대 CB를 일대일로 괴롭혀주거나 질적 우위를 낼 수 있는 기술적, 피지컬적 우위를 갖추었다면, 아군은 중앙 스트라이커 1명으로 상대 CB를 2명이나 피닝할 수 있는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위 그림처럼 말이죠.

    이렇게 센트럴 스페이스에 상대 2CB를 고정시켜 놓는다면, 풀백~CB간의 간격은 넓어질 수밖에 없고, 피오렌티나는 이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양 윙어들을 상당히 와이드하게 벌려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앙 스트라이커를 중심으로 해서 대칭적으로 좌, 우 하프 스페이스가 매우 쉽게 열리고, 각각의 좌, 우 편대가 측면을 공략하기에 상당히 용이한 환경이 갖추어지는 셈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굳이 포지셔널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포지셔닝 자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연유 역시 이에 기인합니다. 한 선수의 포지셔닝만으로도 공간 활용의 효율에 이토록 차이를 낼 수 있으니까요. 아르테타가 오바메양의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독 중앙 고정형으로써 기회를 많이 부여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아르테타가 이러한 중앙 고정형을 통한 공간 활용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이런 류의 효과를 가져다줄 스트라이커를 노리는 게 자연스럽겠죠.

     

     

    한편, 피오렌티나 기준 우측 전개에서는 블라호비치가 크게 눈에 띄는 다른 포지셔닝이나 선택지를 가져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것도 결국은 주발 의존도에서 파생된 한계고요. 가끔 오른쪽을 지원하러 가더라도, 빠르게 턴을 돌며 빌드업 국면과 마찬가지로 반대 전환을 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웬만하면 중앙 전개와 마찬가지로, 중앙 고정형으로써 상대 2CB를 밀어내고, 오른쪽에서 동료들이 마음껏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입니다.

    오른쪽에서는 웬만하면 빠르게 반대 전환시키는데 그친다

    이렇게 높이 차이에 발생하는 효과는 조나단 데이비드 관찰기에서도 이미 설명한 바,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3) 마무리 국면

     

    마무리에 있어 현 아르테타 아스날에서 중요시되는 건 상대 수비를 어떻게 교란하고, 어떻게 흔들어서 빈 공간을 창출하는가, 또는 그 빈 공간을 직접 활용하는가입니다.

    마무리 국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는 두산 블라호비치의 특성 :

     

    아무래도 전통적인 공격수 유형답게, 조나단 데이비드 같은 현대형 공격수보다 마무리 국면에서의 영향력과 강점이 많은 선수이고, 이는 블라호비치가 2CB와 1CB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피지컬이 밑바탕이 되므로 상대 2CB를 유인하거나 피닝시킬 수 있고, 반대로 1CB만 붙는다면 그 CB를 상대로 일대일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바, 여러 모로 상대를 마무리 국면에서 까다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일단 2CB가 붙은 경우부터 봅시다. 일반적으로 스트라이커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 2CB가 붙진 않지요. 그만큼 1CB로는 버거울 수 있는 상대라는 셈이고, 블라호비치 류의 스트라이커를 확실히 틀어막기에는 유효한 전략입니다. 그러나 스트라이커를 틀어막되, 이로 인해 주변 동료들을 그만큼 쉬이 놓칠 수 있다는 약점이 존재하며, 피오렌티나는 블라호비치의 이런 특성을 꽤 잘 이용하고 있는 팀으로 보였습니다.

    즉, 블라호비치 같은 선수를 막는 게 어려운 이유는 2CB를 활용하더라도, 전개 국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꾸 동료들에게 틈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무리 국면, 특히 크로스 장면에서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어요.

    실제 경기 장면 움짤을 통해 확인해 보죠.

    (1) 박스 안 블라호비치를 견제하기 위해 2CB가 붙으며, 블라호비치는 의도치 않더라도 이 둘을 피닝하게 된다 (2) 피오렌티나의 크로스는 보통은 블라호비치를 노리지만, 이렇게 2CB가 붙어있는 경우에는 그 주변 침투 동료를 향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장면이다. 2CB 피닝이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블라호비치에 주기보다는 주변 침투 동료를 향한 크로스를 적극 활용
    블라호비치의 2CB 피닝 효과를 통해 역으로 박스 안에서 상대 풀백VS아군 윙어의 대결이 펼쳐지고, 득점까지 성공하는 장면

     

    그렇다면 주변 동료(대개 윙포워드)들을 막기 위해 상대가 블라호비치에게 1CB만 소비한다면? 그럼 이때부터 블라호비치의 강점이 발휘됩니다. 웬만한 1CB를 상대로는 키핑, 스피드, 몸싸움, 헤딩 같은 질적 우위 측면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거든요. 이것이 조나단 데이비드보다 마무리 국면 시 개인으로서 더 위협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1CB가 붙을 때는 블라호비치도 뒷공간 침투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질적 우위에서 본인의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겠죠. 아까 전개 국면에서 좌측 전개 시에는 블라호비치가 중앙 고정형보다는 채널 침투형처럼 움직인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1CB 상태를 강제적으로 만들고, 일대일 경합을 해보겠다는 심산인 셈입니다. 짝발이기 때문에 그것이 좌측 전개에서 주로 나오는 것이고요.

    이처럼 1CB 마킹 상태에서는 블라호비치의 침투가 잦아지는 만큼, 주변 동료들이 이제는 블라호비치를 적극적으로 써먹을수록 좋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적으로 정발 윙어가 빛을 발한다는 생각인데, 혹시라도 블라호비치가 아스날에 온다면, 사카-마르티넬리(로우)의 스위칭이 이루어진다든가, 또는 많은 구너들이 염원하는 외데고르-로우 메짤라에서 외데고르가 왼쪽, 로우가 오른쪽으로 갈 여지도 충분히 있겠다는 사견입니다. 그만큼 이런 루트를 활용하는 것이 블라호비치가 가진 강점 중에선 꽤나 강력한 편이라고 주관적으로 평가합니다.

    (1) 블라호비치의 강점을 이용하기 위해선 상대 CB 중 하나를 다른 곳에 소비하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 (2) 이처럼 1CB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주면 블라호비치의 득점력이 폭발할 수 있다
    (1)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좌측 하프스페이스에서 템포 빠른 침투 (2) 당연히 여기서도 좌측의 정발 종패스가 유효하다. 아스날로 치면 티어니와의 호흡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

    물론 1CB 마킹 상태에서도 블라호비치가 본인이 모두 해결하려는 습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조나단 데이비드처럼 뼛속까지 동료 퍼스트 마인드를 가졌다고는 절대 할 수 없지만, 박스 안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동료에게 기회가 나면, 무리하게 본인이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 기회를 살리려고 할 줄 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장면들입니다.

    (1) 1CB 마킹 상태에서 등진 포스트플레이로 볼을 키핑하고, 동료를 이용하는 장면 (2) 이렇게 박스 안에서 상대 CB를 괴롭히면서도 필요할 땐 동료를 이용할 줄 안다
    (1) 박스안에서 1CB는 거의 블라호비치에게 종속되다시피 따라 다니게 된다 (2) 블라호비치는 이를 알기 때문에 영리하게 동료 슛각이 나면, 뒷걸음질치며 상대 CB를 유인하기도 한다

     

     

    결국 1CB와 2CB 상태에 상관없이 블라호비치의 여러 강점은 '크로스'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티어니 정도의 크로스 정확도와 질은 매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죠. 또한 크로스 상황에서는 이전 글에서도 강조했듯, '잘라먹기'라인과 '컷백'라인이 순간적으로 분리될 필요가 있는데, 현 아스날은 이 부분이 오바메양 이탈 이후로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조나단 데이비드도 그렇고, 블라호비치도 그렇고, 이렇게 크로스 상황에서 1열로 잘라먹기 역할을 잘 수행해줄 수 있는 선수들의 추가는 아르테타가 열망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스 안에서 2CB를 달고 다니면서도, 최종 열에서 잘라먹기 시도하는 블라호비치. 덕분에 뒤에 컷백 공간이 넓게 난다
    '잘라먹기'라인과 '컷백'라인이 순간적으로 잘 나뉜 모습

     

     

    또 하나의 장점은 최종 열에서도 나름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점인데요. 바로 '라인 밀기'와 '좌우 분배'입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에는 짝발이기 때문에 우측→좌측으로의 전환만 가능하다는 제한이 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JD 분석글을 비롯해, 수차례 강조한 바 있으므로, 설명은 생략하고, 움짤로 대체하겠습니다.

    꾸준히 중앙에서 라인 밀어주는 역할 수행
    왼발잡이이므로 최종 열 근처에서도 CB를 종으로 끌어오면서 좌우분배 가능(우측 한정)

     

    마지막 장점은 다들 아시다시피, 슈팅력과 슈팅 rang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블라호비치가 현재 시장가 대비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몇몇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인정하는 강점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뭐.. 저도 이견 없이 동의하는 선수의 특장점이고요. 이건 슈팅 통계와 결부 지어서 봐도 흥미로운데요.

    그림에 표시한 대로 블라호비치가 선호하는 주 동선을 따라가면서, 왼발잡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딱 저 통계대로 슈팅 분포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만큼 우측 하프 스페이스 활용 빈도는 떨어지고, 좌측 하프 스페이스 활용 빈도가 높습니다. 물론 중앙이 가장 높다는 건 고무적이고요.

    횡이 아니라 종으로 봐도, range가 꽤 넓죠? 빨간색의 주동선을 따라오면서 그 동선에서 볼을 잡을 시에는, 슈팅력에 자신감이 있다 보니, 먼 거리에서도 때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아스날이 사용한 스트라이커 중에서는 라카제트보다는 오바메양 스타일에 훨씬 가까운데도, 이런 슈팅력 측면에서만큼은 라카제트를 좀 더 닮았다고 할 수 있죠. (오바는 박스 바깥 슈팅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제가 본 풀경기에서의 괜찮은 슈팅들을 몇 개 움짤로 첨부하지만, 사실 하이라이트를 본다면 슈팅 능력만큼은 더 체감하기 쉬우실 겁니다. 특히 슈팅 구질이 높게 떴다가 착 가라앉는 신기한 구질이라 키퍼가 막기 더 어렵습니다.

    박스 바깥에서도 꽤 과감한 슈팅 시도를 하는 편
    웬만한 코스에서 슈팅이 꽤나 위협적이다

     

     

    마무리 국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는 두산 블라호비치의 특성 :

     

    블라호비치가 마무리 국면에서는 꽤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이나, 단점 역시 꽤 명확히 존재합니다. 뭐 사실 위에 언급한 슈팅 역시 주발 의존도가 높아 횡적으로 고루 분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따로 단점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슈팅 이외에 연계 측면에서는 약발의 문제가 좀 더 도드라져요. 아래 움짤처럼 말입니다.

    왼발로 좌측 전개를 할 땐 괜찮지만, 우측 전개를 시도할 땐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렇게 연계에서도 '주발 의존도'에 따른 약점이 대두된다면, 단순히 슈팅을 오른쪽에서 본인이 적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팀의 우측 편대 자체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스날의 경우에는 사카-외데고르-토미야스가 상당히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연계 과정에서만큼 약발의 빈도를 늘리거나 좀 더 정확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고요.

     

    오히려 이보다도 더 명확한 단점은 '순간적인 공간 활용 미숙'입니다. 이 선수는 침투할 때, 공을 가진 동료 선수를 계속 주시하는 경향을 가졌어요. 조나단 데이비드가 줄곧 본인의 주변 파악을 위해 좌우로 두리번거리면서 상대 및 동료의 포지셔닝을 파악하는 것과 매우 비교가 되는데요. 따라서 공을 받기 전에 주변을 잘 둘러보지 않고, 상황 파악이 덜 된 상황에서 야기된 '시야 부족'이 여러 문제점으로 이어집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장면들입니다.

    (1) 자꾸 본인 짝발에 부합하는 동선(좌측 하프스페이스로의 침투)만 가져가려고 하는 블라호비치 (2) 주위를 둘러보고 상대 포지셔닝을 파악했다면 좌가 아니라 오히려 우로 돌아서 우측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했어야 한다
    (1) 주위를 잘 보지 않고 계속 공 가진 선수만 돌아보며 뛰는 블라호비치 (2) 우측을 봤다면 동료가 노마크로 뛰어온다는걸 알았을테고, 그렇다면 본인은 반대로 좌측으로 뛰면서 동료의 공간을 넓혀줌과 동시에, 공 가진 선수의 선택지를 2개로 늘려줘야했다 (3) 시야 없이 막 침투하니 동료와 겹치면서 공가진 선수의 선택지도 제한되는 바, 어이없이 턴오버로 이어진다

     

    좁은 공간에서는 더 도드라지기도 하는데요. 시야를 확보하고 동료들의 포지셔닝을 파악하는데 미숙하다 보니, 키핑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인데도, 이를 살려 추가적인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키핑 해놓고, 주변 동료들에게 넘기면 이득인 상황에서도, 헤드업을 하지 않고 키핑에만 몰두하다가,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 공간이 좁아지고 협력 수비에 당하는 것이죠. 실제 경기 장면을 확인해 볼게요.

    등딱까진 해놓는데 그 다음 플레이에 대한 준비나 대처가 미흡
    여기도 마찬가지. 키핑은 잘해놓는데 내내 헤드업을 안하고 동료를 안 보니 이용을 못함

    아스날에 오는 것과는 상관없이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하려면, 이 부분에서의 성장이 다른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에 따라 향후 블라호비치에 대한 평가와 발전 가능성이 가늠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앞으로도 주목해서 봐야 할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것 역시 단순히 개인의 약점으로 치부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높은 위치에서 동료들을 주변으로 다 과밀화시킨 후에 나오는 턴오버이기 때문에, 아주 치명적인 상대의 트랜지션으로 이어질 리스크가 큰 단점입니다. 단순히 빌드업, 전개 국면에서 나오는 터치 미스나 턴오버보다도 더 줄여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4) 트랜지션 국면

     

    트랜지션 국면에서의 블라호비치의 용도는 빌드업 국면과 거의 같으므로, 자세한 설명 없이 몇 개의 움짤 정도만 추가하겠습니다. 그 움짤들 역시 트랜지션이라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빌드업 국면에서 나오는 장, 단점이 거의 비슷하고요. 그도 그럴 것이, 블라호비치 류의 선수를 빌드업 국면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곧 빌드업 국면을 마치 트랜지션 국면처럼 사용하면서 탈압박을 벗어나려는 목적이니까요. 기점 역할과 직접 침투 역할을 동반하지만, 기점 역할에서는 피지컬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는 반면, 방금 지적했던 대로 시야 및 동료 활용의 미숙으로 인해 키핑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턴오버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횡으로 빠져서 트랜지션 기점 역할
    종으로 내려와서 헤딩으로 트랜지션 기점 역할 및 직접 침투
    피지컬로 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동료 활용 미숙으로 턴오버

     

     

    (5) 하이 블록 & 미드 블록 프레싱

     

    이 선수의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압박입니다. 피오렌티나가 현재 블라호비치를 공격에 올인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블라호비치의 압박이 적은 만큼, 주변 동료들의 압박 부담이 꽤 크지만 그래도 동료들이 군말 없이 성실히 수행해주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면이 존재합니다.

    이는 굳이 아르테타가 아니더라도, 현대형 축구를 구사하는 어느 빅클럽에서든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며, 본인이 체력 비축을 위해 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감독의 지시인지 여부는 타 클럽으로 이적했을 때 비로소 분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본인의 피지컬을 활용한다면, 막상 압박을 하면 못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재 경기에서 종종 보여주는 압박들은 정말 똑똑하지 못한 압박들입니다. 압박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미련하게 공만 쫓아다니는 형태랄까요.

     

    (1) 측면으로 볼이 갈 때 압박 트리거는 괜찮았다 (2) 그러나 상대 LB가 줄 곳이 CB말고는 없는데도, CB를 버리고 쓸데없이 LB에게 붙는 멍청한 압박
    (1) 마찬가지다. 기껏 LB에게 공이 가도록 몰아넣고서, LB가 그 다음 동료에게 공을 전달할만한 2가지 루트 어느것도 방해하지 않는다 (2) cover shadow의 개념이 아예 없다
    이 역시 cover shadow에 대한 개념없이 뒤를 안 보고 압박하니 압박의 의미를 상실

     

    이런 모습들은 최근 아르테타 아스날의 짜임새 있는 팀 단위의 조직적 압박과 함께, 이를 성실히 수행하는 선수들을 봐온 구너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블라호비치가 아예 압박에 대한 포텐셜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장면에서는 압박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한다면, 충분히 신체조건을 활용해 위협적인 팀단위 압박에 기여할 가능성은 내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매우 부족한 단점 중 하나라는 건 자명합니다.

    여기선 블라호비치가 RCB,LCB,RB순으로 잘 몰고 갔는데, 피오렌티나 동료들의 압박 마크실수

     

     

    (6) 데드볼 국면

     

    골킥은 물론이고,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 국면에서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피오렌티나는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블라호비치를 니어 포스트 담당으로 쓰는데, 여기서 쏠쏠히 헤딩 클리어를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블라호비치가 트랜지션에 가담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 외 장면들은 블라호비치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이런 피지컬을 갖춘 전통 공격수가 세트피스 국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일반적인 장면들이 많은 바, 생략하겠습니다.

     

     

    3.

    결론적으로 제가 본 풀경기에서 느낀 두산 블라호비치라는 선수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간 활용보다는 본인의 개인 능력과 질적 우위를 살리는 방향으로서 팀에 도움을 주는 전통적인 공격수 유형이다. 2CB든 1CB든 간에 상관없이 분명 수비수를 이리저리 본인의 동선에 따라 끌고 다닐만한 무기는 있는 셈이다

    (2) 직접 내려오기보다는 공간을 찾아 들어가기만 선호한다는 몇몇 고정관념과는 달리, 빌드업이나 트랜지션 국면에서 내려오며 팀에 기여할 수 있다. 연계 플레이는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특히 국면의 효율을 중시한다면,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압박 강도를 벗어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루트로써 아르테타가 이런 류의 공격수를 원할 가능성이 꽤 된다

    (3) 조나단 데이비드보다 훨씬 전형적인 원톱스러운 유형이며, 선수의 특성으로 미루어볼 때, 램스데일을 비롯해 패스 능력이 출중한 후방 자원들(화이트 등)의 강점을 발휘하기에 좋고, 티어니와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세리에에 잘 맞거나, 이탈리아 감독과 궁합이 괜찮을 수 있다. 후방 수비를 단단히 한 상태에서 기점 역할을 하고, CB와의 일대일 상황에서는 우위를 점할 공산이 있으며, 좌우 크로스 공급을 득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몇몇 이탈리아 특유의 공격수를 떠올리게 된다

    (5) 슈팅력과 range는 거의 이견이 없을 정도의 확실한 특장점이다. 짝발로 인해 선호하는 슈팅 위치에 제한이 걸리며, 불필요한 추가 동작이 들어갈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박스 근처에서 좋은 찬스를 맞이했을 때, 적어도 오바메양처럼 어이없게 날려먹거나, 라카제트처럼 과다하게 준비시간을 소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6) 경기 내내 몸을 하루 종일 쓰는 편이다. 상대가 1CB 마킹일 때는 경기 내내 침투할까 말까로 상대를 괴롭히며, 2CB가 붙어도 최대한 비벼주거나 피닝하면서, 동료들에게 찬스가 나도록 만든다. 몸을 자주 쓰는 것만큼은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7) 키에 비해 제공권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거나 간과하기에는 충분히 위협이 되므로 썩 나쁘지 않은 무기로 작용한다. 헤딩뿐만 아니라, 공중볼들을 가슴 트래핑이나 발 트래핑 이후, 등지면서 키핑하는데도 자신을 보이며, 몸을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위치에서 포스트 플레이할 때 포스트 플레이의 질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움직이면서 받을 때는 터치의 정확도나 경합 승리 빈도가 떨어진다

    (8) 조나단 데이비드가 앞을 바라본 방향에서만 팀에 기여할 수 있었던 반면, 블라호비치는 앞, 뒤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뒤돈 상태에서 앞으로 몸을 돌리는 과정에 있어서는 미숙하다

    (9) 좌측 하프 스페이스를 우측에 비해 훨씬 많이 사용하므로, 팀의 밸런스 및 동선을 조절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좌측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마르티넬리 유형보다는, 로우 같은 유형 혹은 아예 좌우를 바꾸어 정발 사카가 왼쪽으로 가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올 시즌 초반의 오바 톱 시절과 비슷하게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10) 기본적으로 between the lines 포지셔닝보다는 중앙 고정형으로서 라인을 밀어내는 걸 좋아한다. 채널 침투는 이미 말했듯이 템포 푸시 및 좌측, 그리고 1CB 마킹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갖춰졌을 때 하는 편. 즉, 이렇게 상황을 나눠 본인의 강점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공격 역할을 분류 및 구분 지어놓았다는 점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름 날카롭다고 할 수 있다

    (11) 전체적으로 조연보다는 주연에 가깝다. 조나단 데이비드가 시계의 일 부속품처럼 헌신하며, 시계가 부드럽게 잘 돌아가도록 기여하는 스타일이라면, 블라호비치는 그러한 주변 부속품들의 도움을 받을수록 특수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팀에 잘 녹아들 경우,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조나단 데이비드가 포지셔널 플레이를 구사하는 팀에 있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면, 블라호비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가깝다.

    (12) 프리미어리그 특성에 어느 정도 잘 맞지만, 되려 집중 마크를 당할 경우, 의외로 장기적으로 침체될 여지도 있다. 조나단 데이비드의 경우 본인의 온 더 볼에서의 무장점을 동료를 통해, 또는 오프 더 볼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반면, 블라호비치의 경우에는 온 더 볼과 오프 더 볼이 모두 무난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제어당하면서 단점을 노출할 경우에 달리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극복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프리미어리그의 떡대 수비수들이 작정하고 블라호비치를 집중 마크, 견제한다면 초반에는 꽤 고전할 수도 있는 셈. 그러나 한 번 극복한다면, 그 이후에는 본인의 파괴력은 물론이고, 오히려 동료들까지도 훨씬 더 편한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다

    (13) 압박에 대한 이해도와 더불어, 공을 받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는 시야 확보 및 상황 파악 부분에서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갖추기 어려운 선천적인 부분과는 달리, 이런 요소들은 감독이나 코치의 능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긴 하다. 특히 전자는 오바메양 같은 스타일도 이미 변화시킨 전적이 있다. 그 외에 포지셔널 플레이에 대한 적응 및 공간 이해도 수반되어야 할 것

    (14) 주발 의존도가 뛰는 동선, 슛 위치, 타이밍, 터치 정확도 등에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는 바, 약발의 사용 빈도와 정확도를 늘려야만 한다. 이게 되는 순간 훨씬 무서운 선수가 될 것. 

    (15) 상당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미리 예측하고 미리 선점하는 식의 똑똑한 플레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편인데 이런 경우의 센스가 뛰어나며, 꽤 타고난 재능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축구지능이 낮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러한 본능에 대한 의존을 덜고, 예측하고 선점하는 플레이 성향들을 좀만 섞는다면 선수 클라스 자체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 여러 모로 잠재력이 내재된 부분이 많다

    (15) 아스날이 특정 시점 이후로 굶주려왔던 스타일의 원톱으로서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아스날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부분들을 마침내 보완시켜줄 만한 영입이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몇몇 부분들에서는 발전과 적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도박성이 가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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