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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날 감독 데뷔전 분석 : 아르테타의 주 전술은 2-3-5?
    Arsenal/Column 2021. 11. 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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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칼럼은 2019년 12월 27일에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아르테타의 감독 데뷔전의 결과는 비록 무승부가 되었지만, 결과가 아닌 내용과 그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정말 알찬 경기를 준비했고, 또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켰는지 알 수 있다.

    무승부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구너들이 만족한 것은 역시나 그간의 갈증을 해소시킨데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갈증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벵거 감독의 말년 시절부터 에메리를 지나 최근까지 쭉 이어져온 내용적 측면에서의 문제였다.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빌드업, 탈압박, 간격 조절, 공간 활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르테타 감독이 팀을 맡은지 고작 며칠 만에 치른 경기에서 보여준 변화는 개인적으로 꽤나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현대축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갖는 것은 기본이더라도, 그것을 선수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키고 전달시킨 후, 몇 번의 훈련을 거쳐 실제 경기에서 그것을 어느 정도 구현해낸다는 것은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망해가는 팀을 시즌 중반에 잡은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아르테타 감독의 데뷔전은 얼마나 인상적이었을까?

    여러 가지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스승과도 같은 펩 과르디올라의 영향을 듬뿍 받은 듯한 2-3-5 포메이션과 그에 따른 포지셔닝 및 공간 활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1. 포메이션을 유연하게 활용하다

    - 사실상 아르테타의 주전술은 2-3-5 ?


     

    현대축구에서 포메이션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현재 잘 나간다는 감독들, 특히 아르테타가 영향을 받은 펩이나 포체티노 등의 전술을 보면 하나의 포메이션 틀 안에 갇혀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르테타는 고작 데뷔전이지만, 포메이션에 있어 상당한 유연함을 보여줬다. 그가 오늘 경기에서만 사용한 포메이션을 읊으라고 하면, 대략 (433 / 4231 / 235) / 4411 정도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이 바꿨나?라고 체감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1) 볼을 소유하느냐 (소위 공격) vs 볼을 소유하지 않느냐 (소위 수비)

    크게 분류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4가지의 포메이션 중

    앞의 3가지는 "볼을 소유할 시", 뒤의 1가지는 "볼을 소유하지 않을 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볼을 소유할 때의 포메이션 3가지의 공통적인 특징은 경기장을 좌우로 매우 넓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즉, 사이드 터치라인에 붙어있는 선수들이 항상 와이드한 포지셔닝을 함에 따라 상대방이 압박해야 하는 거리 및 공간을 늘리는 셈이다.

    이러한 포지셔닝과 간격 조절은 상대가 전방 압박을 함부로 하기 까다롭게 만든다. 많은 거리를 압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 과도한 압박을 가했다가는 공간을 너무 많이 허용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때의 아스날의 포메이션 모습은 4-4-1-1에 가까우며, 간격 조절부터 벌써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볼을 소유할 때에 비해 간격이 매우 좁고, 윙어들의 수비 가담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요구해 깊은 위치까지 내려오게 만듦으로써 아스날이 최근 몇 년간 가장 취약했던 부분인 빈 공간 내주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실제로 아스날은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커버하지 못하면서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너무 잦았고, 이런 패턴은 최근 아스날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언제나 풀백들이나 3선 선수들이 너무나 많이 전진해있었기에 센터백이 각각 양쪽 풀백처럼 측면을 커버하기 일쑤였고, 이에 따라 기존 센터백이 맡아야 하는 빈 공간을 아무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수비 간격과 공간 커버에 있어서 꽤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공격 전술은 기대했으나, 수비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기에 놀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역습 상황 몇 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소크라티스나 루이스가 자신의 영역을 아주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실점 장면은 무리한 역습 진행으로 인해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외 다른 문제점은 아래 개선해야 할 점에서 다룰 것이다)



    (2) 우리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가 vs 상대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볼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3개의 포메이션을 유연하게 썼다.

    이 중 2개인 4-3-3과 4-2-3-1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딱히 없다. 둘 다 기본 형태에 가까우며,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외질이 공을 더 받으러 내려오며 빌드업이 진행된다면 433스럽게 진행되고, 쟈카가 좀 더 깊숙이 빌드업에 관여하기 위해 내려와서 전개를 시작하면 4231처럼 진행될 뿐이다.

    그러나 이제 언급할 2-3-5와 위의 2개는 분명 기준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우리 진영에서는 상대의 전방 압박도 고려해야 하고, 볼을 확실히 점유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사이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넓게 벌린 포지셔닝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특히 풀백들 말이다.

    그러나 상대 진영으로 넘어오면서, 팀이 점유율을 높이고, 지배적인 흐름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다르다. 좀 더 점유의 우위를 확실하게 활용하고 싶음에 따라 4-3-3 or 4-2-3-1의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2-3-5의 형태로 넘어가게 된다.

    실제로 아스날은 상대 진영을 넘어설 때 즈음부터, 또는 점유율을 높여가는 시점(전반 20분 이후~후반까지)부터 2-3-5 포메이션으로 자연스레 변환하게 된다. 

    이러한 2-3-5 포메이션은 펩 과르디올라가 뮌헨 시절부터 써왔던 변칙적 포메이션으로 유명하다. 즉, 볼을 확실히 소유했다면, 그걸 이점으로 삼아서 더 강력한 공격을 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아르테타 감독 역시 이러한 펩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듯하다. 그는 이 포메이션이 상대의 하프 스페이스를 가장 완벽히 공략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아스날의 풀백의 상황이 왼쪽은 사카라는 공격력만 갖춘 풀백, 오른쪽은 본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 출신의 나일스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위의 사진과 같이 LB 사카가 마치 윙어 수준으로 위로 올라가며, 반대쪽인 중미 출신의 나일스는 마치 펩뮌헨의 람, 펩시티의 델프처럼 중앙으로 슬그머니 움직여 쟈카-토레이라와 함께 3미들을 구성한다.

    사카가 올라가 1선에는 무려 사카-오바메양-라카제트-외질-넬슨이라는 5명의 공격진이 호시탐탐 상대 수비수들 사이의 공간을 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중원 숫자를 늘려 볼을 쉽게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상대 진영으로 올라온 상태에서는 볼을 쉽게 잃어버리면 오히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최대한 중원에서 볼을 점유하기 쉽게, 볼을 순환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1순위다. 

    따라서 볼의 점유 안정성까지 고려해서 RB 나일스를 미드필더로 끌어올려 중앙에서의 수적 우위를 점하며, 점유하는 축구, 주도하는 축구를 하는 것이다. 

    사실상 나일스는 이번 경기에서 '가짜 풀백'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나일스는 단 한 번도 사카처럼 오버래핑을 깊게 들어가 크로스를 올린 적이 오늘 단 한번도 없다. 

    게다가 나일스는 본디 주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오늘 이 역할을 무리 없이 나름 잘 해냈다.

     


    2. 훈련된 패스 길과 포지셔닝의 효과를 맛보다

    - 아르테타식 235의 공간 활용 및 공격 방식


     

    (1) 활용 방식

    그렇다면 이렇게 형성된 아르테타식 2-3-5 포메이션은 어떻게 작동하고, 또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며 공격하는 것일까?

    바로 사이드&하프스페이스에 걸쳐있는 양 쪽 3명의 선수들(사카-쟈카-오바메양 / 나일스-외질-넬슨)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교란하거나 유인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미 공격 쪽에서 5명이라는 숫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그 중 하나 정도만 상대 수비수를 끌어당긴다면, 바로 옆의 다른 선수에게 공간이 바로 만들어진다는 원리다.

     

    (장면 1)

    위의 그림과 아래 움짤을 차례대로 보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쟈카-오바-사카 이 세명의 움직임을 주시하면 된다.
    일단 사카와 라카제트 사이에 있는 선수(오바메양)가 쟈카의 패스를 받는 척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무빙을 취한다. 
    그러면 상대 측면 수비수를 잠깐 끌어당기게 되는데, 그 틈에 와이드 포지셔닝을 하고 있던 선수(사카)가 측면 빈 공간을 침투한다.
    그에 맞춰 쟈카가 쓰루패스를 찔러준다.

    이러한 합이 잘 맞기 위해서는 훈련을 통한 동료들의 포지셔닝이 숙지되어있어야 하며, 호흡도 매우 중요하다. 고작 트레이닝 세션을 3번 소화한 아르테타 감독이 이러한 장면을 첫 경기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는 것은 상당히 칭찬받을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쟈카가 본디 이러한 루트의 쓰루패스를 자주 시도한 경험이 있고, 본인도 자신감이 있는 패스기 때문에 효과를 보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쩌면 아르테타 감독이 쟈카를 최소한 겨울에는 잃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장면 2)

    장면 1과 비슷한 듯 다른 장면이다. 
    이번에는 사카와 오바메양의 위치가 바뀌었는데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어쨌든 이번에도 중간에 위치한 선수(여기서는 사카)가 움직이는데, 아래로 볼을 받으려 내려오는 모션이 아니라
    쓰루패스를 기대하는 듯 오히려 상대 골대 쪽으로 침투하는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이 움직임도 상대 측면 수비수를 달라붙게 만들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빈 측면 공간이 창출되면 
    와이드 포지셔닝하고 있던 선수가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방식은 같다.

    한편 이번에는 패스를 찔러주는 선수가 쟈카가 아니라 공을 좀 더 달고 위로 직접 올라온 다비드 루이스다.

    오늘 경기에서도 몇 번 비슷한 장면이 있는데 수비수 중 패스가 좋은 편인 루이스의 장점을 살리기에 안성맞춤인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이스는 오늘 좋은 패스를 많이 성공시켰다.

     

    (장면 3)

    이번에는 중간 선수(외질)가 어그로를 끄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와이드 포지셔닝(넬슨)이 측면 수비수를 끌어당겨주는 것이다.
    사이드라인 근처에 아주 넓게 포지셔닝하고 있는 넬슨이 공을 받게 되면, 상대 수비수는 넬슨에게 붙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넬슨을 쫓는 수비수와 센터백 사이, 또는 그 수비수의 뒷공간에는 필연적으로 빈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때 외질은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넬슨은 가볍게 뒤를 받쳐주는 나일스에게 패스를 하고, 나일스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외질에게 패스를 넣어준다. 

    이러한 루트는 반대쪽 공격이 여의치 않았을 때, 측면 전환을 빠르게 시키면서 와이드 포지셔닝의 선수가 공을 받을 때 주로 보이는 듯하다.

    위의 움짤에서는 루이스가 또 한 번 좋은 중장거리 패스를 선보였는데, 아래 움짤에서는 쟈카의 경우도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짧게 끊었지만, 쟈카의 롱패스가 넬슨에게 날아가는 동안 '외질의 움직임'을 주목하자.

    상대 수비수가 넬슨에게 끌려가면서 외질 앞에 엄청난 빈 공간이 생기는 걸 목격할 수 있고, 외질이 쟈카의 롱패스를 보자마자 지체 없이 그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는 걸 알 수 있다. 

     

    (장면 4)

    위의 장면 1,3을 섞은 듯한 종합 선물세트가 바로 장면 4다. 
    이번에는 소크라티스가 와이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넬슨에게 공을 주고, 넬슨은 장면 3처럼 나일스에게 건네준다.
    외질은 역시나 넬슨이 창출해낸 빈 공간으로 침투하지만, 이번에는 뒤에 상대 수비수도 있고, 나일스도 패스를 주기가 만만찮다.
    따라서 나일스는 반대로 전환을 하려 하고, 쟈카에게 건네준다.
    쟈카에게 건네주는 순간, 오바메양은 뒤따라오는 상대 수비수를 흘끗 보고, 쟈카의 패스를 받을 것처럼 내려가는 무빙을 취한다.
    순간적으로 사카 쪽에서 공간이 나고, 쟈카는 장면 1처럼 깔끔하게 사카에게 롱패스를 전달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단편적인 측면에서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막힐 때 자연스럽게 방향을 전환하고, 반대편에서도 똑같은 장면을 창출해낼 수 있을 수준의 호흡이 벌써 만들어졌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장면 5)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선수에게 정확한 패스를 해주는 방식이다.
    측면이 너무 뚫려서 이를 의식한 상대 수비수가 와이드 포지셔닝 선수(사카)에게 너무 바싹 붙어있고, 
    덕분에 오바메양은 위협적인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나름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쟈카에게 직접적인 다이렉트 전진 패스를 받은 오바메양은 몸을 돌려 본인의 기량껏, 판단껏 다음 행동을 취하면 된다.

    물론 움짤에서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애매한 패스와 어눌한 슈팅들이 이어지며, 어설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확실히 아르테타 감독에게 시간이 짧았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마무리는 니들이 알아서 해주면 안되겠니ㅠ)

    하지만 결국 좋은 패스 하나로 상당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고, 결국 골로까지 이어진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저런 위협적인 하프 스페이스에서 좋은 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만지게 되면 정말 위험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위 장면은 장면 5와 비슷하지만 위협적인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오바메양이 아닌 외질이 공을 잡았을 때의 모습이다.
    확실히 장기였던 킬패스이자 파이널 패스를 곧바로 창출할 수 있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사실 15/16 시즌에 외질이 날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장면 6)

    마지막으로 측면이 아닌 중앙을 곧바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헐거워지는 수비이기에 이 장면 역시 후반 70분경에 나왔다.
    이것 역시 루이스가 쟈카 대신 올라오고, 쟈카는 루이스 자리로 내려가 있는 상황에서 루이스가 준 환상적인 패스다.
    (라카가 이거 정도는 마무리했어야...ㅠ)

     

    (2) 개선해야 할 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아르테타의 2-3-5 전술에도 개선해야할 점은 분명 있었다. 개인적으로 4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위의 사진과 움짤에서 보여주듯 선수들의 전술 적응 문제다. 위의 움짤에서 외질은 넬슨이 공을 받았을 때 장면 3)에서 한 것처럼 곧바로 벌어진 공간으로 침투했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의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외질은 침투하지 않았고, 상대가 그 공간을 재빨리 커버하면서 넬슨은 결국 무리한 1대 1 돌파와 어이없는 크로스로 공격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마치 에메리 때의 측면 공격 전개와 비슷한 것이다. 굳이 외질이 아니더라도 풀경기를 보면 비슷하게 아직은 어색한 움직임들이 약간씩 섞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선수 개개인의 폼과 질의 문제다. 특히 많은 구너들이 탄식한 것처럼 이렇게 측면을 전술적으로 잘 뚫어내도 결국 마무리에서 크로스가 거지 같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오늘 경기에서 사카와 넬슨의 크로스 능력은 아무리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할 정도였다. 오늘 경기에 콜라시나크나 티어니 둘 중 하나만 있었더라면, 경기를 쉽게 이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양 윙뿐만 아니라 최전방 스트라이커 라카제트의 폼도 좋지 않았다. 등지고 버텨주는 플레이나 어그로를 끌어주는 모습은 괜찮으나, 궁극적으로 공격수가 해야 할 일은 기회를 슈팅으로 연결하는 것인데, 라카제트는 오바메양에 비해 슈팅 타이밍이 너무 느리고, 결정력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는 2-3-5의 형태로 공격을 진행하다가 끊겼을 때의 문제점이다. 나일스가 중앙 미드필더 형식으로 올라와있기 때문에 상대의 역습이 이루어지면 나일스가 원래 있어야 하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빈 공간을 상대가 파고들 때 이를 저지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대편 역시 비슷하다. 윙포워드처럼 나가 있는 사카의 빈자리를 쟈카가 메우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결국 측면에서의 수비를 안정적으로 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실제로 펩뮌헨이나 펩시티도 언제나 역습 상황에서 결정타를 맞곤 했기에 그런 팀보다 패스미스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고, 호흡도 딸릴 수 밖에 없는 아스날에서 아르테타가 어떤 해결책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네 번째는 오늘 선발에 나오지 않은 선수들의 활용법이다. 이건 개선점이라기보다는 아직 오리무중이라서 넣었다.

    귀엥두지의 경우에는 쟈카와 비슷한 롤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오른발잡이임에도 왼쪽에서 무리 없이 뛰는 선수다.

    다만 페페의 경우에는 넬슨처럼 직선적인 움직임보다는 안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기에 오른쪽에서 외질과 호흡을 맞출 시 약간 겹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페페를 선발로 쓴다면, 오늘의 오바메양 자리에 페페를, 그리고 오늘의 넬슨 자리에 오바메양을 기용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베예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나일스와 똑같이 활용하기에는 과연 중앙 미드필더스러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예린이는 공격력도 좋기 때문에 가짜 풀백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진 능력에 비해 아쉬운 선택일 수도 있다.






    이처럼 개선해야 할 점을 쭉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테타의 데뷔전은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인상 깊은 경기였다.

    물론 그가 왜 감독이 되기 전부터 아르센 벵거, 펩 과르디올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비롯한 축구계의 거물을 포함해 많은 축구인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는지에 대한 해답이 결코 이번 한 경기만에 다 드러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어도 전술적 부분에 있어서, 또 선수들을 동기 부여시키고 투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 본인 스스로도 열정을 직접 보여주는 리더쉽의 측면에 있어서는 단 한 경기만에 꽤나 많은 것을 보여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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