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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 의존도에 대한 이야기 (feat.아르테타)Arsenal/Talk 2021. 11. 18. 16:44반응형
1.
아르테타 감독이 전술 이외에도 확고한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부분 중 하나가 '주발' 관련인데요. 생각난 김에 소소한 잡담 주제로서 써보려 합니다. 칼럼은 아니고 그냥 주관적 생각&잡담의 일환이기 때문에 깊이 파고들진 않을 거예요.
일단 주발 의존도 또는 양발 사용 가부는 현대 축구에서 전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많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실제 축구에서도 코치들이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 중 하나가 주발과 약발의 차이 정도이기도 하고요. 결국 축구가 공간 싸움으로 확장되면서 압박과 탈압박, 후방 빌드업과 좌우 전환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러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에서, 포지셔닝과 더불어 그 주발에 따른 선수들의 배치의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디서나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보다 더 낫겠지만, 현실적으로 양발 선수들이 그렇게 흔하지는 않죠... 따라서 주발 의존도가 유독 안 좋게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이나 주포지션에서는 약발 사용빈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고, 이렇게 단순히 약발을 쓸 줄 안다는 사실 하나가 생각보다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아르테타가 아스날에 부임했을 당시의 스쿼드에서는 약발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선수가 심할 정도로 드물었습니다. 데뷔전 베스트 11이었던 선수들을 살펴보면, 레노-나일스-소크라티스-루이즈-사카-쟈카-토레이라-외질-넬슨-오바메양-라카제트였으니, 루이즈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짝발이라고 봐도 무방했죠. (당시 어린 시절 사카는 약발을 지금보다 훨씬 덜 썼습니다. 아르테타가 사카, 로우 같은 선수들을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하는만큼 약발에 대한 훈련도 의도적으로 시키면서 약발 능력이 함께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쟈카 역시 아르테타 하에서 훨씬 약발 사용 빈도가 늘었고요)
여하든, 이에 따라 후방 빌드업과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아르테타가 다비드 루이즈를 적극 기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스날은 빌드업을 책임져줄 선수가 쟈카 정도밖에는 없었고, 의존도도 심해서 빌드업의 대부분이 완전히 왼쪽으로 쏠려있는 상태였죠. 오른쪽은 외질이 정말 아래까지 내려와야 겨우 공이 전개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상태에서 루이즈는 거의 유일한 해답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그리고 이론 상으로도 포지셔널 게임에서 센트럴 스페이스에 자주 머무는 선수들은 '분배'의 관점에서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할수록 큰 이점이 있습니다. 루이즈를 기용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그를 5번 공간에 배치하고 빌드업의 좌우 밸런스를 가능한 한 조절하고자 함에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초반에 아르테타의 후방을 보면, 4백임에도 불구하고, 루이즈가 5번 공간에서 많이 움직이고, 좌우 분배 패스를 많이 날립니다. 당시에는 왼발잡이 센터백이 없었기 때문에 오른발잡이임에도 왼발을 잘 쓰는 루이즈가 LCB를 맡았었는데, 사실 루이즈가 자주 활용해야 할 3번 공간은 오히려 쟈카가 내려와서 점유하고, 루이즈는 5번 공간을 쓰는 일이 잦았다는 이야기죠. 아르테타 초기 시절부터 경기를 봤던 구너들은 대충 기억이 나실 겁니다. 쟈카가 3백처럼 내려와서 3-2-5를 만들었던 거죠. 상대가 쟈카를 의식하러 3번 공간을 압박할 때, 주발 의존도에 있어 선수단 내 가장 자유로운 선수였던 루이즈를, 비교적 공간이 많이 나고 넓은 시야 확보에도 좋은 센트럴 스페이스에서 쓰기 위해, 아르테타가 나름의 방안을 생각했던 겁니다. (물론 압박에 취약한 쟈카를 내려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3백으로 포메이션 자체를 바꾸기도 했었죠. 여기서도 3백의 중앙 포지션, 즉 센트럴 스페이스를 점유하는 선수는 루이즈가 거의 고정적이었습니다. 괜히 그랬던 게 아니에요. 아르테타도 센트럴 스페이스에서 활동하는 선수만큼은 주발 의존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 양발을 모두 잘 써야 한다는 이론적 집착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보여요. (실제로 루이즈가 없으면, 센트럴 스페이스를 무스타피가 점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 나오는 무스타피의 빌드업 or 롱패스들은 정말 구너들의 한숨을 자아내기도 했었죠)
이 관점에서 보면 재밌는 게, 루이즈가 나가고 더 이상 내부적으로 루이즈의 대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판단했을 때, 아르테타가 영입한 선수가 바로 벤자민 화이트라는 겁니다. 현재 아스날이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3-2-5 방식으로 변형 포진될 때, 바로 그 센트럴 스페이스를 점유하는 선수죠. 그리고 벤 화이트 역시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약발 사용도 매우 잘하며, 센트럴 스페이스를 주무대로 하여 보여줄 수 있는 '분배'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루이즈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물론 수비력까지 고려한다면, 나이가 들며 수비력이 더 떨어진 루이즈에 비해 업그레이드)
최근의 아스날이 몇 년 동안 꾸준히 계속되던 왼쪽 빌드업으로의 치우침에 있어 많이 나아진 이유는 물론 우측 삼각편대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라카제트의 존재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벤 화이트의 존재 역시 중요한 원인입니다. 화이트 영입설 때 도대체 센터백을 왜 또 사냐는 반응도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센트럴 스페이스에서 좌우 밸런스를 해결하고, 분배를 맡아줄 만한 주발 의존도가 낮은 준양발을 찾았던 것입니다.
(한편, 살리바가 실력 외에 주발 관점에서도 애매한 게, LCB는 시야, 밸런스, 몸의 방향성 등 여러 이유를 토대로 주발이 왼발일 것을 아르테타가 고집하고 있다고 보이고, RCB는 센트럴 스페이스에서 분배+준양발 능력을 가진 화이트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게 현재의 토미야스 자리이긴 하나, 이마저도 아래에서 살펴볼 토미야스의 윙스페이스에서의 양발 장점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녹록지 않으므로, 본인만의 장점 어필이 더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
센트럴 스페이스(5번 공간)뿐만 아니라, 배치 상 주발 의존도가 낮을수록 좋은 공간은 양 쪽 윙스페이스(1,2번 공간 / 9,10번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흔히 이야기하는 풀백, 윙백들이 이 공간을 주로 사용하죠. 다들 잘 알다시피 1,2번 공간은 주발이 왼발인 선수, 반대로 9,10번 공간은 주발이 오른발인 선수가 담당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먼저 그중에서도 후방 부분인 1,9번부터 이야기해볼게요. 만약 1,9번 같은 후방 터치라인에서 반대발로 선수가 배치되면 '전진 속도'가 매우 느려집니다. 공이 앞으로 전진을 못 한다는 거죠. 따라서 현대 축구에서는 1,9번 공간을 자주 활용하는 선수에게 이런 반대발로 짝발인 선수를 배치시키는 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여전히 가끔 반대발 배치가 있긴 한데 그 선수는 약발도 잘 사용하는 준양발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과는 달리 현대 축구는 어떻게든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의 엄청난 수준의 전방 압박을 가하니까요. 속도가 1초라도 늦춰지면 빌드업이 망가집니다.
게다가 그런 전방 압박의 트리거 포인트(시발점) 중 하나가 바로 상대 풀백에게 공이 연결되었을 때 (중앙보다 측면이 패스 루트를 제한하고, 공간을 죽여 풀백을 고립시키고, 몰아넣기 용이하므로)입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도, 그 압박 방식이 대인 수비든, 게겐 프레싱이든, 패싱 루트를 제한하는 방식이든 간에 터치라인 근처 후방(1,9번 공간) 선수들의 대처 속도가 매우 중요해졌죠.
따라서 주발에 맞게 1번은 왼발, 9번은 오른발로 배치하게 일반적이지만, 이 상황을 좀 더 깊게 고찰해보면, 그만큼 1,9번 공간을 자주 활용하는 선수들(일반적으로 풀백,윙백)의 주발 의존도가 낮을수록(양발이면 금상첨화), 상당한 이점을 가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상대가 압박을 하는 이유는 진짜 몸을 부딪혀서 공을 뺏으려 함도 있겠지만, 프로 세계에서는 그보다는 미리 상대의 패스 루트를 제한하고, 예측하기 쉽게 하는데 주목적이 있기 때문이죠. 단순한 짝발이라면 상대가 위와 같이 압박을 시작했을 때, 상대가 머릿속에 생각할만한 '선택지'의 폭 자체가 좁아집니다. 전진속도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다지선다를 상대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후방 빌드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상대의 예측가능성은 올라가는 것이죠.
아스날에서는 대표적으로 콜라시나크가 주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풀백이었습니다. (티어니도 왼발잡이이긴 하지만, 의존도가 덜 하고, 무엇보다도 패스가 훨씬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LB를 높게 올려 공격성을 활용하는 아르테타의 체제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에메리 시절보다도 콜라시나크가 LB에서 애용되지 않았던 겁니다. 주발 의존도는 엄청 높고, 패스 안정성은 떨어지니, 후방 빌드업에서 악영향만 있을 뿐이었죠. 왼쪽에서 쟈카가 커버 쳐주지 않는다면, 아르테타의 이론상으로는 쓰기 힘든 유형이었을 겁니다. 따라서 떨어진 폼도 폼이지만, 아르테타가 굳이 왜 콜라시나크를 차라리 스리백에서 LCB 스토퍼로 기용했는지, 그 이유도 이 관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LCB는 보통 위 그림에서 3번 공간(하프스페이스)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주발 의존도가 높아도 빌드업에서의 위험성이 훨씬 덜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르테타는 풀백, 윙백으로는 차라리 콜라시나크보단 나일스, 사카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와 같이 1,9번 공간의 선수들이 주발 의존도가 낮다면(또는 양발이라면) '다지선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합니다. 터치라인에 붙어 돌파할지, 터치라인을 따라 종패스를 할지, 또는 순간적으로 반대발을 이용해 중앙 쪽으로 횡패스를 할지 등등.. 가능한 루트가 다양하니 상대 선수들은 생각이 많아지죠. (참고 : 여기서 '종과 횡'의 개념은 경기장을 세로로 봤을 때 기준으로써, 실제 플레이할 때의 패스 방향이나 선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전 칼럼에서 댓글로 질문도 있었는데 그 글에서의 '행과 열'은 경기장을 가로로 봤을 때의 기준으로써 선수의 포지셔닝 및 배치를 이야기한 것이니 헷갈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설명 편의에 따라 기준이 달랐을 뿐입니다)
이쯤에서 아르테타 체제 하에서 영입된 아스날의 풀백(윙백) 목록을 한 번 상기해 볼까요.
세드릭 소아레스(준양발), 누노 타바레스(양발), 다케히로 토미야스(양발)
괜히 아르테타의 영입 목록이 이런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아르테타는 후방 빌드업에서 주발의 디테일까지도 많이 따지고, 그걸 선수 영입 시 고려사항으로 삼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이번 여름 영입생들이 합류한 이후, 최근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에서 좌우 밸런스가 개선되고, 이와 더불어 안정성을 획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그들이 적응을 잘한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구성 자체가 양 쪽 풀백들의 주발 의존도가 단순히 낮은 정도가 아니라, 양발 수준이니까 훨씬 쉽게 풀리는 거죠. 맨시티의 펩이 칸셀루를 LB에서 정말 유용하게 잘 써먹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칸셀루도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왼발도 매우 잘 쓰는 준양발입니다. 맨시티 경기에서도 위 아스날 움짤처럼 칸셀루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반대 전환하는 장면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죠)
뿐만 아니라, 1,9번 공간에서의 양발 사용 가부는 이와 같은 후방 빌드업에서만 유익한 게 아닙니다. 상대를 수비할 때도 마찬가지죠. 흔히 말하는 인사이드 포워드의 배치가 많아진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풀백의 수비에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점입니다. 즉, 주발 의존도가 심하면 인사이드 포워드 같은 유형을 상대로 풀백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를 테면, 왼발잡이 LB가 상대의 RW를 마킹하는데, 그 RW가 왼발잡이(반대발 윙어)고 측면에서부터 중앙으로 공을 몰고 들어온다면, 왼발잡이 LB는 몸을 반쯤 돌린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어거지 왼발(주발) 태클을 하거나, 다소 어색한 오른발(약발)로 태클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LB가 약발(오른발)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선수라면, 태클의 난이도와 질이 달라지겠죠.
이런 선수들이 그대로 오버래핑해서 2,10번 공간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 과정에서 단순히 직선적인 치달 후 크로스 이외에도 더 많은 공격 루트가 생기게 되니, 딱딱하고 경직된 기존의 공격 루트에 유연함을 추가시킵니다.
또 공격이 막힐 때, 흔히 이야기하는 답답한 U자 루트로 볼을 돌리지 않아도 됩니다. U자 루트가 생성되는 데는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2,10번 공간에 올라간 선수들의 주발 의존도가 높아, 패스 루트가 완전 막힌 상태에서는 횡패스보다는 종으로 백패스를 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중앙을 거치기가 어려워짐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누노가 수비력 자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티어니에 비해 가지는 강점 역시 로우와의 로테이션이 그만큼 더 자연스럽다는 데 있습니다. 로우가 윙스페이스로 들어가면, 누노가 하프스페이스로 대신 내려와 점유해주는걸 보여드린 적 있죠. (못 보신분들은 이 칼럼) 그것이 자연스럽고, 상대도 결코 간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누노가 오른발로도 충분히 슈팅 및 크로스, 패스를 할 수 있어서입니다.
윙스페이스 보는 김에 상대 진영에서의 윙스페이스인 2,10번 위주로 마저 살펴볼게요. 이 공간은 이미 언급한 풀백(윙백)들이 자주 활용하기도 하지만, 측면 포워드도 자주 점유하는 공간이죠. 일반적으로는 정발 배치된 풀백들이 주로 올라오기 때문에, 스쿼드 구성이나, 선수 조합에 따라 측면 포워드는 정발, 짝발 아무나 써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즉, 주발 의존도가 위에서 언급한 공간들처럼 아주 중요시되는 공간은 아닙니다. (오히려 팀적으로는 조합이 더 중요하죠)
그러나 주발 의존도가 낮을수록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특히 측면 미드필더가 윙스페이스만 활용하는 선수가 아니라, 종횡 넓게 왔다 갔다 하면서 공간을 찾고, 다재다능함을 뽐내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자는 윌리안, 후자는 사카, 로우 같은 선수)
위와 같은 사카의 드리블 및 패스가 좋은 예시가 됩니다.
현재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아무래도 포지셔널 플레이 기초하다 보니, 선수가 특정 공간에서만 위치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위의 사카처럼 10번 윙스페이스에서 붙어 공을 받지만, 상황에 따라 8번, 12번, 심지어 6번 공간까지도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이런 측면 포워드의 경우에도 주발 의존도가 낮을수록 드리블 효율이나 상대의 수비 대형 파괴 및 교란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사카가 최근 부족한 공격포인트 생성으로 인해, 약간의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도 있는데요. 상대가 두 줄 수비로 일관할 때 홀로 볼을 소유한 온더볼 상태로 질적 우위를 이용해 수비수를 1명 이상 유인해내고, 그걸 벗겨낼 수 있으며, 그 와중에 상대에게 다지선다 선택지를 강요할 수 있는 선수는 현 선수단에서 사카가 거의 유일합니다. 그만큼 유니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
반면 페페가 애를 먹은 것은 그를 지원하는 RB들의 수준이 낮았던 것도 있지만, 그가 RB를 잘 활용하지 않고 중앙으로 파고들며 슛 때리는 형식, 즉 이젠 누가 봐도 다 알만한 고착화된 드리블 선호도가, 높은 주발 의존도와 콜라보되어 너무나도 쉽게 예측 가능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페페가 드리블로 상대를 뚫는 장면들도 상대 선수에게 선택지를 부여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의 피지컬과 테크닉에 기반한 것이 많습니다. (물론 로벤처럼 보폭을 줄였다, 늘였다하거나 순간적인 방향 전환 타이밍이 워낙 빨라 매크로처럼 뻔함에도 불구하고, 알고도 못 막는 케이스가 있긴 합니다만, 매우 드뭅니다. 대신 페페는 슛이 나름 괜찮은 편이라, 슛에 의한 루즈볼로 팀에 기여하는 편이긴 합니다) 윌리안도 비슷합니다. 페페와는 반대로 정발 윙어로서 치달 후 크로스 루트가 뻔한데, 에이징 커브에 따라 신체적 강점이던 속도까지 줄어드니 공격에서의 위협성이 사라진 것이죠.
이건 단순 공격포인트 생성과는 사뭇 다른 포인트라는 점을 염두해야 합니다. 공격포인트 생성 능력에 있어서는 페페가 더 나을지 모르나, 왜 사카가 더 중용받는가. 팀적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동료들의 유기적인 로테이션 무브나 공간 창출이 중요시되는 포지셔널 플레이 기반에서는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전체적으로 최근 들어 유독 좀 더 이런 플레이에 눈을 뜨고,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공격포인트보다도 이런 점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양발은 아니더라도, 약발을 상황에 따라 꽤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로우와 사카가 양 측면을 각각 담당하는 현재의 구도가 아르테타식 이론에는 상당히 잘 부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누노, 토미야스 같은 풀백들까지 고려하면, 양 측면을 공략하는 4명의 선수가 모두 약발 약점이 크게 없는 선수들이죠. 상대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3.
다시 처음의 센트럴 스페이스로 돌아와 봅시다.
센트럴 스페이스를 주 점유 공간으로 삼는 아스날 선수가 화이트 말고 또 하나 있죠?
그렇다면 향후 아스날이 영입할만한 스트라이커 (오바메양의 대체자가 되든, 라카제트의 대체자가 되든)에 있어서도 주발 의존도(정확히는 분배 능력)가 결코 무시 못할 고려사항 중 하나로 여겨질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르테타라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지금까지의 영입 목록이나 본인의 선호도로 보여왔던 게 있으니까요.
결국 아르테타 체제 하에서 스트라이커 역시 위치상 위 그림처럼 센트럴 스페이스를 주공간으로 활용하고 점유하게 됩니다. 특히 채널로 빠질 때를 제외하면 중앙 고정형으로 자주 기용될 텐데, 그렇다면 더더욱 센트럴 스페이스(6번 공간)에 자주 머문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이 선수 역시 좌우 '분배'라는 임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아까 3번 센트럴 스페이스 점유 선수가 후방 빌드업에 있어 좌우를 분배한다면, 6번 센트럴 스페이스 점유 선수는 공격의 방향성을 마치 무게중심의 역할로서 분배하는 셈이죠.
현재의 오바메양이 아르테타의 이상향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에, 왼쪽 채널 선호형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주발 의존도도 기여를 하는 겁니다. 약발을 아예 못 쓰는 선수는 결코 아니지만, 약발에 딱히 자신감은 없으니 슈팅하기 편하게끔 센트럴에서 왼쪽으로 다소 쏠리게 되죠. (물론 최근에 스미스로우가 그러한 쏠림으로 인한 공간을 아주 영리하게 이용하면서 득점력을 끌어올리고 있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로우의 똑똑한 공간 이해도에서 파생되는 효과입니다)
게다가 오바메양의 경우, 몸이 앞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여전히 그럭저럭 활용가치가 있으나, 몸이 뒤(우리 진영)를 보고 있는 등진 상태에서는 딱히 동료들에게 제공해줄 만한 게 많지 않은 유형입니다. 그러니 상대 진영에서 좌우 전환 시 오바메양의 직접 참여도나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 역시 한창 문제 되었던 U자 형태의 볼 돌리기와의 연관성이 있습니다. 중앙에서 주춧돌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해준다면, 중앙 공격수를 통한 전환 루트도 활성화될텐데, 오바메양이 그런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므로 라카제트가 그 왼쪽으로 쏠려서 생긴 빈 공간을 채워주면서 동시에 중앙 주춧돌 역할을 함께 부담해주기 이전까지는 아무래도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전환이 용이하지 않던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던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앞으로의 스트라이커 영입은 어떤 선수가 좋냐고 댓글로도 자주 질문하시는데, 이 주제를 기화로 답변해보자면, (1) 퍼스트 터치가 좋고, (2) 원터치 피니쉬가 될 정도로 슈팅 타이밍이 빠르며, (3) 중앙에서 센터백과 비비는 걸 피하지 않아 센터백을 고정시켜 좌우 공간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4) 이에 더해 공격 진행 중 좌우 '분배'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수가 이론적으로는 좋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좌우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에 있어 꼭 양발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주발 의존도가 낮아서 발로 좌우 분배를 잘하든, 아니면 제공권이 좋아서 머리로 좌우 골고루 뿌려주는 선수든 큰 상관은 없으니까요. 또는 꼭 발이나 머리가 아니더라도 몸 전체를 잘 활용해서 분배를 잘하는 선수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즐라탄, 레반도프스키).
재밌는 건 아르테타의 스승인 펩 역시 실제로 이런 스트라이커들을 주로 써왔다는 겁니다. 바르샤에서는 준양발에 좌우 분배의 끝판왕급인 메시, 뮌헨에서는 예로 든 레반도프스키, 맨시티에서는 양발 수준의 아게로까지... 그래서 과연 아르테타가 드디어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큰돈을 들여 스트라이커를 구매할 때, 펩과 비슷하게 그런 점을 염두할지 여부가 상당히 궁금해지는 것이죠.
이런 관점까지 추가한다면, 앞으로 징하게 생성될 아스날의 스트라이커 관련 루머를 볼 때, 또 하나의 고려사항이 부가되면서 더 흥미롭게 루머를 지켜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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