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간단 경기 리뷰 (vs 뉴캐슬)
    Arsenal/Talk 2021. 11. 28. 14:53
    반응형

     

    1.

    리버풀 원정에서의 패배 이후 확실한 바운스백이 필요했던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에디 하우가 부임한 뉴캐슬을 맞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일단 전술적으로는 거의 압도했다고도 평할 수 있겠는데, 전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기 때문에, 따로 글을 작성하니 그 글에서 자세하게 다뤄볼게요. 두 글은 동시에 올릴 예정이니, 모두 읽는걸 추천드립니다. 여하튼, 따라서 이 글은 전술적인 부분은 의도적으로 좀 제외하고, 선수에 대한 평가 위주로 작성하겠습니다.

    전술은 간단히, 그냥 전체적인 틀만 말씀드리면, 뉴캐슬이 거의 텐백이라고 할 정도로 수비적인 자세로 임했기 때문에 이를 부수고 득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죠. 게다가 오바메양이라는 팀의 톱이 워낙 처참한 폼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에 아르테타는 기존의 235를 아주 자유자재로 몇 가지로 변형할 뿐만 아니라, 선수의 포지셔닝이나 프리맨 활용을 통해 매우 유연하고도, 개인적으로 놀랄만한 운영을 보여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듯이, 자세한 건 전술 분석글에서 하고, 따라서 아르테타에 대한 오늘 경기의 제 평가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선수 교체 면에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카의 부상 우려 때문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마르티넬리의 기용 실험도 이루어졌고, 오바메양도 풀타임을 뛰지 않고 교체되었죠. 마르티넬리가 여전히 동기 부여를 잃지 않고 좋은 태도를 곁들여 아주 짧은 기회에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것은 아주 고무적입니다. 다만, 사카의 부상은 꽤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부디 부상이 아니길 바라네요.

     

    2.

    선수 기용 면에서 경기 시작 전부터 조금 언급이 있었던걸로 아는데요. 보통 티어니 대신 누노, 라카 대신 외데고르, 그리고 이에 더한 오바메양과 삼비의 선발 고정에 대한 언급이었죠. 일단 큰 틀에서의 아르테타 감독의 의중은 선수들의 '자신감 유지'였다고 봅니다. 리버풀 원정에서 대패했는데 그 경기에서 내내 못한 것도 아니고, 특정 구간에서 치명적인 실수들이 나온 어린 선수들을 그대로 선발 제외하는 선택은 장기적으로도 좋지 못한 영향이 있을 수 있죠. 감독이라면 전술 이외에 이러한 선수단의 분위기와 개개인의 자신감을 챙겨주는 부수적인 부분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 역시 필요합니다. 아니 부수적이 아니라, 오히려 대패 이후에는 이런 점들이 메인 요소가 될 수도 있는 법이죠. 게다가 따로 살피겠지만, 누노, 외데고르의 경우에는 특히 전술적으로도 의도에 부합하는 기용이었습니다. 

    전술을 배제하고 말하더라도, 외데고르는 최근 아스날의 일정 중 가장 널널하다고 할 수 있는 뉴캐슬과의 홈 경기에서 충분히 기회를 줄법했고, 누노는 막시맹이나 프레이저 같은 뉴캐슬의 측면을 통한 역습을 우월한 피지컬과 경합 능력, 공중볼 능력 등으로 제압하기에 더 적절한 픽이었다고 봅니다. 누노의 수비력 자체는 티어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나, 다들 아시다시피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오로지 수비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빵과 버티기 등의 피지컬적인 요소도 꽤나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티어니는 누노보다 직선적인 돌파력과 섬세한 마무리 패스(크로스)에서 장점을 보이지만, 현재 아스날에서는 톱이 오바메양이기 때문에 그런 티어니의 마무리 크로스를 찰떡같이 받아먹기가 힘듭니다. 그런 식의 공격루트보다는 조금 더 로테이션을 통한 공간 활용 방식이 아르테타 체제 하에서는 우선순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다만, 오바메양의 선발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이야말로 오바 대신 라카가 나와서, 라카 톱 + 외데고르를 실험해보기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현재 아르테타 휘하에서 오바메양이 하는 역할은 득점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특히 압박적인 부분에 있어, 단순히 패싱 루트를 차단하거나 대인 마크를 하며 상대를 방해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상대 볼을 뺏으려고 챌린지하는 식의 압박은 최전방에서 오바메양이 유일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시간 되면 나중에 리버풀의 압박과 비교해 설명할 날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같이 내려앉는 팀을 상대로는 오바메양이 공격에서 큰 장점을 발휘하기가 힘들 것은 뻔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남아있던, 박스 내 위치선정으로 받아먹는 능력조차 쇠퇴했다는 걸 오늘 경기에서 또 한 번 보여주었고요. 그나마 신기한 건, 후반 들어 아르테타가 오바메양을 거의 미끼로만 사용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강제적 1인분을 발휘하도록 써먹었다는 건데요. 이것 역시 전술 분석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삼비의 경우에는, 오늘 뭐 꽤나 잘했죠? 이 친구가 싹수가 보인다는건 그래도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 시원시원한 전진성과 좋은 패스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세밀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소 강한 압박이 들어오면 실수가 잦아지는 점은 확실한 흠이지만, 일단 아스날이 챔스든 유로파든 유럽 대항전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상대적 약팀을 확실히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삼비의 존재는 적어도 이번 시즌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3.

    풀백과 센터백 이야기도 좀 해볼게요. 이번 경기에선 양 풀백의 역할이 매우 막중하고도 중요했는데요. 누노의 경우에는 로테이션 범위가 넓어졌고, 토미야스의 경우에는 기존의 인버티드 풀백을 넘어서, 전통적인 오버래핑 풀백의 역할까지 겸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오늘은 후자의 역할이 더 많았죠. 토미야스의 공격력에 대해 많은 구너들이 걱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는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일전에도 말했다시피, 이건 토미야스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발전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고, 또 토미야스의 인터뷰처럼 전술적으로 자신의 임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적응력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에 대한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술 분석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오늘 양 쪽 풀백의 로테이션(rotation)은 정말 쉼 없이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지셔널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팀의 기조를 이제 양 쪽 삼각편대 선수들이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센터백은 이제 뭐 거의 상수가 되었죠? 조합 자체도 워낙 좋은데다가, 마갈량의 단단함과 화이트의 전진성이 점점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화이트가 전진하면서 아스날이 전술적으로 이득을 본 것이 엄청 많은데,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타 리그까지 고려하더라도 결코 많지 않습니다. 왜 아르테타가 DM, RB까지 가능한 CB를 그토록 원하고, 보드진에게 화이트 영입을 요청 및 고집했었는지, 오늘 경기를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단점으로 꼽히던 헤딩 능력도 아스날에서의 첫 경기 (그것도 이반 토니가 상대였죠)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전혀 단점으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물론 마갈량이나 토미야스 정도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리그에서 먹힐만한 수준의 헤딩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갈량의 경우에는 이제 너무 안정적으로 항상 잘하니 언급이 오히려 줄어드는 듯 합니다. 이 선수는 이제 프리미어리그식 몸싸움이나 경합에도 눈을 떴다고 봐요. 그래서 참 지능적으로 더 잘 막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일단, 램스데일과 마갈량이 수비에 있어 이 정도의 안정성을 꾸준히 유지해준다면, 아스날의 유럽대항전 복귀는 청신호일 겁니다.

     

    4. 

    아쉬웠던 선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외데고르와 파티입니다. 외데고르는 전술적으로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기에, 못했다라고 할 건 없지만, 경기 중에 뭔가 플레이의 한계가 느껴지는 경우가 잦다고나 할까요. 토미야스를 예로 들자면, 한계가 보이다가도 그걸 넘어서는 장면도 종종 같이 보여주면서, 오 발전할 수 있겠는데? 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외데고르의 경우에는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는 장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쉽습니다. 이를테면 주발 의존도 같은 거죠. 왼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선수인데, 이전에 주발 의존도 글에서 언급했듯이, 그나마 하프스페이스를 주무대로 삼는 선수는 짝발이어도 악영향이 덜하다고 했는데요. 오늘 같은 경우에는 외데고르가 단순히 하프스페이스에서만 머물지 않고, 엄청난 로테이션을 돌았기 때문에 짝발 문제가 꽤 도드라졌습니다. 특히 종적인 전진 패스를 받는 상황에서 본인의 몸방향이 시야 확보를 위해 경기장의 왼쪽으로 돌아서 있기 때문에, 하프턴할 때 퍼스트터치를 오른발로 가져갈 때가 많아요. 그러니 첫 터치가 튀는 경우가 많고요. 또 템포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게, 자신의 주발에 공이 걸리면, 템포를 무리하게 빠르게 가져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몸의 밸런스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빨리 왼발 패스가 나가니, 상대가 예측하기는 어려운 타이밍이라는 장점은 가지지만, 동시에 패스 정확도나 높낮이 조절이 아주 섬세하지는 않을 때가 많아요. 반면에 오른발 패스 타이밍에서는 오른발이 안 나가기 때문에 템포가 반대로 엄청 느려지죠. 즉, 템포의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선수입니다. 이건 아르테타가 빠른 시일 내에 교정해주길 바랍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자면 외데고르의 역할도 오늘 꽤 중요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오늘 전술적으로 기존의 라카 대신 외데고르를 기용한 이유도 명확했고, 그만큼 위아래를 오가면서 볼의 흐름에 윤활유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말한 단점이 발현되는 장면 외에는 그럭저럭 그 역할을 괜찮게 수행했고요.

    한편, 파티의 경우에는,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라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리버풀 전 이후에도 레드존 칼럼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듯이 적어도 뉴캐슬 정도의 팀을 상대로는 이 정도의 모습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야 해요. 특히 오늘은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역할(약간은 원볼란치 느낌이 있습니다)로써 후방+센트럴 스페이스에서 조율하고, 역습 차단하며, 포백 보호하는 역할이었는데요. 너무 쉬운 패스들에서 미스가 많습니다. 상대의 압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느 정도냐면 오늘 패스 성공률이 삼비보다도 훨씬 낮고, 외데고르와 비슷합니다. 이 둘은 파티보다 훨씬 도전적인 키패스를 많이 날린 선수들이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패스 시도가 높은 파티의 입장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히 좋지 않은 지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수비적으로는 여전히 좋은 모습과 공중볼에서의 기여도 괜찮았습니다만, 파티에게 이 정도의 한정적인 역할과 모습을 바란 것은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최근의 부상 여파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거라 보고, 다가오는 맨유전까지 폼을 빠르게 회복한다는 시급한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해야 할 것 같아요.

     

    5.

    측면 포워드는 확실히 사카가 빛이 났죠? 예전부터 이야기했지만, 현재 아스날 선수단 내에서 공을 잡은 상태로 속도 없이도, 앞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만한, 파괴적인 종횡 돌파 능력을 가진건 사카가 거의 유일합니다. 특히 사카는 매 경기마다 거의 상대 둘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죠.(오늘은 전술적 로테이션이 잘 되었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덜 했습니다) 슈팅을 가다듬어 공격포인트를 더 쌓는 방향으로의 발전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건 아스날에 좀 더 제대로 된 좋은 스트라이커가 갖춰졌을 때 이후의 이야기라고 보고, 현재로서는 팀이 사카에게 기대는 측면도 많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부상 우려가 있는데, 제발 부상이 아니거나 가벼운 통증이길 바라네요.

    로우의 경우에는 최근 경기에서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말도 조금 나오는 편입니다만, 쟈카가 없는 상황에서 로우가 상당히 희생적인 롤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로우가 희생하기에 아스날의 왼쪽 빌드업이 여전히 무리 없이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또 누노가 활개칠 수 있는 이유 역시 로우 덕분입니다. 로테이션에 대해 누구보다도 완벽한 이해를 갖고 있고, 본인이 공간을 스스로 창출하지 않더라도, 동료가 공간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똑똑한 포지셔닝을 하는 선수죠. 이게 경기 중에는 통상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플레이기 때문에, 로우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생각되겠지만, 로우의 영향력은 여전히 꽤 큽니다. 다만 로우 역시 더 좋은 스트라이커가 영입되거나, 혹은 쟈카 복귀 or 더 좋은 3선 영입이 있을 시, 희생적인 롤을 좀 더 줄이고, 공격 쪽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식의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게 될 테고 그런 환경을 겨울,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6. 

    결론적으로 대패 이후 바운스백 성공과 더불어 아르테타식 텐백 부수기 능력을 목격할 수 있는 좋은 경기였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감과 더불어 골결정력을 끌어올리고 골맛을 봤어야 하는 오바메양이 한층 더 부진의 늪으로 빠진 것 같아 우려도 있습니다. 라카제트가 제대로 된 대안이 되기에는 슈팅 타이밍이 너무 느리고, 침투가 적다는 단점을 후반 교체 이후에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고요. 톱 자원들의 질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르테타가 이번 경기처럼 전술적으로 커버 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약팀이 아닌 상대, 이를테면 당장 다음 경기 상대인 맨유를 상대로는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 게다가 원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사카의 부상은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큰 타격이 될 가능성이 있고요. 

    물론 마르티넬리의 부활 가능성과 직선적인 우측 윙어가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들, 그리고 누노와 삼비가 멘탈 붕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 경기만에 이를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피드백을 보여준 점, 램스데일과 마갈량, 화이트를 위시한 후방에서의 수비적 단단함 등은 위와 같은 우려와 동시에 기대감을 들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과연 아르테타가 이런 긍정적 요소는 증폭시키고, 우려될만한 부정적 요소는 최소화시켜 맨유 원정에서도 승점을 챙길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새로운 랑닉 임시감독이 아스날전을 지휘할지 여부를 잘 모르겠네요. 지휘한다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반응형

    댓글

ⓒ 2022. 응무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