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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단 경기 리뷰 (vs 노리치 시티)
    Arsenal/Talk 2021. 12. 2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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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스날이 기세를 몰아 5대 0 완승을 거두면서, 이제는 원정에 대한 우려마저도 조금씩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노리치가 강등권 팀이긴 하지만, 리즈전에 이어 원정에서의 승리를 계속 이어나가는 건, 분명 선수들의 원정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있어 의미가 있고, 뿐만 아니라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4골, 5골을 득점하며 대승을 거두고 있기에 더 고무적입니다.

    덕분에 어느새 한참동안 마이너스(-)였던 득실차가, 플러스(+)로 변환된 것도 모자라, 두 자릿수를 진입을 앞두며 리그 4위에 올라 있는데요. 물론 당장의 울버햄튼전이 연기되면서, 다음 경기가 맨시티전이 된 만큼, 득실차 10을 넘는 것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그래도 아스날이 과거에 깎아먹었던 것들을 최근에 여러 방면에서 만회하고 있다는 점은 박수쳐줄만한 일입니다.

    공격력도 마찬가지죠? 그렇게 공격력 빈곤으로 욕먹던 아스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연히도 오바메양이 제외된 이후부터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는 아무래도 오바의 닥주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몇몇 선수들에게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에 대한 각별한 노력, 라카에 맞춰 433 형식으로 완전한 새 틀을 마련한 아르테타, 그리고 그 틀 안에서 선수간, 전술 간 로테이션을 체화한 선수들의 발전, 누군가의 득점에 의존하는 분위기보다는 서로 너나 할 것 없이 동료를 위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는데 힘쓰는 이타적인 플레이들이 모이고 모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짚은 '동료들을 위한 환경 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아주 도드라진만큼, 이 또한 별개의 경기 분석 칼럼으로 다루려고 하는데요. 이 분야에서 최근 돋보이는 선수들이 바로 외데고르, 라카제트, 쟈카입니다. 이 셋은 소위 '환경maker'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저 중에서도 더 눈에 띄는 건 쟈카입니다. 왜냐하면 나머지 두 선수는 애초에 온더볼이 꽤 좋은 선수들이니, 마음만 먹으면 이런 플레이를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쟈카는 그렇지 않지요. 온더볼이 뛰어나지 않아,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서는 오프더볼에 치우쳐 기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기여는 더 힘듭니다. 활동량도 많이 요구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쟈카가 이런 환경maker로 뛰는 건 정말 의외예요. 이 선수는 보통 자기가 주인공, 팀의 중심이 되어야만 활약하던 선수에 가깝습니다. 즉, 본인이 환경maker가 되기보다는 주위에 본인을 뒷받침해주는 환경maker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지요. 실제 국대든, 묀헨글라드바흐든, 아스날이든 그런 식으로 뛰어왔고요. 그런데 최근의 쟈카는 말 그대로 완전한 보조자에 가깝습니다. 이젠 스스로 환경maker가 된 셈인데, 그러면서도 경기 전반에 대한 영향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새삼 쟈카 권위자 아르테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요. 장기 부상 직후에는 선수 개인의 폼은 다소 떨어져 보였으나, 최근에 아르테타가 쟈카를 쉴 새 없이 굴려대기 시작하면서 선수의 폼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 굴릴수록 폼이 올라오는 유형이라는 것 역시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하튼 오늘 경기에서는 이런 환경maker들의 활약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 바, 이에 대해서는 경기 분석 칼럼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경기 내, 외적인 기타 이야기 및 선수 평가를 이어가겠습니다.

     

     

    2.

    일단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스날도 나름의 방역 체계를 통해 이 시국을 잘 헤쳐나가나 했는데, 경기 직전 나일스, 세드릭, 토미야스의 양성 판정 소식이 있었죠. 어떻게 걸려도 우측 풀백 포지션이 한 번에 싹 나가리 되는 바람에, 화이트가 RB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토미야스가 심하지는 않더라도 부상 우려가 있었기에, 적어도 울버햄튼전까지는 휴식을 줄 것으로 예상했고, 그렇다면 그 자리를 세드릭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았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걱정이 많이 되었죠. 전통적인 풀백으로서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못한 세드릭이 나와서 오버래핑할 경우, 기존 사카-외데고르 라인과는 합이 안 맞고, 공수에서 밸런스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컸으니까요. 차라리 나일스가 나와서 토미야스의 인버티드 풀백 롤을 그대로 수행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일스는 또 RB를 싫어하니..

    따라서 의외로 가장 좋아 보이던 게, 화이트를 RB로 쓰고 홀딩 RCB를 쓰는 방안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 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토미야스가 못 나온다면, 이 조합을 실험해볼 수 있었던 것이 호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결론적으로 화이트는 토미야스 역할을, 원래 제 옷인 마냥 꽤 자연스럽게 잘 해냈는데, 이게 바로 화이트를 비싼 돈 주고 영입한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소화 가능한 포지션의 다양함을 비롯해, 어디서든 후방 빌드업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좋은 수비력과 패스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주력도 준수하고요.

    게다가 특유의 장점들을 활용해 되려 토미야스가 하기 힘든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능력치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어쩌면 아르테타가 원하는 인버티드 풀백에 가장 알맞는 프로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화이트 RB의 경우에는, 선수가 앞으로 포지션에 좀만 더 적응한다면 (다음 시즌 살리바의 행방 여부에 따라) 아스날의 필살기 카드가 될 수도 있어 보여요. 물론 올시즌에는 토미야스의 부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일이 적을수록 좋겠지만요.

    화이트 특유의 과감한 대각 롱패스 빌드업 능력
    토미야스에겐 보기 힘든 좁은 지역에서의 화이트 특유의 전진 드리블
    토미야스보다 더 강한 발목힘을 통한 롱패스 반대전환 시도

     

    물론, 위의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가끔 어이없는 실수는 갑작스러운 RB 출장에 비추어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부분은 또 대신 CB로 나온 홀딩이 잘 처리해주면서 갑작스레 형성된 조합 치고는 서로를 잘 보조, 보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들이 대단한 케미를 보여준 건 아니었지만, 팀이 코로나로 위기를 맞았음에도 별 무리 없이 되려 대승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스쿼드에 있어 이런 유연함과 융통성을 추가해줄 수 있는 화이트 같은 소중한 자원 덕분이라는 건 자명합니다. 이런 선수 보유하고 싶어서 보드진에 땡깡 부렸을 아르테타의 심정이 확실히 이해가 갈 수밖에요 ㅎㅎ 아마 이번 경기까지 해서, 화이트의 이적료(50m)가 아깝다고 느낄 구너들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점은 아스날의 최근 경기들에서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라는 겁니다. 플레이 자체가 소심하고, 심판에게 어필도 잘 안 하고, 상대 선수와의 신경전도 웬만하면 기피했던 과거의 아스날과는 달리, 최근 아스날은 이런 점에서도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죠.

    제가 이 글의 대표 사진으로 화이트의 저 사진을 선정한 이유도 그렇습니다. 저런 식으로 어느 팀을 상대하든 마치 전쟁 치른다는 마인드로 악바리 같이 임하는 자세가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구너들이 바라 왔던 태도였을 겁니다. 이전의 아스날은 이런 마인드가 북런던 더비 같은 특정한 경기에서만 발휘되었었죠. 그러나 이제는 강등권 팀을 상대로도, 한 경기 한 경기 사력을 다해 승점을 확보하고, 챔스권 경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불타는 의지력이 생긴 것 같달까요. 아르테타가 승리는 습관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옳은 말입니다. 지고는 못 배기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건 참 좋은 징조입니다.

    그리고 심판에 대한 어필 역시 궤를 같이 합니다. 비록 쟈카가 또 경고를 받긴 했지만, 심판에 대한 적절한 항의도 프리미어리그에서만큼은 필수적입니다. 에버튼전처럼 심판의 운영 여하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에, 이를 적정선에서 방지할 필요가 있죠. 이 부분을 어느 순간부터 베테랑들이 잘 지적하고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고요. 다만, 쟈카의 경우에는 쓸데없는 걸로 카드를 받는 경향도 분명 있는 게 사실이지만, 너무 심판들이 쟈카에게는 카드를 쉽게 내드는 경향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괜히 거친 반칙을 하고도 아무 조치를 받지 않는 선수들에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쟈카를 대입하여 쟈카였으면 퇴장이었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니지요. 제 생각에도 몇몇 해외 선수 및 특정 선수에 대한 심판들의 지나친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쟈카는 다소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보다 똑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의 같은 것도, 앞장서서 나서기보다는, 웬만하면 조절할 필요가 있겠죠. 네이션스컵 기간에 안 그래도 얇아질 3선 뎁스에서 쟈카의 경고 누적에 대한 관리 역시 필요할 테니까요.

     

     

    3.

    전술적 큰 틀을 간략히만 보자면, 오늘 역시 아스날이 최근 해오고 있는 대로, 여러 전술 간 로테이션 및 혼용이 있었습니다만, 갈수록 433으로서의 비중이 꽤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쟈카가 올라가는 대칭 235의 모습도 공격에서 자주 보이고요. 

    물론 전술 및 포메이션에 있어 경기당 433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일 테지만, 그럼에도 결국 제 생각에 아르테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던 목표가 433이었기에, 이에 근접해 나아갈수록, 완성도도 높아진다고 보고 있는데요.

    따라서 433 형태의 새로운 틀을 짠 이후부터 다득점이 이어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4231보다 공격적인 밸런스를 갖추기에 용이하며, 비대칭 235와 대칭 235를 번갈아가면서 경우의 수를 늘리고, 무엇보다도 톱을 라카제트로 교체하면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라카제트, 외데고르, 쟈카를 환경maker로 적극 사용하며, 팀원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죠. 

    사카 같은 경우가 아주 좋은 예시입니다. 사카는 늘 하던 대로 이번 시즌은 꾸준히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만, 조성되는 환경이 다르니까 최근에 공격포인트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죠. 이건 사카가 어떤 개인적인 스텝업을 이뤄서라기보다는, 단순히 공간만 주고 알아서 일대일 하라고 방관하던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그 일대일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게끔 주변 동료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주고, 이에 따라 사카가 기존의 질적 우위를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한 해석이라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페페의 경우에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몰고 들어오며 슈팅하는 패턴이 10점 만점에 8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 좋은 공격 루트이지만, 다양성은 떨어지는 반면, 사카의 경우에는 중앙 들어오며 슈팅, 직선 돌파 후 약발 크로스, 횡적으로 들어오며 쓰루패스 등 여러 개의 선택지를 보유한 스타일입니다. 다만 이런 여러 가지 선택지가 모두 6 정도로 하나하나의 위력이 세진 않았는데, 동료들이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조성해주며, 이 위력이 한 단계 업되며 모두 7로 강화된 셈이죠. 8짜리 무기 하나 가진 선수와, 7짜리 무기 서너 개 가진 선수의 전술적 효용 가치는 당연히 후자의 압승일 겁니다. 

    이런 433 혼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또 하나 좋은 점은 전개에 있어 아스날의 중앙 활용 빈도가 덩달아 높아진다는 겁니다. 에메리 시절은 물론이고, 아르테타의 지난 시즌까지 계속되던 측면 위주의 빌드업과 U자 루트 빌드업은 중앙에서의 숫자가 부족하다는데 기인했는데요. 433을 기반으로 하면서 역삼각형 3미들은 물론, 라카제트까지 꼭짓점을 더해주면서 중앙에 4명이 위치하게 되고, 이를 통해 중앙을 거쳐가는 패스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이건 빌드업, 전개 국면뿐만 아니라 마무리 국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당연하게도, 통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존14 엔트리 패스라든지, 또는 제가 말한 좀 더 넓은 범위에서의 레드존 활용도 역시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다.

     

     

    4.

    선수 평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라카제트는 오바메양 징계 이후 톱으로 나오면서 꽤나 꾸준히 일관성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중입니다. 물론 너무 내려와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굳어지면서 스트라이커로서의 본분인 득점력 자체는 떨어졌다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일단 2선 자원들이 앞다투듯 좋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그러한 단점이 다행히도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연히 이들의 득점력 증가에 라카가 기여하고 있는 바도 크고요.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PK 획득에서도 라카제트의 노련함과 영리함이 돋보이는데요. 특유의 엄살 섞인 좋은 리액션과 허슬 플레이들이 잘 섞이면서 박스 안에서 반칙을 유도해내거나, 지난번 리즈전에서의 마르티넬리 선제골에 기여한 것처럼 볼을 예상 못하는 시점에 끊어내면서 박스 내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죠. 덕분에 라카제트의 재계약에 관련한 소식도 슬금슬금 나오는데요. 일단은 아스날이 1년 계약을 제시했다는 루머가 있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고려했을 때, 2년이 상한선인 데다가, 주급은 지금도 높은 편이라 재계약 가능성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그러나 최근 경기력을 감안할 때, 아스날이 라카를 보내고 스트라이커를 새로 영입한다면, 기존의 오바메양 스타일보다는 라카제트와 유사한 스타일을 고려할 가능성도 이제는 충분해 보이고, 이런 측면에서는 PL 내에서 비슷한 링커 유형으로 활약하고 있는 아이반 토니 같은 선수를 눈여겨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스날이 가장 원하는 건, 오바메양과 라카제트의 장점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컴플리트 포워드겠지만, 이런 유형은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매우 비쌀 겁니다)

    사카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현 아스날 내에서 가장 유니크한 본인만의 특색과 장점을 갈수록 잘 살리고 있습니다. 주변 동료들의 도움은 반복해서 말하니 차치하더라도, 그런 도움을 결실로 맺어내는 건 결국 선수 본인의 몫이니까요. 더욱 고무적인 건 이제 본인이 가진 선택지를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활용하고, 어느 땐 활용하지 않는 게 낫는지에 대한 판단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본인의 아이솔레이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시절의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정신적으로 편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텐데요. 원인이 뭐든 간에,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무리하지 않고 뒤로 내주고, 해야 할 땐 선택지를 우물쭈물하지 않고 빠르게 선택해서 결단력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건 장기적으로도 아주 좋은 방향성입니다. 사카의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오던데, 개인적으로는 빠르게 잡아야 할 필요가 있는 선수라는 생각입니다. 이 선수는 타 팀에서의 수요가 엄청 많을만한 유형이거든요.

    외데고르는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우측이 토미야스 대신 화이트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빌드업에서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특히 오늘은 날카로운 전진 쓰루패스보다는 반대 전환에 주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미야스보다도 공격적인 오버래핑 및 크로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화이트가 RB인만큼, 반대쪽의 티어니의 전진성과 공격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스날의 우측 과밀화 이후, 왼쪽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유독 더 큰 경기였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티어니의 골장면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한창 연속 득점을 이어갈 때, 저는 외데고르가 이제 득점보다는 어시를 쌓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본인 스타일에 더 부합하기도 하고, 득점처럼 한 번 어시에 물꼬가 트면, 패스 감각과 자신감도 살아나면서 여러 모로 좋은 영향이 있을거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외데고르가 그 과정을 그대로 밟아나가고 있는걸 보니, 정말 뿌듯합니다. 외데고르는 성격도 그렇고, 잠시 라카제트에 밀려 벤치로 밀려난 기간에, 상당히 이를 갈고 자신의 단점에 대해 분석해온 티가 역력하며,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지금도 여전히 보완할 부분들을 수정해나가면서 성장 중인 선수입니다. 이제는 마음이 급하지 않으니, 이전에 제가 지적했던 밸런스 망가진 상태에서 쓸데없이 빠르게 나가는 패스들이 많이 사라졌죠. 라카가 내려갈 때 그 공간을 채우는 움직임이나, 사카를 돕기 위한 언더래핑 오프더볼 무브는 말할 것도 없고요. 다만 박스 아크서클 부근에서 컷백을 노릴 때, 마르티넬리 같은 선수와 동선이 겹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런 부분은 피드백을 통해 서로의 역할 분배를 확실히 하여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길 바랍니다.

    마르티넬리는 오늘 아쉽게 오프사이드로 골이 무산되긴 했으나, 여전히 언제든 날카로움을 뽐낼 수 있으며, 수비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라카제트와의 스위칭 움직임도 확실히 익숙해진 모양새고, 이제는 주전으로 자주 나오면서 90분 풀타임을 견디기 힘들어 보이던 몸 상태도 점점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사카만큼은 아니더라도, 좌측면에서도 나름의 아이솔레이션 공격이나 드리블 옵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입지를 지니고 있고, 실제로 매경기 꾸준히 골망을 흔들고 있습니다. 아르테타 역시 이를 높게 평가하면서 로우를 벤치에서 쉽사리 선발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좋은 선수를 갑작스레 벤치로 내릴 이유도 없거니와, 로우 역시 충분히 이런 상황을 이해할만큼 마르티넬리가 잘하고 있다고 보기에 아직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로우의 업템포 기질과 공간 이해도가, 70분 넘어 지친 체력을 기화로 한 상대의 느슨한 수비에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 당분간은 이러한 선수 기용을 이어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사카, 말티가 교체되면서, 울버햄튼 전에서는 외데고르 대신 로우를 공미로 기용하는 방안을 꾀한 것으로 봤습니다만, 경기가 연기되었네요. 이렇게 나올 시 톱에는 은케티아, 중앙에는 쟈카 대신 로콩가를 오랜만에 실험해볼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습니다.)

    쟈카는 이제 전술적인 부분에서의 기여를 넘어서, 선수 개인의 폼도 슬슬 올라오고 있는 듯합니다. 이전처럼 그림 같은 패스들이 쫙쫙 나온다기보다는, 보다 윤활유 같은 역할을 적절히 해준다라는 감상평이 나오도록 플레이스타일이 변화된 느낌도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쟈카를 주연급 비중으로 사용하거나, 빌드업 부담을 쟈카에게 많이 지우는 것보다, 최근처럼 조연으로 활약하되, 여러 군데에 영향을 끼치면서 기존의 비중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 작금의 방향성이 좀 더 옳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너무 올려 쓰면서 위험성 역시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강팀을 상대로는 이러한 방식이 그대로 먹히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죠. 그러나 아스날이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팀을 상대로는, 이러한 변화가 팀을 전체적으로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이를 통해 약팀 잡아내는 방법을 더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임에는 분명합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결국 챔스권은 약팀을 누가 확실하게 잡아내느냐의 싸움이기도 하고, 약팀을 간신히 잡아내는 것과 대승으로 잡아내는 건 분위기 및 득실차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니까요. 여전히 한계는 확실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한계를 여러모로 극복해내려는 노력이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에게도 물씬 느껴지는 만큼, 일전의 몇몇 사고들과는 별개로, 그래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파티 역시 쟈카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아주 더딘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드디어 오늘은 썩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평할 수 있을 만큼의 컨디션으로 회복한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컨디션이 다시 올라오려고 하는데, 네이션스컵 차출이라 조금 짜증 나기도 하는데, 어쩜 이렇게 아다리가 안 맞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올린 컨디션을 바탕으로, 국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부상 없이 폼을 더 끌어올린 상태로 복귀한다면, 남은 시즌에 분명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특히 오늘처럼 433 형태의 전개가 뚜렷해질수록, 아르테타가 애초에 파티를 본인이 추구하는 6번 자리(원볼란치)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거라는 추측이 점점 더 짙어집니다. 사실 이런 포지셔널 플레이 기반에서 6번 홀딩 선수가 가져야 하는 능력은 수비뿐만 아니라, 볼 전개도 중요한데요. 볼 전개가 뻔하지 않아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주로 illusion of passing이라고도 표현하는데, 부스케츠가 이 분야 최고봉인 이유가, 바로 몸의 방향과 패스의 방향이 다르게 나가기 때문이에요. 예전 바르셀로나 경기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알 텐데, 부스케츠는 몸은 측면으로 향하면서 정작 패스는 중앙으로 나가는 플레이를 상당히 즐겨하고, 유독 잘합니다. 이게 포지셔널 플레이에서 더 중요한 이유는, 동료들이 능동적으로 좋은 포지셔닝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빌드업 패스의 예측 불가능성까지 더해지면, 그 포지셔닝이 배로 효과를 낼 수 있음에 기인합니다. 파티가 꼬마 시절부터 의외로 잘하던 게 이런 패스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 거죠. 아르테타는 이런 부분에서의 장점을 높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고요. 한동안 폼이 안 좋을 땐 이런 패스가 잘 안 나오고, 나오더라도 패스가 부정확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이런 패스들이 몇 번 정확하게 나왔습니다.

    한창 파티 폼이 괜찮았을 때 종종 나오던 이런 형태의 패스 fake를 말합니다
    오늘 나온 illusion passing의 형태. 몸은 오른쪽 전개 방향이지만, 정작 진짜 패스방향은 왼쪽 마르티넬리를 향합니다. 비록 끊겼지만 상당히 좋은 시도고, 포지셔널 플레이에서는 이런 류의 패스가 6번으로부터 많이 나오거나 시도될수록 좋습니다. 다만 정확도는 높여야겠죠
    비슷한 플레이. 이미 능동적으로 포지셔닝하는 외데고르에게 이런 패스 방향 fake까지 더해진다면 상대는 볼을 커트해내기 더 힘듭니다

    다만, 여전히 파티가 433 원볼란치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자원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는 더욱 그렇겠죠. 애초에 433 형태의 빈도를 높이려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지배력이 뒷받침될수록 좋습니다. 양 메짤라와 제로톱이 하루종일 상대의 중앙을 괴롭히고, 양 윙어들은 엄청난 적극성을 기반으로 측면에서 압박 및 수비가담까지 이루어져야 하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은 누가 뭐래도 원볼란치겠고, 가히 만능에 가깝게 모든 걸 다 잘해내야만 합니다. 그만큼 까다롭지만, 선수단의 질과 적절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강력함을 뽐내기도 하는 포메이션이니, 앞으로의 아스날이 파티를 중심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쟈카가 있는 이상, 언제나 완전히 433형태라기보다는 4231이 혼용될 여지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운용이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다고 보기에, 굳이 433으로의 완전한 변환을 꾀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5.

    수비는 화이트의 경우에는 앞서 다뤘으며, 홀딩도 그냥 오랜만의 리그 선발 출장치곤 무난했고, 마갈량과 램스데일은 그냥 상수 그 자체로 맨날 잘하는 바, 딱히 추가할 내용이 적습니다. 티어니에 대해서만 간략히 언급하자면, 본인이 왼쪽 측면을 완전히 짊어지던 독박 축구에서 벗어나, 이젠 쟈카와 그 역할을 배분하고, 때론 역습 저지선에서의 미드필더 역할까지 겸하면서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역할을 분배했다고 하여 티어니의 공격성이 죽은 것도 아니라는 게 이번 경기 득점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고요. 뿐만 아니라, 심판이 어이없을 정도로 간과한 핸들링 파울까지 고려한다면, 이런 식으로 적절하게 올릴 땐 올리고, 내릴 땐 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인 사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한편, 아스날은 울버햄튼전이 자의적인 요청이 아닌, 타의적인 요청에 의해 연기되었는데요. 워낙 경기 사이의 텀이 짧은 지옥의 일정이었기에, 오히려 아스날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저 역시 비슷하고요. 아무리 최근의 분위기와 흐름이 강력하다지만, 48시간 텀으로 선수를 갈아가면서 경기하는 건 장기적으로도 좋지 않을 수 있고, 상대도 버티는데 능한 울버햄튼이라는 까다로운 팀이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경기 연기로 생긴 여유시간이, 확산의 여지가 있는 코로나를 내부적으로 다시금 점검하는 시간 + 12월에 열심히 달려온 선수들에게 꿀맛 같은 휴식 기간으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따라서 다음 경기는 새해를 맞이하면서부터 맨시티라는 강력한 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더 무서운건 맨시티는 현재 리그 9연승 중입니다...) 아무리 극초반 스쿼드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지만, 원정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었던 바, 이번에는 홈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 지더라도 맥없는 경기를 펼치지 않길 바랍니다. 혹여나 승점을 1점 이상으로 획득할 수 있다면, 상당한 성과가 될 것이니, 선수들도 큰 부담 없이 본인들의 흐름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네요.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테 감독을 앞세운 토트넘이 바짝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스날은 이제 득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합니다. 이제부턴 아무리 강팀을 상대하더라도, 이전처럼 대패하는 케이스가 나오면 안 되겠죠. 아르테타는 맨시티를 상대로도, 현재 분위기 좋은 아스날의 능동적인 축구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개인적으로도 이게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강팀을 만났을 때 어떻게 본인들의 축구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대할 수 있는지 그 공략법을 배우고, 터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맞더라도 이건 필수 과정인 셈이죠. 물론 승점 1점, 1점이 중요하니 실리를 챙기자는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실리를 챙기는 건 팀의 뼈대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을 때라고 보고, 이제는 실리보다는 팀의 뼈대에 살을 입히는 단계라는 입장입니다. 그 과정에서 살이 좀 찢어지는 걸 염려해 다시 뼈대 구축 전으로 돌아가는 건 다소 아쉽기도 하고, 만약 실리를 챙기기 위해 갑작스럽게 텐백을 구성했는데도 패배한다면, 그야말로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팀의 방향성의 측면에서도 전진보다는 후퇴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게다가 어차피 능동적으로 텐백을 하지 않더라도, 저런 팀과 경기를 하다보면 아스날은 본인의 지배력을 어느 정도 잃고 수비에 몰리게 되어있습니다 ㅎㅎ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꽝 하고 부딪혀보고, 그를 통해 뭔가 또 배울 수 있는 점은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리버풀전을 통해서도, 맨유전을 통해서도 아스날이 배운 게 많다는 생각이고요. 그전까지는 10경기 무패였지만 조금 아슬아슬한 경기력에 가까웠다면, 저런 경기들을 거친 이후에는 보다 성숙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결코 우연은 아닐 테죠.

    기분 좋은 대승으로 2021년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매듭지은 만큼, 2022년 새해에도 좋은 소식이 있길 희망합니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코로나에 있어서도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토미야스 같은 중요 자원은 하루빨리 복귀하길 바라고요. 

    경기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조금 이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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