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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단 경기 리뷰 (vs 맨유)
    Arsenal/Talk 2021. 12. 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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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T 원정이 쉽지 않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적어도 질만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전술적으로도 아르테타의 이론에 대한 무리한 집착이 현실과의 괴리를 야기했고,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베테랑 선수들은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으며, 위의 2가지가 합쳐지면서 기존에 잘하던 어린 선수들마저 지금껏 잘 가려왔던 본인들만의 단점을 노출하면서 전체적으로 설상가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리버풀만큼 딱히 날카롭고 완성도 높은 상대는 아니었기에 몇몇 의도한 장면들이 발현될 때(이를테면 아스날 2번째 골장면 등)는 충분히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행운이 따라준 선제골까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경기에서 승점 1점도 획득하지 못하고, 패배를 기록한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사실은 씁쓸하게 패배한 경기여서 저번처럼 선수 평가와 팀전술 분석글을 따로 적을만큼 기분이 좋지도 않고, 평일이다보니 주말에 비해 시간의 압박이 커서, 이번에는 그냥 한 글에서 종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오후 넘어서부터서야 틈틈이 쓰기 시작하다보니, 최대한 많은 양을 다루려고 했으나 다루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

    일단 큰 틀부터 지적해 볼게요. 경기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톱 오바메양을 위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였습니다. 물론 오바메양은 제가 누차 말해왔듯 여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전방 압박이나 수비 기여도는 별론, 올 시즌 적어도 공격적으로 톱의 역할은 온전히 그대로 소화해 왔었습니다.

    '그대로 소화'했다는게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퍼스트 터치 감이 떨어지고, 좌우 분배 능력도 없더라도, 그런 오바메양을 그런대로 믿고 원톱을 시켰다는 거죠. 최대한 중앙에 놓고 오바를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경기, 특히 뉴캐슬 전부터는 톱 오바메양의 단점이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유일한 장점이었던 득점력까지 하락되어 단점이 감당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니, 이를 가리기 위해 주변 동료들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톱 비우기, 제로톱 비슷한 부분 전술이 자주 나온다고 칼럼에서 언급한 게 뉴캐슬전 때부터죠. 뉴캐슬 전에서는 어느 정도 그것이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톱으로 나온 선수가 톱 역할을 못한다는 뜻이므로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이란 거죠. 결코 그러한 전략이 퍼스트 옵션이면 안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단순히 동료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에게 그만큼 추가적인 짐을 얹어주는 겁니다. 즉, 어찌 보면 오바 톱을 고수하기 위해 아르테타가 무리한 전술적 시도를 감행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한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이럴거면 오바 톱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1) 오바 톱을 쓸 거면 그냥 이전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믿고 중앙에 짱박아두면서 좌측, 우측 편대를 각각 살려 어떻게든 오바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낫다는 말입니다. 그 기회를 오바가 놓치든, 득점에 성공하든, 결과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2) 그게 아니고 오바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면, 동료들에게 오바가 짊어져야 할 짐을 나눠주면서 변형을 시도할게 아니라, 아예 오바를 빼고 새로운 틀의 플랜 B를 가동하는 게 낫습니다. (차라리 맨시티처럼 아예 스트라이커 없이 제로톱을 시도하든가요)

    오늘 맨유 전에서의 아르테타의 전술은 정말 이도저도 아닙니다. (1)과 (2)의 어설픈 혼합이었단 뜻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전술이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키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알아서 자멸하는 구도가 생성됩니다. 

     

    오바를 톱으로 내세웠지만 톱이 아닙니다 → 대신 마르티넬리가 대체 톱을 하거나, 로우가 제로톱 역할을 부여받는데, 워낙 짐이 많았던 로우가 또 새로운 짐을 짊어지니 체력적으로 엄청난 부하가 걸립니다 → 로우 대신 왼쪽으로 치우친 오바가 그렇다고 좌측 편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못합니다 → 누노는 고립됩니다 → 그나마 곁에서 도와줄만한 선수가 기동력이 떨어지며 포지셔닝에 단점이 있는 엘네니입니다 → 어찌저찌 파티에게 넘겨주고 오른쪽 전환을 시도하는데, 파티는 기본적인 패스미스를 엄청 자주 합니다 → 외데고르는 어설픈 패스를 스스로의 능력으로 키핑할 줄 아는 선수가 아닙니다 → 볼 뺏기고 주도권 넘어갑니다.

     

    3.

    일단 아르테타의 아이디어 자체를 살펴봅시다. 아르테타가 이론에 입각해 세운 전략은 무엇이었는지부터 간략히 보고, 이걸 이해해야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구현이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도 잘 구분할 수 있읕 테니까요.

    (1) 템포 up의 경우

    템포 up 케이스에서의 아이디어 및 루트는 아스날 팬이라면 선발 라인업을 보고 거의 대부분 예측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 역시 마르티넬리가 정발 윙어로서 앞에 공간이 넓어질수록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전 티어니와 누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주발 관계상 외데고르와 짝을 이루고, 좌측을 Overload 시킨 다음에, 넓어진 우측 공간으로의 빠른 반대 전환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특히 템포 up 시의 공략 루트가 실제 경기에서 잘 구현된 장면이 바로 2번째 득점 장면이죠? 거의 이론적 아이디어가 그대로 피치 위에서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움짤로 확인해보시죠.

    ① 누노, 엘네니, 로우, 오바가 다 좌측으로 치우치면서 과밀화 만든 다음, ② 슬금슬금 올라온 파티에게 로우가 리턴패스, ③ 그리고 파티가 넓혀진 우측 공간의 마르티넬리에게 빠른 전환 패스, ④ 마르티넬리의 크로스를 외데고르가 받아먹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 루트 역시 득점 장면을 제외하면, 제대로 구현된 장면보다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장면이 더 많았습니다. 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이하에서 따로 추가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2) 템포 down

    한편, 템포 down의 루트는 기본 아이디어 자체가 여러 선수들의 로테이션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①기존의 누노-엘네니-로우 좌측 편대에서 로우가 중앙으로 빠지고, 오바메양이 대신 들어옵니다. 이 때는 센트럴 스페이스에 파티, 로우가 서게 되면서, 거의 제로톱처럼 포메이션이 형성되죠. 

    ②볼이 중앙으로 전환되는 동안, 로우는 그 사이에 중앙~오른쪽으로 건너갑니다. 다 건너가면, 기존의 외데고르-토미야스-마르티넬리 우측 편대에서 마르티넬리가 빠지고 로우-외데고르-토미야스의 새로운 우측 편대가 형성되죠.

    ③대신 빠진 마르티넬리는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대체 톱이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아이디어가 말이 됩니다.

    일전에 최근 글에서 언급했듯, 저는 최근 아스날의 좌측 편대는 로우가 중심이 되면서 이전보다 공이 잘 도는 '유기성, 안정성'의 색깔을 가지지만, 티어니가 있을 적보다 공격적인 마무리에서의 정교함과 파괴력을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반면, 우측 편대는 사카가 중심이 되면서 '파괴력'과 '정교함'에서는 좋아졌지만, 반대로 공을 돌리는 '유기성, 안정성'에서는 부족하다고 했죠.

    따라서 사카가 부상으로 빠진 마당에, 우측 편대에 더더욱 부족할 유기성을 로우가 대신 채워주고, 그와 동시에 오바메양의 원톱으로서의 단점 및 최근 득점력 하락을 마르티넬리의 대체 톱으로 보완하는 형식의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 생각이란 말이죠.

    다만, 실제 경기에서는 오히려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선수 개인의 폼, 동료들과의 훈련 및 적응 부족으로 인해 뜻대로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좌측 편대의 유기성이 현격히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기존 쟈카 역할까지 분담하면서 '유기성'의 핵심이었던 로우가 이탈하고, 대신 들어오는 게 오바메양이니까 좌측의 장점이던 유기성이 급하락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문제점을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엘네니를 기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좌측에서 볼이 예전만큼 잘 안 돌지만, 그래도 최대한 볼을 안정적으로 돌리면서 우측으로 전환하자는 의도였을까요. (아무래도 삼비는 도전적인 패스 시도가 많고, 경험도 적다보니, 엘네니가 좀 더 안정적이라고 본 듯합니다. ) 그러나 엘네니는 말 그대로 안정적인 패스만 골라해서 안정적이어 보이는 것이지, 결코 편대 자체에 안정성을 부여할만한 선수는 아닙니다. 포지셔닝도 좋지 않고요. 엘네니로 좌측 편대의 유기성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막지 못했습니다.

    '유기성'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누노가 고립되기 쉽다는 뜻입니다. 이러면 누노를 쓸 이유가 없어지죠. 고립되었을 때, 혼자만의 능력으로 윙스페이스에서 1on1을 시도하고, 질 좋은 크로스까지 공급해줄 수 있는 건 누노가 아니라 티어니입니다. 누노는 옆에 팀원들이 도와주고, 로테이션하면서 상대를 교란시키는 상황이 나와야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 경기 장면으로 살펴봅시다.

    위 그림처럼, 마르티넬리는 자꾸 대체 톱 역할로 중앙으로 들어오고, 로우 또한 중앙~우측을 도와주러 좌측을 기존보다 훨씬 자주 비웁니다. 로우의 빈자리를 오바메양이 차지하니까 좌측 편대는 오바-누노-엘네니가 구성하게 되는데, 딱 봐도 공간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로테이션이나 유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여기서 누노가 뭘 할 수 있을까요. 티어니라면 1on1 제치고 크로스 공급까지 가능할 수도 있지요. 워낙 이런 면에서 장점이 많은 선수니까요. 그러나 누노는 주위에 동료가 없다면 활용도가 극히 떨어지는 유형입니다. 결국 누노는 아래 움짤들처럼 허수아비가 되어버립니다. 단점이 오히려 부각된 셈이죠.

    오바메양이 도와주지도 않고, 엘네니도 뭘 해주지 못하니 허수아비가 된 누노
    오바메양,엘네니와 편대를 이루니 할게 없는 누노

     

    두 번째 문제는 로우의 과부하입니다. 오바메양 대신 일시적으로 제로톱 하면서 좌우 분배까지 해야 되며, 우측으로 볼 전환되면 우측 편대를 도와주기 위해 오른쪽까지 움직이고, 또 본인이 비워둔 좌측 편대가 잘 돌아가질 않으니 다시 좌측 편대로 복귀해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오바메양과의 스위칭만으로도 힘든데, 여기에 전방 압박 + 수비 부담까지 있으니, 이건 로우를 너무 혹사시키는 셈이죠. 

    오바가 안 도와주고, 누노가 자주 고립되니 오른쪽 왔던 로우가, 다시 직접 왼쪽으로 가야함

    요약하자면, 오바메양을 톱으로 고수하면서 그 단점을 전술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로우에게 너무 많은 짐을 쥐어준다는 겁니다. 원톱이 제대로 되었다면, 로우가 원톱이랑 스위칭할 일 자체가 없겠지요.

    게다가 뉴캐슬 전처럼 화이트가 올라와 숫자를 맞춰줌과 동시에, 수적 우위를 통한 전술적 프리맨이 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로우가 그냥 쉽게 횡적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즉, 본인이 움직이면 공격 5명 중 1명이 비게 되는 것이므로, 그 상황을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에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하며 빈틈을 메꿔야 했다는 거죠.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는 의견입니다.

    뿐만 아니라 로우가 제로톱으로 여기저기 움직이는데, 동료들이 로우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위의 움짤에서도 로우가 공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빨간색으로 짤 중간중간에 표시)

    그러나 동료들이 2번 좌우 전환하는 동안 로우는 공도 못 만져보죠. 이럴 거면 오바메양이랑 스위칭을 뭐하러 하나요. 오바메양 중앙에 세워두고, 로우가 하던 대로 좌측 편대 주도하면서 유기성이라도 확보하는 게 낫죠. 

    한마디로, 로우의 제로톱에 대해 훈련도 잘 되어있지 않고, 팀 동료들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적응이 덜 된 티가 팍팍 났다는 말입니다. 오바메양 톱을 고수하기 위해 이 정도의 무리한 전술 변형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너무 잦은 개인 실수였습니다. 이것 때문에 아르테타가 준비해온 아이디어 자체가 피치 위에서 실현조차 되지 않았죠. 결국 센트럴 스페이스에 로우와 파티를 배치시키면서 이 둘이 좌우 전환을 빠르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요.

    로우에게는 공이 잘 가지 않아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고 로우 자체도 너무 많은 역할을 소화하다 보니 체력이 더 많이 소진되어 오늘은 로우답지 않게 턴오버도 꽤 많았습니다.

    반면 파티는 공이 자주 갔는데 안 좋은 쪽으로 영향력을 너무 많이 발휘했죠? 패스 성공률도 80%로 외데고르보다도 낮고, 제가 목격한 패스미스만 최소 5회가 넘습니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패스들이요. 오늘은 너무 심할 정도였습니다. 로우처럼 파티에게 너무 무거운 임무나 짐이 부여된 것도 아닙니다. 수비에서는 몰라도, 전개 및 공격에서는 솔직히 그냥 센트럴 스페이스에서 좌우 전환만 정확히 해주면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런 임무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폼이라면, 맨시티의 로드리를 기대하기는커녕 전개 과정에서는 삼비보다도 효율이 떨어져 보일 정도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입니다.

    역시나 유기성 떨어지는 누노-오바-엘네니 좌측 편대가 공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빠른 반대 전환이 필요하겠죠?

    로우와 파티가 센트럴 스페이스를 점유하고 있고, 마르티넬리는 벌써 오바를 대신해 대체 top 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볼이 우측으로 전환되면, 중앙의 로우가 외데고르-토미야스와 함께 우측 편대를 이루면서 공격을 전개할 겁니다. 이게 이론적으로도 맞는 방향이고, 경기장에서 구현하면 됩니다.

    잘 구현되었나 움짤로 확인해보죠.

    너무나 인알한 패스. 나일스라 해도 믿을 정도

    이런 나일스 급의 안일한 패스미스들이 이번 경기에서 유독 많았습니다. 엘네니야 원래 기대치가 없다시피 하지만, 오바메양과 더불어 베테랑에 속하면서 이적료를 생각하더라도 팀을 이끌어야 할 만한 재목이 이런 실수를 계속한다면, 사실 팀이 이기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엘네니에게 패스 받고, 우측으로 건네기만 하면 되는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도 패스미스
    우측 편대 3명이 비어있는데 하필 그 가운데로 줘서 겨우 받게 만드는 패스의 질
    레드존 근처 센트럴 스페이스에서 이런 안일한 패스미스는 굉장히 위험

     

    네 번째 문제는 나름 공을 들인 우측 편대 역시 완성도가 별로였다는 것입니다. 의도와는 달리 로우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유기성이 높아지지도 않았고, 또 외데고르-토미야스가 사카라는 역발 윙어와 플레이하는 것이 익숙해졌던 탓인지, 정발 윙어 마르티넬리와의 호흡이 썩 좋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템포가 up 되지 않을 때 더 도드라졌는데요.

    예컨대 이런 장면입니다. 토미야스가 언더래핑하면, 공 가진 마르티넬리가 횡적으로 움직일 수 있죠. 여기서 마르티넬리는 외데고르에게 공을 주고, 빨간색으로 칠해진 deep 우측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해 공간을 이용해야 할 겁니다. 그 대신 토미야스는 바깥쪽으로 빠져주면서 상대 포백 간격을 넓혀서 마르티넬리를 간접적으로 도와줘야 하죠. 이래야 외데고르는 마르티넬리나, 토미야스 2개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고요.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마르티넬리가 정발이라 터치라인에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토미야스 또한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둘의 동선이 겹치고 맙니다. 외데고르는 완전 패스 타이밍을 잃어버리고, 우측 편대의 효용성이 사라지죠.

    이런 장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파티가 좌우 전환하는데, 오바가 잠깐 내려와서 받는 동안, 마르티넬리가 그냥 바로 대체 톱 역할로서 중앙으로 들어가 버리죠. 오바메양도 외데고르에게 내준 이후,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고요. 콜플레이가 안 되고 마르티넬리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오바-마르티넬리의 동선을 겹치게 하는 이상한 상황을 만든 겁니다. 우측 하프~윙스페이스가 완전히 비었기 때문에 외데고르는 할게 없어지죠. 토미야스가 이를 눈치채고 뒤늦게 돌아들어가지만, 타이밍을 놓친 상태에서 다시 짜 맞추기란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아르테타의 아이디어가 왜 경기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는지 큰 틀의 개념에서 살펴보았고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르테타의 욕심이 너무 과했다"

    오바메양의 득점력에 실낱 같은 희망을 유지하면서도, 마르티넬리가 대체 톱 역할을 깔끔히 소화하고, 로우가 좌, 중, 우를 왔다 갔다 하며 영향력을 펼치고, 고립된 누누가 티어니처럼 해주면서, 엘네니가 안정감 있게 파티에게 볼을 전달 후, 파티의 정확한 반대 전환으로 우측 편대를 활용한다니... 이게 다 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너무 여러 토끼를 잡으려다 되려 다 놓쳐버린 셈이죠. 그나마 딱 아다리 맞게 구현된 게 결국 아스날의 2번째 득점 장면 하나였던 겁니다. 그거 하나 구현하려고 70분 내내 너무 많은 손해를 봤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교체 타이밍도 너무 느렸습니다. 로우의 체력이 고갈된 시점과 더불어 오바메양의 원톱 비우기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걸 더 빨리 캐치해서 변화를 줬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외데고르 대신 라카가 들어오고, 마르티넬리가 왼쪽으로 옮기면서 은케티아와 스위칭하는 공격이 훨씬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또 누누의 고립을 계속 지켜만 볼게 아니라, 티어니로 변화를 주어 고립된 상황에서도 1on1로 뚫어내 크로스를 공급할 수 있는 루트를 활용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일정이 워낙 빠듯해 로테이션을 고려하거나, 티어니의 부상 복귀 이후 컨디션을 고려한 결정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조금 아쉬운 결정임에 분명합니다.

     

    4.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간단히 하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위의 전술 틀 분석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도 겸해졌으니까요.

    스미스로우는 최근 체력적인 면에서 휴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그나마 풀경기를 뛰지 않고 교체된 건 다행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정에 있어서도, 오바메양 톱을 굳이 고수하면서, 로우에게 오바메양의 단점까지 가리라는 짐을 쥐어주는 건 너무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쟈카까지 없어 그 역할을 대신함은 물론, 누노와 로테이션을 돌며 서포팅하기도 바쁜데, 그 와중에 득점을 꾸준히 하면서 공격포인트를 생성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로우를 다시 중앙 공미로 사용하든가, 또는 오바를 뺀 라인업 및 플랜을 새롭게 아르테타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르티넬리는 오랜만의 선발 출장임에도 나름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속도나 드리블 면에서 번뜩이는 장면도 몇 개 있었고요. 다만 본인의 대체 top역할을 너무 기계적으로 소화한 감이 있습니다. 우측 편대에 있을 때나, 후반 70분 이후 좌측 편대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마르티넬리를 오바메양 대신 톱으로 써보는 것이 어떨까 싶을 정도입니다. 유로파 같은 무대가 있었다면, 진작에 실험해볼 수 있었겠지만, 그런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게 참 아쉽네요. 개인적으로는 우측에서 단순히 정발 크로스만 하기에는 너무 중앙 지향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기에, 아예 톱으로 쓰든, 아니면 LW로서 톱과 스위칭하는 역할이 차라리 나아 보입니다. 유기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가면서 로테이션하는데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동료가 창출해주는 공간은 잘 활용하지만, 본인 스스로 동료들을 위해 공간을 창출해줄줄 아는 선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마르티넬리가 LW로 나올 때는, 각자 공간 창출 안 해주더라도 알아서 할일 하는 티어니가 파트너를 이루는 게 나아 보이고, 오른쪽이나 중앙에서 나올 때는 반드시 옆에 로우처럼 미끼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창출해주는 유형의 선수가 주위에 붙어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외데고르와 로우는 이런 면에서 다릅니다.)

    외데고르는 오늘도 한계가 명확히 보였다고나 할까요. 재능에 비해 참 아쉬운 선수입니다. 일단 무리한 태클로 인한 치명적인 pk헌납은 차치하더라도, 그 외에 공을 받을 때의 움직임이나 터치에 있어 생각보다 안정감이 떨어집니다. 이미 언급했듯, 약발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갈 때가 의외로 많은데 그럴 때 통통 튀는 터치가 많고, 공을 받을 때도 너무 기다리면서 받습니다. 라카제트와 비교되는 것 중 하나인데, 본인이 제자리에서 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동료가 패스 주기 편하게끔 능동적으로 공간을 찾아들어가면서 패스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 받자마자 주발에 잡히면, 템포가 극단적으로 빨라지는데, 본인 몸의 밸런스가 잡힌 상태에서 쓰루패스를 날려야 정확도가 살아날 겁니다. 이 부분은 아스날 코치진의 교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로우가 자주 중앙, 우측까지 넘어오면서, 로우와 포지셔닝이 겹치는 장면도 종종 목격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압박입니다. 전방 압박에 있어 오바메양과 비슷한 챌린지식 스타일(뛰어들어가서 볼을 뺏으려하는 식의 압박)인데, 이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오바메양처럼 외데고르가 주력이 빠른 것도 아니고요. 팀에서 2명 이상 챌린지식 압박을 하려면, 완전히 팀 단위로 조직적으로 움직여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거든요. 현재의 아스날은 그냥 최전방 오바메양만 챌린지식 압박을 하고, 나머지는 그냥 대인 마크 또는 패스줄기만 방해하는 식으로 접근하는게 낫습니다. (3톱이 모두 챌린저식으로 들이대는게 리버풀식 압박인데, 이 때 후방 자원들의 기민한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오늘은 오바, 외데고르 둘이 챌린지식 압박을 하는데, 아스날의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압박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차라리 라카처럼 파비뉴 마크한 것처럼, 대인마크를 하면서 '주는 선수'가 아니라 '받는 선수'가 불편하게끔 괴롭혀주는게 더 효과적입니다. 외데고르는 압박을 열심히는 하지만, 잘하는 선수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압박에 대해서도 추후에 따로 시간날 때 별개의 글로 다뤄보겠습니다)

    엘네니는 애초에 기대치가 낮아 개인적으로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딱 원래 본래 실력만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애초에 기동력이 나이 들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고, 너무 안전지향적인 패스를 하기 때문에 현재 아르테타 아스날이 추구하는 로테이션과 전개 국면 이후의 템포 푸쉬 경향성과는 부합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맨유와의 경기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로콩가, 나일스 대신 나올 자원이 엘네니 정도밖에 없다는게 아스날 선수단의 작금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 좁은 지역에서 너무 위험한 짧은 패스들을 하는데, 상대의 압박을 본인만 받는 게 아니라 본인 근처에 있는 선수들도 같이 받으므로 좀 더 책임감 있는 패스를 하거나, 턴을 통해 스스로 압박을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이 압박하는 바로 옆, 뒤 선수들에게 무책임한 짧은 패스를 하여 그 선수가 볼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명 책임전가형 패스라고나 할까요. 물론 이런 문제점이 고쳐질 시기는 좀 많이 지났죠. 이제는 이별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애초에 아르테타가 이번 경기에서 선발로 내세운 이유조차, 상기 언급한 좌측 편대의 안정성 정도 말고는 찾기가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내부적인 선수들의 컨디션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엘네니의 제한적인 움직임으로 로우에게 과부하가 더 주어졌습니다.

    누노는 티어니에 비해 본인이 가지는 단점을 모두 드러내 보였습니다. 유기적인 로테이션이 돌지 않으니, 고립된 상태에서 본인의 한계가 나왔고, 투박한 크로스의 질은 큰 위협 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수비에서도 특유의 튀어나가는 습성 때문에 래쉬포드 같은 직선적, 치달형 선수에게 뒷공간을 많이 내줬고, 이를 항상 커버하던 마갈량에게도 부하가 생겼습니다. 한편, 3선 패스미스가 나오니 반대전환할 때, 특정 시점 이후(대략 후반 60분 이후)부터는 본인이 약발(오른발)을 사용해 직접 반대전환하는 모습이 몇 차례 나왔습니다. 이런 부분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린 플레이였다고 할 수 있겠죠.

    마갈량은 정말 꾸준히 평균 이상의 활약을 이어나가는 아스날 선수입니다. 램스데일과 더불어 거의 유일해 보이는데요. 누노에 의해 부하가 걸렸음에도, 최대한의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커버해야 하는 선수가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 래쉬포드 같은 선수들이었으니 결코 녹록지 않았을 테죠. 

    화이트는 오늘 수비적으로 아쉽고, 패스적으로는 좋았습니다. 파티의 패스미스가 너무 많자, 본인이 직접 롱패스로 우측 편대를 지원했는데 이런 패스들의 정확도가 꽤 높았고요. 다만, 화이트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앞으로 나와 끊어먹는 가로채기형 수비에 더 익숙하고 장점이 있다 보니, 가라앉는 상태에서의 단단함은 마갈량에 비해 안정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오늘도 깊숙한 수비 진형 포지셔닝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하프스페이스로 잘라 침투해 들어오는 프레드 같은 미드필더를 마킹함에 있어 파티, 엘네니, 토미야스 같은 동료들과 적절한 역할 분배 및 위치 선정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 수비는 최근 아스날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인데, 나중에 다룰 시간이 생기면 따로 다룰지도 모르겠네요)

    토미야스는 수비적으로 썩 괜찮았으나, 산초가 워낙 동료를 잘 이용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많이 당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전개 및 마무리 국면에서는 마르티넬리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사카가 교체로 출장한 이후에야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올 시즌 영입된 선수인만큼, 본인이 적응하고, 익숙해진 특정 동료와의 호흡이 좋습니다.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선수들과의 조합에 있어 격차가 있는 것 같고, 이는 추후에 아스날이 경기 일정상 로테를 돌려야만 할 때, 페페, 마르티넬리 등과 결부되어 어느 정도 문제점이 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램스데일은 평소에 비해 킥 정확도가 떨어지기 했으나, 대체적으로 본인의 역할은 했다고 보고, 파티와 오바메양은 이미 위에서 전체적인 틀로 문제점을 짚었으니, 따로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아르테타가 언급했듯 베테랑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둘은 전혀 그러지 못했으며, 되려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감만 얹어주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반등이 필수적일 것이며, 12월 이내에 반등에 실패한다면, 겨울에 무리해서라도 3선과 스트라이커 보강을 하는 게 이번 시즌 한 해 농사에 결정적일 것만 같네요. 지금 수준이라면, 차라리 파티, 오바메양이 네이션스컵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 나을 정도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5.

    결론적으로 오늘 경기는 감독과 선수의 문제가 혼합되어 발생한 안타까운 실패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OT 원정인만큼 승점 1점이라도 따는 것이 소중했고, 그럴 가능성도 높았던 경기를 놓쳐버린 점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또 한 번 4위로 올라갈 좋은 찬스를 본인의 손으로 날려버린 아르테타와 아스날 선수들이, 앞으로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걱정도 되는데요.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최근 잡아야할 약팀은 잘 잡는다는 것 정도? 다만, 이 역시 조금은 불안한 게, 리버풀전 대패 이후, 분위기 반전을 이어나갔어야 하는데, 오늘의 경기는 개인적으로 리버풀전 대패보다도 더 뼈아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테타의 다소 무리한 전술 변형, 여전한 베테랑 핵심 선수들의 부진, 그리고 베테랑이 추가해주는 짐을 나눠 짊어지다가 슬슬 몸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로우&사카 같은 에이스들, 서서히 개개인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포백+골키퍼진까지... 

    아르테타의 경우에는 경기마다 매번 '말이 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긴 하지만, 그게 단순히 '말만 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겠죠. 몇몇 아이디어를 경기장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고, 또 선수들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경기를 거쳐야만 합니다. 올 시즌 들어 포지셔널 게임의 기초적인 면도 이제 막 딱지 뗀 선수들이, 그 응용편을 넘어, 많은 변형까지 소화하게끔 하는 것은 초짜 감독다운 과한 욕심이라는 생각입니다. 강의로 따지면 진도가 교수 혼자 너무 빠르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변형 아이디어를 전혀 실행하지 못하면서 맥없이 자멸할 바에는, 원래 하던 기존의 익숙한 것을 하면서, 설사 단점이 있더라도, 익숙함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할 거 다 해보고 지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결정해야합니다. 오바메양을 넣고 기존 틀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오바메양을 빼고 새로운 판을 한 번 짜볼지 여부를요. 오늘처럼 오바메양 단점 가린답시고, 다른 선수들에게 과부하를 일으켜 좌우 편대의 질까지 하락시키는 '애매한 변형'은 자제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그냥 기존처럼 오바메양을 믿고 중앙에 고정시킨 다음, 좌우 편대의 질을 높이는게 차라리 나아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가 피치 위에서 잘 구현되지 않는다는 게 경기력을 통해 느껴지면, 좀 더 발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플랜A는 그럭저럭 괜찮은 준비력을 뽐내나, 사후 대처에 있어서는 피드백이 느린 편입니다. 이건 경험 부족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축구 철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크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이런 확고한 자신감은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만, 때로는 이런 식의 부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수동적인 축구보다 능동적인 축구를 좋아하는 감독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펩도 쓸데없는 실험과 그에 따른 뒤늦은 수습이 챔스 우승컵으로부터 몇 번이나 미끄러진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고요. 아르테타는 비록 챔스 결승 같은 무대는 아니지만서도, 조금 더 유연함을 갖출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단순 아르테타의 잘못이 아니라, 선수(특히 몇몇)들도 상당한 문제거리입니다. 골잡이는 결정적 찬스에 골을 넣어줘야하고, 핵심미드필더는 패스미스를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일부는 오늘 경기에 대해 아르테타가 첫 골 이후로 내려앉았다고 평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못하게 됨과 동시에 몇몇 개인 선수들의 턴오버들이, 팀으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내려앉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에 가깝습니다. 주도권을 직접 본인 손에서 놓쳐버린 것이니, 상대팀이 점유율을 자연스레 가져가게 된 것이고요. 그런 공짜 점유율을 기반으로, 현재 아스날 수비에서 유독 취약한 부분(하프스페이스와 반박자 느린 침투 선수에 대한 대비)을 맨유가 지독하게 후벼팠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모든 선수가 단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아스날 선수 개개인의 단점을 팀단위 조직력과 유기적인 로테이션 전술을 바탕으로 여태까지 많이 가려왔다는걸, 새삼 느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기존의 이러한 전술이 무리한 변형으로 인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가려져있던 선수들의 단점이 우후죽순 노출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독 눈에 띄던게 오바메양의 단점이었는데, 이 단점까지 가려서 완벽을 추구하는 욕심을 부리려다가, 여러 선수들의 단점이 탄로난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아스날 선수들이 이런 문제점을 어떤 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다시금 익숙해진 팀전술로 돌아가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아르테타가 이번 경기를 교훈 삼아 향후 경기 접근법에 있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만약 대안을 구상한다면 오바메양을 제외한 새로운 판도 준비해올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부디 겨울이적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챔스권 경쟁을 유지하는 상태로 마무리 지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스날 팬분들, 좋지 않은 시간대에 경기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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