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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니와 누노에 대한 이야기Arsenal/Talk 2021. 12. 2. 09:53반응형
1.
최근 티어니와 누노 타바레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전에 티어니가 노예 수준으로 뛰면서도, 그렇다 할 백업 자원이 없던 시절에 비교한다면, 정말 행복한 고민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장단점과 팀 단위 전술 가치를 보유하였음에, 아르테타의 라인업 구성도 한층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실력을 떠나서, 팀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메인으로 해서 간략히 잡담해볼까 합니다. 둘 중 누가 나오는 게 나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할 때에도, 단순히 누군가의 플레이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어서 라는 식의 호불호보다는 팀적인 측면에서 이 둘의 기용이 결정되는 여러 요인들을 축구 내적으로 살펴본다면, 좀 더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일단 티어니가 가진 개인 능력의 장점은 직선적인 돌파와 수준급으로 정교한 러닝 크로스 능력이라 할 수 있겠죠. 특히 윙스페이스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스킬만으로 1on1을 이겨낼 수 있으며, 크로스의 질뿐만 아니라 유형도 다양하게 공급합니다.(누노에 비해 컷백을 영리하게 잘 이용하는 편이죠) 그 외 3백에서 CB 스토퍼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빌드업과 수비력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요. 다만, 에너지 레벨은 좋지만, 피지컬은 다소 부족하고, 윙스페이스 활용 능력이 무지하게 뛰어나지만, 주발 의존도가 높아 그 외의 하프 스페이스나 센트럴 스페이스 같은 다른 공간에서는 쓰임새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조합이 어울리는가. 의외로 아르테타는 왼쪽 편대로 쟈카와 더불어 오바메양을 부임 초~중반까지 붙여놓았었죠. 이건 티어니와 오바메양 사이의 공격에 있어서의 어떤 유기적인 상호 교환보다는, 뭐랄까 그냥 각자 할 일 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오바메양은 주로 횡적으로 움직이면서 하프 스페이스~센트럴 스페이스를 넘나들며 슛으로 위협하고, 티어니는 이와 동선이 전혀 겹치지 않는 다른 루트로써 윙스페이스를 적극 활용해 종적인 드리블과 정교한 러닝 크로스를 공급한 거죠. 둘의 동선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고 둘 사이의 패스가 매우 활발한 편이 아니었음에도, 그 둘이 각자 맡은 역할을 각각 잘 소화했기 때문에, 되려 완전히 다른 동선과 스타일이 '역할 분배'로서의 시너지가 난 겁니다. 사실은 포지셔널 플레이와 유기적인 로테이션이 현대 축구에서 자리잡기 이전까지는 이런 전통적인 역할 분배로 인한 시너지가 더 중요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고요. (예를 들어 만약 스털링 같은 선수가 영입된다면, 좌우 모두 활용되겠지만, 적어도 좌측에서는 티어니와 이런 식의 전통적인 역할 분배 시너지가 나겠죠)
쟈카 역시 티어니, 오바가 각자의 장점을 파이널 써드 지역에 이르러 발휘할 수 있도록, 그 파이널 써드 지역까지의 빌드업 및 패스 공급을 담당하는 위주로 플레이했고, 왼쪽에서의 종적인 패스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으므로 쟈카의 주발에도 잘 부합하는 전략이자 조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때는 잘게 썰어가는 짧은 패스보다는 빠른 템포의 종적인 다이렉트 패스가 많았죠. 예를 들어, 티어니가 후방에서 길게 오바메양에게 찔러주는 역습 패스 한 방에 골이 난다든가, 쟈카가 멀리서 티어니 오버래핑을 향한 종쓰루 패스 찔러주고 좋은 크로스로 득점한다든지요. 다만, 오바메양이 에이징 커브에 따라 본인의 횡적인 위협 무기를 잃으면서 보다 중앙 스트라이커로 기용되고, 그때부터 여러 선수들의 LW 실험이 시작되죠.
그래도 그중 가장 많이 기용된 LW는 아무래도 사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재의 사카는 어느 공간에서 뛰든 위협적인 선택지를 강요할 만큼 성장했지만, 조금 더 어릴 적의 사카는 윙~하프 스페이스에서 왼발 정발 윙어로서의 크로스가 주무기였죠. 결국 여기서도 티어니-사카는 각자 본인의 주무기를 윙스페이스, 하프 스페이스로 나눠 분담 공략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카 대신 왼쪽으로 페페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 이 때도 엄청난 유기적 로테이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로테이션이 종종 목격되던 시절입니다. (쟈카가 하프 스페이스로 올라가서 크로스를 한다든지, 티어니가 들어와 슛을 하는 식)
여하튼, 이것 역시 기본적인 442에서 많이 나왔던, 딱 전통적인 공격 방법(퍼거슨 류)이랄까요. 게다가 쟈카까지 더해지면서, 왼쪽 편대는 사실상 모두 왼발잡이 & 모두 종적인 패스나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너무 단순할 정도로 심플했지만, 세 선수 모두 킥의 정확도에 있어 아스날 순위권 내에 드는 선수들이었으므로 킥의 '정교함'과 '파괴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설픈 복잡함보다는, 심플함이 훨씬 빛나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대신 중앙이나 오른쪽은 저들의 크로스를 받아먹기에 용이한 오바, 라카, 페페 같은 선수들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유효한 효과를 본 겁니다. 다만, 빌드업이나 공격 전개 대부분이 좌측으로 쏠리는 비대칭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3.
반면 누노가 가진 개인 능력의 장점은 피지컬(몸빵이든 순간 스피드든)과 전진 드리블, 그리고 양발에 가까워 주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윙스페이스는 물론이거니와, 하프 스페이스와 센트럴 스페이스를 골고루 공략 가능하며, LW나 LDM과 경기 중 로테이션을 돌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다재다능한 역할 소화력을 갖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마무리에서의 정교함은 티어니보다 훨씬 떨어지며, 슛을 선호하는 기질이 있고, 드리블이 길어질 경우 동료들과의 템포가 반박자 어긋나서 그에 따른 패스미스가 종종 나오고 수비력 자체는 상대적으로 안 좋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누노가 도드라질 수 있었던 건, 이번 시즌 들어 로우가 LW 자리에 많이 기용된 것이 시발점이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로우가 누노의 단점을 가려주는 희생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공간 이해도가 팀 내 누구보다도 독보적으로 뛰어나고, 쟈카 역할까지도 겸비하면서 본인을 희생해 동료들의 공간을 창출시키는 능력을 겸비한 로우가 왼쪽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아르테타가 이론적으로, 이상적으로 추구하던 선수간 로테이션이 많이 발생하게 되었죠. 쟈카 대신 나오는 삼비도 정교함은 쟈카에 비해 떨어지지만, 일단 도전적이고 전진성 있는 패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공격성을 갖춘 플레이에 기반한 누노와 합이 잘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욕심부리자면, 삼비 자리에 측면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온다면 좌측 편대는 더 강해질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 이를테면 데 용, 벨링엄, 이런 유형의 선수들 ㅎㅎ 꿈이지만, 여하튼 이런 유형의 선수들의 가치가 괜히 현대축구에서 높은 것이 아닙니다. 좌측 로테이션에서 이 선수들은 측면, 중앙을 넓게 모두 활용할 줄 알면서, 날카로운 공격 옵션까지도 갖춘 선수들이니까요. 쟈카가 아르테타 체제 하에서 많이 나아진 이유 중 하나도 주발 의존도 개선과 더불어 좌카 경험으로 인해 강제로 측면에서의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입니다. 나일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중앙과 더불어 측면에서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강점이 아르테타 하에서 꽤 잦은 기회로 이어졌죠. 실제로 나일스는 DL, WBL, AML, LDM에서 모두 기회를 받은 선수입니다. 고정석을 못 받고 맨날 돌아다녀서 문제일 뿐)
한편, 티어니가 왼쪽 편대를 이룰 때와는 달리, 누노-로우-삼비의 조합은 정교함이 아니라 '유기성'으로 승부를 보는 조합입니다. 파괴력보다는 '안정성'이죠. 따라서 오히려 공격적인 날카로움은 이전 티어니가 중심이 되던 왼쪽 편대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도 있죠. 그래서 뉴캐슬 전처럼 화이트가 올라와 전술적 프리맨이 발생하는 경우에, 사카가 횡적으로 왼쪽을 도와주러 가는 것입니다. 안정적인 유기성 있는 기존 왼쪽 편대에, 사카의 정교한 마무리 패스나 크로스, 슛으로 방점을 찍으면 화룡점정이니까요. (반대로 우측 편대는 볼이 생각보다 잘 안 도는 경우가 있고, 종종 로우가 유기적인 측면에서 오른쪽을 도와주러 움직이는 장면이 경기에서 목격되기도 하죠)
즉, 최근의 좌측 삼각편대는 왼쪽에서 볼을 돌릴 때, 그만큼 턴오버가 적게 발생하고,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수비진에 끊임없이 선택지를 제공하며 실수를 유도하고, 상대를 유인하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이전처럼 빠른 템포의 다이렉트패스보다는 짧은 패스 위주로 패스가 돌아가고요. (다만 누노의 패스가 다소 아슬아슬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단점은 후방에서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가능할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티어니도 턴오버가 많은 선수는 결코 아닙니다만, 과밀화를 유도해내려면 좀 더 적극적인 포지셔닝 로테이션이 필요합니다. 선수간 로테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날수록 상대 마킹 실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에서 추가적인 선수 지원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왼쪽에서 이런 식으로 과밀화를 유발하고 안정적으로 빼낸 다음, 빠른 반대 전환으로 오른쪽의 기둥이 된 사카를 활용하기도 좋고요. (사카가 오른쪽 편대의 중심이 되면서, 공격적인 정교함을 대신해줄 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좌측의 정교함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거죠)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오른쪽에서 대신 페널티박스로의 정교한 패스가 공급될 시, 왼쪽에 있던 로우가 레드존(아크 서클) 주위에서 마치 쉐도우 스트라이커(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득점하는 형태도 곧잘 나오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좌측 편대의 중심이 이전에는 '티어니'였다면, 이제는 '로우'로 옮겨가면서 그 특색도 바뀐 것입니다.
4.
LB 기용은 위에서 언급한 좌측 편대의 조합적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른 결정이기도 하지만, 이는 팀 동료와도 연관성에서 비롯된 문제와도 결부됩니다. 특히 최근 티어니의 결장에는 누노의 활약은 물론이고, (1) 오바메양의 폼 하락과 (2)쟈카의 결장 역시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바메양의 폼 하락은 그가 애초에 좌측 채널을 자주 애용했던 선수였던 만큼, 좌측 편대에 조금 더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쟈카 역시 좌측 낮은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주로 움직였던 선수기 때문에 좌측 편대에 영향이 크고요.
(1)에서 오바메양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중앙에서 필요로 하는 포스트 플레이나 안정적 좌우 전환 또는 리턴패스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좌측 편대의 도움이 필요한데, 누노가 로테이션하면서 하프~센트럴 스페이스까지 들어오면서 오바메양이 못하는 기점 역할을 대신해주는 셈이죠. 로우가 횡으로 움직일 때 필요로 하는 2대 1 패스의 리턴패스 기점 역할이요. 로우가 윙스페이스까지 나갔다가, 횡으로 들어오면서 플레이하는 건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리턴패스 기점 역할을 해주려면, 상대를 등지고 볼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이 우리 진영을 향해있을 때 뭔가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피지컬과 양발을 갖춘 누노의 활용가치가 좀 더 부합하는 것이죠.
이에 더해 오바메양의 장점이던 원터치 받아먹기 슈팅 결정력이 떨어진 이유도 한몫합니다. 티어니의 크로스가 오바메양의 머리나 발에 연결되어도 그것이 골로 연결될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다는 뜻이죠. 심지어 머리 쪽은 애초에 오바메양의 주무기가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크로스가 반드시 득점에 목적이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크로스로 유발되는 세컨볼, 루즈볼 등의 경합을 통해 상대의 순간적인 진열 붕괴나 균열을 유도할 수 있기도 하죠. 다만 이런 부분에서의 효과는 굳이 정교한 티어니의 크로스가 아니라, 다소 투박한 누노의 크로스로도 어느 정도 얻어낼 수 있습니다.
(2)에서의 자카 공백은 로우가 많이 희생하면서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기존 쟈카의 빌드업 역할을 어느 정도 분담해 대신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이 때도 로우가 비워놓은 공간을 점유해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당연히 오바메양 또는 LB가 그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프 스페이스가 대표적이고, 페널티박스 안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우가 레드존이나 아크 서클로 빠져 있을 시, 박스 안 숫자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하죠. 티어니 역시 아스날에 온 이래로 아르테타 휘하에서 약발 사용 빈도나 하프 스페이스나 박스 안 포지셔닝 빈도가 늘긴 했습니다만(대표적인 예가 눈 오던 날 티어니의 원더골 같은 장면), 아무래도 이 역시 아직까지는 누노가 약 우위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누노도 하프 스페이스에서 뭐 맨시티의 칸셀루처럼 양발을 사용한 기가 막힌 얼리 크로스나 롱패스를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발전이 필요하고요. 따라서 훈련 때 아르테타가 티어니에게도 이런 측면에서의 발전을 강력히 요구했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뎁스가 좋을 때 경쟁의 일환으로 두 선수가 모두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크나큰 장점이죠. 어쩌면 티어니가 다시 나오게 되었을 때, 예전보다는 하프 스페이스나 박스 근처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티어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5.
사카가 비록 경미할지라도 부상 소식이 있고, 12월 들어 일정이 매우 빡빡하기 때문에, 티어니와 누노가 번갈아 기용되거나, 새로운 조합이 시도될 여지가 많습니다. 최근 좌측 편대의 중심인 로우와 기존 좌측 편대의 중심이었던 티어니가 함께 나와 합을 맞출 수도 있고요.
만약 오른쪽에서 사카가 부상으로 결장 또는 휴식을 하게 된다면, 우측 편대에 변화가 생길 것이고, 그 변화와 맞물려 좌측 편대 역시 새롭게 구성될 여지가 있는데요. 만약, 페페가 오른쪽에서 사카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면, 우측 편대의 정교함이 많이 떨어지게 될 겁니다. 단순히 페페 때문이 아니라, 주발 관계상 외데고르보다는 라카제트가 AM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토미야스의 경우에도 뉴캐슬 같은 팀을 상대로 하지 않는다면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기존의 인버티드 풀백에 가깝게 플레이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오른쪽 공격은 다시금 페페 특유의 돌파 후 슈팅or얼리크로스 루트 정도로 단순화될 여지가 많은 것이지요.
그러면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전처럼 우측 편대 대신 좌측 편대가 '정교함'이나 '파괴력'을 갖출 필요가 있고, 오른쪽은 다시 받아먹기식 선수 구성으로 되돌아가겠죠. 이 경우에는 티어니의 기용 가능성이 매우 올라갑니다.
반면, 페페가 아니라 우측이 마르티넬리로 대체된다면? 그러면 좌측 편대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의견입니다. 마르티넬리의 경우 앞 공간이 넓게 생성될수록 좀 더 위협적이고, 본인의 단점인 퍼스트 터치도 잘 가려집니다. 공간이 넓으면 터치가 좀 튀더라도 마치 치달처럼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리버풀 전에서도 말했지만, 정발 윙어가 있을수록 트랜지션에서 템포를 늦추지 않기에 적합합니다. 뉴캐슬 전에서도 템포 빠른 다이렉트패스로 마르티넬리의 골이 나오기도 했고요. 따라서 이런저런 이유로, 우측 공간을 넓게 벌려주려면, 당연히 좌측 과밀화가 필수적이고, 과밀화하면서도 유기적으로 로테이션 돌아가면서 볼을 돌리며, 턴오버가 적게 나는 것이 좌측 편대에게 중요하게 됩니다. '파괴력'보다는 '안정성'과 '유기성'이 우선시되는 거죠. 게다가 마르티넬리의 정발 크로스를 받아먹기에 로우가 더 적합하고, 우측을 지원해줄 외데고르나 라카제트, 토미야스의 얼리 크로스도 반대편 누노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제공권을 십분 활용해 받아먹기에 더 용이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변화가 가능합니다. 로우 자체를 중앙 AM이나 RW로 돌리는 방법도 있어요. 예전 로우의 롤대로 중앙에서 좌우를 모두 도와주는 형태가 될 수도 있겠고, 페페 같은 선수의 단점을 오른쪽에서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라카 AM에 로우 RW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외데고르가 이전의 쟈카 역할을 하기 위해 좌측 편대 구성원이 될 여지가 있어요. 티어니-페페가 각각 윙스페이스, 하프 스페이스에서 정발 크로스로 '파괴력'을 갖추고, 쟈카가 하던 주발 종패스들을 외데고르가 후방에서 대신 지원해주는 방식이죠. (크로스들을 오바, 라카, 로우가 받아먹고요) 크리스탈팰리스 전에서도 이미 똑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발 조합 티어니-사카를 외데고르가 쟈카마냥 후방에서 종패스로 지원하면서 우측에는 로우, 페페로 받아먹기 잘하는 조합을 구성했었죠. 다만 이 구성에서는 파티에게 수비적 부담이 좀 늘어납니다.
6.
꼭 이렇게 우리 팀 입장에서만 생각할게 아니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기용이 나뉠 수 있습니다. 포지션이 LB인 만큼 결국에는 상대의 에이스류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막아야만 하는 임무까지 동시에 가지니 말이죠. 살라 같은 유형에서 의외로 누노가 적합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예시가 되죠. 대부분 살라의 기술적인 면만 높게 보는데, 이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활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체적 장점도 많이 작용하거든요. 메시만큼은 아니지만 무게중심이 낮고, 몸싸움 경합이 워낙 뛰어나서 밸런스 유지에 강점을 보이죠. 그래서 아주 정교한 태클러나 기다리면서 수비하는 유형보다도, 몸을 자주 부딪혀주고 살라의 밸런스를 망쳐줄 수 있는 수비가 더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어요. 게다가 인사이드 포워드이기 때문에 마크하는 LB가 오른발을 잘 쓸수록 수비도 용이해집니다. 그래서 누노가 개인의 치명적 실수 이전까지 지난 리버풀과의 경기 전반까지 살라를 잘 마크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뉴캐슬 전에서도 위험한 순간에 어깨 싸움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수비도 있었죠.
반면 직선 가속도가 빠르고, 정발 크로스를 즐겨하는 스타일의 윙어를 상대할 때는, 티어니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입니다. 누노가 좀 더 튀어나가고, 직접 몸을 부딪히면서 수비하는 스타일이라면, 티어니는 좀 더 거리를 두고 상대가 의도하는 플레이를 예상해서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스타일에 가까우니까요. 치달 후 크로스를 즐겨하는 선수를 상대로는 누노가 튀어나가다가 역동작에 걸려 크로스를 허용하기가 쉽습니다. 티어니의 경우에는, 상대의 치달 크로스를 슬라이딩으로 막아내거나 미리 예측해 허용하지 않는 장면이 많습니다. 구너라면 매우 자주 목격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한편 누노 타바레즈의 튀어나가고 부딪히는 수비가 리그에서 먹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마갈량의 존재입니다. 양 옆의 화이트나 누노가 튀어나갈 때, 적재적소에 뒷공간을 귀신같이 커버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니까요. 전에도 강조했다시피, 이런 식으로 역할분담이 되면, 상대 입장에서는 포백이 마치 2열 수비처럼 느껴질 겁니다. 앞으로 튀어나와 수비하는 선수들 제치면, 그제야 또 다음 단계 마갈량을 제쳐야만 하는 상황인 거죠)
7.
그래서 결론적으로 현재 티어니가 완전히 누노에게 LB 주전 자리를 내어준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수많은 경우의 수들과 누군가의 부상, 폼 하락, 조합의 필요성, 상대 RW 유형 등 각종 다양한 요소들이 결부되어 선수의 기용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뭐 티어니가 실력적으로 주전 경쟁에서 누노에게 밀렸다 식으로 단정 짓기에는 많이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누노는 티어니 땜빵 기대치에 비해 훨씬 잘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고, 또 상기 언급한 모든 전술적 요인들을 차치하더라도, 어린 선수로서 아스날의 최근 좋은 흐름과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그런 선수를 갑작스레 선발에서 제외하는 것도 아르테타로선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아르테타가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이, 선수의 자신감과 흐름을 이어주고, 상호 간 신뢰를 쌓는 행동처럼 축구 외적인 요인까지도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게 감독직이니까요.
게다가 최근 좌측 편대와 우측 편대가 각각 비로소 자리를 잡았다 싶었는데, 사카의 예상치 못한 부상과 오바메양의 계속된 폼 하락, 12월의 빠듯한 일정들을 연유로 하여, 생각보다 빠르게 좌우 편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일정과 과정에 따라 누노와 티어니가 각자 얻게 되는 기회와 그 성과를 본 이후에야, 아무래도 아스날의 진짜 주전 LB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겠죠? 쟈카의 복귀 역시 큰 변수가 될 수 있겠고요.
어떤 기용과 조합이 이루어지든 간에 관계없이, 중요한 건 팀으로서 아스날이 최근의 좋은 흐름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사실 누노가 주전이든, 티어니가 주전이든, 아스날이 계속 이기고 유로파나 챔스에 복귀한다면야, 그저 행복한 고민일 뿐이죠. 당장의 맨유 원정에서는 승점 획득 자체가 목표라고 보고, 그 이후에 사카까지 천천히 휴식 후 돌아오면서 좌우측 편대가 다시금 안정적인 조합을 되찾고 자리를 잡는다면, 그 이후에는 다시금 지난 10경기 무패행진처럼 좋은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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