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경기 리뷰 (vs 리즈)

1.

코로나로 인해 웬만한 타 팀들의 경기가 모두 연기된 가운데,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아스날이 쓸쓸히 기존 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타 팀들의 경기 연기가 추후에 어떤 식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일단 기존 일정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승리까지도 착실히 챙기며, 승점을 쌓아놓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결국 아스날도 파블로 마리, 삼비 로콩가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PL 전체의 향후 일정 자체가 더더욱 불확실해졌습니다. 지난번, 코로나로 인한 중단 및 무관중으로 인해 상업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손해를 입었던 구단들이 장기적 중단은 고려하지 않을 듯한데, 과연 단기적인 중단(약 2주)만으로 상황이 잘 가라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현 추이를 살펴볼 때, 결코 녹록지 않을 듯한데요.

일단 리그에 대한 걱정은 뒤로 미뤄놓고, 아스날의 오늘 경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비록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너무 많은 리즈의 선수들이 결장하긴 했으나, 아스날이 보여준 경기력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특히 전반은 상당히 좋았고, 이것이 원정 경기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칭찬받을만한 경기력이었지요. 다만, 후반전에 들어서는 확실히 박싱데이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슬슬 여러 면에서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토미야스의 근육 경련(부상이라기보다는 예방 차원의 교체라고 합니다)을 비롯해, 꼭 부상이 아니더라도 전방 자원들의 터치 미스가 많아지고, 모든 선수들이 몸으로 부딪히는 경합 과정에서 전반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애를 먹으면서, 조금 밀리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현재 아스날은 개개인의 능력치에 기대는 플레이보다는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합과 호흡을 통한 팀플레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하나의 시계처럼 모든 부품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힘을 크게 상실하게 됩니다. 그 부품 중에 하나만 소홀해져도, 그 하나가 거들지 않은 짐이 그대로 다른 부품(동료)에게 옮겨지는 셈이므로, 여러 모로 악영향 및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죠. 확실히 이번 시즌 아스날의 모델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한 세드릭이 나온 이후에는, 팀 전력이 약화되는 게 느껴졌고, 나중에 보겠지만 실점 장면 역시 이러한 세드릭의 실수 및 체력 저하가 일어난 사카 같은 선수들의 수비 가담 부족이 결부되어 이루어졌습니다.

한편, 오늘은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라이브도 못 봤고, 오후 늦게서야 풀경기를 관람하는 바람에, 이전처럼 경기 분석 칼럼을 따로 쓰지 않고, 간단 리뷰 한 글로만 묶어서 작성하려 했는데요. 헌데 경기를 보고 나서는 또 한 번 분석 칼럼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네요 ㅎㅎ 워낙 경기 일정도 타이트한 만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는 매 경기마다 더 이상 눈에 띄는 새로운 플레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아르테타 감독이 저를 쉬게끔 내버려 두질 않는 듯합니다.

따라서 함께 올라갈 경기 분석 칼럼에서는 오늘 전반에서 특히 돋보였던, 아르테타식 433에 대해 좀 더 집중 분석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큰 틀과 더불어, 그 외 짚어볼 부분(트랜지션, 전방 압박, 수비-특히 실점장면)을 다루고, 선수 평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혹시 글을 퍼가시는 분들도 웬만하면 링크 달 때 두 글을 같이 달아주시면 더 좋습니다. 사실상 분석1, 분석2로 나누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호 보완적인 글이니까요)

 

 

2.

리즈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아르테타가 리즈의 지나칠 정도의 대인 마킹 수비를 어떻게 433 형태로 풀어냈는가 여부였지만, 그 외에도 눈부신 발전을 보여준 건 바로 트랜지션(수→공) 국면이었습니다. 지난 아스날의 문제점을 짚는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만큼, 그 글을 보신 분이라면, 실제로 이번 경기를 보면서 그 발전을 체감하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분석 칼럼이 아니므로, 간명하게 몇몇 예시 장면들만 움짤로 첨부하면서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1) 쟈카의 볼 탈취 이후 파티의 좋은 페이크 (2) 파티의 전진패스를 등지고 받아주는 리턴패서 사카+옆에서 침투해주는 토미야스 (3) 리턴패스를 받는 쟈카는 다시 전진패서 역할 + 이 때 사카, 외데고르, 라카 모두 침투 움직임 (4) 그 패스를 받는 라카는 리턴 패스 or 전진패스 아무거나 선택할 수 있는데 마르티넬리의 침투를 보고 전진패스를 넣어줌

 

처음부터 이해를 위해 종합적인 예시의 움짤들을 들고 왔는데, 결국 트랜지션(전환)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전진패스+리턴패스+침투가 동시다발적으로 피치 위 여러 군데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아스날은 그전까지 오바와 라카가 동시에 나올 경우, 전방에서 둘이 리턴패서 or 침투 역할을 동반했는데, 아시다시피 오바메양의 터치 기복으로 인해 날려먹거나, 또는 오바가 침투하는동안 라카가 등지고 리턴패스를 하더라도, 뒤에서 오바에게 찔러주는 전진패서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글에서 저는 외데고르가 트랜지션 국면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라카를 전반에, 후반에 트랜지션이 많아지는 상황을 위해 외데고르의 교체를 아르테타가 쏠쏠히 써먹는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 글의 댓글에서는 아스날의 트랜지션 국면 약점은 선수 개인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팀적인 문제이지만, 그래도 쟈카 같은 선수가 복귀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지요.

실제로 오늘 경기의 트랜지션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외데고르와 쟈카입니다. 이 선수들은 트랜지션에서 리턴 패서와 전진 패서의 역할을 도맡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메리트가 있고요. 이 둘 말고도 오바메양의 침투 역할을 대신 완벽히 수행해준 마르티넬리의 지분도 크겠습니다. 어쨌든, 덕분에 오늘 4골 중 무려 3골이 트랜지션으로부터 나왔죠? 볼만한 장면들 몇 개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1)쟈카가 볼을 잡고 전진시키면 (2)외데고르는 등지고 리턴 + 동시에 사카는 침투 (3) 리턴 받은 파티가 이미 침투 중인 사카에게 전진패스

(1) 압박이 없다면 리턴, 전진패스, 직접 드리블 등 외데고르에게 결정권이 생김 (2) 본인 몸의 방향이 우측을 향하고, 상대 센터백들의 시야도 라카 침투를 확인하지 못하는 시야인 상황 (3) 이를 캐치하고,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기가막힌 타이밍에 왼발로 허를 찌르는 패스 (4) 외데고르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

(1) 굳이 리턴이 필요없을 때는 곧바로 전진패스 + 침투 콤보로 작살낼 수도 있다 (2) 전진패서 쟈카와 침투 마르티넬리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득점

(1) 토미야스가 몸싸움 이겨내며 패스 (2) 외데고르는 등지고 리턴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상대의 압박이 없다면 뒤돌아서 곧바로 전진패스를 할 수 있는 패서다 (3) 외데고르가 볼 잡으면서 이번엔 침투 마르티넬리를 향해 곧장 쓰루패스 (4) 리즈 골키퍼의 빠른 판단

(1)파티 전진패스 (2) 외데고르 등지고 리턴할 수도 있으나, 탈압박하면서 직접 전진패스 (3) 이번에도 외데고르가 공잡으면서 동시에 침투한 마르티넬리와의 호흡

(1)패스길 예측해서 끊어내는 로우 (2) 외데고르 앞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직접 몰고 전진하면서 패스타이밍 엿보는 외데고르 (3) 침투 중인 로우와 외데고르 패스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득점

 

여러 국면 중 아스날의 완성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느꼈던 트랜지션(수→공) 국면까지도 쟈카와 외데고르, 그리고 마르티넬리와 로우를 통해 이런 식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어낸다면, 앞으로 약점이 없는 완성형 팀에 또 한 번 한 발짝 다가서는 셈이 될 겁니다. 리즈전은 그런 측면에서 의의가 있는 경기였다는 생각이에요.

 

 

3.

위에서 살펴본 트랜지션(전환) 국면에서 아스날이 발전할수록 이와 엮어 볼만한 것이 당연하게도 전방 압박입니다. 전방 압박 성공을 통해 볼을 탈취 및 커트해내는 빈도수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트랜지션(수→공) 국면을 자주 발생시킬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위 예시 움짤대로 전방 압박을 성공하는 선수들이 마르티넬리-외데고르-쟈카로써 트랜지션 국면의 핵심 3인방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죠. 오바메양의 빠른 스피드를 통한 최전방에서의 전방 압박이 주는 효과도 분명 있지만, 그와 별개로 오바메양이 빠진 이후로, 기용되는 마르티넬리-외데고르-쟈카 3인방이 셋 다 엄청난 하드워커라는 점은 별개로 주목해야할 점입니다. (물론 라카도 마찬가지로, 압박, 트랜지션에 모두 기여하지만 오바 있을 때도 나왔었으니 여기선 언급 제외하겠습니다) 오바메양이 압박에서 큰 역할을 했음에도, 그가 빠진 현재의 아스날이 전방 압박에서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이 3인방이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여러 역할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 3인방을 주축으로 전방 압박에 성공할 시, 그대로 이들이 침투-리턴패서-전진패서의 역할을 하면서 아스날의 트랜지션 강점이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이 3인방이 Out of Possession의 높은 지역 프레싱 국면 + 트랜지션(수→공) 국면, 이 2가지 국면에서 워낙 강력함을 보여주는 바, 아르테타가 이 3인방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로우 역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이므로 돌아가면서 쓸 순 있겠습니다)

 

 

4.

한편, 수비의 경우에도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자세한 건 수비를 분석했던 별개의 칼럼에서 보실 수 있겠고, 이 칼럼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아스날의 수비는 취약점에 대한 보완이 꽤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입니다. 쟈카가 확실히 삼비보다는 수비 포지셔닝에 있어 지능적이며, 티어니는 누노보다 덜 튀어나가고, 아르테타의 피드백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했던 딥 하프 스페이스를 비우는 빈도도 훨씬 낮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괜찮았던 장면 하나만 볼게요.

쟈카가 윙 스페이스로 압박 수비 위해 빠지면, 그 빈 자리를 마르티넬리가 로테이션으로 채워준다

이번에는 티어니가 윙스페이스로 튀어나와 압박 수비하면 그 뒷공간을 마갈량이 로테이션으로 커버한다 (마르티넬리는 원래의 쟈카 위치)

(1)마갈량이 윙스페이스 커버를 위해 나가면, 센트럴 스페이스에 있던 화이트가 마갈량의 기존 하프 스페이스를 커버하러 로테이션 (2) 화이트가 마갈량 자리로 가면, 기존 화이트의 센트럴 스페이스는 파티가 내려오면서 커버 로테이션 (3) 이와 동시에 쟈카는 본인의 제자리로 이동

상당히 부드럽게 잘 된 수비 로테이션의 예

 

그렇다면 실점 장면은 어땠는지도 볼까요. 

제 수비 칼럼을 꼼꼼히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장면부터 벌써 이상함을 느끼시겠죠? 네 442여야 하는데 양 윙어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체력 문제를 논했던 것이고, 실제로 아스날은 이번 경기 후반에 전방 자원들의 체력 저하와 더불어 쓸데없는 미드 블록에서의 압박 실수가 심했습니다.(체력이 떨어질수록 위아래로 움직이기 힘드니, 미드 블록에서 압박으로 무리하게 끊어내려다가 수비-공격 간격이 벌어지는 거죠) 괜히 이 실점 장면 직후에 아르테타가 사카를 교체한 것이 아닙니다.

원래는 윙 스페이스에 RB와 RW(사카)가 함께 있으면서, 리즈의 15번 선수를 둘이 튀어나가며 압박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2v1 상황이 되면, 세드릭 옆의 summerville선수가 윙스페이스로 지원을 오게 되고, 그제야 아스날은 화이트나 파티가 추가 지원을 하면서 3v2의 수적 우위를 이어나가는 겁니다. 물론 지원하러 빠진 자리는 동료들이 수비 로테이션으로 채워주고요.

그러나 일단 사카부터가 없으니, 세드릭은 압박 수비를 할 수가 없고, 뒷걸음질 치며, 상대에게 매우 깊은 곳까지의 전진을 쉽게 허용해버리죠. 이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이렇게 쉽게 깊은 위치를 허용해버리니, 낮은 지역 수비로 변환이 필요하고, 화이트는 이제 3백 블록 형성을 위해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죠? 그러면 딥 하프 스페이스의 취약점이 열릴 겁니다. 그 공간을 커버해야 할 파티가 지금 세드릭과 함께 윙스페이스로 나와있습니다. 그렇다면 늦게 도착한 사카나 외데고르가 딥 하프 스페이스를 커버해줘야만 하죠.

역시 3백 블록(파란색)이 형성되면서, 취약점(딥 하프 스페이스)이 열렸고, 외데고르가 뒤늦게 커버를 갑니다. 늦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가까스로 커버를 성공하죠.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세드릭의 포지셔닝입니다. 외데고르가 가까스로 막았는데, 윙스페이스 쪽으로의 패싱 루트를 차단하기는커녕, 그냥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죠. 

다행히 파티는 본인이 맡아야 할 위치(딥 하프 스페이스), 즉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세드릭이 윙스페이스의 선수를 너무 프리하게 내버려 두면서, 리즈는 다시 한번 딥 하프 스페이스 공간 활용 기회가 생깁니다. 파티가 이번에는 반응을 하지만, 그 이후 다시금 외데고르를 따돌리고 2차 재진입하는 선수까지는 막지 못하면서, 3백 블록 최후 저지선 중 하나인 화이트가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 pk를 헌납하게 되는 것이죠.

이 설명을 통해 이해한 이후, 움짤로 일련의 과정을 보신다면, 왜 실점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겁니다.

 

 

 

5.

오늘은 리뷰에 몇몇 간단 분석들은 더한 관계로 선수에 대한 평가들은 더 간략히 하겠습니다.

공격진은 오늘 라카제트, 마르티넬리, 사카 모두 제 몫을 해주었습니다. 

라카제트의 경우에는 확실히 펄스 나인으로서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자원입니다. 특히 이따 경기 분석 칼럼에서 다룰 433 형태에서는 더욱 그렇죠. 다만, 아스날 오고 프리미어리그 적응을 위해 이런 능력들을 발전시키고 습득한 만큼, 본인의 기존 스트라이커로서의 골 결정력에 대한 장점들은 많이 중화된 느낌입니다. 오늘도 사실 라카제트가 득점할만한, 아니 해줘야할 장면이 몇 개 있었고, 그런 장면에서 득점을 해준다면 아스날은 매번 경기를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겠죠. 물론 최근에는 아스날의 2선들이 워낙 잘해줘서 괜찮고, 또 라카제트가 여러 모로 헌신하면서 2선들이 지금처럼 활약할 수 있도록 증폭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니, 조금 아쉽다 정도일 뿐이지, 라카제트가 잘해주고 있다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허나 넣어줘야 할 장면에서 넣어주기까지 한다면, 아스날이나 아르테타가 재계약을 고려해볼 정도로 훨씬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과 욕심에 기인한 푸념이죠. 실제로 나이나 주급, 그리고 라카제트가 단기계약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계약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아스날에서의 마지막 해를 지금처럼 좋은 활약으로 마무리한다면, 아스날 팬들에게는 충분히 고마웠던 선수로서 기억에 남을 수 있을 듯합니다.

마르티넬리는 지금 미친 페이스죠? 최근 경기 이후 리뷰, 분석글 이외에 선수별 하이라이트를 움짤로 올리고 있는데, 계속 마르티넬리만 올리게 생겼습니다. 그만큼 득점이 끊이질 않고, 완전히 상승세를 제대로 탄 느낌입니다. 단순히 스피드가 빠른 게 아니라 슈팅의 질 자체도 상당히 좋습니다.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코스로 슈팅을 정확하게 날리는 게 정말 어려운 거거든요. 최근 골들을 보면, 슈팅 임팩트와 더불어, 슈팅에 대한 선택이 매우 좋습니다. 오늘 두 번째 골장면처럼 필요할 땐 칩샷을 하는 판단 같은 것들 말이죠. 침투 역시 이제 라카제트가 상대 센터백을 어떤 식으로 끌어주는지, 어떤 타이밍에 본인이 그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 듯한 무브로 상대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르테타 말대로 뭔가 기어 조절이 안 되던 유망주가, 한 단계 스텝업 하는 모습을 제대로 목격 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로우, 사카, 외데고르와 함께 향후 아스날이 판타스틱 4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ㅎㅎ

사카는 항상 그렇듯 잘해주었으니 오늘은 간략하게 넘어갈게요. 다만, 사카 역시 또 다른 스텝업을 위해서는 슈팅 및 마무리 측면에서의 발전이 필요하겠습니다. 오늘처럼 우당탕탕에 이은 굴절골 외에, 깔끔하게 마르티넬리처럼 슈팅 임팩트 + 슈팅 선택이 좋은 골을 좀 더 보고 싶네요.

외데고르는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의 mom입니다. 아마 아스날 오고나서 가장 잘한 경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웨스트햄전 리뷰를 하면서도 외데고르의 득점도 좋지만, 이제는 어시스트를 추가할 때가 됐다라고 말씀드린 바 있지요. 괜히 그런게 아니라, 우리가 원래 외데고르에게 기대했던 패싱 센스와 질 좋은 패스들에 대한 감각이 돌아와야 진정한 외데고르의 효과가 나온다고 봤었던 건데요. 그런 제 기대에 부응하듯, 오늘 외데고르는 엄청나게 질 좋은 패스들을 많이 뿌려댔습니다. 물론, fm 선플마냥, 외질이 생각날 만큼 슛을 해도 되는 상황에서 패스를 선택하는 모습이 종종 있었지만, 많은 구너들이 기대하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로우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어시를 기록했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 외데고르가 패스에 대한 감각과 자신감도 많이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기 분석 칼럼에서 다룰 433에서도 메짤라로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소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6.

오랜만에 3선에 대해서도 평가해보자면, 쟈카는 전반에 매우 좋았으나, 후반에 특유의 쓸데없는 플레이를 보이면서 카드를 수집했습니다. 아르테타가 쟈카라는 선수를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이용해먹음에도 불구하고, 아스날팬으로서 마음 한 켠에는 불안감이 늘 남아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인데요. 전술적 용도는 별론,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이어져오는 본인 특유의 경기 중 흥분과 그에 따른 카드 수집은 상당히 큰 문제점입니다. 아무리 전술적 용도가 풍부할지라도, 줄곧  말했듯이 아르테타의 전술은 매우 예민하고 민감합니다. 부품 하나가 퇴장 같은 이유로 빠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리즈전의 경우에는 이미 전반전에 3:0으로 크게 리드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상대와의 신경전이나 시간을 지체하는 등의 쓸데없는 행동으로 경고를 수집할 이유는 하등 없었습니다. 이런 단점들은 아무리 아르테타가 쟈카를 전술적으로 잘 이용한다하더라도, 이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에 치명적인 바, 앞으로 주의가 필요하고 선수도 확실히 인지해야만 합니다. 다만, 이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상기 언급한 것처럼 오늘 외데고르와 함께 여러 국면에 영향력을 끼치며 장기 부상에 이은 조기 복귀 이후로, 스스로 폼을 점점 올리고 있다는걸 증명해 보였습니다. 한편, 삼비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판정을 받으면서, 리그컵에서도 나일스-엘네니로 돌리기보다는 베테랑 쟈카 or 파티를 폼 회복 측면에서 끌어 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2선에서는 로우가 나올 가능성이 있겠죠)

파티의 경우에는 그래도 최근 경기 중에서는 제일 나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 리뷰 글에서도 말했듯이, 쟈카와 꾸준히 나오기 시작하고, 또 외데고르가 433 메짤라로서 자주 내려오기도 하면서, 파티로 하여금 기존의 몇몇 부담들을 덜어주었으며, 파티 역시 부상 직후 소극적인 태도들이 그나마 줄어들면서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여전히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폼을 회복하는 속도도 매우 더디며, 뿐만 아니라 쉬운 패스를 어이없이 미스하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보입니다. 이건 꼬마 시절은 물론, 아스날 초기 시절에는 자주 보였던 모습은 아니었기에, 조금 의아한 면이 있는데요. 이런 것들이 개선의 여지없이 이어질 경우에는, 아스날은 1월 이적시장에서 오히려 창조적인 미드필더보다도 파티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대신할만한 홀딩 미드필더(6번 스타일)가 필요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귀도 로드리게스와의 링크도 얼마 전에 있었는데, 소스의 공신력은 별론, 현 상황에서는 아스날이 그런 유형의 미드필더를 추가적으로 구할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네이션스컵으로 인한 파티, 엘네니의 공백까지 고려한다면요. (창조적인 미드필더는 오히려 지금 2선 자원들의 포텐이 터지는 가운데, 그 우선순위가 적어도 겨울에는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7.

수비의 경우에는 포백+골키퍼가 새롭게 구성된 이래로 이렇다 할 큰 문제를 보여준 경기가 많지 않은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무난했으며, 경기 분석 칼럼에서 다루겠지만, 이번 전반의 433의 경우에는 특히 양쪽 풀백이 상당히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특수한 케이스였으므로 딱히 개인에 대한 평가를 남기진 않겠습니다.

한편, 아스날과 아르테타는 최근 3경기를 거치면서 행복한 고민에 더욱 푹 빠지게 되었는데요. 로우, 사카, 외데고르, 마르티넬리로 대변되는 新 판타스틱 4에서 과연 누구를 벤치로 내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르티넬리-외데고르-사카가 워낙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이는 만큼, 굳이 선발에 곧바로 변화를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로우는 교체로 나와서도 쏠쏠히 득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고, 워낙 전반기에 많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무리를 한 감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의외로 정말 어려운 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오늘 교체 이후를 보면 로우가 LW, 마르티넬리가 RW로 이동하는 모습, 그 이후에는 누노가 LW, 로우가 AM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로우보다 마르티넬리를 RW로 기용하는 것은, 현 아스날의 전술에서 오른쪽 윙포워드에게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위한 공간을 창출해주기 더 쉬울 뿐만 아니라, 선수가 소화할 수 있는 역할 면에 있어서도 로우보다는 마르티넬리가 좀 더 개인 드리블 능력을 활용한 1on1에서의 질적 우위를 생성해내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또 일각에서는 마르티넬리가 장기적으로 톱 포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도 있는데요. 저도 톱 마르티넬리를 몇 번 언급한 바 있듯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마르티넬리의 또 한 단계의 스텝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므로 일단 단기적으로 생각할 선택지는 아닌 듯싶습니다. (어쩌면 리그컵 정도에서는 실험해볼 수도)

어쨌든 지난 웨스트햄전에서는 아스날이 중요한 순간에 늘 스스로 자멸하거나 미끄러진다는 선입견을 벗어냈고, 이번 리즈전에서는 홈에서만 깡패고, 원정에서는 맞고만 다닌다는 오명을 그나마 희석시킬 수 있는 좋은 경기였다고 봅니다. 물론 리즈가 워낙 부상자가 많았던지라, 이 경기를 통해 원정 징크스를 해결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죠. 그러나 어린 팀이 최근의 상승세 분위기를 또다시 길게 이어가기 시작했다는 점,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전술적으로 계속 약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다는 점, 로우라는 특출난 선수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도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머쥐면서 이제는 로우빨이라고 비난할만한 근거도 약해진 점, 몇몇 스탭 및 교체 자원들의 코로나 감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 리그에서 가장 좋은 방역 수준을 보여주면서 일정을 꾸준히 잘 소화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리즈 전의 승리 역시 값진 의미를 가집니다. 비록 타 팀의 일정이 많이 미루어지면서 4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승점을 쌓아가고, 겨울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효율적인 영입을 통해 이번 시즌만큼은, 오래간만에 제대로 멋진 챔스권 경쟁을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

새벽 2시 반이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라이브로 경기 시청하신 아스날 팬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