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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단 경기 리뷰 (vs 선더랜드-리그컵)
    Arsenal/Talk 2021. 12. 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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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상대로 대거 로테이션을 돌리며, 실험까지 감행해본 리그컵 경기에서 아스날은 선더랜드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뒀습니다. 특히 최근 경기들에서 대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대승을 거두고 있는 건 아주 고무적입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바메양이 징계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제외된 이후부터,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여러 선수들이 본인을 어필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런 노력들이 팀적으로 상승된 아스날의 완성도와 결부되어 좋은 성적과 다득점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마리와 삼비에 이어, 챔버스까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일스마저 기타 질병을 앓으면서, 하필 리그컵에 출전해야 할 선수들이 4명이나 결장하게 됨에 따라 로테이션이 다소 아쉽게 돌아갔는데요. 결국 아스날은 주전 중 화이트와 외데고르, 그리고 부상으로 풀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로우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이 진정한 박싱데이로 불리는 빠듯한 일정인만큼, 로테이션 자원들의 결장 시기가 참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2선이야 핫한 유망주 4명에, 유사 시 은케티아, 페페, 누노까지도 가능한 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수비와 3선이지요. 좀 더 상세히는 아래에서 다뤄볼게요.

    한편, 오늘 해트트릭을 박은 은케티아보다도 더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찰리 파티노입니다. 

    11살의 나이에 이미 여러 빅클럽(아스날, 첼시, 토트넘 등)의 구애를 받았으나, 선수가 아스날을 택하며 2015년에 아스날로 오게 된 선수인데요. 유스에서부터 이미 차기 윌셔급 재능 소리를 들으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만큼, 저를 비롯한 많은 아스날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선수였죠. 그리고 이런 선수가 오늘 17세의 나이로 성인 무대에 데뷔하면서, 데뷔골까지 넣었으니, 3골 넣은 은케티아가 다소 스포트라이트에서 밀리더라도, 이해해야겠죠? ㅎㅎ

    최근에 사카, 로우, 마르티넬리, 외데고르 같은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아스날이 앞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비슷한 나이대의 은케티아가 경쟁력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또 하나의 더 어린 샛별 유망주가 데뷔한 건 말 그대로 미래 아스날이 그만큼 밝다는 증거일 텐데요.

    개인적으로 메르테사커가 유스를 담당하고, 아르테타가 성인 1군 감독으로 오면서, 일전에 경기장에서의 주장-부주장 시절처럼, 둘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호흡이 꽤나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스는 재능 있는 선수를 어릴 적에 발굴해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키워내는 과정'과 '성인팀으로의 전환 과정'이 더 관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아르테타와 메르테사커가 축구에 대한 관점과 아스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및 전술적 방식을 공유하면서 상기 언급한 2가지의 과정을 수월하게 밟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연이어 수많은 재능들이 헤일 엔드에서 꽃 피울 수 있길 바랍니다.

     

     

    2. 

    이제 오늘 리그컵 경기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원래 개인 일정이 있어 오늘은 리뷰글을 작성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도 풀경기를 보다보니 5대 1이라는 시원한 스코어에 비해, 사실 전반전의 경기력은 딱히 좋지 않았고, 여러 문제점들이 있었기에, 대승한 경기임에도, 그 부분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리그컵인 만큼 하나하나 심각하게 지적할 필요는 없는 바, 프리미어리그 경기처럼 세세한 분석은 하지 않고, 전체적인 큰 틀만 다뤄보겠습니다.

    이미 말한대로 로우와 외데고르, 그리고 화이트까지 출장하게 되면서, 내친김에 아르테타는 본인이 구상하고 있던 로우, 외데고르를 메짤라 또는 2공미로 사용하는 방식을 실험해 봤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나 이 실험 결과에 대해 성공, 실패를 따지기 이전에, 일단 실험 자체가 잘 돌아가지조차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들보다도 둘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할 원볼란치 홀딩 역할의 엘네니였죠. 엘네니가 워낙 6번 롤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하다 보니 수비적으로도, 공격적으로도 존재감이 0에 가까웠습니다.

     

    예를 하나만 들자면, 대표적으로 이런 장면입니다.

    라볼피아나처럼 내려와 센터백 사이에 자리잡고 빌드업을 담당하든지, 또는 더 높은 위치에서 피닝을 하든지, 또는 좌우로 돌아다니면서 상대 선수를 유인하든지 해야하는데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있는 엘네니

    움짤 설명에 써놓았듯, 엘네니는 433에서 6번 미드필더가 할 수 있는 여러 역할 중 아무것도 수행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장면으로만 보면, 엘네니가 6번이 아니라, 마치 화이트가 6번 같죠? 엘네니야말로 그냥 센터백 같습니다. 엘네니가 해야 할 일은 사실상 화이트가 다 하고 있는 겁니다.

    포지셔닝 자체도 홀딩과 엘네니 사이에 화이트가 자리 잡고, 은케티아와 볼을 주고받으면서 패스 줄기를 찾는 것도 화이트의 몫이죠. 엘네니는 옆에서 손가락질로 방향 지시만 합니다... 이렇게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않으니, 화이트는 패스 줄기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지죠. 상대 선수를 유인해주지도, 화이트가 전진할 수 있도록 누구 한 명을 붙잡아주지도 못하니까요.

    그에 반해 전방의 선수들은 상딩히 분주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은케티아는 내려왔다 올라가고, 로우는 공간을 계속 찾아 움직이고, 누노는 로우가 공을 잡기 편하게끔 상대 포백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포백을 밀어내는 역할을 했죠.

    (한편, 발로건이 측면에 서 있는데, 개인적으로 오늘 발로건의 측면 플레이는 매우 기대 이하였습니다. 저 포지셔닝도 홀딩, 로우와 겹치기 때문에 크게 의미 없는 포지셔닝이고, 사실 누노가 하는 일을 발로건이 했어야 정상입니다)

    결국 누노가 종으로 벌려주고, 그 공간으로 로우가 내려오자, 화이트는 그쪽으로 패스길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본인 앞의 선수를 치워주는 선수가 전혀 없으니, 스스로 드리블을 통해 한 명을 벗겨내고 로우에게 패스를 건넵니다. 메짤라에게 공 한 번 건네주기가 이렇게 힘들었던 겁니다. 이러니 433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고, 실험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요.

    엘네니가 본인의 역할을 하지 않는 동안, 이런 식으로 화이트가 엘네니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준 게 경기 중에 상당히 많았습니다. 사실 로테이션으로 쉬어야 할 선수가 선발로 나온 것도 모자라, 동료의 역할까지 대신 덤으로 해주니, 아르테타가 화이트를 후반에 교체해 쉬게 해 준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지요. 

     

    수비적으로도 엘네니가 본인의 임무를 못했다는 건, 아래의 2개가 대표적인데요.

    첫 번째는 전방 압박 과정에서입니다.

    이런 대인 압박 과정에서 세드릭과의 압박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위 그림처럼 세드릭이 위의 선수를 막으러 갔다면, 그 뒤에 터치라인에 붙어있는 선수는 엘네니가 맡아줘야 하는데, 계속 혼자 본인의 마킹 선수를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상대의 전진을 쉽게 허용하게끔 만들었죠.

    우측 지원 압박이 없으니 계속 뚫리는 아스날의 오른쪽1
    우측 지원 압박이 없으니 계속 뚫리는 아스날의 오른쪽2

     

    두 번째는 실점 장면입니다.

    물론 실점 장면에서의 1차적인 원인은 터치 미스로 로우가 턴오버를 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스날은 전방에서의 턴오버 시 효과적으로 역습을 저지 및 방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놓았다고 했는데요.

    이전 칼럼에서 다뤘듯, 역습 저지 1.5열을 추가적으로 생성하는 이유는 순간적으로 열을 3단계로 나누기 위함입니다. 상대가 거쳐가야 할 단계가 많아질수록 저지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이 실점 장면에서도 위와 같이 화이트가 올라오면서 마름모 형태의 역습 저지 라인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죠. 그러나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가 앞으로 튀어나가줘야 열이 나뉩니다. 튀어나간 선수는 전방에 있던 선수와 함께 게겐프레싱하면서 패스 길목을 차단하고 최대한 탈취 목적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실점 장면에서 엘네니는 앞으로 나가야 함에도 앞으로 나가지 않고, 누노와 같은 열로 뒷걸음치는데요. 이러면 역습 1.5열을 구성하는 의미가 사라지고, 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점 장면에서 또 하나의 추가적인 문제점은 페페였는데요. 밑에서 살펴보겠지만 이번 경기는 세드릭이 많이 올라오면서 235 전형에서 페페가 역습 저지 라인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너무 공격적으로 운용하다 보면 이런 허점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하필 로우가 턴오버한 장면에서 페페가 역습 저지 라인을 맡았기에, 확실히 익숙지 않은 탓에 실수가 생겼습니다.

    화이트는 당연히 센터백인 바, 잠깐 올라갔더라도 최종 열로 금방 내려와야 하지만, 페페의 경우에는 1.5열인 누노와 열을 맞춰 내려왔어야 하는데요. 그냥 세드릭이 올라가서 오른쪽이 비었다고 생각하다 보니, 화이트-홀딩과 같은 최종열까지 내려온 게 화근이었습니다. 결국 엘네니가 앞에서 끊지 못하고 흐른 볼이, 딱 저 페페가 있어야 할 그림에서의 x자 공간으로 떨어진 것이죠. 그러니 완벽하게 역습을 얻어맞고 실점하게 된 겁니다.

     

     

    특히 오늘의 아스날처럼 2공미에 가까울 정도로 메짤라 둘 다 공격적인 성향일 경우에는, 원볼란치가 라볼피아나 형태를 이루면서 센터백 2명과 아주 단단한 후방을 구축해줘야, 이를 믿고 메짤라들이 앞에서 활개를 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대로 엘네니가 그게 되질 않으니, 로우와 외데고르는 위에서 활약하기보다는 공을 받아주러 내려오기 급급했고, 정작 이들이 내려온 상황에서 공은 측면으로 배급되고, 그 상태로 템포만 올리니까 경기 자체가 답답했던 겁니다.

    아스날 팬들에겐 익숙한 루트죠. 에메리 때부터 작년 아르테타 시절까지 이어진.

    측면 공간 잘 낸 상황에서 윙어가 받으면 돌파 or 풀백 오버래핑, 측면 공간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받으면 윙어가 풀백에게 백패스, 풀백은 센터백에게 백패스 돌리면서 형성되는 U자 형태의 루트. 

    즉, 중앙은 거의 거치지 않고, 양쪽 윙어-풀백끼리만 볼을 만지는 그런 단순하고, 단조로운 공격이 다시 반복된 것이었죠.

    따라서 이번 경기의 전반은 (특히 30분 가량) 마치 저번 시즌 아스날이 안 풀릴 때의 경기력과 흡사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로우-외데고르가 상대지역 파이널 써드 이상의 높은 곳에서 볼을 잡은 횟수 자체가 거의 없다보니, 로우-외데고르 2공미(or 2메짤라)를 실험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로우와 외데고르 메짤라(or 2공미)가 235에서 비효율적이었던 이유는 또 있는데요.

    433 기반의 대칭형 235라면 위와 같이 형성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밸런스상 가장 정상적입니다. 실제 베스트 11도 거의 이런 형태를 띠죠.

    그러나 이번 경기에는 종종 이런 모습이 나왔습니다. 

    워낙 누노와 세드릭이 오버래핑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올라간다는 점, 또 위에서 말했듯이 공이 중앙을 거치지 않고 자꾸 측면에서 종적으로 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공격 시에 자연스럽게 이런 형태의 235가 구성될 때도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형태는 올라가 있는 LB와 RB가 리버풀만의 로버트슨, 아놀드만큼 양질의 크로스를 공급할 수 있을만한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한다면야 괜찮지만, 현재 아스날의 구성으로는 그런 효율을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가장 좋은 효율을 보이는 선수가 로우와 외데고르인데, 이 선수가 5가 아니라 밑에 3을 구성하면서 역습 저지 라인으로 사용되는 건 결코 좋지 않은 형태인 셈이죠.

    이 부분은 로우 메짤라에 대해 몇몇 분들이 질문해주셨을 때, 제가 사견으로서 우려를 표했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한데, 실험 과정에서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주전과 비주전 간의 격차가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바로 양측 편대에서의 호흡이었습니다. 사카-외데고르-토미야스로 이루어져 각자의 역할을 딱딱 수행하면서도, 부드러운 로테이션으로 상대에게 교란을 주어 공간을 창출했던 주전 라인업과는 달리, 페페와 세드릭은 정말 전통적인 RW와 RB 답게, 이런 복잡한 로테이션을 통한 공간 창출보다는 그냥 중앙으로 들어오는 인사이드 포워드와 직선적으로 오버래핑하는 풀백의 조합과 그들이 가진 각자의 드리블 능력, 킥력만으로 경기를 풀었습니다. 재밌는 건 그런 전통적인 방식으로 선수의 질에 기댄 플레이를 했음에도, 우측 공격이 잘 풀렸다는 거죠 ㅎㅎ 그만큼 선더랜드와의 격차는 좀 컸습니다.

    우측 편대가 공간 활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움짤로 보시면 단박에 이해가 되실 겁니다.

    (1) 또 측면으로 공이 전개된 상황에서 페페가 터치라인으로 풀백을 끌어내며 외데고르 앞에 공간이 넓게 열린다(빨간색 공간) 그러나 이 공간을 활용하는 패스는 나오지 않는다 (2) 이후에 같은 공간으로 세드릭이 언더래핑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3) 외데고르가 받아주면서 상대 수비를 종으로 끌어들이는 바람에 이번에는 은케티아에게 하프스페이스 공간이 넓게 펼쳐졌다. 그러나 또 활용하지 않는다 (4) 마지막으로 외데고르가 앞의 넓은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지만 세드릭은 그마저도 활용하지 않고, 본인의 킥력을 바탕으로 한 뜬금없는 크로스 공격을 시도한다

     

    한편, 좌측 편대 역시 비슷했습니다. 여기선 발로건이 반대편의 페페처럼 전통적인 LW롤조차 수행할 줄 몰랐기 때문에 좀 더 버벅거리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즉, 선수끼리의 합이 잘 안 맞았다고 할 수 있겠죠. 발로건 없이 호흡을 맞춰봤던 로우-누노조차도, 중간에 LW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발로건이 어설프게 끼니, 덩달아 셋 다 어버버 했달까요.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1) 발로건이 볼 잡았을 때 누노가 더미런을 해줬어야, 발로건과 로우 모두에게 공간이 나는데, 더미런하지 않음 (2) 이로 인해 누노와 로우의 동선이 겹치면서 완전히 비효율 (3) 로우가 이를 눈치채고 윙스페이스로 빠져주면서 볼을 잡음 (4)그러나 이번에도 더미런 했어야하는 발로건이 하지 않으면서 턴오버

     

     

    3.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전반을 2:1로 리드한 것조차 어떤 전술상에서의 우위나 유리함을 점하면서 이뤄냈다기보다는, 그저 선더랜드에 비해 전체적으로 훨씬 나은 선수의 질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것도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전술 상에서의 디테일을 지적해서 그렇지, 이런 후보 선수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개인 능력을 발휘해서 공격 포인트를 생성하면서 오랫동안 뛰지 못해 떨어졌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특히 우측에서 RW 페페가 그래도 상대 풀백을 상대로 확실한 질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우측 공격은 단조롭게나마 잘 풀린 편이고, 세드릭은 다른 건 몰라도 전통적인 풀백으로서의 오버래핑은 성실하게 수행했으며, 좋은 킥력을 바탕으로 세트피스를 전담하면서 선제골과 2번째 골에 모두 기여했습니다.

    은케티아 역시 본인의 박스 내에서의 기민한 움직임과 원터치 피니시 능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특히 로우, 외데고르, 페페 같은 선수들이 모두 '반박자 늦은 침투'를 선호하면서 컷백 크로스를 잘 받아먹는 반면, 은케티아는 톱이 해줘야할 '반박자 빠른 침투'를 해주면서 박스 안에서의 공간 분배를 좋게 만들었습니다.

    은케티아의 2번째 골장면을 보며 확인해볼까요. 누노가 돌파에 성공하자, 박스 안 4명이 동시에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데, 로우, 외데고르, 페페는 성향이 비슷한만큼 '반박자 늦은 침투'하면서 상대 열과 열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 컷백 크로스 루트를 기다립니다.

    라카제트가 톱일 때 크로스 공격에서 다소 답답한 점이, 라카제트 역시 컷백 루트를 노리면서 뒤에 자주 머문다는 겁니다. 이런 점은 마르티넬리로 어느 정도 해소하곤 했었는데요.

    은케티아의 경우에는 확실한 장점이, 이럴 때 컷백을 노리지 않고, 본인이 앞 공간으로 침투해서 잘라먹기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오바메양도 이런 스타일이죠?)

    수비 입장에서는 이렇게 아스날의 박스 안 선수들이 노리는 공간이 배분될수록, 막기 어려워지겠죠. 이런 부분에서 오늘 경기 은케티아의 개인 능력이 빛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현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개인 능력만으로 이끌어가기보다는 팀이 하나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하는 방식에 가까운 바, 페페나 세드릭을 비롯한 후보 선수들도 이러한 틀에 맞춰 디테일을 살려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주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스날이 전반기를 나름 잘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이전 시즌들에 비해 적은 부상이거든요. 따라서 박싱데이 및 후반기에 들어, 부상 선수가 생겼을 때(특히 코로나 등), 후보 선수들이 이 빈자리를 얼마나 잘 채워주느냐가 시즌 농사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후보 선수들이 개인 능력에 의존하기보다는, 베스트 11이 수행하고 있는 전술의 큰 틀과, 선수 간 로테이션, 전술 간 로테이션에 대해 더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더 급선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수비의 경우에는 기존 주전 포백 중 하나만 빠져도 꽤나 위험해 보입니다. 선발 4명을 보좌하는 후보들과의 레벨 간격이 차이가 다른 포지션보다도 좀 더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3선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그나마 철강왕 쟈카가 있어 다행입니다)

    일단 토미야스가 예방 차원이라지만, 근육 쪽의 문제로 인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업데이트가 없어서 답답한데요. 어쩌면 오히려 업데이트가 없는 게 희소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보통 심각한 부상일수록 속보로 업데이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경미한 근육 부상 정도이길 희망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류의 상황 자체가 매우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번 경기와 이번 경기를 모두 풀로 보신 분들은 느꼈을 테지만, 아스날의 빌드업과 전개 과정에 있어 토미야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는지 체감할 수 있었을 겁니다.

    세드릭은 마무리 국면에서 킥력을 바탕으로 한 크로스와 아주 전통적인 루트의 오버래핑을 제외하면, 여러 모로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누노 역시 티어니에 비해 너무 무지성 오버래핑이 많습니다. 오버래핑을 자제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해야 팀의 밸런스에 기여할 수 있겠죠. 홀딩은 볼을 전개하기까지 본인이 공을 소유한 채로 너무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본인의 주발과는 어긋나는 LCB 포지션에 있다 보니, 결정에 있어 다소간 시간이 지체되는 모습입니다. 

     

     

    4.

    오늘 경기에서 아스날이 부족한 점만 보였던 건 전혀 아닙니다. 쟈카가 교체로 들어온 이후의 아스날의 경기력은 다시 최근의 모습대로 좋아졌습니다. 쟈카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4231을 기반으로 한, 비대칭 235로 다시 바뀌었고, 엘네니의 옆을 쟈카가 보조해주면서, 엘네니가 본인의 능력 밖의 짐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쟈카가 들어오고나서 곧바로 잘 풀리는 빌드업 전개

    또한 쟈카는 왼쪽에서 티어니와는 다르게, 너무 시도 때도 없이 올라가는 누노를 직접 자제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사건사고도 있었지만, 경기장 내에서 리더십을 토대로 여러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주고, 후방 빌드업을 전두 지휘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쟈카의 영향력이 아직까진 매우 높아 보인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쟈카가 아르테타 하에서 더 발전한 부분은, 후방 빌드업에서 확실한 공간 이해도를 높이고,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해 공을 받을 때는 항상 몸 앞이 열린 상태로 받을 수 있도록 미리 포지셔닝하며, 이와 동시에 동료들의 포지셔닝까지 함께 짚어주고, 잘 쓰지 않던 오른발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도록 된 점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 아래와 같은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죠.

    (1) 뒤로 물러서 가짜 3백을 만들면서 손짓으로 엘네니를 부르는 쟈카 (2) 엘네니의 리턴패스를 받고 누노 쪽 fake로 탈압박한 후, 오른발(약발)로 전진 패스 (3) 엘네니가 있던 기존 자리를 채워주러 움직이면서 또 한 번 오른발(약발)로 전진패스

     

    뿐만 아니라 쟈카가 들어와서 좌측 편대의 중심을 역할을 해주자, 로우가 활동반경을 더 넓게 가져가기도 편해, 잠시나마 제로톱 형태를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마르티넬리가 들어왔을 때는, 쟈카가 다시 4231보다는 433의 메짤라에 가깝게 올라와주면서 최근 경기처럼 대칭 235의 일환으로써 박스 근처까지 침투를 감행하기도 했고요. 

    이런 전술 간 로테이션이 자유자재로 일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쟈카가 변화되는 포지션과 롤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지컬적으로 한계가 있더라도, 지능적인 면에서는 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명확히 기여하고 있는 선수라는 생각입니다. (성질머리만 좀 죽이자)

     

     

    5. 

    파티노의 데뷔와 데뷔골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주목할 점은 그가 뛴 위치였습니다. 파티노는 최근 경기 아스날의 경기에서 혼용되는 것처럼 쟈카(좌짤라)-외데(우짤라) 역할 중 외데고르의 역할을 담당했는데요. 아무래도 비대칭 235를 섞어 사용하는만큼 같은 메짤라여도 쟈카 쪽보다는 외데고르 쪽이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띕니다. 즉, 아르테타는 아직까지는 파티노라는 선수의 성향을 쟈카보다는, 외데고르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 듯 싶습니다. 따라서 과연 파티노가 쟈카의 대체자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할 듯 한데요. 리그 일정이 빡빡하고 유럽대항전이 없는 터라, 파티노가 많은 기회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남은 컵경기들에서 쏠쏠히 활약하며, 쟈카나 외데고르의 뒤를 이어받을 수 있을만한 재목인지 증명해주길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아스날 경기에서는 파티노를 보는 재미도 추가될 것 같네요 ㅎㅎ

    한편, 몇몇 부분들을 지적하긴 했지만, 또 한 번의 대승으로 최근 팀의 기세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비록 개인 능력으로 인한 골들이긴 하지만, 출장 시간 부족을 느끼던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서, 마음껏 펼쳐 보였다는 점에서 멘탈적으로도 선수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주전과 비주전 모두 경쟁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동기부여이자, 롤모델이 된다면, 시즌을 치름에 있어 아주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지 않을까요.

    아르테타는 이번 경기에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아예 작정하고 여러 가지를 실험해본 모양새였지만, 아쉽게도 전술적으로는 소기의 성과라든지, 실험 목적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얻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어떤 형태와 구성이 현재의 아스날에게 딱 맞는지 다시금 확인한 정도랄까요. 그러나 촉망받는 신예를 데뷔시킴과 동시에, 코로나로 여러 선수들이 출장 불가였음에도, 적절히 주전들의 플레잉타임을 배분해가면서 활용한 아르테타의 교체는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대 이하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파티에게 오랜만에 한 경기 풀 휴식이 주어지면서, 시즌 중 부상으로 인한 폼 저하를 회복할만한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네요. 대신 푹 쉰만큼 박싱데이에서는 고생 좀 해줘야겠습니다.

     

    심해지는 프리미어리그와 영국의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국 리그는 당장 중단이 없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로써 상당히 까다로운 일정을 앞두게 된 아스날이 어떻게 이를 헤쳐나갈지, 그리고 과연 크리스마스~연말 기간에 팬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마음 같아선, 올해 남은 일정을 모두 이기고, 새해에 맨시티를 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으면 하는데요. 

    다만, 승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벌써 1군 선수에서만 3명의 양성 판정이 나온 바, 향후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건강 면에서나, 시즌의 운영 측면에서나 더 이상의 코로나 확진이 없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아스날의 방역 실력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새벽 애매한 시간대에 경기 보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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