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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계로 보는 램스데일의 능력
    Arsenal/Talk 2021. 12. 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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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전반기가 끝나가면서, 해외에서 다루는 '현재 리그 최고의 골키퍼는 누구인가', 또는 '이번 여름 리그 최고의 영입은 누구인가' 라는 주제에서 꾸준하게 아론 램스데일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램스데일의 통계 지표도 세부적으로 분류되어 분석되고 있는데요. 안 그래도 기존에 램스데일에 대한 분석 칼럼을 시간 나면 써봐야겠다라고 생각 중이었는데,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오는 김에 소개할 겸, 일단 '통계로 보는 램스데일의 개인 능력들'에 대해 먼저 잡담거리로 다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간략히 살펴보려 합니다.

    (추후에 시간 나면 작성할 수도 있는 램스데일의 선수 분석 칼럼은 아마 이런 통계적 접근보다는, 전술적인 효용성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1월까지 아스날의 경기 일정 자체가 워낙 빠듯한 바, 가까운 미래는 아닐 듯하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저는 축구를 통계 지표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아직은 일정 수준의 신뢰감과 거부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요. 특히 축구는 야구 같은 스포츠와는 달리, 어떤 제한되고 일정한 조건과 환경 하에서 선수들이 실력을 다투는 게 아니라, 그냥 피치 위 무작위의 조건과 환경에서 그때그때 예상하기 어려운 범주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바, 통계에 대한 의의가 타스포츠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어, 한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워낙 모든 스포츠에 통계적 접근이 잦아지고, 측정하는 기술의 발달 및 몇몇 훌륭한 지표의 탄생들로 인해 축구에서도 이제는 통계를 뗄레야 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신뢰도도 장착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한편,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특수한 만큼, 통계 자료의 의의가 다른 포지션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야구로 치면 뭐 약간 포수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타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모든 골키퍼들이 맡은 역할들이 상당히 비슷하고, 조건이나 환경도 골대 앞에서 골을 막는다는 점에서 꽤 일정한 바, 그래도 덜 카오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램스데일에 대한 해외 통계 지표들을 소개하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움짤로 확인하며, 선수의 개인 능력에 대한 몇몇 제 사견들을 첨가할 예정입니다.

     

     

    2.

    현대 축구에서는 과거와 달리, 골키퍼에게 수많은 개인 능력이 요구되는 바, 통계에서 다루는 세부적인 항목들도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일반적인 슛 제어 능력 : Shot Stopping 

    @Jhdharrison1 분석가의 자료 참고

    John Harrison이라는 분석가의 모델에 따르면, 램스데일의 일반적인 슛 제어 능력은 상당히 좋습니다. Shot Stopping에 있어 +3.41이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 수치는 PL 골키퍼들의 평균을 0으로 하였을 때, 램스데일의 뛰어난 슛 제어 능력으로 말미암아, 아스날이 3.41골을 덜 먹혔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램스데일의 실점 위치 분포인데요. 에버튼전 그레이의 막판 원더골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당한 근거리에서만 허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앙이죠.

    뿐만 아니라, 그림 왼쪽 아래의 지표는 원이나 네모가 클수록 막기 어려운 슛입니다. 빨간색의 도형(실점한 슛들)을 보면, 모두 다 크기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먹힐만한 것들만 먹혔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램스데일의 골대 커버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 역시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 윗 가장자리의 극단적인 사각지대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골대 가장자리 부분이 모두 커버가능하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램스데일 시점 기준으로 아스날의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에 비해 우측의 슈팅 허용률이 훨씬 높다는 겁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아스날의 좌측 수비진에서의 로테이션이 잘 돌아간다는 걸 의미할 수 있습니다. 마갈량이 좋은 수비수인 것도 있겠지만, 그 외에 LB나 LCB, LDM이 윙스페이스로 빠지거나, 도움 수비에 들어가 본인의 자리를 이탈했을 때, 그 기존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 RDM(파티)나 LW(로우, 마르티넬리)의 수비 가담 및 로테이션 수비 포지셔닝이 좋았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물론 통계 지표를 통해 역으로 결론을 도출해내는 건 항상 조심스러운 면이 있으니, 가볍게만 보시길 바랍니다) 반대로 RB, RCB, RDM이 본인 자리를 이탈했을 때, 이 자리를 로테이션으로 커버해줘야 하는 LDM(삼비, 나일스 등)의 수비 포지셔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겠죠. 

    이러한 통계적 접근에서 램스데일의 이번 시즌 최고의 선방 BEST 3는 아래와 같습니다.

    [ 1위. 보웬 슛 선방 (vs 웨스트햄) ]

    워낙 훌륭한 선방이 많다 보니, 다른 선방들을 많이 떠올리셨겠지만, 통계적으로는 이 슈팅이 가장 기대 선방률이 낮다고 합니다. 아마도 외데고르의 패스미스로 인해 램스데일이 다른 자리에 있다가 급히 제자리로 돌아온 점, 보웬이 슈팅이 마갈량의 다리를 맞고 굴절되어 궤적이 예상하기 힘들었던 점 등이 추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2위. 매디슨 슛 선방 (vs 레스터시티) ]

    많이들 예상하셨을만한 환상적인 선방입니다. 통계적으로도 상당히 막기 어려운 슛이었다고 하며, 피터 슈마이켈도 몇 년간 자신이 본 선방 중 최고의 장면이라고 했죠. 프리킥의 특성상 벽을 세워둔 바, 벽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골키퍼 입장에서는 반응할 시간이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받을만합니다. 뿐만 아니라, 움짤에는 안 나왔지만 그 이후의 세컨볼에 대한 대처도 좋았고요. 특히 레스터를 상대로 전반전에 1:0으로 리드하고 있긴 했으나, 실점 위기가 많았기에 이 골을 허용하고 흐름이 넘어간 상태에서 동점 상태로 후반전에 임했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바, 중요성 면에서도 그 가치가 높았습니다.

    [ 3위. 모우라 슛 선방 (vs 토트넘) ]

    가장 치열한 북런던 더비인만큼 중요도와 임팩트가 컸던 선방입니다. 이것 역시 3골을 내리 넣고, 한 골을 먹히면서 추격당하는 과정에서 나온 선방이기에 분위기와 흐름을 토트넘에게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높게 평가하는 선방입니다. 통계적으로도, 단순히 선방 능력만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듯 램스데일의 골대 커버 범위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2) 핸들링 : Handling

    반면 같은 그림에서 핸들링 지표까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형의 가장자리 부분이 갈색으로 표시된 것이, 슛을 막아냄에 있어 '위험하게 쳐낸 것'들인데요.

    개인적으로 체감상 램스데일의 볼 핸들링이 나쁘다고 생각할만한 장면도 딱히 없었고, 되려 선방하며 결을 따라 볼을 쳐내는 건 노련했던 체흐나, 좋은 모습을 보였던 레노와 비견될 정도로 좋다고 생각했기에 통계 결과에 약간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위험하게 쳐낸 것(Parried Dangerously)'로 표기된 몇몇 슈팅들을 살펴보니, 아래와 같은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리버풀전에서 티아고의 슈팅인데, 이런 슛은 노바운스 발리 슈팅으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왔기 때문에, 아무리 정면으로 공이 왔더라도 세컨볼을 헌납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볼핸들링이 가능한지는 조금 의구심이 생기긴 하는데요. 이것 이외에도 앞에서 최고의 선방으로 살펴보았던 베스트 2위, 3위의 장면들도 슈퍼 세이브 이후, 세컨볼을 헌납하기 쉬운 형태로 쳐냈다고 하여 '위험하게 쳐낸 것(Parried Dangerously)' 에러로 분류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런 통계적 한계들을 인지한 상태로 위 지표를 볼 필요가 있겠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램스데일이 아스날에서 맞이한 여러 슈팅들을 표본으로 하여 PL 평균 골키퍼들보다 -1.54개의 핸들링 오류를 더 범했다는 건, 에러로 잡힌 위와 같은 몇 개의 장면들을 차치하더라도, 램스데일의 핸들링이 통계적으로는 평균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단점까지는 아니지만, 램스데일이 완벽한 골키퍼가 되기 위해서 발전 및 성장의 여지가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분야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얼마든지 체감에 비해 통계가 정확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오히려 어린 골키퍼인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건 더 희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일대일 방어 능력 : 1v1 Stopping

    위 통계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분야에서 램스데일은 거의 신급 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John Harrison의 모델에 따르면, 램스데일은 일대일 상황에서 총체적으로 +5.18의 퍼포먼스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램스데일의 개인 능력으로 아스날이 일대일 상황에서 약 5골이나 덜 실점한 셈이죠.

    그도 그럴 것이, 램스데일이 아스날에 와서 맞이한 일대일 상황이 16개인데, 그 중 13개를 막아냈습니다. 실점은 3개 뿐입니다. 특히 초근접 상황에서의 방어력이 엄청난데요.

    파워레인저 필살기 같은 동작

    아스날 팬이라면, 램스데일이 초근접 상황에서, 위와 같이 양팔을 있는 힘껏 최대한 벌리고, 양 발과 몸을 모두 사용하여 어떻게든 슛이 갈만한 코스를 가능한한 틀어막으려는 자세를 취하는걸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런 램스데일 특유의 동작과 자세가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게 통계적으로도 증명되었네요.

    결국 이는 일대일 상황에서 뛰쳐나오는 반응 속도, 타이밍을 맞추는 판단력, 각도를 좁히는 용기와 민첩함이 모두 뛰어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통계적 접근에서 램스데일의 이번 시즌 최고의 일대일 방어 BEST 3는 다음과 같습니다.

    [ 1위. 마네와의 일대일 (vs 리버풀) ]

    아이러니하게도 아까 핸들링 미스로 분류된 장면과 이어진 마네와의 일대일 상황이 통계적으로 가장 막기 어려운 장면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대로 이걸 램스데일의 미스라고 본다면, 본인이 미스로 위험한 장면을 헌납한 대신, 그만큼 수습하기 어려운 장면을 또 본인만의 능력으로 잘 수습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특히 이 장면은 파워레인저 필살기 같은 동작 이후에, 완전히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엄청난 집중력으로 볼을 쳐냈다는 점에서 정말 특출 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2위. 조타와의 일대일 (vs 리버풀) ]

    리버풀전에 위험한 장면들이 너무 많았던지라,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제 기억에 남지 않았던 장면인데요. 다시 보니 정말 훌륭한 선방이었더군요. 특히 다른 일대일보다도 더 어려웠던 건, 종적이 아니라 횡적으로 패스가 있었던 바, 램스데일이 오른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조타가 노린듯이 왼발 원터치로 지체없이 반대 방향으로 슛을 쏘았는데, 이걸 역동작 걸리면서도 쳐내는 반사신경이 정말 엄청납니다.

    [ 3위. 이워비와의 일대일 (vs 에버튼) ]

    세 번째로 어려웠던 일대일 장면은 통한의 패배를 기록한 에버튼전에서의 이워비 슈팅이었습니다. 물론 이워비의 슈팅도 아주 약간 느린 감은 있지만, 완전히 뚫렸음에도 램스데일의 각도를 좁히는 판단이 워낙 빠르고, 위에서 말한 양팔을 쭉 뻗는 동작이 상당히 효율적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크로스 차단 : Cross Claiming

    이건 골키퍼가 박스를 얼마나 넓게 자유자재로 활용하느냐 여부와도 관련이 있는 크로스 차단 지표입니다. 매 90분마다 1.4개의 크로스를 차단하는 편이며, 기대 실점보다 +0.31골을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PL 골키퍼 평균보다는 0.06이 높은 수치로서 사실상 평균을 아주 살짝 웃도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크로스를 차단할 때, 보다 안정적인 캐칭으로 마무리하는 게 전체의 70%를 넘을 정도로 좋고, 수많은 크로스 차단 시도 중에서 실패한 게 단 1번밖에 없다는 점은 수치 이외에도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그리고 별표는 실제 찬스를 예방한 것인데, 거의 대부분이 별표로 표시되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램스데일이 쓸데없이 나와서 쳐내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차단하고 있음을 추가적으로 알 수 있겠고요.

    그림에서 눈에 띄는 크로스가 하나 있는데요. 대부분 멀리서 날아온 크로스들이지만, 골대 바로 앞에서 짧게 이어진 크로스가 하나 있습니다. 이건 보자마자 어떤 장면인지 떠올랐는데, 바로 아래 장면입니다.

    사실 브라이튼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음에도 무승부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식으로 발이 아닌 헤딩을 통한 크로스들은 골키퍼가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기 마련인데, 무페이가 공을 잡기도 전에 미리 커트하는 판단을, 찰나에 디시전 메이킹하고 몸을 날린다는 게 결코 보는 것만큼 쉽진 않은 일이죠. 몇 가지의 개인능력들을 분류하여 보는 동안, 반복적으로 말하게 되는 건 램스데일의 판단력이 매우 빠르고, 좋다는 점입니다.

     

     

    (5) 스위핑 : Sweeping

    스위핑은 곧 골키퍼가 스위퍼, 즉 최후방 수비수처럼 작동해서 상대의 쓰루패스를 차단함을 의미합니다. 예방 목적이 아닌 동그라미는 큰 의미가 없고, 예방 목적인 별표가 의미 있는 건데, 시도 횟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빨간 별표 하나는 뭐지 다들 아시죠? 

    네 바로 왓포드전에서의 실수입니다. 램스데일이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에 범한, 거의 유일한 치명적인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건 화이트와의 콜플레이 부재 역시 문제였다는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이 통계 지표에서 램스데일이 90분당 기대실점값보다 +0.02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 이유도 표본이 적은 만큼, 이 하나의 실수가 통계적으로 꽤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0.02라는 수치는 PL 골키퍼 평균에 비해 0.08이 안 좋다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시도 자체가 부족하고, 성공률도 높지 않아서 나온 수치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램스데일이 개인 능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램스데일의 스위핑 시도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스날이 라인을 높이 올리더라도, 역습 1.5열처럼 나름대로의 역습 저지 방안을 잘 구축해놓고, 화이트를 비롯해 상대의 쓰루패스를 예측으로 끊는 수비수들의 활약도 한몫 했을 겁니다.

    그러나 아스날이 라인을 올리는 편인데도, 스위핑이 리그 평균보다 '시도'와 '성공률' 둘 모두 평균 이하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부분 역시 더 발전한다면 더 괴물 같은 골키퍼로 발돋움할 수 있겠지요.

     

     

    (6) 분배 능력 : Distribution

    이 분야는 이미 아스날 팬들이 램스데일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자랑거리 중 하나로 삼는 만큼, 익숙한 주제입니다. 아르테타가 레노라는 훌륭한 선방 능력을 가진 골키퍼를 보유했음에도, 램스데일이라는 욕심을 추가적으로 낸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고요.

    이 통계 지표는 램스데일이 치른 경기 중에서 분배가 가장 빛났던 경기로 꼽히는,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 지표입니다. 무려 한 경기에서 오픈 플레이 패스를 12개 시도했는데, 12개 모두 성공한 충격적인 경기였죠.

    눈여겨볼만한 점은 동그라미의 유무입니다. 동그라미가 있는 패스들은, 램스데일이 상대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사실상 강요된 롱패스를 한 것이거든요. 보통 롱볼은 능동적인 롱볼과 수동적인 롱볼로 분류되는데, 강요된 롱볼은 후자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성공률이나 정확도가 급감하게 되죠.

    그러나 램스데일은 본인이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패스의 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램스데일이 직접적으로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라인 브레이킹 패스(별포)가 죄다 중앙선 부근이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전술적으로도 이어지는 부분이라, 추후에 더 깊게 다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간략히 설명하자면, 후방 빌드업을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할 때, 상대의 전방 압박 라인을 최대한 끌어냄과 동시에, 아스날의 전방 공격수들은 딱 중앙선을 살짝 넘는 부분까지 올라가 최종열을 구성합니다. 이건 선수들이 좌우로 넓게 퍼지면서 width(너비)를 확보하는 것처럼, 종으로도 높게 올라가면서 height(높이)를 확보하는 겁니다. 따라서 이렇게 밀려진 상대의 최종열과 압박하러 전진한 열 사이의 공간(포켓)이 중앙선 아래 근처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며, 램스데일은 똑똑하게도 이 공간을 주로 공략하는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중앙선 아래쪽에 성공한 패스들이 죄다 흰색이고, 중앙선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노란색인데요. 노란색은 사실 램스데일이 직접적인 패스 공급에서는 실패했지만, 어떻게든 점유를 다시 회복한 상황을 말합니다. 즉 이것은 '전술적으로 성공한 패스'라고 해석하는게 옳습니다. 이 또한 분석하려면 rest defense나 게겐프레싱 등을 활용해 깊게 파고들어야하기 때문에, 시간 날 때 작성할지도 모를, 추후 램스데일 전술 분석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허나, 전술을 차치하더라도 램스데일의 개인능력으로도 흰색과 노란색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데요. 

    예시 1번 패스

    이건 아스톤빌라 전에서의 패스 중 하나이고, 위 통계 지표 그림에서 하프스페이스→하프스페이스로 종패스(동그라미 원+별)로 표시된 패스입니다. 예시 1번 패스라고 표시해 놓았지요.

    라인 브레이킹 패스로서 상대의 라인을 흩트려놓는 난이도 높은 패스임에도, 이런 패스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바로 램스데일의 킥 능력 때문입니다. 램스데일은 정말 패스의 높낮이, 세기, 구질을 잘 활용하는 골키퍼인데요. 위와 같은 패스 상황에서도 본인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라카제트가 등진 상태로 내려와서 발로 받기에 아주 편하고 적절한 높이와 세기로 공을 줍니다.

    궤적이 아주 높지 않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가 라카제트를 따라잡을 만큼의 체공시간이 주어지지 않을뿐만 아니라, 라카가 내려와서 받을만한 적절한 위치에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는 제대로 경합을 하지도 못합니다. 받는 선수의 컨트롤 미스로 세컨볼이 발생하는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변수를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들이 가장 볼을 받기 편한 가슴 or 발 높이로 공이 정확하게 도달됩니다.

    이런 패스가 좋은 이유는 전술을 살짝 첨가하자면, 포지셔널 우위와도 결부됩니다. 상대 센터백이 본인이 위치해야 하는 공간을 버리고 튀어나옴에도 볼을 탈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공간이 벌어질뿐만 아니라, 세컨볼 경합을 해야하는 주변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세컨볼을 차지하러 경합하기보다는, 센터백이 비워두는 그 공간을 커버하려는 움직임이 더 우선순위가 됩니다. (움짤에서도 주변 빌라 선수 2명이 그대로 뒷걸음질 치는게 보이죠)

    게다가 시야적으로도 공을 받는 토미야스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별 압박 없이, 전방 시야를 다 확보한 상태로 볼을 리턴 받기 때문에 까딱하다가는 빈 공간으로 바로 쓰루패스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예시 2번 패스

    그럼 본 김에 노란색 패스 하나까지 마저 볼까요? 예시 2번 패스는 빌라전 노란색 동그라미+별로 표시된 패스인데요. 이것은 램스데일이 압박받으면서 패스하느라, 패스가 조금 길게 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을 잃지 않은 '전술적 성공'이기 때문에 노란색으로 표시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왜 램스데일의 패스 질이 좋은지 알 수 있는데요. 비록 압박받는 상황이라, 패스 세기가 다소 강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궤적이 여전히 낮고 빠릅니다. 그냥 뻥 차는 골킥 같은 구질이 아니죠. 그렇게 체공시간이 적은 만큼 상대 CB 역시 아주 완벽한 헤딩 클리어를 하기 어렵습니다. 상대 헤딩의 정확도도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여기도 전술을 살짝 첨가하자면, 이미 의도된 능동적 롱볼이기 때문에 아스날 동료들이 마치 rest defense 하듯이 , 오바메양 주위에 4명이나 각기 다른 방향으로 포진하여 세컨볼을 노리고 있습니다. 설사 빌라 선수가 잡았다 하더라도, 바로 게겐 프레싱이 가능하게끔 말이죠.

    위에서 말한 포지셔널 우위도 당연히 결부됩니다. 헤딩하는 빌라 선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포백 구성원 3명이 모두 커버를 위해 뒷걸음질 치죠. 그러므로 빌라 선수의 헤딩이 앞공간에 떨어졌을 때는 그만큼 빌라 선수들의 수 자체가 부족할 수밖에요.

    이런 상황 자체를 세팅해놓고 하는 것이 능동적인 롱볼이며, 이렇게 의도적으로 롱패스를 하니, 램스데일의 패스가 다소 셌다한들, 소유권을 뺏기지 않는 전술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요.

    물론 이 모든 과정들이 램스데일 특유의 특별한 킥과 관련된 개인 능력으로부터 극대화되는 바, 아스날에 램스데일이 여러 모로 기여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는 의미입니다.

     

     

    3.

    결론적으로 램스데일은 통계 지표로 볼 때, 현재까지 매경기 평균 +0.45골을 방어하는 수치를 기록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작년 레노의 수치는 +0.21이라고 하니, 현재까지는 램스데일이 레노를 능가할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음이 지표로도 확인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램스데일은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대표적인 개인 능력들에 있어 특출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골대 어디든 커버가 가능한 넓은 범위와 일대일 상황에서의 빠른 판단을 기반으로 한 방어 능력, 그리고 능동적인 포지셔널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팀의 기반이 되는 빌드업에서도 큰 보탬이 되는 분배 능력까지...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램스데일이 직접 아스날에 와서 스스로 증명한 능력들입니다. 그전까지는 팬들조차도 전혀 램스데일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으며, 심지어 영입을 추진한 아르테타 및 보드진들도 이 정도의 활약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을 수 있겠지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본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할 때, 잠재력을 알아봐 준 소수를 위해 이적을 감행하고, 새로운 환경과 따가운 눈초리 속에서도 그 소수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멋지게 경기력으로 증명한 램스데일이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하고, 얼마나 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포백과 함께 골키퍼까지 젊고, 실력 있는 선수로 대체하며 성공적인 리빌딩을 이어나가고 있는 아스날이, 남은 시즌 동안에도 램스데일을 중심으로, 단단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랍니다. 아니, 되려 남은 기간에는 램스데일이 두 달 연속 이달의 선수상으로 선정되는 일이 없을수록 좋을 수도 있겠네요. 그만큼 전반기에 열일 해준 램스데일이, 후반기에는 좀 편히 쉴 수 있도록, 아스날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성탄절인데 다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바삐 움직이다가, 저녁 먹고서야 여유가 나서 글을 올리게 되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크리스마스임에도 많은 분들이 조심하는 분위기던데, 아무쪼록 여러분들도 건강에 문제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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